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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의』제4호
윤석열 시대 개막과 정의당, 무엇을 할 것인가?
- 입력 2022.06.14 14:23 조회 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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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보다 정의> 4호 권두언을 쓰는 지금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6월 3일이다. ‘계간’ 주기로 발간되는 <보다 정의>는 6월 초에 ‘여름호’가 나와야 하는데, 6월 1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 결과를 충분히 반영한 여름호를 6월 초순에 내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보다 정의> 4호에 실린 글은 모두 지방선거 이전에 기획되고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때에 집필되었다. 즉, 지방선거 결과를 ‘모른’ 채 쓴 글들이다.
정의당의 지방선거 성적이 웬만했으면 이게 큰 허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면에서 굳이 수치를 인용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가 봐도 ‘참담한’ 성적을 거두었다. 대선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지방선거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초의원을 늘리기는커녕 현역 기초의원 대다수가 낙선했다. 또한, 한국에서 진보정당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 즉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전라남북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대선 결과를 바탕으로 쓰인 <보다 정의> 4호의 글들조차 지방선거 이후 시점에서는 너무 태평해 보일 수 있다. 정의당이 처한 위기의 강도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듯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각의 글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방선거 결과는 어쩌면 대선 결과의 연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번 호 글들은 모두 대선에 관한 나름 진지한 분석과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의당에 대해 작심하고 고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점에서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파국 이후에 정의당, 더 나아가 진보정당운동의 미래를 모색하는 데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하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를 평가하며 많이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의당이 대선 평가 없이 지방선거에 임한 탓에 오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대선 끝나고 곧바로 지방선거가 실시됐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지만, 분명히 진실의 한 면을 드러내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런데 본래 <보다 정의> 4호는 바로 이 공백, 즉 대선 평가의 생략과 부재를 채우기 위한 기획이었다.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대선 평가를 지방선거 이후에라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려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이런 애초 의도가 조금이라도 당원, 지지자, 독자 여러분께 전해졌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보다 정의> 4호의 글들이 두 선거로 드러난 정의당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데 자극과 격려, 영감과 참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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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 실린 글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우선 오랫동안 진보정당 정책 개발을 이끌고 큰 영향을 준 장상환 경상대학교 명예교수의 "20대 대선의 퇴행과 그 원인 : 불평등 심화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는 20대 대선의 전반적 양상을 짚고 단순히 눈에 드러난 정치 현상뿐만 아니라 그 토대인 경제·사회적 구조를 분석한다. 20대 대선에서 보여준 양당의 각종 퇴행과 함께, 촛불로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최초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까닭은 문재인 정부가 이런 경제·사회적 구조의 문제에 기인한 불평등 심화의 해소에 실패한 탓이라고 한다. 평생에 걸쳐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를 추적하고 진단해온 저자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를 내각제와 비례대표제로 바꾸지 않고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치유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다.
《경향신문》 편집국장과 논설주간 등을 지내며 지면을 통해 한국 정치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제시했던 이대근 우석대학교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정치적 양극화 해소에 얼마나 준비됐을까?"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격, 그 가능성과 한계를 짚는다. 20대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정치적 양극화는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지적하는데, 장상환 교수의 20대 대선 퇴행의 원인으로서 불평등 심화 해소 실패, 일방통행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일각의 정파적 예단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세부적인 정책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시장과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사회 정책이나 대결적 양당체제에 기반해 그 근본적 개혁 의지가 없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연장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암담한 5년이 될 수밖에 없다.
박철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의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와 윤석열 정부, 정의당의 정치전략"은 앞의 두 글과 마찬가지로 대선 평가와 윤석열 정부 전망을 시도하면서 특히 그 속에서 정의당의 과제를 묻는다. 이 글 역시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방형 지방분권제 등의 정치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이를 위해서도 정의당이 ‘정의당 3.0 프로젝트’ 수준의 환골탈태를 감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 정의당 대선 공약, 이렇게 본다"에서 정책공약집 『주4일제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정의당 대선 공약을 평가한다. 출발은 ‘정책’ 평가이지만 결론은 ‘정치’로 향한다. 정의당 대선 공약이 기존 진보정당 정책에서 상당히 혁신된 내용을 보여주었지만, 이것은 정의당의 정치가 갖는 한계 안에 갇힌 혁신이었다는 것이다. 보다 과감한 진보정당이 되려면, 정책 혁신 이전에 반드시 정치 혁신이 있어야 한다.
<보다 정의> 4호에는 또한, 현재 직접 당직을 맡고 있지는 않으나 정의당에 애정을 갖고 각각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는 두 분의 글을 실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의 "정의당, 확실한 지지세력의 부재와 조직적 과제 : 총노선과 노동의 측면에서"는 정의당의 대선 결과를 주로 지지세력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글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진보정당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어야 할 노동의 지지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과거처럼 단순히 조직노동과의 관계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불평등 문제의 특수성과 미조직 불안정 노동의 증대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정의당이 노동과 멀어진 근본 원인은 정의당이 한국의 불평등 심화를 외면하는 것에 있다’라고 말한다. 결국, 여기에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의 이번 대선에서의 실패 원인, 확연한 미래 과제가 있다.
박갑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비전의 실현 의지가 사라진 정의당, 답해야 할 질문들"에서 정의당의 현재 모습을 다각도로 짚는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진단은 정당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집권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당에게 집권을 통한 정책 집행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생명체에게 삶의 의지가 사라진 것과도 같다. 지금 우리가 감히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직시해야 할 우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