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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탄소세는 기후위기 대처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 입력 2021.09.01 10:17 조회 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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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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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1. 서문
심각한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적어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국가들이 발표하거나 시행한 기후정책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기후정책에 추가하여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탄소가격제를 실현해야 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실효성 있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서 2030년에는 배출 탄소에 부과해야 하는 세금이 CO2 톤당 약 100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IMF/OECD, 2021).
1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앙헬 구리아(Angel Guria)는 최근 퇴임을 앞둔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다뤄야 하는 주요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았으며 구체적 방안을 묻는 질문에 “탄소에 어마어마한 값을 매겨야 한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장 쉽고, 가장 투명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방법으로는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ETS), 탄소국경조정(BCA)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경제학자들 역시 특히 탄소세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이며,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이기도 한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외에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스모글루(Daron Acemoglu) 등 상당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탄소세에 대한 지지를 천명해 오고 있다. 또한, 국제 정책 기관인 기후리더십위원회(Climate Leadership Council)는 2019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실현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정책은 바로 탄소세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0년 5월 현재 이 성명에는 3,589명의 경제학자들이 서명했으며, 여기에는 3명의 현직 연방 준비제도이사회 이사, 27명의 노벨상 수상자, 15명의 전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포함되어 있었다(Metcalf, Gilbert E., 2020).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상당 수준의 탄소세를 부과한다면 경제 주체들은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고 탄소세는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런데 탄소세의 부과는 과세의 역진적 성격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의 조세부담률이 높아 극심한 사회적 저항으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에 부합하고 부의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탄소세가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정책수단으로서의 탄소세의 의미, 적절한 탄소 세율, 탄소세의 효과, 그리고 바람직한 설계 방안을 생각해봄으로써 기후위기 극복에 중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제도로 도입되도록 촉구하고자 한다.
2.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탄소세는 제품이나 공정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 등가물의 미터 톤’(tCO2e)으로 측정해 그 양에 따라 직접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산화탄소 배출원에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가격이 높아지면 납세자들은 보다 효율적인 소비로 선택을 전환하거나, 청정 연료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소비자의 경우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납세 의무를 줄이기 위해 배출량을 낮출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탄소세 부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째, 세금 부과로 가격의 변화를 이끌고 기업의 참여와 소비자의 행동변화, 나아가 산업 생산방식의 체계적인 변화를 유도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직접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둘째, 탄소세의 부과로 기업은 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유인이 생기며 또한 정부는 추가 세수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활동 혹은 부의 재분배를 위한 배당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탄소세는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에 가격을 부과하는 여러 정책 중의 하나다. 이러한 정책에는 ①화석 연료에 대한 종량세 부과(기존 에너지세)가 있으며, ②배출량을 규제하는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 ETS), ③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원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Carbon Tax)가 있다. 이 세 가지는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물의 가격 결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 모두를 합한 가격을 실질탄소가격(Effective Carbon Rate)이라고 한다. 이중 ETS와 탄소세는 순전히 탄소배출 억제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기에 이 둘에 대해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라고 부른다.
2020년 5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탄소가격제의 현황과 동향』(World Bank, 2020)에 따르면, 세계 46개국 32개 지방정부가 61개의 탄소가격제도를 실행하거나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31개가 배출권거래제(ETS)이며, 30개가 탄소세(Carbon Tax)이다.
탄소세는 탄소 배출량에 비례하여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경제적 선택을 제한하는 정책수단이다. 반면 배출권거래제(ETS)는 일정한 ‘양’의 탄소 배출권을 민간에 배분한 후 배출자 간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여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탄소세는 가격을 고정시키는 반면 ETS는 최대 배출량을 고정시킨다. 따라서 탄소세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가격 신호를 제공하며, 종종 현저하게 높은 가격은 추가적인 세수입을 가져온다. 이 가격은 다른 기후 및 에너지 정책과 독립적으로 유지되며, 탄소세는 장차 다양한 감축 정책들을 펴고자 하는 정부도 추가로 도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반면, ETS는 감축 비용이 가장 낮은 기업의 배출량 감소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적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시장이 잘 작동하고 참여자가 충분히 많다는 가정하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Nordhaus, 2013).
탄소세를 시행할 경우 가격은 고정되지만, 배출량이 불확실하다는 단점을 갖게 된다. 가령 이산화탄소 1톤당 25달러라는 탄소세를 시행할 경우 배출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ETS를 시행할 경우 탄소가격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지만, 배출량은 일정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다. 따라서 탄소세를 시행한다고 해서 원하는 목표 수준의 배출량을 실현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ETS가 보다 좋은 정책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우리는 현재 ETS를 시행하고 있지만,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목표치인 6.04억톤을 훨씬 초과하는 7.25억톤에 이르렀다. 충분한 감축 기술을 활용할 수 없고,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ETS를 시행해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현재 ETS를 시행하는 국가들 중에서는 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세를 추가하여 혼합형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탄소세와 관련하여 특히 세수와 변동성, 투명성, 예측가능성과 관련된 주장들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경제학자들은 탄소세를 보다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Nordhaus, 2013).
3. 탄소세의 경제학적 의미
개릿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기후위기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했다.
그의 논문에서 목동들은 제한된 목초지에 가축을 무제한으로 증대시키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 속에 갇혀 있다. 목초지라는 공유자원에 목동들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여 제한 없이 가축을 풀어 놓게 되면 목초지는 점점 황폐화되어 모두가 파국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과 개인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자유롭게 탄소를 배출하게 되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심각한 재난을 겪으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기후위기라는 ‘공유자원의 훼손’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은 탄소배출을 경제적 ‘외부효과’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생산이나 소비의 담당자가 일으키는 기후위기는 분명히 사회적 비용임에도, 누구도 그에 대한 가격을 완전히 지불하지 않고 있어, 가격이라는 경제 내 기구를 통한 조절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이익만을 누리는 소위 무임승차 행위가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러한 행위들의 결과는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나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데, 이를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그동안 경제학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기심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시장에 기반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이 상황이 주류경제학자들에게 결코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기업과 개인을 감시하여 탄소배출량을 제한하는 정책도 달성하기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감시비용과 통제가 필요하다.
이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것, 즉 탄소 배출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탄소 제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배출 탄소에 비례하여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탄소세의 부과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어, 이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협력적 행위가 자신에게도 모두에게도 이롭게 되는 새로운 게임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기후위기 피해를 받는 다수의 의견이 사회에 표출되고 국가는 이를 반영하여 기업과 개인으로 하여금 가격을 통해 피해 회복과 환경 개선 비용을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지불하도록 하는 것은 이른바 국가와 사회 사이의 ‘좁은 회랑’이라는 대안적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죄수의 딜레마는 일국 내의 상황이면서, 동시에 국제적 단위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다. 일국 차원에서 형성되는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 단일의 탄소세를 부과한다면, 국제적인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마다 부과하는 탄소세율의 크기를 조정해야 한다. 각 나라는 자국의 경제와 수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적게 부과하려는 무임승차 경향을 보인다. 이를 해소하려면 국경을 넘어 수입되는 상품에 수입국 수준의 탄소가격을 부과해야 한다. 각국의 경제력과 탄소 발생 규모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서로가 납득할만한 실질탄소가격 부과를 둘러싼 갈등을 조절하는 것을 탄소국경조정(Carbon Border Adjustment, CBA)이라고 한다. EU는 2021년부터 일부 산업섹터(시멘트 등)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했고,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며, 미국의 바이든 정부도 탄소세와 탄소국경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4. 탄소가격 설정
탄소가격을 결정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이산화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이 과연 얼마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가 겪게 될 고통의 비용이 얼마인가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사실상 매우 힘들다. 또한, 목표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에서 SCC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연구도 발전해야 한다. 현재 SCC는 일반적으로 통합환경모형(IAM)을 통해 계산되고 있는데, 기후변화가 생산성이나 경제성장률,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무어와 디아즈(Moore & Diaz, 2015)는 기후변화가 생산성과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반영하여 새롭게 SCC를 계산했다. 현재 미국 환경청(EPA)에서 이용하는 SCC는 37달러지만, 이들이 논문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비용은 이산화탄소 톤당 220달러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2017년 우리나라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한 7.25억톤의 이산화탄소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을 산출해보면 그 피해규모는 1,595억 달러(173조원)에 이른다. 이는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으로 우리나라 GDP의 10%를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턴과 스티글리츠(Stern & Stiglitz, 2017)는 2°C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가격이 2020년에는 40-80달러/tCO2, 2030년까지는 50-100달러/tCO2 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자연 기후변화연구자로 샌디에이고대학 교수인 캐서린 리케 연구팀(Katharine Ricke et al., 2018)은 다양한 온실가스배출 시나리오와 여러 가지 경제적 피해 모델 및 여러 사회적 할인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인 경제적 피해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탄소의 글로벌 사회적 비용의 중앙값은 톤당 417달러로, 이전 추정치인 톤당 40달러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① 2012년 미국 21개 전력공익사업체에 대한 조사에서 16개 업체가 정한 가격의 평균은 25달러/tCO2
②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 2015)는 25달러
③ 미국 환경청(EPA)가 사용하는 탄소가격은 37달러(30유로)
④ 스턴과 스티글리츠(Stern & Stiglitz, 2017)는 2℃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가격이 2020년에는 40-80달러/tCO2, 2030년까지는 50-100달러/tCO2 에 이른다고 추정
⑤ 무어와 디아즈(Moore & Diaz, 2015)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 220달러
⑥ 리케 연구진(Katharine Ricke et al., 2018)은 글로벌 사회적 비용은 톤당 417달러이며, 국가별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 매우 상이하다고 지적
최근에는 ‘안전성’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할 때 안전성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가지고 설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안전성의 문제는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에 이르기까지 한정된 양의 탄소배출을 하도록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김병권, 2021).
제임스 보이스(Boyce, James, 2019)는 ‘안전성’을 기준으로 예컨대 지구추가온도 상승을 맥시멈 2.5도로 제한하는 것을 가정해서 탄소가격을 2020년에 이미 229달러, 2030년에는 351달러, 그리고 2050년에는 1천 달러로 계산했다. 그는 이를 ‘목표기반 탄소가격제’라고 불렀는데, 사회적 비용추정에 따르지 않고 지구 온도 상승제한 목표(1.5도, 또는 2도)를 유지하도록 탄소가격을 운용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배출 총량 안에서 배출허용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배출감소에 연계된 탄소세를 운영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5. 탄소가격제 시행 사례
탄소가격제는 매우 효과적인 탈탄소 정책이다. 탄소에 가격을 부과(배출 탄소에 비례해서 가격이 추가로 부과)하면, 저탄소 및 제로탄소 에너지는 고탄소 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탄소가격제는 배출자들이 배출을 줄이는 경제적인 방법을 찾고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탄소가격제는 고탄소 에너지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탄소 집약 연료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킨다(Arlinghaus 2015, Martin et al. 2016). 또한, 탄소가격에 대한 강한 의지는 이용 가능한 제로 및 저탄소 기술의 사용과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실성을 제공해 준다.
센과 볼레베르그(Sen and Vollebergh, 2018)는 OECD(2013) 데이터를 사용하여 실질탄소가격이 1유로 증가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출량이 0.73% 감소한다고 추정한다. 이는 탄소 가격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국가의 경우 모든 에너지 원료가 발생시키는 CO2 톤당 10유로의 탄소세 도입으로 배출량이 약 7.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탄소가격지지제도(Carbon Price Support)가 실제 사례인데,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전기 부문의 실질탄소가격을 CO2 톤당 7유로에서 36유로 이상으로 인상했다. 해당 기간에 전국 전기 부문의 배출량은 73% 감소했고, 영국 전력회사들은 보다 높은 실질탄소가격에 강력하게 대응을 해야 했음을 보여주었다. 전력 부문에서 탄소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회사는 석탄을 에너지 단위당 배출 집약도가 석탄의 절반 수준인 천연가스와 제로 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결과적으로 영국의 전체 CO2 배출량은 27% 감소했으며, 그중 24% 포인트는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 발전 때문이었다(UK Department for Business, E. 2020).
또 다른 현실 사례는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 ETS)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EU ETS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은 CO2 톤당 16유로에서 25유로로 약 8.90유로가 올랐다(ICAP, 2020). 동시에, EU ETS의 전체 탄소 배출량은 8.9% 감소했다. 이는 EU ETS이 적용되는 배출 기업이 높은 배출권 가격에 대해 단기적으로 상당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13.9%의 배출량 감소를 보인 발전 부문이 특별히 크게 반응했다. 발전소의 소유주들은 자신의 발전소가 배출하는 모든 탄소에 대해 배출권을 구입해야 했다. 그러나 배출권의 대부분을 시설에 무상으로 할당하는 산업분야에서는 배출량 감소 폭이 1.8%에 그쳐 이와 대조를 이뤘다(Marcu et al., 2020).
6. 탄소세 부과와 물가 상승
탄소세가 도입되면 탄소세율을 CO2 톤당 1,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2.18원, 경유는 2.60원, 수입 무연탄(연료탄)의 경우 kg당 2.06원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 톤당 50달러로 계산할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127.42원, 경유는 151.97원, 수입 무연탄(연료탄)의 경우 kg당 120.41원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
탄소세 75달러는 전기료를 얼마나 인상시킬까? IMF(2019)가 탄소세가 각국의 전기료 인상에 미칠 영향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한국에 7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면 전기요금은 42%, 석탄가격 220%, 천연가스가격 47%, 가솔린가격 6%가 상승한다. 5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면 전기요금은 32%, 석탄가격 142%, 천연가스가격 45%, 가솔린가격 9%가 상승한다.
탄소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로 많이 거론되는 것은 전기요금 등의 물가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원자재 가격과 이들 원자재를 이용한 석탄 및 석유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원자재 상승에 따른 물가 파급 효과는 가격 15% 인상 시 0.003%에 불과하다. 이를 석탄 및 석유 제품에 반영하면 1.2% 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이헌석, 2021).
<에너지 원자재의 생산자 물가 파급 효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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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석유, LNG 원자재 인상 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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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상승 시 |
10% 상승 시 |
15% 상승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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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석유, LNG 가격 |
0.001% |
0.002% |
0.003% |
석탄 및 석유 제품 |
0.401% |
0.803% |
1.204% |
전기 |
0.138% |
0.276% |
0.415% |
국회입법조사처(2021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기요금의 경우, 실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반영 비율은 15% 인상될 때 0.41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 석유, LNG 원자재가 생산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것은 원자재가 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며 상품의 중간 단계에 투입되는 석유 제품이나 전기와 같은 2차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주어 생산자가격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7. 탄소 세입 지출 방안: 탄소 배당과 정의로운 전환 기금
탄소세 도입이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약자들의 탄소세 도입으로 인한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탄소 배당’은 많은 나라에서 탄소세의 역진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2021b)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에 이산화탄소 톤당 50~10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면 대략 매년 25~50조원의 탄소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절반이면, 약 12.5~25조 원 정도가 탄소 배당으로 인해 나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우리나라 전체 국민총생산(명목 GDP) 1,898조 원의 0.6~1.2%에 달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이를 현재 인구 약 5천만 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매년 25~50만 원에 해당한다.
이 금액을 어떻게 국민에게 배분할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고르게 배분할 경우, 배분의 수월함은 있으나 탄소세의 역진성 극복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아직 난방 연료로 석탄과 석유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적으로도 아직 도시가스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석유를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가구가 많다. 또한, 중소자영업자나 농어민 등의 화석연료 의존도에 대한 세부적인 고려들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우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이헌석, 2020).
8. 탄소세 도입의 효과
하스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 at Haas)의 보렌스타인(Borenstein, Severin, 2019)과 그의 연구진은 탄소세율을 이산화탄소 톤당 50달러로 책정한 뒤 그 영향을 분석했다.
석유, 가스, 석탄 화력발전, 천연가스 1갤런(3.79리터) 당 인상되는 가격을 토대로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탄소가격 50달러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에너지 가격인상에 따른 수요 변화가 매우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탄소배출 연료를 피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은 줄어들게 된다. 그들은 바로 이 이유 때문에 탄소세를 다른 정책수단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탄소가격제가 에너지원 간의 대체를 유도하여 경제를 탈탄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들이 CO2 톤당 50달러라는 가격을 사용한 이유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최신 추정치이기 때문이며, 또한 모든 주 또는 국가가 대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에 부과하는 가격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50달러 가격이 휘발유 소비자에게 주는 가격 부담은 갤런(약 3.7854 리터) 당 약 40센트(약 472원)다. 이는 원유 가격이 배럴(158.987 리터) 당 16달러 상승할 때 볼 수 있는 변화와 거의 동일하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여러 번 일어났다. 휘발유 수요에 대한 많은 분석과 선진국의 교통 혼잡과 차량 크기만 살펴보면 갤런 당 40센트가 운전 행동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톤당 50달러(약 5만8천 원)는 가스 화력 발전기의 전기 생산하는 비용을 kWh 당 약 2센트(약 23.6원) 인상한다. 즉, 미국의 평균 전기 소매 가격의 약 18%를 인상시킨다. 그럼에도 전기 수요는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결국 소비의 변화는 10% 미만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탄소가격제가 승용차, 전기 조명, 주택과 상업용 건물의 냉난방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으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바로 그 모든 것들을 소비할 때 사용하는 기술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탄소 가격을 매기는 것이 에너지 서비스의 소비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겠지만, 생산과 소비 과정에 적용되는 기술이 친환경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낮추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은 전기 발전의 탄소집약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으며, 천연가스와 석유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50달러/tCO2, 혹은 100달러/tCO2 라도 탄소 배출의 파괴적인 증가 추세를 역전시키고 기후변화를 해결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와 화석 연료의 기술과 비용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배출 수준에 도달하게 해 줄 가격을 알 수 없다.
9. 결론
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는 것은 기후변화 완화 전략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도구가 될 것이다. 각국이 이용할 수 있는 완화 수단은 많지만, 탄소가격은 모든 완화 기회를 자동으로 촉진하고 이러한 대응에 걸쳐 비용 효과적인 균형을 이루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석탄과 같은 값싼 에너지원은 많은 양의 탄소배출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기후에 미치는 피해는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화석 연료의 탄소 함량 또는 그 배출량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탄소가격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기업과 가정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방식으로의 생산 및 소비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포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력, 산업, 운송, 건축 부문과 기타 공급원의 화석 연료 및 프로세스 배출 전체에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탄소가격제와 시너지가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탄소세의 다른 장점으로서, 탄소 가격의 상승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투자에 민간 금융을 동원하고 저탄소 재생에너지와 생산공정의 혁신을 추진하는 동시에 귀중한 세입원이 된다.
이러한 세입의 일부는 배당금 형태로 환급하고, 일부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사용한다면 탄소세의 역진성을 극복하고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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