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뉴딜재생에너지
-
#1. 창간호 특집 좌담회-어떻게 기후대선을 만들 것인가
- 입력 2021.09.01 10:10 조회 1859
- #그린뉴딜#재생에너지
-
- #1. 어떻게 기후대선을 만들 것인가 [특집 좌담회].pdf
태그
공유하기
목차
<보다 정의> 창간호 특집 좌담회
“어떻게 기후대선을 만들 것인가?”
• 일시: 2021년 7월 26일 14:00~
• 장소: 정의당 중앙당 회의실
• 참석자: 김병권(정의정책연구소 소장, 사회자), 강은빈(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김선철(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헌석(정의당 기후정의·일자리 특별위원회 위원장)
• 기록, 정리: 남택우(정의당 정책연구위원)
기후대통령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기후위기는 왜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나?
김병권: 2022년 선출되는 대통령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정부수반이 된다. 2030년까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차기 대통령은 기후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거대 양당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들이나 발언을 보면 아직까지는 기후위기를 주요 이슈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이번 대선에서 기후위기를 주요 이슈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기후위기를 주요 이슈로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헌석: 웬만한 후보들의 출사표가 나왔지만, 기후위기와 관련된 언급은 거의 없다. 과연 기후대통령이 뽑힐 수 있을까? 현 상황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후보들의 출사표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데 기후위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천과제 또는 정책이나 의제 등으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대선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이 기후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우: 저는 대통령제 자체가 결함과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기후위기가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그동안 기후정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회, 언론, 사회, 국민 모두에 심각한 신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들이 신경을 안 쓰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기후정치가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면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긴 시야의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게 하고 긴 시야를 가진 정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과 대통령이 따로 놀고 있는 무책임의 정치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같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5년 단임 정권이 신경 쓸 이유도 없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기후침묵과 기후기만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김병권: 기후정치가 쌓여오지 않았으므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 5년 단임제의 정치적 시야에서 기후위기를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군요. 대한민국 시민들이 미세먼지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해 현실적인 인식을 한 것이 작년 50일 이상의 장마가 기후위기의 결과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 들어 대서양 양쪽으로 큰 기후변동이 있었던 점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들을 국민들이 알고 있고 정치인들이 반영할 수 있으면 달라질 수 있지 않나? 8월 이후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9월에 있는 전 세계 기후행동 등 여러 이슈가 겹쳐지면 기후이슈를 대선이슈로 삼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은빈 대표께서는 어떤 대선을 만들어가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강은빈: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았다. SNS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를 보다 보니 오히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끝났다는 생각이다. 희망 없이 나락으로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후위기가 너무 심각하다는 말로 사람들을 압박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기후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청년 세대들이 기후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수도권 외 부산, 제주 등 지역이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 압박이나 캠페인 등 기존에 하던 것들은 계속하되, 놓친 부분들을 보완하려는 중이다. 기후운동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의 주장에는 ‘사람’이 빠져있다. 기존의 생활양식에 대한 타격 없이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은 어렵다. 우리의 삶도 바꾸고 시스템도 바꿔야 하는데 이 부분을 기후운동에 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대선과 기후운동이라는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김병권: 기후위기와 선거를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게 우리나라는 처음일지 모르겠으나 미국과 유럽 등의 서구는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 미국은 2018년부터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치적 캠페인이 있었고, 올해 9월 열리는 독일 총선에서는 녹색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배경에는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정치적으로 활동해온 것도 있겠지만 선거에서 기후위기가 중요한 쟁점으로 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도 선거쟁점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선철: 해외에서 기후위기가 주류 또는 시대정신이 될 수 있었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2년 리우회의(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회의)에서부터 오랫동안 논의해온 주제이다. 최근에는 관련 담론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기존의 것을 넘어서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하고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론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후정의운동이 ‘그린 커리어’ 등의 캠페인을 통해 일자리 문제와 같이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쉬워지면서 확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한국은, 기술적인 문제·수치적인 문제 등 담론 자체가 협소화되었다. 일반 시민들, 노동자, 청년들이 보기에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같은 것은 따라가기 어렵다. 시대정신이 되려면 모든 것을 아우르고 꿰뚫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도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 답답하다.
2030년 NDC는 어떻게 되어야 하나?
감축목표를 상향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병권: 올해 하반기에 정부가 2030년 NDC를 발표할 예정이므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나 관료가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에 일반 시민들이 공감하고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11월에 기후정상회의가 있을 것, (그때) 공론화될 가능성 있다고 보는데 정부의 NDC는 어떻게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헌석: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웠던 2017년 대비 24.4%라는 탄소배출 감축목표가 현 정부에서도 동일한 상황이다. 정의당은 최소 5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가 최소 40% 이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정부나 여당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이 논의는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얼마나 쟁점이 되는지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50% 이상 줄이라는 것이 한국시민사회단체의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공감대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김선철 위원님 말씀대로 수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리협정에서는 5년마다 한 번씩 NDC를 갱신하게 되어 있다.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5년 이후를 바라본다면. 이번에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NDC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임기 중에 갱신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분명하게 수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김병권: 대선 운동 기간 안에 대선후보가 NDC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니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2030년 목표가 왜 중요하냐는 말들이 있다. 2050년 목표는 정치권에서도 어느 정도 입장이 나왔다. 넷제로, 탄소중립 등의 표현과 함께 이에 대한 결의안도 통과되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2050년 목표는 조금은 허황되다는 생각이 든다. 2050년 목표보다는 2030년 목표를 세우는 것이 지금 행동을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실천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NDC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숫자에 천착하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 김선철 위원님께서 조금 더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김선철: 2030년 NDC 상향이나 구체적인 수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다가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NDC에 대해 나오는 것들을 보면 2030년 NDC 상향할거냐 말거냐, 몇 % 할거냐 등등 결론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그것이 나에게 무슨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텐데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숫자만 가지고 논의하면 벽을 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NDC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자기 문제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병권: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를 감축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하고 현재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상당 부분을 전기차나 자전거 등으로 전환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삶의 변화가 있고 이에 따른 일반 시민들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함을 드러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선철 위원님의 지적은 이런 움직임과 숫자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신데, 매우 공감하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2030년 목표가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이다. 강은빈 대표님은 2030년 NDC나, 2050년 탄소중립목표가 주는 무게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강은빈: 2050년 되어도 저는 지금의 저희 어머니보다 어리다. 정말 내 삶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생활 전반이 달라지는 것인데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잘 와닿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청년들 입장에서는 막연하지만은 않다. 소위 586세대는 고도성장을 누렸고 그 열매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쭈뼛쭈뼛하면 청년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간다. 586세대가 망설이고 안일할수록, 그만큼 다음 세대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직면한 만큼 정직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은 답답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청년들도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행동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기성세대와 다음 세대가 서로 갈등과 반목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성세대의 미래도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협력과 연대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 간 연결 모색, 청년세대의 절박함, 가진 것 없는 우리가 겪을 피해의 막중함 등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고 같이 해결해야 한다. 세대뿐만 아니라 지역, 성별, 학력, 국적 등 기존의 사회적 장벽을 넘어선 연대와 협력이 절실한 때이다.
김병권: 대표님 말씀대로 우리 세대가 기후위기를 겪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UN에서 제시한 NDC 목표가 45%인데 한국이 이를 따라야 한다고 정해준 것은 아니다. 한국은 선진국이므로 UN이 제시한 것 이상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는 세계 평균을 맞추냐 마냐에서 헤매고 있다. 논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김현우: 감축 책임은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이고,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이다. 한국은 교토의정서 상 의무감축국이 아니다라고도 얘기할 수 있고, 한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전 세계적으로 3%밖에 안 된다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또 누적배출량으로는 몇 위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나 온실가스감축목표 워킹그룹 등 모두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욕을 안 먹으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만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생각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은 2050년까지 계속 지저분한 기후악당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2017년 대비 40%는 말도 안 되고 상향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예측해본다면 의욕적인 2030년 목표와 내용 없는 이행수단이 결합되거나, 현실적인 조건과 이행수단을 감안해서 2030년까지 얼마만큼 감축하고 나중에 상향할테니 봐주십사 하는 두 가지 중 하나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가지 다 이후의 진정성을 담보하기에는 어렵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숫자를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떨어지는 꼭짓점이 필요하고 강력한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자기 일이 되어야 명확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위협이 되거나 부담이 되거나 기회로 다가와야 한다. 탈원전하면 전기요금 3배 인상이라는 말은 한 번에 다가온다. 하지만 2050년 기후위기는 애매모호하고 먼 일이다. 정부의 신호방식이 그렇다. 예컨대 한국판 뉴딜도 기후위기와 연결되지 않아 위협·부담·기회의 신호로 작동하지 않았다. 2030년 NDC가 어떤 의미이고 이번 정부나 다음 정부가 완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감내해야 할 일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빈 대표님 말씀대로 청년세대와 얘기할 필요가 있다. 소위 MZ세대는 양갈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냉소가 심화되어 기성세대가 잘못했고 무책임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만 살아남는 각자도생의 길이다. 이 길은 온실가스 감축 실패는 물론이고 사회적 혼란도 가중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MZ세대가 당사자로서 긍정적인 미래상을 그릴 수 있는 길이다. 좋은 정치가 역할을 충분히 한다면 세대와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엮어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기대하기 어렵다면 청년세대, MZ세대와 함께하는 기후정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헌석: 2030년 온실가스배출량 50% 감축이 갖고 있는 의미를 적나라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0% 감축을 위해서는 10년 이내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춰야 하는데, 최근 만나본 발전소 노동자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 뭔가 대책이 있거나 LNG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태양광발전기 설치인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50%로 하려면 수없이 많은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어야 한다. 소위 진보적 입장이라는 사람도 재생에너지를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50% 재생에너지 하려면 징글징글할 정도로 많은 태양광과 풍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것과 별개로 이를 현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2400만대 차량 중에 3분의 2를 전기차나 친환경자동차로 바꿔야 하는데 이게 정말 실현되려면 어떻게 되는지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호로만 외치지 말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논의해봐야 한다. 우리 스스로도 한가하게 표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병권: 정부가 발표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보면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개 폐지이다.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이다. 24개는 LNG로 전환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전제로 노동전환 계획을 수립하였다. 또 차량은 2030년 신규판매 3분의 2를 전기차로 판매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세웠다. 사실상 탄소배출 절반 감축이 아니라 절반의 절반이다. 정부의 입장으로 이런 계획이 발표되면, 지역사회나 노동자들은 문제를 이 정도 수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직면한 위험을 대처하기 위해 감당할 것, 책임질 것을 과장이나 축소 없이 밝혀야 제대로 된 대응과 대책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감축목표를 절반으로 하든 그 이상으로 하든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핵발전 부활 주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병권: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치권에서는 핵발전으로 회귀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였고, 대선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가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송영길 대표가 소형원자로에 대해 발언을 하였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가 아닌 핵발전을 부활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헌석: 우선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핵발전의 경직성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전기의 33%를 핵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기술주의적인 접근, 규모적 경제의 접근, 하나의 문제가 생기면 하나의 답으로 채우려는 접근 등 이런 기본적인 욕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핵발전일수도 있고 CCUS(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일 수도 있고 굉장히 부풀려진 수소에너지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기술 지향적인 대처들은 그 외의 문제해결 방법들을 덮어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김현우: 기술중심주의, 기술지향적 접근, 기술만능주의 등만이 아니라 정치가 왜 이런가에 관해 얘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하루아침에 나온 얘기가 아니다. 송영길 대표는 원래 핵발전 찬양론자였다. 추미애, 이낙연 후보도 반핵입장이 절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하겠다고 선언하니 당이 따라간 것이다. 게다가 사실상 탈원전이 아니다. 2080년까지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더디고 더딘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핵발전이 중심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조치나 연구, 정책 등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탈원전 선언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발전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과 핵발전이 지난 3~40년 동안 중심이었기 때문에 관성이 남아 있다. 5년 단임제의 한계, 값싼 전기요금체계 유지나 에너지수요관리 부족 등의 에너지 정치 미흡이 이를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논쟁이 필요하다. 핵에너지가 정말 온실가스 감축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소형모듈형 원자로나 핵융합 등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어떻게 반영해서 탈탄소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역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특성, 분산형전원시스템 등을 구체적으로 계획에 반영해야 하고 이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국민과 산업계에 알려야 한다.
김병권: 한국의 소득주도는 2년 하다 말았고, 탈원전도 1년 하다 말았다는 냉정한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탈원전을 당정이 힘을 합쳐 추진한 적도 없고 첫해에만 민주당이 따라가다 만 것이라고 보면, 5년 만에 다시 온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불거지는 게 이상할 것이 없다고 본다.
김선철: 일관되게 말하자면 기후위기 담론이 가져온 협소함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하려면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하니 핵발전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2030년 NDC 법제화도 정의당과 국민의힘이 동상이몽이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같아 보인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줄여야 하는데 어떡하지?”라는 의문을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으로 하면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 공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이 없는 나라도 아니고, 지금보다 더 안전한 방식이고 소형원자로는 미래기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담론에 빠지기는 매우 쉽다. 2030년까지 에너지소비가 증가할 것을 전제하고 정부의 에너지믹스, 에너지전환 계획이 나오는데 이를 지적하고 일반 시민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에너지소비 감축, 에너지수요관리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부분이다. 종합적으로 다루고 얘기를 해야 협소한 담론을 벗어날 수 있다.
김병권: 재생에너지, 소형원자로, 수소에너지 등 기술적 대안을 펼쳐놓으면 그중에 핵이 가장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청년들 입장에서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강은빈 대표님께서는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강은빈: 송영길 대표나 김기현 대표가 기후위기와 함께 찬핵 발언했을 때 우리는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WWF-Korea(세계자연기금, World Wide Fund For Nature)에서 제시한 ‘비전형 전환 시나리오(Visionary Transition Scenario, VTS)’를 참고하였다. 핵발전은 탄소배출이 없을 수 있겠지만 집중형 생산방식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집중형 발전이 아니므로 각 지역에서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에너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일자리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면 5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일자리 규모이다. 제 주변에도 학교나 직장 등의 문제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사람들이 많다. 서울의 집값 등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것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지방분권, 지방소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100%의 분산형 생산방식이 되면 모든 지역에 에너지 일자리가 생기고 이것을 탈서울 모멘텀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일자리 전환, 산업전환 등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연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청년 입장에서도 먹고사는 게 필요하니 적록연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병권: 확실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기후이슈를 쟁점화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어떤 기술로 줄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면 기술적 논쟁만 남게 될 것으로 우려가 된다.
김현우: 그런데 그렇게 되면 기술적인 측면의 정책 입장은 국민의힘만 가지고 있고 그 외 진보진영이나 기후운동진영은 원칙적인 얘기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김병권: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강은빈 대표님 말씀으로는 재생에너지가 갖는 지역균형발전적인 특성, 재생에너지 일자리를 연결해서 풀어보자는 의미인 것 같다. 김현우 위원님 의견처럼 기술적인 시나리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현우: 재생에너지 일자리, 지역발전, 지역활성화 효과 등 잠재력을 발굴하고 알리는 건 중요하다. 저는 참여가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생각하고 에너지 문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소수 선출정치인과 관료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들은 에너지나 기후 관련 준전문가나 잠재적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 언론, 교육기관 등이 역할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시점이 분명히 올 텐데 그때에는 서로가 도울 수 있는 지식과 습관이 필요하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헌석: 중요한 말씀이라고 본다. 심야토론회나 100분토론 등에서 세법이나 부동산 관련 토론을 할 때 정치인들이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들을 잘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기후나 에너지 쪽은 그렇지 않다. 부동산이나 세법 관련 얘기할 정치인은 많다.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나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등은 잘 모르거나 어려워하는 것 같다. 기후정치라는 것은 공약도 있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계속해서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병권: 약 10여 년 전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으로 전문가가 아님에도 국민들의 관심과 지식이 확장된 것처럼 에너지나 기후문제도 그런 계기가 있으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너지는 필수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인데 생각보다 관심이 부족하다. 통상적으로 일상에서 이야기가 되어야 하고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영역도 풀어서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 핵발전 관련 공론화 위원회를 돌이켜보면 참가한 시민들은 어떨지 모르나 밖에 있던 시민들은 충분히 정보를 가지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도 비슷한 것 같다. 전문가들끼리만 논쟁하고 일반인들은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라고 시민들이 알기 어려우니 우리끼리만 논쟁하자는 것보다는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선철: 모두 동의가 된다. 일부가 관심을 가지는 서브컬쳐같은 것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기후문제이다.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만 지배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더 큰 담론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인이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국민 홍보 교육 등이 정부를 통해 발표되고 있는데 오히려 정치인이 먼저 교육받아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고도의 전문가가 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제시해줘야 한다. 이는 정치와 사회운동의 몫이라고 본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김병권: 시민들하고 접점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에너지전환을 포함해서 일자리 문제, 농촌 등 지역사회 문제 등이 우려된다. 지역사회에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설치와 관련된 갈등과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기후운동이 중앙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처를 하려면 중앙이 내려보내는 방식보다는 bottom-up 방식이 되어야 하고 선순환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강은빈: 저도 동의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매 주말에 서울을 떠나 회복의 공간으로 삼고 있는 곳이 포천이다. 포천에 가보면 시멘트공장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포천은 포천대로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저는 그 반대 운동에 뛰어들기 어렵다. 서울에서 하고 있는 활동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후 운동과 포천의 시멘트공장 반대 운동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중앙과 지역의 연결성 회복과 지역에서 주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현우: 올해 태양광발전 덕택으로 전력피크 시점이 오후 1~2시가 아니라 오후 5~6시로 이동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고, 재생에너지 관련 갈등이나 비리만 언론에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편견이 강화되고, 반대가 심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농형 태양광발전이나 SRF 발전소 등 지역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역에서의 갈등은 지역이 선택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농어촌지역이나 신도시지역의 경우 지역 내에서 공론화하고 논의하여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단위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공동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논리에 편승한 사람들이나 지방토호들만 나서고 기획과 숙의 과정이 없어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특히 농촌은 젊은 세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청년 귀농을 과감하게 정책적으로 시행해서 연간 1만 명 정도 귀농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청년일자리 만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회복 등의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병권: 기후위기 심각성을 공유하는 것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 재생에너지 수용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가정용 태양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례로 마땅한 것이 없었다. 지역주민들과 긍정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잘되지 않았고, 필요성을 강조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
이헌석: 지역에서 시행하는 그린뉴딜사업 관련 보고자료를 정부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모범사례라고 나온 것을 보면 3분의 2 이상이 토건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첫 단추를 정부가 잘못 끼웠다고 본다. 김병권 소장님의 말씀대로 사례가 실제로 없다는 것도 맞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서 소소하지만, 긍정적인 사례가 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오래전부터 지역공동체, 지역자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곳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특별히 해야겠다고 결정한 곳이 아니다. 농어촌사회는 지역공동체가 완전히 무너졌다. 공동체가 없는 상황에 사업자들이 들어가서 무리한 주민동의와 사업추진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민간 중심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안 좋은 사례들이 많다.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전기를 쓰는데 사람들은 내가 전기를 만들어 쓰겠다는 생각이 없다. 현재는 값싼 전기를 무한대로 쓴다는 것이고, 이를 지역에서 해결하기에는 어렵고 귀찮은 문제이다.
김선철: 지역사회의 자생력과 자발성이 약화된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왔다. 문제가 있는 지역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지역에서 발전소나 매립장 반대를 하면 공감하는데, 영농형 태양광이나 산지 태양광을 반대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경향이 있다. 저는 이렇게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역주민의 처지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을 보면 지역주민들을 대상화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방식이었다. ‘수용성’만 고려할 뿐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를 위한 제대로 된 메커니즘에는 관심이 없었다. 반발이 있는 건 당연하다.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이 밀실에서 정책을 만들고 기업들이 집행하고 시민들은 홍보의 대상이 되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헌석: 저도 동의한다. 왜 농촌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농촌주민들의 합의가 없다. 농촌에 발전소 지으면 돈 준다더라는 설명만 되고 있다. 왜 필요하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규모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농촌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도시로 보낼 만큼 충분하지 않다. 농촌공동체가 무너지니 설명과 절차가 무시되는 상황이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막연한 거부감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와 지역 사이의 괴리가 심각한 상황인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본다.
기후위기와 지역회복, 일자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선철: 그에 대한 단초는 김현우 위원님 말씀처럼 청년 귀농, 지역공동체 부활, 활성화 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운동을 하는 분들이 지금도 조금은 있다.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일자리, 지역공동체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렇게 하려면 지금 방식과 충돌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 돈을 지원하면서 알아서 하라는 방식은 안 된다. 분산형 발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김병권: 공공이 인프라를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고 토지주인이나 기업들이 투자 측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이다. 지역주민과 마찰이 일어나면 지분이나 지원금을 나눠주어 무마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시작부터 같이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가 하는 거의 모든 녹색전환이 원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정도이다.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오랫동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보장되어야 한다. 공공의 신뢰가 쌓여야 한다.
김현우: 충돌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 큰 충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년을 정책 도구화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청년들은 신뢰의 문제만이 아니다.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을 왜 우리보고 가라 하느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강은빈: 지금 사회는 좋은 시스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에 대해 의심하고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후운동을 할 때 체제에 도전하는 방식은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생활방식을 나는 따르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선택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기후우울을 감당하고, 저항공동체를 형성하는 등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어도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지역으로 가서 활동하는 것을 거부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서울을 떠난 타지에서의 삶을 계획하는 분들도 있다. 도시에 있는 것이 안락하고 편리함도 있지만, 식량안보나 지역공동체 등의 측면으로 보면 지역도 같이 살아나야 한다. 어떤 분들은 도시에서 누릴 거 다 누리면서 기후운동한다는 괴리감을 가지기도 한다. 정책적으로 유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나 혼자 모든 것을 감수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상상할 수 있도록, 다른 생활양식을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저런 삶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새로운 물결이 만들어질 거로 생각한다.
김현우: 청년만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갈 수 있다. 몇 년 동안이 아니라 몇 달 또는 단기적으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 여당 주요 후보가 기본소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데 액수보다는 효과가 체감이 되지 않는 게 한계라고 본다. 농촌 청년 기본소득 50만 원이라든지 구체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김병권: 잠깐 지방선거 얘기를 하면, 독일은 녹색당이 9월 총선에서 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부터 이미 주 단위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온 예측이다. 우리도 대선에서 기후위기를 주요 이슈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기후위기라는 화두를 던져서 주민들에게 신임을 받고 당선되어 좋은 사례들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준비하는 분들도 대선 못지않게 기후위기 이슈를 강조하고 중앙과 지역이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헌석: 지역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에 젊은이들이 없고 기후위기·돌봄·사회적경제·공동체 지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 이런 것을 엮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지방선거에서 제출해줘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환경과 에너지전환으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농촌기본소득과 청년기본소득 및 지역일자리를 묶는 것은 발전시켜볼 만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김선철: 아멘(꼭 넣어주길 바란다). 굉장히 반가운 말이고 동의한다. 기후위기 피해, 폭염, 홍수 이런 것만 얘기하고 일자리는 부수적인 것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면 안 된다. 모든 것을 기후위기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류 기후운동이 온실가스 감축을 주된 기후위기 대응으로 프레임하고 일자리 문제를 부수적인 것인 양 취급하니 정당하게 일자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조차 눈치를 보는 상황도 생긴다. 노동자들이 수세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스스로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껴 발언을 못 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 노동자가 내 일자리 문제를 먼저 얘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자체가 기후위기이고 기후정의이다. 기후위기는 탄소감축이 우선이고 그 외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을 바꿔야 한다.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다른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담론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자기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있어 핵심이라고 본다.
김병권: 지난 2월 민주노총과 가진 좌딤회 자리에서 노조 관계자와 얘기를 나눴을 때 그 당시만 해도 기후위기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느낌이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달라졌다. 석탄화력발전소, 자동차 산업과 관계된 노동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생겨났고, 기후위기를 노조 외부의 문제나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다루다가 이제는 노조 내부의 문제로 인지하고 대처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도 삶의 문제이다. 기후재난과 일자리가 다른 문제가 아니다.
이헌석: 현재 일자리가 비정규직 저임금이었으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똑같은 조건이면 된다는 것이 현재 수준의 관점인데 개선되어야 한다. 일자리를 지킨다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 안에서 지역사회와 사회적경제, 지역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시작한 그린뉴딜 개념이 수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개념들을 담론과 실천적 과제로 확장시켜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은 굉장히 협소하다.
김선철: 협소하다는 것보다는 방향이 잘못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노동을 부수적으로 보는 것이 문제이다. 기업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하다 보니 인력이동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기업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등의 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최소한 노동자는 죽이지는 않게 한다는 것이 목적인데, 이것을 협소하다고 보기보다는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단언하고 방향을 틀어야 한다. 협소한 것을 확장시키겠다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나?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가?
김병권: 코로나19가 발생해서 마스크와 백신을 잘 팔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기회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는 취지이긴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의 말처럼 반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뉴딜은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동안의 기후운동도 노동자나 시민들에게는 기회 요인보다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지만, 기업들에게는 신산업 등 상당 부분 기회 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으로 보면 뒤집혀야 함에도, 기후운동이 이렇게 된 것이 타당한가 의문이 든다. 노동자들과 시민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어렵고 기업들은 인센티브가 있으니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강은빈: 삶의 토대가 흔들리는 위기이다. 모두가 뒤흔들릴 상황이다. 기후위기를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들이 많아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먼저 말한다, 기후운동가들이 먼저 나선다’ 이런 차원이 아니어야 한다. 모두가 주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본인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은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지키기도 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 청년들은 기후재난이 닥칠 미래에 대해 화를 내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기성세대와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다. 석탄발전소 폐지는 수용성, 전력불안, 노동자 핑계를 대면서 거부할 수도 있지만,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폐지는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이 빨리 움직여줘야 하고 책임도 크니 지원을 통해 주도권을 주기보다는 책임을 감당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나서서 요구해서 정치가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증상이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석탄발전소 문을 다 닫고 화석연료를 안 써도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는 작용을 한다. 한 번에 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삶은 지속된다. 모두가 연대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김현우: 기업과 시민의 경계를 칼같이 나눌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린뉴딜 2.0은 주로 기업을 지원하는 방책들이라는 문제 외에도, 그냥 하던 대로 하라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노조도 아직까지는 하던 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유지는 주장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등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제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시스템, 문화, 정치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기보다는 다양한 경로나 다양한 방식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야 한다. 정치권이나 기업, 노조가 앞으로 5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한다는 방식보다는 2~30년 뒤에는 무조건 어떻게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5년간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과 정치의 역할
김병권: 김현우 위원님 말씀대로 기업이든 노조든 시민사회든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생활하던 방식으로 하면 기후위기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후운동이 직면한 현실은 거대 양당의 후보 대부분이 과거와 같은 양적성장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BAU(Business As Usual)라고 본다. 최근 애플이 시민들의 자율수리권을 막았다는 이유로 규제에 걸렸다. 의도적으로 감가상각을 빠르게 만들어서 소비를 촉진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고의적인 과소비 조장 광고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향후 물질소비와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노동시간을 지금과 같이하는 게 맞는가.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BAU를 한참 벗어나는 이런 부분들이 문제제기 되어야 이번 대선에서 담론 지형이 바뀔 텐데 어떻게 보는가?
이헌석: 기업에게는 기회를 강조하고 시민과 노동자에게는 고통을 강조해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리고 탈성장이든 다른 형식의 대안사회든 새롭게 바뀔 사회에 대한 전망이 있어야 한다. 기후운동이나 에너지운동 진영에서는 전통적으로 에너지다소비 업종을 에너지저소비 업종으로 옮겨야 한다고는 했지만, 철강·자동차·조선과 같은 산업을 줄여야 한다거나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성장중심 담론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논의가 되어야 한다.
김선철: 성장중심 담론이나 노동시간 문제 등을 시민사회가 정치권이나 대선후보들에게 물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는 정치권에서 주도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것들이다. 정의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 않나? 이슈를 먼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셔야 한다. 어쨌든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수가 안 나오는 문제다. 경제성장은 해야 하고 그러려면 에너지소비도 늘려야 되는데 이 와중에 탄소배출은 어떻게 줄이지, 이러면 답이 없다. 강은빈 대표께서 이전에 토론회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앞뒤가 바뀐 거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산업변화, 에너지소비 감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산업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답을 찾는 것은 안 된다. 정의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상력으로 정책화, 담론구조 변화를 위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다.
강은빈: 정치권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날 것 그대로 낼 수 있는 필드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고 전달했을 때 답을 줘야 하는 것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가 중요한 문제지만 보수 양당의 이권 싸움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정치에서 희망을 볼 수 있도록 기후정의, 기후위기를 대선과정에서 이슈화하고 민생차원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되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정의당이 해줬으면 한다. 기업의 책임에 대해 얘기하고 환경문제가 중요한 건 알지만 먹고사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는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걸어줬으면 좋겠다.
이헌석: 이번 대선은 시민사회 전체적으로도 각 당의 공약을 평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특정 정당과는 손을 잡는 것을 계속해서 꺼린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정치를 어떻게 더 확대시키고 공론화하고 알릴 것인지를 함께 논의해봤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여러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보겠다.
김병권: 처음 기획과는 다르게 좌담회가 진행되었다. 다음 대통령은 왜 기후대통령이어야 하는가가 애초 주제였지만, 기후문제를 (이번) 대선에서 핵심적인 아젠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기후위기 이슈가 아직까지 대선의 주요의제가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오늘 나온 얘기들로 정당이 무엇을 할지 또 시민사회와는 어떻게 연대해서 기후정치를 확대할지 고민해보겠다.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