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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와 윤석열 정부 & 정의당의 정치전략
- 입력 2022.06.14 14:24 조회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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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와 윤석열 정부 그리고 정의당의 정치전략-박철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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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기획실장)
- 민주노동당에서 정의당까지 진보정당 정책을 주로 맡아 왔다. 정의당이 유력정당을 넘어 집권정당이 되는 길을 찾고 있으며, 세계가 온전히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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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한다. 문제는 이러한 헌법적 규정과 ‘공화국’ 담론은 정치영역을 특수한 영역, 베버식 ‘소명으로서의 정치’로 이해를 하는 직업 정치인의 전유물처럼 보이게 한다. 이미 현대 민주주의 정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정치’로 시민 스스로 자기 자신을 통치하는 체제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 근현대 150년을 건너 도달한 현재의 한국 정치는 ‘정치 불한당들’(주 : 보르헤스의 포스트모던 소설의 선구인 ‘불한당들의 세계사’(보르헤스, 1994)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치 불한당들’이라는 규정은 그 어떤 표현보다 20대 대선 양당 후보, 민주당 586, 국민의힘 윤핵관, 이준석 등 양당의 기성 정치인들과 ‘내로남불’, ‘정치양극화’, ‘승자독식 및 독단의 정치’ 등 문재인 정부와 양당 대선 캠페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정치 언어라고 생각한다.), 사회 범죄자들, 심신미약자를 제외하고 상식을 가진 일반 국민 중 누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 광역 및 기초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지난 20대 대선과 제8회 동시지방선거는 시중에 회자된 ‘비호감’을 넘어 한마디로 ‘불한당들’의 선거였다.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선거였다. 요컨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라는 ‘불한당들’과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라는 ‘불한당들’이 정권재창출과 정권심판을 내세워 격돌한 선거였다. 20대 대선은 민주화 이후 대선 중 국민의 정치불신과 혐오를 가장 극대화한 선거였다.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또한 극심한, 거대양당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판치는 선거였다.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거대양당 불한당들’에게 집단 차원의 ‘정치적 괴롭힘’을 당했다. 국민들은 다양한 선택지와 최상의 선택지가 아닌 두 개의 최악 중 하나를 선택하는 ‘차악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한국 정치의 양당제는 사회적 공기를 얼마나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아니올시다’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의 양당제는 한국현대사를 지배한 제도적 기초이자, 협소함을 넘어 극소한 양당 기득권만을 인정하는 정당체제이다. 현재 민주당 계열 정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이념적 차이가 거의 없는 상대 당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동원하여 정치권력을 나눠 먹는 적대적 상호의존의 정치체제이다.
한국 정치는 언제나 제3지대 정치의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양당의 위기극복과 양당의 선거승리를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했다. 물론 제3지대 정치를 외친 정치인들의 사익추구 정치적 기회주의가 한몫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는 강한 의지와 실천, 국민복리와 평등주의, 평화주의와 생태주의의 대의명분으로 무장한 위대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의당은 아직 이러한 위대한 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불한당들의 격렬한 대선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렬 대통령 후보가 승리했다. 윤석열 후보는 0.73%라는 민주화 이후 8번의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연이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승리했다. 두 번의 연속된 패배로 민주당은 선거 패배가 패배를 부르는 악순환의 정치과정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국 이후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자, 민주화 이후 최초로 의회 경험이 전무한 0선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례이다. 한국은 5월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제도적 기반은 무엇인가? 이것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소선거구단순다수제에 기반한 양당체제, 미약한 지방분권제라는 제도적 결합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사실상 한국사회의 성숙과 정치개혁,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정치, 경제, 사회 양극화에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이들 제도가 결합된 독특한 정치과정이었다.
이 글은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라는 규정에 입각해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살펴본다. 먼저, 세계체제의 변동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의 한계를 짚어보겠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 경로 혹은 요인들을 살펴보겠다. 이어서 윤석열 정부와 정당정치의 딜레마 상황을 분석하겠다.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 정의당의 정치전략을 제시하겠다.
2. 세계체제 변동과 윤석열 정부
코로나 19 팬데믹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는 가운데 세계체제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자유주의 및 사민주의 정치체제와 러시아, 중국, 북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 등 권위주의 정치체제, 세계적인 포퓰리즘 정치 현상, 지구적 차원의 분산적인 반체제 운동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계체제론의 창시자인 월러스틴이 예측한 것처럼 세계는 68혁명, 소비에트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긴 이행단계에 들어섰다. 세계체제의 미래가 권위주의가 강화되는 세계체제가 될지, 더 평등한 세계체제가 될지는 이행기 동안 전략과 실천을 담보한 ‘지구 정치’의 결과에 달려있다.
이것은 ‘다보스 정신’으로 대변되는 지구적 우파세력 분파와 ‘뽀르뚜알레그리 정신’으로 대변되는 지구적 좌파세력 분파 간 세계체제의 명운을 건 장기간의 격돌이 될 것이다(월러스틴, 2014, 69-70).(주 : 보다 자세한 세계체제의 이행에 대해서는 월러스틴의 “구조적 위기”, (월러스틴, 2014, 68-74)를 참고하라.)
한국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70여 년 만에 세계체제의 주변부 국가에서 반주변부 국가를 거쳐 중심부 국가로 부상하였다. 단기간에 사람과 기술, 수출을 앞세워 미증유의 압축고도성장을 성취하고 세계체제의 중심부 국가에 편입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세계체제는 중심부 핵심국가인 미국과 반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도약하고 있는 중국의 세계체제 패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투가 벌어지고 있다. 흔들리지만, 여전히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과 도전 국가인 중국의 양보할 수 없는 각축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체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헤게모니 투쟁은 세계체제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위기, 기술패권과 경쟁 확대,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확대 등으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와 연동된 한국경제 또한 금융, 환율 등 대외경제 여건 전반에 걸쳐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체제 헤게모니 쟁투 가운데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 이념 중심의 세계체제 갈등과 달리 국민국가와 민족문제, 지정학 등이 얽힌, 복잡한 현 세계체제 갈등의 다층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체제의 지정학적 차원에서 나토(NATO)의 동진, 이에 대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 체제와 지역 헤게모니 위기가 불러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중재에 나서면 충분히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의 효과, 즉 중립국인 핀란드, 스웨덴의 나토가입 행렬, 미국-EU 동맹 강화 혹은 EU 길들이기, 러시아 군사력 약화 등 정치적 효과가 더 크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지원뿐만 아니라, 기존의 방어용에 중화기를 추가한 대규모 무기 등 군사지원으로 사실상 전쟁 장기화에 일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천명하고 고립주의 노선을 선언했던 시점부터 어쩌면 미국의 지구적 패권에 황혼이 깊어졌는지도 모른다. 트럼피즘의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이 뒤섞인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미국 제일주의 선언은 역으로 세계를 일방적으로 주도했던 미국의 세계체제 헤게모니의 지구적 규모의 하락과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뒤를 이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패권을 위한 중국 및 러시아 포위 전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통해 그 어느 시기보다 강고한 EU-NATO의 경제-군사적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패권 재확인을 보여주는 상황 같지만, 역으로 EU 등의 힘을 빌려 패권을 확보·유지하려는(동맹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미국의 패권 ‘약화’를 보여주는 현 세계체제의 상징적 일면이라 할 수 있다.
세계체제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비극적 전쟁으로 몰아넣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촉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의지가 없다. 반대로 헤게모니 도전국인 중국은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국가 봉쇄와 대만 문제에 긴박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에 대한 국가 능력도 의지도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체제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과 도전 국가인 중국의 패권쟁탈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패권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제2 반둥회의와 같은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연대연합을 도모하며 미국도 중국도 아닌 지구적 제3세력의 ‘공존-공영-연대에 기반한 중립국 동맹’이나 한반도, 일본, 캄차카반도, 동남아시아, 인도 등 해안과 섬을 연결하는 ‘해안 연합’ 등 미·중갈등을 넘어서는 원대한 헤게모니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구적 규모의 다른 대안을 모색할 때, 이 패권경쟁의 대리전과 인류 희생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미·일·중·러 4강의 각축 속에서 (분단과 전쟁의 시련을 겪고 여전히 그 유산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도) 세계체제의 중심부 국가로 부상하였다.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현재까지 보수주의 정부냐, 자유주의 정부냐에 상관없이 미국 편승 일방주의 외교·안보 전략이 전부였다. 한국은 현재 군사력 세계 6위, 1인당 명목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총 GDP 세계 10위의 중심부 국가로 자리매김했지만,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미국에 있다. 한국은 중심부 국가 중 유일하게 전시작전권이 없는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미국의 패권 질서가 흔들리는 세계체제 변동에 대응하고 한반도에서 적극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중심부 국가 한국은 창의적인 평화 우선 외교·안보 전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들은 미국이라는 온실의 익숙함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세계체제의 위기와 변동 과정에서 미국만 바라보고 의존하려는 편향되고 소극적인 외교·안보 노선에서 탈퇴(exit)는, 한국의 세계체제에서의 위상과 국익에 걸맞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외교·안보적 목표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세계체제 헤게모니 전략에 더욱 의존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 5월 21일부터 3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다분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참여를 결정했고 미국과 포괄적 전략동맹관계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봉쇄 일방주의 세계체제 전략에 편승하는 극명한 한계를 보였다. 그동안 한미동맹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는데 흔들리는 한미동맹을 복원한다며 미국 편향의 의례적인 외교에 과몰입하는 낮은 수준의 외교력을 윤석열 정부는 보여주었다. 탈냉전 이후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병행하겠다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역대 정부의 외교기조에서도 벗어나, 미국의 품에 안기는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포위 동맹 동참이라는 전략적 선택 결과는 뻔하다. 남북관계는 회복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이전 냉전 시기의 한·미·일-북·중·러의 한반도를 둘러싼 남방삼각동맹과 북방삼각동맹이 대치하는 상황이 복원될 것이다. 북한의 도발, 미·중 헤게모니 갈등 등 정치적·군사적 긴장과 위기, 국민적 피로도만 커질 전망이다. 오래된 한반도 갈등의 복원은 세계 및 동아시아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입지를 더욱 좁히고 평화 약화의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3.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실패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반면교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행태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뒤집어 실천한다면, 그에게 성공의 서광이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보이는 정치 행보는 기존 양당정치 문법에 너무나도 충실하다. 즉 상대 당에 대한 부정과 대립, 여야 지지자를 엄격히 분리하는 두 국민 프로젝트, 자파세력의 독식 등으로 이미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가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무성, 유승민 등 바른당 창당세력, 구민주계 세력, 친민주당 시민사회세력 등 광범위한 개혁세력의 연합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과감한 개혁을 통해 사회적 성숙과 정치 대개혁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도권을 쥔 586 정치인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감옥’, ‘안일한 권력독점’에 사로잡혀 천금 같은 한국 정치 대개혁과 완전한 주류교체의 시간을 허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주도권, 대통령 시행령 정치 등 의회정치를 대치상황으로 몰아넣을 헤게모니 투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거를 보면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듯이’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인수위,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행태는 이들의 앞날이 ‘문재인 정부와 MB 정부를 합친 MB·문재인 2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민을 배제한 586 정치독점과 MB 정부의 탈규제 친재벌 정치의 결합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사 정치’와 친재벌 우선주의 정치가 결합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및 국민의힘은 상대방 후보에 대한 악마화, 젠더, 세대, 이념 등, 정책경쟁이 아닌 ‘아니면 말고 식’의 갈등을 조장하는 ‘혐오 정치’로 대선 캠페인을 일관했다. 물론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또한 똑같은 방식으로 대선 캠페인을 전개해 국민들에게 선거 혐오를 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수위 시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등 구세력과 정권 인수과정에서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 과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과 관저 이전 문제로 초기의 소중한 통치 예행연습 시간을 속절없이 날려버렸다. 집무실과 관저라 불리는 통치 공간을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권력의 우상과 위엄, 주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때,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논쟁과 분열의 결과는 예정된 것이다. 권력의 힘만 뺀다면,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문제는 얼마든지 국민들에게 다른 신호를 줄 수 있다.
우루과이의 호세 무하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는 대통령 통치 기간 내내 대통령 관저를 노숙인들의 숙소로 내놓고 자신은 허름한 농가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며 대통령의 집무를 수행했다. 퇴임 후에도 가난한 생활로 돌아갔다(캄포도니코, 2015). 스웨덴 사민당 출신의 전설적인 총리 타게 엘란데르는 총리로 23년간 재임하면서 스웨덴과 사민당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퇴임 후 살아갈 자기 소유의 집이 없었다고 한다.
스웨덴 엘란데르 총리와 우루과이 호세 무하카 대통령의 사례는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들과 관계된 공간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집무실이나 관저는 국민을 위한 통치 공간이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의 공간이라는 진부한 이해, 그 이전을 둘러싼 독단적 결정과 파행의 과정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확대재생산 하는데 일조하는 기재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재임 시기에도 퇴임 후에도 국민에게 다가갔다기보다 국민에게서 멀어져갔다. 국민통합보다 국민분열에 몰두한 기억이 훨씬 많다. 대통령으로서 공간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행위와 실천이 중요하다. 의전과 위세, 공간의 권위에 현혹될수록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불러오는 국가적 위기와 폐해는 확대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데 있어 인재의 중용은 핵심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총리 및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로서 도저히 적절하다 할 수 없는 인물들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또한, 국방부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은 해방 이후 최고로 많은 검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검찰 공화국에 이어 ‘검사가 만사’ 혹은 ‘인사가 검사’가 되는 ‘검사 정치’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앞장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은 세계체제 변동이 부과하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에 대한 통찰과 식견도 부족한 데다 한국 검찰 권력의 권위주의적 감시통제 권력 속성으로 인해 정치 경험과 훈련이 전무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최악의 정치 상황, 정치교착의 상황을 반복할 것이다. “세계체제적 차원의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코로나 19 바이러스 변이 등 중단기적 변동, 국내적으로 인플레이션, 물가폭등, 부동산 문제, 일자리 문제,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 등 산적한 사안들에 대해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자원은 단기간에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안병진, 2022.4.22).
미국 여론조사의 선구자였던 조지 갤럽은 여론조사를 ‘민주주의의 맥박’(손병호 2021.01.29 재인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여론조사는 오류도 많지만, 엘리트 정치의 오만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각종 이슈에 대해 쉬운 수치로 볼 수 있어서 대중의 신뢰가 높다.
최근 국민들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기대감은 50% 초·중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당선자들의 국정지지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수치이다. 이러한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선언한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임기 말, 무능한 대통령 리더십과 민주당의 무기력을 환기하는 표현으로 역전된 것과 같이 윤석열 정부의 출범은 국민에게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시즌 2’라는 비관적 전망을 이미 임기 초에 알려주는 정치적 신호라 할 수 있다.
통치자원으로서 가치와 이념은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취임식 취임사, 대통령 취임식 취임사를 통해 ‘자유’의 가치를 천명하였다. 특히 지금은 파산한 신자유주의에 이념적 기반을 제공한 밀턴 프리드먼을 우상으로 내세우는 독특한 지적 편력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현재까지 정치는 이 낡고 닳고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정치와 자신의 홍위병인 검사 정치의 결합이 가져올 비관적 전망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에게 두 개의 큰 분단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가장 큰 두 개의 분단은 빈부 양극화와 정치 양극화이다. 이 문제를 제쳐두고 한강의 기적도,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진입도,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달성도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다.
특히 빈부 양극화는 특단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부와 학력,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점점 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가 커지는 것 자체가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벽이다. 20:80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 이후 대부분의 시기 동안 보수주의, 자유주의 어느 쪽 대통령이냐에 상관없이 20에 편향된 사회, 폐쇄적 정치질서가 유지되었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경제 양극화의 덫에 걸려 질식상황에 처해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등에 포위된 한국의 미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80%를 닮거나 그들을 위한 정부가 될까? 포퓰리스트적인 불확실성을 보이면서도 ‘자유’를 강조하는 대통령 자신, 국민과 괴리된 내각, 편 가르기에 익숙하고 친재벌 반노동적인 집권당 상황으로 볼 때, 윤석열 대통령 권력 자장에는 기본적으로 임기 말까지 결여된 부분이 될 것이다.
4. 윤석열 정부와 정당정치의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한계는 한국 정치와 정당, 의회정치에 대한 이해가 총체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취임 후 대통령의 통치행태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백화점 방문, 식당 방문 등 통치라기보다는 이벤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의 대통령 취임사에는 ‘자유’라는 추상성 높은 언어는 넘쳐나지만, 통치 철학, 시대정신, 통합과 협치의 비전, 한국이 나아갈 핵심 아젠다, 한국 정치와 정당체계에 대한 이해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빈수레처럼 요란한 ‘자유’가 반복될 뿐이다.
현대 의회 민주주의에서 정당 간 갈등과 협상, 타협은 민주주의를 공고화시킬 중요한 수단이다. 그리고 이는 정치수단으로써 반대파와 대화와 소통을 필수적으로 전제한다. 한국의 지난 정권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는 지루하게 반복되며 정권의 액세서리 역할만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권마다 노사정위원회는 항상 구성되었지만, 사람들을 모으는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무총리나 임명직 위원장이었다. 대통령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핵심적 역할, 중재하고 소통하는 중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의 사회적 대화기구는 말은 넘쳐났지만, 성과는 거의 전무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한 제대로 된 구상보다는 정권의 의례적 정치행보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강력한 통치체제를 갖고 있지만, 이를 위해 집권 여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으로 뒷받침해야 대통령의 활로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의회정치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구도이다. 민주당 170여 석, 국민의힘 110여 석으로 민주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여야 의석 차가 크다.
윤석열 정부에서 세계체제의 위기와 변동, 국내외 산적한 국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불한당적 정치관’, ‘맘대로 불통 인사’, ‘독단 정치’, ‘의전 중시’, ‘검사 정치 전성시대’ 등의 정치행태로 볼 때, 협치를 제1원칙으로 하기보다는 국민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주가 될 것이다. 이념적 차이가 없는, 감정을 동원한 정치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제와 양당제의 공고한 결합으로 위축된 정당정치 전반이 후퇴하는 윤석열 시대가 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전반적인 사회적 성숙, 정치개혁, 협치의 전제인 다당제를 형성하기보다는 대립과 교착의 딜레마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와 정당정치의 딜레마, 비관적 전망 속에 각 정당과 윤석열 정부의 관계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다.
1)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를 겪으며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불과 5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정과 자책골에 힘입어 20대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대통령을 자당의 후보로 내세워 승리했다.
대통령제는 세계체제 중심부 국가 중에서는 드문 제도로 사실상 의회 권력 위에 자리잡은 권력이다. 짧은 내각책임제를 경험한 2공화국을 제외하면, 지난 70년 동안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 중심제는 수많은 비판과 변화의 요구에도 양당 기득권 중심의 정치체제로 말미암아 강력한 통치권력의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관계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관계가 반복되는 ‘2기 문재인 정부’가 될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의회를 통법부 취급하며 여당인 국민의힘도 무시하고, 한국 정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집권당의 질식상태,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의견이 마비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특징인 지지율의 급격한 추락은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집권당을 압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권력 속성은 변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2)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관계는 갈등과 대치상황이 정권 내내 이어질 것이다. 여소야대의 의회정치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익숙한 정치문법인 검찰 공화국의 정치수단들이 동원될 수 있다. 민주당 내 친문, 친이, 소장파의 관계를 갈라치기 하는 정계개편도 고려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1당 민주당에 대한 협치와 호소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포퓰리즘의 정치가 우선시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제1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는 리더십과 정책, 입법성과로 집권당에 대한 국민지지를 역전시킨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정치 및 정책 실패의 반대급부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한국의 양당제는 민주당 계열 정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상호 실정과 실패를 통해 정치관계를 역전시키는 양당 무한반복의 과정이었다.
민주당은 20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패배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양당제에서 집권 주기는 10년이었는데 집권당의 조기 자책골, 제1야당의 반사이익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그 주기가 5년으로 대폭 단축되었다. 22대 총선이 2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패 전망이 더 확실해지면 총선에서 소수 집권당의 선전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낡은 신자유주의 정치가 휩쓴 한국 사회에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와 혁신을 주장하는 박지현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에서 보듯 민주당 주류와 강경 지지층은 586 용퇴 등의 과감한 혁신을 통한 재집권보다는 정권 실패의 반사이익에 입각한 총선에서의 개별 의원들의 승리 정도만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3) 윤석열 정부와 정의당
기본적으로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다. 형식적 차원에서 ‘협치’를 얘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는 집무실이 한국 정치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치에서 정의당은 제3당의 위상이 있으므로 압도적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정의당이 중요하게 호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고에는 양당제 구색 맞추기 차원이나 민주당 압박카드의 하나 정도로 정의당이 고려될 것이다.
5. 정의당의 정치전략 제언 : ‘정의당 3.0 프로젝트’
정의당은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의 내로남불, 윤석열 정부의 검찰에 기반을 둔 감시통제 권력 속성, 양당의 극한의 막장 정치 속을 헤쳐나가야 한다. 정의당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대응은 곧 한국 정치를 지탱한 대통령제와 양당제에 대한 대응이다.
진보정당 역사는 민주노동당 시기부터 현재의 정의당까지 20여 년이 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 첫 등장의 새로움, 도덕성, 진보가치의 선명성 등으로 단번에 한국 정치에 각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황금 시기’는 몇 해를 넘기지 못했다. 과거지향적 NL-PD 정파들의 권력투쟁 및 분열, 허약한 리더십, 차별성 있는 이슈와 대안 정책의 지속적 생산의 부재, 대중과 괴리된 운동권 이념과 일부 분파의 북한 우선주의 등 ‘낮은 정당 제도화 수준’(정재관 외, 2016, 145)으로 인해 결국 붕괴했다.
정의당은 창당 이후 10년이 지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라는 유력정당을 목표로 정치활동을 전개했지만, 한국 정치의 양당제에서 비롯되는 제도적 폐쇄성과 각종 당 내부 분란의 외부화, 약한 리더십, 부정적 사건·사고들, 인물과 지지율 정체 등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정의당은 국민들로부터는 어느새 기성정당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당원들은 성공과 승리 경험의 부재로 말미암아 오랜 소수정당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속적인 정체 상태와 낮은 정당 제도화 수준에 있는 정의당은 (스스로 소멸해갈 것이 아니라면) ‘불한당들의 한국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돌파해내야 한다. 정의당은 (현재 당의 존립 자체가 의심되는 심각한 위기를 딛고 대대적 혁신을 통해) 22대 총선에서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유력정당으로 도약하기 위해 당 내외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당 내외 리더십 강화, 조직 응집력 확대, 유권자의 지지편성 및 정당일체감 확대 등 정당 제도화 수준을 높이고 정체된 가치와 정책 비전, 이미지 혁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근본적 정치제도 개혁 차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양당제를 존속시키는 국회의원 단순다수제 선거제도, 지역소멸을 강화하는 약한 지방분권체제를 의원내각제(혹은 이원집정부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방형 지방분권제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정치 실천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제도 개혁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의당의 정치전략은 몇 가지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정의당의 정치전략을 ‘정의당 3.0 프로젝트’로 이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당 3.0 프로젝트는 진보 소수정당으로서 재정적, 조직적 자원동원의 한계상황에 직면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정의당의 정치전략은 기존 양당제 속에 안락한 정당활동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해 강력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자원동원과 조직력에 절대적 한계를 보이는 정의당으로서는 아젠다와 이슈, 정책 등에 차별성, 선명성, 진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의당은 첫째도 정책, 둘째도 정책, 셋째도 정책인 그야말로 정책 지상주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시사점은 ‘동결된 정당체제’(립셋?로칸 1994)를 뚫고 나온 유럽 소수정당의 성장모델 속에서 정책 상상력을 불러와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녹색당은 기성 정당들이 제시하지 않은 기후위기, 녹색경제 등 의제 선점을 통해 각국과 유럽의 정치 전면에 등장했고 성장하고 있다. 정의당은 강한 이슈 제기와 정책 비전을 통해 국민의힘과 민주당과 거리 두기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의당의 극히 제한된 자원구조에서 유권자 지지확대는 기존 정당과는 다른 방향과 수단일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보수주의 양당체제의 절대적 우위 속에 지나온 한국정당사를 볼 때, 지역 선출직 공무원과 각종 지역 시민-관변조직은 양당제 질서에 이미 포섭되었다. 정의당의 유권자 지지확대는 면대면 각개격파식, 이삭줍기식 방법으로는 비용대비 효과가 지극히 미약할 것이다. 따라서 SNS,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유권자 지지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여기에 정의당 자원의 상당 부분을 투여하여 유권자 지지결집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포르투갈의 신생소수정당 People-Animals-Nature(PAN, 녹색당)의 성장은 정의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PAN은 2010년 창당하여 그로부터 10년 후인 2020년 포르투갈 의회에 4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지극히 제한된 정당조직에서 PAN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권자 지지를 확대했다. 2020년 현재 PAN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16만 명을 넘어서며 포르투갈 정당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포르투갈의 주요 정치 세력인 사회당과 사회민주당의 팔로워 수를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이다. PAN의 소셜미디어와 이를 활용한 적극적 유권자 동원전략이 궁극적으로 PAN의 성공에 기여하였다(정호윤, 2021). 정의당의 정체 돌파를 위해서는 현대적인 정치수단인 소셜미디어의 마스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자기 색깔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정쩡한 ‘진보정당’이라는 호명은 한국 사회에서 그 생명을 다했다. 민주당의 저열함은 자신들의 정체가 ‘자유주의 세력’임에도 진보를 참칭하고 ‘진보’라는 담론조차 집어삼킨 것이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추락은 이 같은 양당제에 기반한 자기 기만적 정치 폭식과 폭주에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의당은 스웨덴 사민당의 ‘국민의 집’과 같은, 정의당의 정치철학을 담은 정치언어와 담론을 개발해야 한다.
[참고문헌]
립셋, 세이무어 마틴 · 로칸, 스테인 저; 김수진 등 편역, 1994, “제6장 균열구조, 정당체계, 그리고 유권자 편성 : 서설”, 『비교정치론강의 3』, 한울 아카데미.
캄포도니코, 미겔 앙헬 저; 송병선 · 김용호 옮김, 2015,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21세기북스.
보르헤스, 호르헤 루이스 저; 황병화 옮김, 1994, 『보르헤스 전집 1-불한당들의 세계사』, 민음사.
손병호, 2021.01.29, “[여의춘추] 정치 여론조사의 과잉”. 국민일보.
안병진, 2022.4.22, “[중앙시평] 보수주의 시대 개막은 착각이다”, 중앙일보.
월러스틴, 이매뉴엘 저; 성백용 옮김, 2014,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 창비.
정재관 · 김인원 · 정은아, 2016, “틈새정당의 전략과 제도화 : 민주노동당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연구”, 『한국정치학회보』 50집 2호, 한국정치학회.
정호윤, 2021, “소셜미디어와 틈새 정당의 성공: 포르투갈 환경정당 PAN 사례를 중심으로”, 『세계지역연구논총』 vol. 39, no. 1, 한국세계지역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