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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후위기 시대의 추천 필독서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우리 사회에서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은 토론회나 서적을 통해서는 이미 꽤 많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 연구나 단행본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기후위기를 소개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글과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대처할 처방으로서 그린뉴딜 정책이나 전환정책들도 소개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서는 한글로 작성되거나 번역된 책 중 기후위기 진단과 대처를 포괄적으로 제시한 단행본 5권을 뽑아 소개해드리겠다.

1) 기후위기에 대한 종합 교과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열린 책들)



  캐나다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열렬한 기후운동가이기도 한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2014년에 쓴 대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열린 책들)는 마치 최신 출간물인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은 물론, 기후위기와 대처방안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교과서 같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한다. 딱 한 가지 부담이 있다면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유려한 문투로 시원하게 써내려가고 있고, 번역도 그 느낌을 잘 살리고 있어 예상한 것보다 부담이 많지 않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시스템이 내재한 결함과 기후위기를 연결시켜서 분석한다는 데 있다. 어떤 점에서는 매우 급진적이라고 이질감을 느낄법하지만, 워낙 설득력 있게 주장을 펴고 있어 웬만하면 그의 논리를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 시스템 차원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법 역시 같은 수준에서 모색하고 있는 점 또한 그의 책이 갖는 강점이다. 기술적 해법과 사회 제도적 해법을 통합하고, 운동적 해법과 정책적 해법을 함께 추구하며, 기후위기와 차별, 불평등의 통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저자들보다 전체적이고 다면적으로 기후위기를 대한다. 특히 기후위기를 불평등, 그리고 차별문제라는 또 다른 시대적 문제와 절묘하게 통합시켜 진단하고 해법을 구하는 데 있어 그만큼 탁월한 식견을 갖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후위기 고전으로 필독해야 한다고 추천한다.

  그린뉴딜을 포함해서 2019년까지 기고 글들을 모아놓은 『미래가 불타고 있다』(열린책들)라는 그의 최근 책도 읽어볼 만하지만, 종합적인 단행본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이었던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의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가 함께 읽어볼만 하다. 

2) 인권으로까지 기후위기 지평을 넓힌 『탄소사회의 종말』(21세기북스)



  인권에 관한 깊은 탐구로 이름이 난 사회학자 조효제 성공회대학 교수가 집필한 『탄소 사회의 종말』은 제목의 뉘앙스와는 달리 기후위기를 사회적 관점, 인권의 관점에서 넓게 잡아서 접근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단행본으로는 많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책이다. 480여 쪽의 꽤 두꺼운 분량의 책이 부담될 수는 있지만, 특히 인문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성찰하고 들여다보기 위해 정독하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나 팬데믹 같은 재난이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여건에 따라 미치는 피해나 대응능력은 매우 불평등하다. 여기서부터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과 위기를 감당해야 할 크기,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여를 두고 불평등 문제, 정의의 문제, 인권의 문제들이 파생된다. 이 문제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고자 생각한다면 조효제 교수의 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3) 위기 대처와 두 개의 미래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김영사)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중대한 기여를 했던,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그의 동료가 2020년에 출간한 단행본이다.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알릴 목적으로 쓰여졌다. 그래서 지역에서 시민들과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을 가지고 학습하고 토론하는데 최적인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하라면 이 책이 될 것이다.

  최고의 전문가만이 쓸 수 있는, 쉽고 생생한 이야기를 단문으로 엮어낸 200여 쪽 정도의 부담 없는 분량이라는 장점이 우선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서 기후위기에 잘못 대처한 미래 / 잘 대처한 미래라는 두 가지 미래를 매우 생생한 상상력으로 '미리보기' 해준다. 그리고 시민들이 개인적인 수준에서도 할 수 있는 10가지 실천과제를 제안까지 해준다. 심지어 최고의 기후위기 실천을 정치참여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대대적인 기후 관련 조치를 절대적인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취임과 동시에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 수많은 유권자가 기후변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투표해야 한다.” 20대 대선을 앞둔 최고의 책이 아닐 수 없다.

4)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압축된 안내 『기후정의』(한티제)



  에너지와 기후위기정책 연구자이자 왕성한 활동가인 저자의 기후위기 안에 내재된 불평등 구조를 인식하면서 기후위기를 풀어가자는 짧지만, 핵심이 들어있는 안내서다. 기후위기가 기술문제나, 산업문제, 시장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라면서 매우 무겁고 도전적인 질문을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후위기가 인류가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지구의 자연현상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최근에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가 확인해주고 있는 것처럼, 1950년대 이후 화석연료의 폭발적 사용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은 이제 확고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책임이라고 해서 모두의 책임이라고 뭉갤 수 있는가? 아니다. 기후위기의 책임 역시 경제적 불평등에 비례해서 매우 불평등하다. 그런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피해는 위기의 책임이 가장 적은 서민들과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가해진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환도 마찬가지 위험이 있다. 여기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전환의 주체와 방법 문제가 제기된다. ‘기후정의 동맹’으로 과감한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이 책이 해답의 실마리를 줄지 모른다.

5) 한국은 제대로 기후위기 대처를 하는지 묻는 『대한민국 녹색시계』(산현재)



  기후위기 대처는 글로벌 과제이기도 하지만, 각 국가별로 다양한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 또한, 실천은 매우 분산적, 지역적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후위기와 그 해법의 보편성을 넘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이유다. 오랫동안 환경과 기후위기 운동에 참여해온 10여 명의 국내 필진이 공동으로 집필한 『대한민국 녹색시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가장 최신의 국내 현안들을 상세하게 짚는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적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의 내용을 해부하는 것에서부터, 2021년 사회적 쟁점이 되었던 가덕도 신공항 논쟁, 새만금과 설악산, 탈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과 지역의 이슈들을 집대성하고 있다. 독자들은 관심과 필요에 따라 해당 꼭지들을 선별해서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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