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그린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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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에너지 전환과 지역주민, 갈등을 넘어 협력이 가능한가?
김 소 영 (성대골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
2019년 3월 교류를 해오던 홍콩 침례대학 아시아에너지 연구소 초청으로 4일간 홍콩을 방문해 그 연구소가 주목하고 있는 커뮤니티와 청년 그룹들을 만났었다. 에너지전환 이슈를 본격화하기 위해 홍콩의 세 개 대학이 리빙랩(현장실험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대상지를 찾고 있는 중의 한 곳에서 주민 참여 워크숍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성대골 에너지전환 활동 사례를 발표했다. 그곳의 주거형태는 단독주택이지만 아파트와 같이 공동주택 운영방식을 갖추고 있었다. 주거형태가 동일한 5000가구는 관리사무소를 설치해 공동 관리를 하며 주민대표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공동체 운영이 되고 있었다. 한국의 대규모 아파트를 연상시켰다. 홍콩 아시아에너지연구소는 그곳을 에너지전환 커뮤니티로 발전시키기 위해 방안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때 진행된 워크숍에는 전력회사, 에너지공사, 태양광업체, 여러 전문가와 주민 50여 명이 참여했고,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설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점은 주민들은 태양광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과 설치 후 생산된 전력을 판매할 경우 경제성이 나오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전력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홍콩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설치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텐데 그 부분에 대한 인식보다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태양광에 대한 정보가 없는 만큼 편견이나 왜곡된 정보로 인한 한국과 같은 반감은 없었다. 그런 주민들 상황과 경제성을 놓고 전력회사와 판매 비용을 논의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1. 태양광, 우려를 넘어 혐오의 단계까지
2012년 5월 성대골에서는 태양광을 주제로 흥미로운 워크숍이 열렸다. 서울의 주택 구조를 고려해 옥상이 아닌 아파트나 빌라 베란다에 그림 액자 정도의 크기로 태양광을 설치해보는 실험으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내 옥상은 없어도 햇볕이 드는 베란다만 있으면 작은 크기의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 생산의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때는 ‘베란다 태양광’이라고 불렀고 패널 한 장이 50W 정도 용량이었다. 미리 홍보를 했더니 전국에서 60여 명이 관심을 갖고 워크숍에 참여했고 반응도 좋았다. 이후 서울시의 미니태양광 사업으로 이어져 서울시 어디서나 태양광 패널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30만 가구 이상이 태양광을 통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에 미니태양광 사업이 가세를 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다양하게 촉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실행되었다. 에너지히어로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 실천의 결과가 에너지복지로 이어져 에너지 취약계층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는 것이다. 솔라런 프로젝트는 1km 달리기를 할 때마다 천 원씩 적립되어 그 비용으로 에너지 취약계층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에서 미니태양광은 상징적인 요소로 사업의 성과로써 지표가 되기도 하고,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물론 서울의 에너지 소비에 비해 미니태양광의 역할은 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베란다에 설치하는 방식이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서울과 같이 부지 확보가 어렵고 수많은 건물의 옥상을 활용해야 하는 점에서 미니태양광 사업은 중요하고 쉽게 사라져서는 안 될 시민참여형 사업이다.
1) 서울 도심에서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것은
서울은 에너지 자급률이 5% 미만으로 외부 의존도가 높은 소비 도시이다. 그런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태양광 발전이 최우선이다. 에너지를 소비만 하던 시민들이 적지만 직접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량을 감소시켜 보는 경험이 나중에 시민햇빛발전에 참여해 생산된 전기를 판매해보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서울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해 부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울 전경이 보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지평선처럼 옥상들이 펼쳐져 있고 대부분 텅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수많은 옥상들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이유이다. 성대골에서 10여 년간 에너지전환 운동을 해오면서 자가소비용 태양광 설치에 대해서는 서울시나 자치구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하고 설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해마다 태양광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20년 성대골은 서울 남부권 11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하는 태양광 홍보 및 교육 사업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6개월간 진행했다. 그때 서울 곳곳을 다니며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태양광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하고 그동안 보급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거리 곳곳에서 캠페인을 했고 소수 단위로 대면 교육을 진행했다. 6월 처음 홍보 활동을 시작하려고 2020년 서울시 미니태양광발전 관련 홍보 자료들을 모아보니 2019년 자료 외에 새로 업데이트 된 것이 없었다. 미니태양광 설치 지원 사업은 2월경이면 시작되고 매년 설치 업체 리스트와 업체별 설치 비용이 달라져 홍보물 내용은 사업과 동시에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7월이 되어서야 홍보자료가 준비되어 자차구별로 홍보를 시작했고 가장 먼저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홍보용 포스터와 리플렛을 비치했다. 서울시에 424개 동주민센터가 있는데, 남부권 200여곳을 방문해서 문의를 해보니 미니태양광발전 홍보물이 그동안 비치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물론 수많은 홍보물이 동주민센터로 내려오니 그중에 섞여 있는 것을 못 보고 그렇게 답변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주민센터 홍보담당이 태양광 사업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다.
동주민센터 다음으로 홍보 타겟은 서울시의 주요 사업들이 진행되는 중간지원조직이었다. 도시재생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NPO지원센터 등 서울시 핵심 사업들에서 태양광 발전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와 도시재생본부는 협력이 이루어져서 지역 센터에서도 에너지자리마을 사업이나 태양광 지원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거나 참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에너지전환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태양광 보급 확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서울시가 100만 가구 태양광 보급을 목표로 세웠지만, 기후환경본부만의 사업으로 고군분투하지 않았다 싶었다. 최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기후행동의 일환으로 태양광 보급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 서울시민의 미니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인식
2020년 서울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미니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내용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①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령대 : 10~20대(71명,7.6%), 30~40대(246명,26.3%), 50~60대(439명,47%), 그 이상(179명,19.1%)으로 분포됨
※ 태양광미니발전소 설치에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30대~60대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설문 진행함.
② 서울시 태양광미니발전소(서울시 공식 사업명)/지원제도에 대해 들어봤나요?
: 태양광미니발전소 또는 태양광미니발전소 지원사업을 ‘들어봤다’고 답한 시민은 조사 과반수 이상으로 573명(62.2%)이다.
※ 정확한 ‘태양광미니발전소’ 보다는 ‘태양광’ 단어를 인식한 것이 크다.
③ 태양광미니발전소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가요?
: 무려 712명(79%)의 시민이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 설문조사 자체가 기존에 태양광미니발전소 지원사업을 몰랐던 시민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 관심이 없는 시민은 189명(21%)이다.
④ 기후위기 극복에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매우 필요’(528명, 57.5%), ‘어느 정도 필요’(346명, 37.7%)의 분포를 보였다. 필요하다고 답한 시민이 874명(95.2%)
⑤ 우리집에 태양광미니발전소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자부담 금액에 대한 부담감’(228명, 28.9%),
- ‘주택 여건(설치할 수 없는 조건)’(204명, 25.9%),
- 설치 과정에 대한 우려(공사 등)‘(147명, 18.7%),
- ’몰라서‘(94명, 11.9%),
- ’공동주택 등 의견문제’(31명, 3.9%),
- ‘일조량 등 구조문제‘(6명, 0.76%),
- ’자가 아님’(6명, 0.76%),
- 설치함 (25명,3.17%),
3) 정확한 정보와 안정적인 서비스 구조로 부정적 인식을 바꿔보자
서울시가 2014년부터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면 2020년까지 7년의 시간이 투자되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미니태양광 지원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태양광에 대해서는 들어봤다는 대답이 많은데,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긍정적인 개입이 부족했다는 것을 다음 답변으로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태양광에 대해서 알고는 있는데 자부담에 대한 부담으로 더이상 알아보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택 여건상 태양광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미리 짐작해 알아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의논할 파트너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태양광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문의할 수 있는 곳으로 서울에너지공사의 태양광 콜센터나 자치구 환경과로 홍보가 되고 있으나 연락을 해보면 서울시에 선정된 시공업체 리스트 정보 정도를 알 수 있다. 물론 시공업체에 연락하면 자세히 설명은 해주겠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전화 한 통으로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전환은 필수적이고 그 과정이 힘든 이유는 저항의 힘이 거세서일 것이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니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든지 지자체 지원금이 있어 자부담이 적으니 설치하라는 식의 단순한 홍보로 설득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구환경에 대한 우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보다 더 섬세하고 친절하며 지속적인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2. 동작구 가상발전소 사업을 통해 본 에너지전환의 장애물들
2018년 5월 전력중개 법안이 통과되고 성대골에서는 그해 8월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전력중개 사업에 참여를 목표로 동작구 가상발전소 사업을 시작했다. 총사업비는 2,251,000,000원이고 이 중 50%는 민간에서 조달해야 했다. 1차 사업비는 조합원 출자금 1억 원, 신협 대출 2.5억 원, 국비 2억 원, 지방비 1.6억 원(총사업비의 32%)으로 시작을 했다. 사업 진행에 가장 큰 이슈는 태양광의 경우 옥상 확보, 태양광 주민 인식, 인허가 등이고, ESS 이슈는 정부 화재 방지 대책, ESS 기관 인식 개선 등이다. 태양광 설치할 옥상 확보를 위해 홍보 리플렛 민/관 지속 배포, 부동산 연계 오프라인 채널 활용 등 다방면으로 모색을 해야 하나, ESS는 잦은 화재로 인해 수요처 발굴이 막혀 생산 기업과 정부 대책 발표를 기다리다가 사업 기간이 다 지나갔다.
1) 동작구 가상발전소 사업 모델 실현의 어려움
① 태양광 프로슈머 사업은 ‘옥상공유’라는 개념과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뉴스에 따른 인식 개선 문제와 서울시 내 옥상, 지붕 위 태양광시설물 설치 부지를 찾는 것에 대한 공간적 애로사항, 태양광 발전사업에 소요되는 인허가 기간이 자가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어려움이 있다.
② ESS 공유/운영 사업은 정부의 가동중단 요청 및 안전강화 조치로 ESS 시스템 설치 요건 및 설계 변경이 불가피함, 지속적인 ESS 화재 사건에 따라 공공기관/민간시설에서의 수요가 없는 것이 진행에 어려운 점이다.
③ 향후 계획은 옥상공유 인식 수준, 발전사업 인허가 기간 등의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서울시, 자치구와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ESS 공유/운영 사업은 PMS, 최적운용 시스템 구축 완료, 정부 대책, KS규격, 배터리 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전력중개사업은 전력중개시스템 구축 완료, 전력거래소 연계방안 및 관련 제도 확립 후 실증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2) 도심에서 에너지전환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 수요처 발굴
① 아파트 / 다세대빌라 등 공동주택의 주민 동의 절차
- 아파트 :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서 또는 세대원 2/3 이상의 동의
- 다세대빌라 : 주민 전원 동의 필요
② 학교 / 공공기관
- 기관 내 행정절차, 관리에 대한 부담
- 태양광발전으로 인한 수익여부가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음
③ 상업시설 및 일반건물
- 인허가 단계에서 건축·구조도면 필요 (오래된 건물은 없는 경우 많음)
- 태양광발전사업에서는 구조계산을 위한 도면 필요
④ 수요처 면적 확인
- 옥상 또는 슬라브 기준 최소 80㎡ (25평) 이상
홍보방법을 다양하게 기획하여 동작구 관내 대학교, 학교, 유치원, 아파트, 성당, 교회, 빌라&다세대, 상가 등 현황을 조사하고 맞춤식 상품을 만들어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부동산 네트워크나 영업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요처 발굴에 성공하면 적절한 사례를 하는 방법도 시도하였다. 그러나 성공한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던 조건들에 모두 맞는 옥상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태양광 설치에 긍정적인 경우 옥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설계도면이 없고, 옥상 조건이 좋으면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겼다. 2019년에 100여 곳 이상을 발굴하고 70여 곳을 협상하여 3곳에 설치했으니 수요처 확보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양광 설치 부지를 확보하여 발전, 중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난제에 직면해있다. 태양광에 대한 거부감이 여러 이유로 확산되어 있고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낮은 전기요금으로 경제성이 떨어지고 행정절차가 까다로워 설치가 결정되고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지난 2년 이상 현장에서 옥상부지 확보를 위해 뛰어보니 사면초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풀어야 할 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여있다.
3.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신뢰로 에너지전환을 이루자
동작구 가상발전소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10kW, 20kW 규모의 옥상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즉 30~60평 정도의 면적이면 서울에 수없이 많은 옥상 대상지가 있기 때문에 3kW 미만의 자가사용(가정용) 규모를 넘어 프로슈머로서 생산과 판매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상품과 사례를 만들고자 했다.
1) 13가구 빌라 옥상을 임대하는 사례
13가구가 있는 빌라가 동작구 가상발전소에 참여하기 위해 의사를 밝히고 완료되는데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런 경우 가장 어려운 것이 초반 의사결정과 설계도면 확보인데, 이 빌라의 경우 두 가지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큰 걱정 없이 추진이 되던 중에 뜻밖에 복병을 만났다. 서울에 있는 빌라의 구조상 소유주와 세입자가 섞여 있고 이주율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 초반 의사결정과 계약서상 등록된 명단이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구청의 의견이 인허가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서로 다른 13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옥상에 꽉 채워 12k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임대계약서에 동의한 것도 쉽지 않았는데, 태양광 발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 초기 명단이 바뀔 수 없다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사례가 없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를 설득하고 가능하도록 만들어 가는데 인력과 시간이 크게 소요되었다.
2) 공공기관 옥상을 민간에서 임대하는 사례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시 소유의 건물 옥상을 임대하기 위해 여러 곳을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나 태양광 설치 직전에 무산된 경우도 있다. 한 곳의 예를 들자면 서울시 소유 공원에 위치한 건물을 임대하기 위해 연결되어 있는 여러 부서를 설득하고 인허가까지 완료되어 태양광 설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성대골에서 임대한 곳은 건물 옥상이고 변압기 설치는 차량 진입이 가능한 일부 공원 부지였다. 변압기를 설치하려면 공원 부지를 사용해야 하고 그에 따른 점유세를 내야 했다. 성대골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점유세를 내고 설치를 시작하면 되는 것인데 서울시 입장에서는 점유세를 변압기 소유자인 한전에 부과를 하겠다는 것이고, 한전 입장에서는 자기 사업이 아닌데 왜 점유세를 납부하는가였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인허가 과정을 다 마치고도 6개월 이상 시간을 끌며 양쪽을 찾아다니며 방법을 모색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를 앞두고 있었는데 공무원 인사이동으로 새로 부임한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1년간 솟았던 시간과 인력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이런 허망한 경우가 계속 반복되며 동작구 가상발전소 사업은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지금도 새로운 부지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노력해도 그 결과가 후대에 나타나고, 알지만 외면하고 현실에 타협해도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환경문제는 체감하고 실천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역에서 에너지전환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각오와 함께,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신뢰를 만들기까지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계획과 전략이 이어졌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에너지전환에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육, 문화, 기술, 복지,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하는 실험과 도전을 현장에서 풀어갔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석탄 탈원전의 에너지전환을 천명은 했으나, 어느 정도나 섬세하고 친절하며 지속성 있는 정책 방향일 거라는 사회적 신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이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불편하고 힘들지만 1년 반 이상을 참고 협력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기후위기 문제도 위기 상황을 온 국민이 인지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언론을 통해 알리고 2050 탄소중립이 코로나 백신처럼 대안임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서로 다른 의견은 갈등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부족이며 포기를 모르는 애정어린 설득과 실력으로 입증할 문제이다.
[참고문헌]
2020년 서울시 남부권역 에너지센터 운영 위탁 최종보고서
성대골 에너지활동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