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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의』 제3호
지역불균형, 과연 풀지 못할 숙제인가? : 절망의 현실, 희망의 대안
- 입력 2022.03.15 15:27 조회 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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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다시 지역으로, 자본에 의한 불평등을 끊는 협력의 생활경제로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빠져 있는 동안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은 더 나빠졌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소득자산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욱 크게 악화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막대한 부를 소유한 세계적 부호들은 자산이 더욱 늘었으며, ‘2020년은 억만장자들의 자산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해’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도 유례없는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성장의 뒤에 가려진 취약성이 코로나 19와 같은 위기를 경험하면서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상위계층의 자산은 상승했지만,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소유한 자산은 줄었다. 한국을 뒤덮은 부동산 폭등은 상·하위 계층의 격차를 164.3배로 확대시켰다. 보통사람들의 평생 소득으로는 이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 위기상황에서 청년들의 불안정 노동은 소득의 감소를 가져왔고, 여성, 아동, 노인은 젠더의 불평등, 돌봄의 불평등을 함께 경험하면서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 와중에 2020년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하위 50%보다 14배가 높아 상위계층으로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결과는 프랑스(7배), 이탈리아(8배), 영국(9배), 독일(10배)보다 훨씬 큰 격차를 보인다.
이러한 한국의 불평등에 주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부동산과 청년들의 불안정 고용과 관련하여 ‘지역’이 있다. 생산과 소비가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교육과 복지가 이동권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이는 환경에도 영향을 주어 기후 불평등마저 야기시킨다. 결국,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은 소멸하고 지역주민은 삶의 질에서 소외된다. 이에 <보다 정의 3호>는 불평등의 심화로 지역의 소멸을 가져오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지역이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두었다.
우리나라는 지역균형발전이 성장 위주의 선진국 진입이라는 목표하에 등한시되어왔다. 축적되어 온 지역불균형이 2000년대 들어 더 심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명시적으로 추구하였으나, 결국 풀지 못한 숙제라고 인정하였다. 과연 지역불균형은 경제와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하여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최병두(대구대학교 명예교수)는 지역불균형이야말로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의 과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의 순환으로 공간적 조정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거대도시와 지역불균형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지역불균형은 단순히 지역 간의 관계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노동의 분화과정에 대한 배경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과정이 한국의 역사적 발전과 어떻게 궤를 같이하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지역불균형을 파악하게 한다. 전통적 농업국가에서 벗어나면서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이 시작되었으며,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에서 기획기능과 생산기능이 나누어진 지역불균형이 구축되었다. 이는 다시 신자유주의에 편입하면서 지식기반경제와 생산기능이 혼재한 지역집적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4차 혁명과 창조경제를 표방하지만, 여전히 특정 지역에 집중할 경향이 높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초광역권 도시계획을 통과시켰다. 이는 기존 정부의 지역발전 계획을 별다른 성찰 없이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초광역권 도시계획은 기존의 초광역권에 대응할 새로운 초광역권 도시 개발, 권역 내 다른 도시와의 수평적 관계증진, 생산공간의 재편과 생활공간의 재구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규범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실효성이 높지 않다. 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규범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지방분권을 촉진하기 위한 관계의 재구성, 지방정부들 간 협력 관계의 구축,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다차원적 협력 거버넌스 체제와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현 지역불균형의 문제를 자본축적의 성격과 함께 한국사회 발전을 통해 어떻게 구축되어왔는지를 진단하고, 정부의 대안 정책에 대해 고려해야 할 점을 보여준다.
고광용(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은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을 진단하고 미래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지방분권과 주민참여 등 형식적 제도화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가 더 심화되고 있음을 여러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균형발전 정책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는 제한적인 재원규모와 지방비 매칭문제, 예산 배분의 절차적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 지자체별로 지역발전 추진 및 재원역량 부재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필자는 균형발전특별회계 재원의 증액과 지역 유형과 특성에 따른 그린·윈윈 시티를 주창한다.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를 위한 사업에 대한 지원과 지역 내, 지역 간 네트워크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지원은 지역불균형 해소의 경제적 효과와 동시에 규범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한편, 박창규(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지역불균형과 관련된 관점의 전환을 주장하면서 지역의 내발적 발전과 지역순환경제를 대안전략으로 제시한다. 지역 불균형은 지역경제의 생산, 소득, 고용의 위기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결과는 지역의 인구감소와 피폐화를 가져왔다. 이제 더이상 지역은 외부의 자원에 의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자원의 통제와 지역 내 순환, 탈상품화를 지향하는 지역순환경제의 관점에서 생산과 고용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내발적 발전론’은 지역 내 기술과 전통을 최대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잉여가치를 지역에 귀속시켜 지역 내에 투자하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지역 내 각 단체가 주체가 되어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환경을 종합한 지역재생방안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지닌 내발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주목한다. 지역순환경제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역경제의 동력을 그 지역 안에서 찾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 지역의 자원을 탐구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지방정부와 공공의 역할을 조직화하고, 민간주체들의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것을 실천과제로 보았다. 지역순환경제의 사례로 영국 프레스턴 시의회의 실천은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내용의 방향성을 찾는데 함의를 준다.
그렇다면 지역경제는 어떻게 내발적으로 확대되고 순환될 수 있는가?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일자리 문제를 살펴본 문종인(사단법인 ‘시민과 대안’ 연구실장)은 정의당의 일자리보장제가 지역 단위로 내려와 지역일자리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다. 지역의 청년노동자는 감소하고 고령노동자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일자리 정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일자리 사업은 계속고용 문제, 노동자 처우개선 부재, 중소기업 체질 개선 부재, 지역사회 산업생태계 발전 부재, 낮은 수준의 일자리, 낮은 재취업비율 등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지역일자리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된다. 현재의 지역고용정책은 지역고용거버넌스 주체의 역량 부재, 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등으로 하향식 사업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일자리보장제가 지역일자리 정책과 연동되기 위하여 지역고용거버넌스의 새로운 구축, 사회 필수일자리의 공공화, 지역고용주체 역량 강화,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생태계 육성 등이 필요한 과제라고 제시한다.
지역 불균형의 또 다른 주요 문제는 교육이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일자리 보장과 함께 교육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지역경제가 순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인력의 역량이 강화되고, 지역의 인력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인력주체가 생활공간 안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대학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인재의 양성뿐만 아니라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와 생산, 지역사회 기여를 통한 지역사회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연덕원(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촘촘하게 보여주면서,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지방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학 정원감축으로 고등교육 상생 발전, 국립대 무상교육, 학생 1인당 교육비 확대,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체제 도입, 고등교육 재정확대, 지방대 육성법 개정 등의 지역인재 우대정책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규범성을 가진다. 지역경제의 선순환은 지속가능한 환경을 함께 주목할 때 그 규범성을 가진다. 김동주(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는 기후위기 역시 공간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어촌 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갈등은 에너지 재생과 관련된 규범성보다는 이윤추구를 위해 선택되는 측면을 보여준다. 에너지 개발 역시 공간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해온 주체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제주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충고일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로 살펴본 제주도 ‘카본 프리 아일랜드’ 사례는 우리가 공간을 둘러싼 생태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노력들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정책이 기술, 자본 중심지향적인 면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거버넌스 구축, 전담기구 설치 등을 통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완주의 사례 역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혁신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임주환(희망제작소 소장)은 완주의 로컬푸드 사례를 분석하며 사회적 경제모델의 구체적 내용을 알려주었다. 완주는 내생적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먼저 행정조직의 적극적 의지가 있었다. 외부 전문가와 교육, 연수 등을 통해 주체적 역량을 키워나갔으며 농정예산을 확대해 행정-농가-생산자단체가 협력 추진체계를 만들었다. 다양한 중간지원조직과 시설도 발굴하여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완주사례의 성공 요인으로 다수 농민의 적극적 참여와 기획생산으로 보았다. 기획생산은 소농, 고령농이 소외되지 않고, 청년 귀농 인력 유치에 경쟁력을 가지는 요소로 평가된다. 로컬푸드의 성공은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여전히 어려움이 놓여있는 완주의 실험은 국가 균형발전의 적극적 사례 모델로 더 연구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에서는 일반 시민과 당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이서연(정의정책연구소 전문위원)과 박항주(정의정책연구소 기후위기대응센터장)는 지역불균형에 대한 심각성의 인지와 함께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필요성, 해결 가능성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여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평가, 그리고 20대 대선 의제 등에 의견을 모아보았다. 여론조사에서 지역불균형에 대한 심각성과 이를 해결할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동의를 보여주었으나, 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낮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권역 간 불균형, 같은 시 안의 구 사이의 불균형 역시 교육과 일자리가 원인인 것으로 보았다. 이는 지역교육과 일자리가 반드시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을 알 수 있게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였으며, 지역불균형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메가시티는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여전히 소외지역을 양산할 뿐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정의당의 DiverCity 역시 방향성에 동의하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구체적 프로그램의 부재,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당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의제인 일자리, 청년, 그리고 녹색경제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당 지방의원들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평가와 구체적 실천 사례, 새로운 정책 제안에 대한 목소리는 6월에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더 활발하게 토론되길 기대해 본다.
지역의 공동체가 부활하고 거주지역 안에서 안전한 돌봄과 교육이 이루어지며 양질의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6월의 광장에서 불평등, 불균형, 불균등을 걷어 낼 수 있기를, 거기에 <보다 정의 제3호>가 작으나마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