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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위기의 지방대학, 원인과 해결방안

  • 입력 2022.03.15 17:40      조회 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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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대학 재학시절 등록금 인상, 비민주적 대학운영 등 대학사회가 가진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시작으로, 대학교육연구소에서 15년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정의당 정책연구 과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정원 정책을 중심으로)’를 수행했으며, 학령인구 감소, 대학 간 불균형 등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 중이다.




1. 들어가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지방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021년을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 인구(만18세)가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4만 명을 넘었다. 특히, 미충원 인원의 75%가 지방대로, 저렴한 등록금과 지역 대표대학으로서 지역인재 유치에 어려움이 덜했던 지방거점국립대조차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는 2024년도까지 급격히 감소해 미충원 인원이 약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지방대 입학정원이 약 29만 명임을 고려하면, 1/3이 넘는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오래전 예견됐던 일이지만,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은 ‘대책’과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교육개혁위원회가 1996년 발표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대학 신입생이 미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1996년과 1997년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금의 미충원 문제의 불씨가 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구조조정 정책조차 정원 감축 숫자에 매몰돼 국립대 통폐합, 재정지원사업과의 무리한 연계, 평가에 따른 정원 감축 등으로 지방대, 전문대의 일방적인 축소를 불러왔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서울지역 일부 대학에 집중되었고,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책조차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경되는 등 지방대 발전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를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책임성 부재,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수도권 중심주의는 오늘날 지방대 위기를 가중시켰다. 지방대 스스로 재정마련 다각화 등을 통해 대학을 특성화하기보다 입학정원을 확대해 등록금 중심의 대학운영을 반복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본 원고는 지방대 미충원 현황을 짚어보고, 지방대 위기의 원인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지방대학 미충원 현황

2021년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4.9%로 2011년과 비교해 4.3%p 감소했다. 수도권 대학은 99.2%로 2011년 대비 0.3%p 감소에 그쳤지만, 지방대학은 6.8%p 감소한 92.3%였다. 전문대학의 2021년 신입생 충원율은 84.4%로 대학보다 더욱 낮고, 10년 전과 비교해 12.0%p 줄어 충원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지방 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82.7%, 수도권 전문대학은 그보다 소폭 높은 86.6%였다. 

지난 10년간 입학정원 감축률이 지방 전문대학(38.0%), 수도권 전문대학(19.1%), 지방대학(12.5%), 수도권 대학(3.0%) 순이었음에도, 지방대와 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낮았다. 학생 선택에 있어 뒷순위인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1년 신입생 충원율의 대학별 현황을 살펴보면 지방대의 위기가 더욱 뚜렷이 보인다. 수도권 대학의 86.3%가 충원율 95% 이상을 보인 반면, 지방대학은 58.4%에 그쳤다. 더욱이 지방대학 1/5(19.2%)은 충원율이 80%를 넘지 못했다. 
 


전문대학도 수도권 전문대학은 충원율이 95% 이상인 곳이 절반(51.2%) 정도였으나, 지방 전문대학은 1/4(22.2%)도 안 됐다. 충원율이 80% 미만인 전문대학은 수도권, 지방 모두 3곳 중 1곳(30.3%, 31.1%)꼴이었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가 절대다수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충원은 곧 재정 위기로 이어진다. 

2013~2020년 지방 사립대의 등록금수입은 7.6%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수도권 대학은 0.7%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소재 사립대는 되레 1.3% 증가했다.

더욱이 향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등록금수입 증감을 추계해본 결과 2020~2024년 기간 지방 사립대 등록금수입은 17.5%나 감소하고, 만18세 학령인구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2040년 지방 사립대의 등록금수입은 4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추계대로라면 지방대는 ‘위기’를 넘어 ‘소멸’할 확률이 높다.
 


3. 지방대 위기 원인

   1)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 구조조정 정책

학령인구 감소가 대두되자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보다는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지방대학 중심으로 정원을 감축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국·사립대 통폐합과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정원 감축을 유도했다. 유일하게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통폐합 정책은 국립대와 전문대 정원이 대폭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 정부는 평가를 통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을 선정해 이들 대학의 폐교 혹은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정원 감축 규모는 크지 않았고, 지방대와 전문대 정원만 주로 감축시켜 이들 대학의 위기를 가속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체 대학을 평가해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그러나 성과 위주 지표의 줄세우기식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지방대와 전문대 위기를 가중한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대학교육연구소, 2021). 문재인 정부는 앞선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겼다. 그러나 지난해 미충원 문제가 심각해지자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등 구조조정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역대 정부 구조조정 정책 추진 결과 2003년 대비 2021년 입학정원은 총 18만 명 감소(27.7%)했다. 수도권 대학은 3만 5천 명(15.9%) 감소에 그쳤지만, 지방대학은 14만 6천 명(33.6%)이나 감소했다. 전체 대학 입학정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3.7%에서 2021년 39.2%로 5.5%p 상승했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수도권 중심이 심화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학령인구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부는 만18세 학령인구가 2024학년도까지 급격히 감소해 43만 명으로 줄어들고, 입학 인원은 37.3만 명까지 줄어 현재의 입학정원(47만 4천 명, 2021년) 유지 시 미충원 인원이 약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교육부, 2021). 이들 미충원 인원은 대부분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될 것이다. 

2040년이 되면 만18세 학령인구는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만 명으로 감소한다(통계청, 2021). 2021년 수도권 대학과 전문대학, 거점국립대학 입학정원이 약 22만 명으로 이들 대학만으로도 대학진학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학생 미충원으로 인해 재정적 한계에 직면하는 지방대학의 증가는 나아가 지방대학의 폐교로 이어진다. 문제는 단순히 지방대 몇 개가 문 닫는 것이 아니다. 지방 고등교육 체제가 붕괴하고 지역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지방대학의 부실과 폐교는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쳐, 일자리 감소,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방대학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2) 지방대학 위기 막지 못한 정부 정책

역대 정부는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으나, 오히려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자율과 경쟁’ 논리에 의존, 수도권 대학보다 경쟁력이 낮은 지방대학에 대한 책임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추진한 대학설립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정책은 ‘규모의 경쟁’을 부추겨 지방대학 양적 팽창을 초래하고, ‘부실’대학을 양산해 지방대학을 구조조정의 주 대상으로 만들었다(대학교육연구소, 2020). 

재정지원도 ‘선택과 집중’의 경쟁방식을 도입해 지방대학에 불리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교육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학생 충원 또는 취업 등이 비교적 쉬운 지리적 환경에 놓인 대학이 재정지원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현상이 오랜 기간에 걸쳐 고착됐다. 그 결과 서울지역과 광역시 지역에 있는 대규모 국·사립대학에 집중지원이 이루어졌다(박경미, 2017).
 


2010~2020년 기간 4년제 사립대학 국고보조금은 2조 7천억 원에서 4조 3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은 2010년과 비교해 63.2% 증가했지만, 지방대학은 52.4% 증가에 그쳤다. 또한, 2020년 전체 국고보조금 중 수도권이 66.9%를 지방이 33.1%로 2010년보다 수도권 편중이 소폭 높아졌다. 수도권과 지방의 사립대학 비중이 약 4대 6임에도 국고보조금 비중은 정반대였다. 

지방대의 위기가 심화한 또 다른 이유는 정부 지방대학 육성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지방대학 육성방안으로 ‘산학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100대 기업 중 91%는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으며, 이를 1,000대 기업으로 확대해도 수도권 소재 기업은 74%에 달한다(부산상공회의소, 2021).

지방대와 지역 기업체의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강조한 역대 정부의 지방대 발전 정책이나 재정지원 정책이 성과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마지막으로 지방대의 위기가 심화한 이유는 지방대학 육성정책이 지속하지 못하고 분절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에 대한 본격적인 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마련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지속하지 못했고,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저성장,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한 대응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금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그 사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심화했고,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지역산업의 몰락 등 현실은 더욱 어려워졌다(대학교육연구소, 2020). 

   3) 수도권 집중화

이러한 지방대 위기는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의 지식생산 및 인재양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꾀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입학자원이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생산과 경제활동 토대의 수도권 집중은 심각하다.

지난 시기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현상이 당연시되었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도권 집중과 독점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졌고, 이로 인해 지리적 위치에 따른 부와 권력의 양극화는 커졌다. 정부 차원의 국가균형발전이 강조되기 시작했지만, IMF 금융위기로 시장경제에 따른 구조조정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행정수도 이전 및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국가균형발전의 의지를 보였지만, 정권이 바뀜에 따라 이마저도 지속하지 못했다(대학교육연구소, 2020).

그 결과 취업자의 수도권 집중은 심화했다. 1990년 수도권 취업자 수(776만 명)는 비수도권(1,032만 명) 대비 약 25%(256만 명) 적었다. 이후 수도권 취업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비수도권 취업자 수는 완만히 증가하여, 2014년 이래 수도권 취업자 수가 비수도권을 능가(2020년 기준 수도권 1,352만 명, 비수도권 1,338만 명)했다. 특히, 전체 노동력 중 고학력·고숙련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1990~2020년 고학력 취업자 중 수도권 비중은 54.1%~56.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전문직 취업자의 수도권 비중은 1990년 51.6%를 시작으로 1997년 57%를 돌파한 이후, 2020년까지 약 60% 내외 수준이다(일자리위원회, 2021).

수도권의 인구집중 또한 심각하다. 과거 수도권 인구집중은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수도권과 지방 인구 모두 증가했다. 그러나 지방 인구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연평균 8만 명 증가하다, 2017년부터 지방 이전 효과가 반감되면서 2018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수도권 인구는 지방 인구를 초과했다. 

인구 자연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이 이유지만, 특히 비수도권 청년층(20~34세)의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이동이 비수도권 인구유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국회예산정책처, 2021). 학생들의 지방대 기피 현상과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한 청년층 이동이 최근 수도권 인구 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4.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대학서열을 고착화하고 있는 차별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의 공존을 넘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전체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단순한 몇 가지 정책과 그에 따른 선심성 예산으로는 지금까지의 지방대학 육성 정책과 다를 바 없다(대학교육연구소, 2022). 이에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전체 대학 정원감축으로 고등교육 상생 발전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양적 팽창을 부추긴 정부 정책의 과오를 바로잡고, 우리 대학이 적정 규모로, 경쟁력을 갖춰 운영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는 작업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중심주의로 인해 지방의 인적토대를 완전히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고, 고등교육이 국가균형발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생시켜야 한다.

당장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 단기적인 계획과 더불어 학령인구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2040년을 대비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행히 2024년 이후 약 10년간은 학령인구가 유지될 전망이다.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에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대학 재정이 축소되지 않도록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필수다. 

상생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전체 대학 정원감축이 필요하다. 전체 대학 입학정원의 10%를 감축한다면, 2024년 신입생 충원율 추계는 감축 전 83%에서 감축 후 93%로 호전된다. 수도권 대학은 90%에서 100%로 지방대학도 79%에서 88%까지 상승한다. 지방대학의 미충원을 최소화하고, 수도권 대학도 정원감축을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등 교육의 질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정원 외’ 입학정원도 장기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2021학년도 ‘정원 외’ 입학자 수는 6만 7천 명으로 ‘정원 내’ 입학자 수 43만 2천 명의 약 16%에 달한다. ‘정원 외’를 단계적으로 ‘정원 내’로 전환하되, 사회적배려대상자의 대학진학 기회 확대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전체 대학이 정원감축을 한다 하더라도 당장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소위 ‘부실대학’도 늘어날 것이다. 이들 대학은 미충원뿐 아니라, 교직원 임금체납, 부정·비리로 인한 교비 손실, 각종 채무 불이행 등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위 ‘부실대학’을 사전에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연덕원, 2021).

   2) 국립대 무상교육, 학생 1인당 교육비 확대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국립대들은 과거 서울의 유명사립대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졌고, 지역의 우수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국립대학은 지역 거점대학으로 육성되기보다 사립대학과 같이 자율과 경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지방거점국립대조차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등 지방대학의 하향 평준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지방국립대의 위상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역 고등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국립대가 교육과 연구에 있어 경쟁력을 갖고 지역의 대학과 상생하는 고등교육체제가 필요하다.

2020년 지방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1,700만 원 정도로 가장 높은 부산대도 2천만 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서울대는 4,861만 원에 달하고, 연세대 3,501만 원, 성균관대 2,840만 원, 고려대 2,753만 원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높은 부산대마저 서울대의 절반도 되질 않으며, 소위 서울 주요 대학과도 차이가 크다. 이에 지방국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은 아니더라도 서울 주요 사립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국립대 무상교육 또한 필요하다. 국립대 무상교육의 의의는 경제적 능력에 따른 대학 진입 장벽을 최소화해,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덴마크, 프랑스, 터키 등 5개국에서 무상교육을 시행 중이다. 

사립대학과 비교해 훨씬 낮은 등록금을 받고 있고, 국가장학금 등이 지급되고 있어 무상등록금 실현에 드는 비용도 많지 않다. 

   3)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체제 도입

우리나라는 전체 대학생의 약 82%가 사립대에 다닐 만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립대 비율이 높다. 해방 이후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고등교육을 민간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사립대의 자율성 확대를 명분으로 정원 및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지속, 사립대는 등록금 중심의 재정운영을 지속했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등록금에 의존했던 재정운영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등을 준비하고 대학의 질적 발전을 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등록금 인상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사립대의 몰락을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지원을 통한 육성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적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이에 사립대학 재정의 정부 지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학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으로 전체 사립대는 등록금을 국민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지방 사립대는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해 교육·연구 역량 강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부정·비리 등으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을 고려, 정부의 지도·감독 강화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학운영의 민주성·투명성 확대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4) 고등교육재정 확대 

국립대 무상교육과 교육비 지원확대,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체제 도입 등을 위해 고등교육재정 확대는 필수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지만, 고등교육 투자는 37개국이 가입한 OECD 평균보다 낮다. 우리나라 정부 부담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GDP 대비 0.6%인데, OECD 평균은 0.9%다. 고등교육단계 연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또한 OECD 평균(17,065$)의 66%(11,290$)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선택과 집중’ 논리로 대학 재정지원을 지속해왔다. 이로 인해 대학 간 양극화는 심화했으며, 대학들도 장기적인 발전계획보다 당장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에 몰두했다. 

따라서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지속 가능한 재정지원을 위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재정의 재원으로 하는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등의 법령제정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 지방대 육성 등 고등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한 적정 재정 규모 추계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고등교육재정 확대 규모를 정해야 할 것이다.

   5) 지방대 육성법 개정 등 지역인재 우대정책 확대

마지막으로 지방대 육성 관련 제반 법령과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지난 2014년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 및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 육성법’)이 제정되었지만, 지방대 위기가 더욱 가중되면서 법 제정의 실효성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우선, ‘지방대 육성법’ 제16조 국가 등의 지원 조항은 지방대학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조항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동법 제3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무 조항에서는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의 육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배치되므로 의무조항으로 개정해 지방대 육성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대학교육연구소, 2020).

국회는 지난해 3월 ‘지방대 육성법’을 개정했다. 일부 대학 및 학과의 지역인재 선발비율이 권고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해 지역인재 육성과 지역균형 발전 목적이라는 입법 취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대학 의·약·간호계열 및 법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른 지방인재 채용 목표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제 등은 법 제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열악한 취업 현황을 극복하기에 부족하다. 선발비율 확대, 권고 사항 의무사항 전환, 선발 조건 완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교육부, 2021.5.20.,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국회예산정책처, 2021, 『경제·산업 동향 & 이슈』 2021년 12월호, 국회예산정책처.
대학교육연구소, 2020.7. “대학 위기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안”,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연구보고서.
대학교육연구소, 2021.3.3., “전체 대학 정원감축을 제안한다”, 논평. 
대학교육연구소, 2022.2., “대학교육연구소가 제안하는 차기 정부 고등교육 개혁 과제”, 대교연 특별기획.
박경미 국회의원, 2017, “대학재정지원 평가와 발전과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부산상공회의소, 2021.8., “2020년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 현황 분석”. 
윤영덕 국회의원, 2021.10., “지방사립대학 재정 진단 보고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연덕원, 2021.12.,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정원 정책을 중심으로)”, 정의당 정책연구 과제.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2021.11., “지역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과 대응 방향”, 일문일답. 
통계청, 2021.12., “장래인구추계」 - 성 및 연령별 추계인구(1세 별, 5세 별)”.
대학알리미(https://www.academyinfo.go.kr)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21, “OECD 교육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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