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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통적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혁신복지체제 모색
- 입력 2021.06.03 17:06 조회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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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전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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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1. 시작하며
2012년은 ‘복지국가 비전’의 해였다. 당시 4월 총선, 12월 대선에서 거의 모든 후보들이 복지국가를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작된 복지 바람이 ‘3무1반’(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의 보편복지 담론을 확산시켰고 선거는 보편적 복지국가, 역동적 복지국가, 한국형 복지국가 등 복지국가 비전의 경연장이었다.
거의 10년이 흘렀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환점에 서 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재난을 겪으며 기존 사회경제체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영역에서도 그렇다. 복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래서 근본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과연 복지국가가 우리의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기존 복지국가틀을 넘어서는 혁신체제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 전통적 복지국가가 직면한 과제
1) 복지국가의 주요 복지영역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지닌 ‘필요(needs)’를 사회적으로 충족하는 체제이다. 자본주의에서 시민들이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만, 시장경쟁에서 모두가 그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적절한 소득을 얻지 못할 수 있고 장애나 질병으로 소득 행위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복지국가는 이러한 필요에 대한 사회적 인정 범위가 확대되어온 인류역사의 집약물이다. 봉건 신분사회에서는 절대빈곤층에 한정되었던 복지가 근대사회로 오면서 대상이 확대되었고 20세기 들어 사회보험이 도입되었으며 아동이나 노인을 위한 보편적 급여도 시행되었다. 현재 복지국가가 운영하는 주요 복지영역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취약계층에게 제공되는 공공부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도입되었는데, 기존에 가난한 사람에게 ‘시혜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던 생활보호법을 폐지하고 헌법에 따른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구현하려는 제도이다. 생활보호법에 복지 대상자가 ‘피보호자’였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수급권자’로 정의됨으로써 공공부조 복지를 ‘시혜’에서 ‘권리’로 전환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력 재생산 위험에 대비하는 사회보험이다. 자본주의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노동자로 일하고 소득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산업재해와 실업을 당할 수 있고, 아파서 일을 못 할 수도 있으며, 언젠가는 모두가 은퇴해 노동소득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민간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도 있지만, 공적보험으로 운영하면 고용주와 국가의 책임을 담고 재분배도 도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4년 산재보험, 1976년 의료보험, 1988년 국민연금, 1995년 고용보험, 2008년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어 사회보험체계를 구축하였다.
세 번째는 주로 아동, 노인 등 연령집단에 제공되는 사회수당이다. 특정 연령대에 속하면 모든 계층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선별/보편 복지 논쟁은 이 영역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수당, 기초연금의 적용 범위를 두고 논란이 컸다. 현재 아동수당은 모든 계층에게,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네 번째는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보육, 요양 복지가 사회서비스를 대표한다. 넓게 보면, 의료복지도 건강을 돌본다는 점에서, 주거복지도 서민 생활의 기본 토대라는 점에서 사회서비스에 속할 수 있다. 이때 의료복지는 건강보험 방식으로 제공되기에 사회보험 영역에 속하고,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주거복지는 공공부조 영역이기도 하다.
2) 복지영역별 과제
현재 우리나라 복지체제는 유형별로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우선 공공부조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초적인 삶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상당 규모의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2018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기준 16.7%이다(가계금융복지조사). 이 빈곤율을 2020년 인구에 적용하면 우리나라 빈곤층은 865만 명에 달하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포괄되어 있는 사람은 총 203만 명,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핵심급여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이다. 도입 초기였던 2001년에 전체 수급자 수는 142만 명이다. 이때는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가 통합된 형태이므로 생계급여/의료급여 수급자 수도 142만 명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2020년에 의료급여 수급자 수가 153만 명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상 규모서 의미있는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급여 자격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의 소득환산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내부의 독소조항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시민사회계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는 2022년에 생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 폐지될 예정이다.
사회보험은 우리나라 복지체제의 핵심 기둥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복지지출 중 62%가 사회보험에서 이루어지고, 2045년에는 78%까지 확대된다.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건강보험의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사회보험은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까닭에 고용 관계가 불명확한 다양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취업자 등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은 약 40% 수준에 불과하다.
<그림 1> 노동자의 직장 사회보험 가입률 (2020)
- 출처: 김유선(2020),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2
0.8) 결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5쪽.
근래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복지유형은 사회수당과 사회서비스이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 이후 도입된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제도들은 조세를 기반으로 제공되기에 적용 대상을 두고 선별/보편 복지 논란을 겪었지만, 점차 보편복지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수당에서는 아동수당, 기초연금이 자리를 잡았고, 지역에 따라 청년수당이 도입되고 있다. 앞으로는 시장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돌봄, 공익활동에 대한 소득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돌봄이 제공되는 영역이기에 요양서비스가 핵심이다. 장기요양보험의 시행으로 요양돌봄의 재정은 공공화되었지만, 실제 운영이 소규모 민간부문에 의존하다 보니 돌봄의 질이 낮고 종사자 처우도 빈약하다.
3) 포용적 복지국가의 한계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정부를 자임하며, 해방 후 100년 시점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비전을 수립했다. 복지체제의 주변부에 있는 시민들까지 포괄해 현재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림 2> 고령화율과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
- OECD. Data. / 2045년 한국 고령화율은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 2045년 복지지출은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2019)의 24~26%의 중간값 표기.
하지만 문구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포용적 복지국가’가 현재 복지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우선 양적으로 미래 구상이 소극적이다. [미래비전 2045]에 의하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을 때 고령화 등에 의해 한국의 복지지출은 2018년 GDP 11.1%에서 2045년 23.2%로 증가한다. 여기에 혁신적 포용국가 프로그램이 구현되어도 GDP 24~26% 수준(사회보험은 지출을 일부 절감하고 일반재정 지출은 5.1%에서 7.5~8.5% 증가)에 그친다. 절대적 수치는 현재 OECD 평균 복지지출(GDP 20.1%)을 상회하지만, 복지수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고령화율이 2018년 14.3%에서 2045년 37%로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국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포용적 복지국가에 담긴 개혁의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다.
질적으로도 포용적 복지국가에서 시민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될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우선 소득보장의 사각지대 대응 방안이 불명확하다. 뒤늦게 코로나 재난 대응 과정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의제가 등장했지만 이를 구현할 핵심 토대로서 ‘실시간 소득파악’을 위한 청사진이 방향 제시 수준에 그친다. 공적연금에서도 저소득층 대책이 사실상 없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금개혁안이 공적연금으로 100만원 수준(국민연금+기초연금)을 보장한다며 ‘최저노후생활보장’ 개념을 주창했으나 이는 국민연금 평균소득 가입자 기준의 급여이다. 포용적 복지를 주창하면서도 정작 연금개혁안에서는 하위계층 노인의 소득보장을 방치한다.
사회서비스 분야도 돌봄의 애초 취지를 구현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 무엇보다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스스로 요양시설 돌봄이나 입소를 꺼려할 만큼 요양 서비스의 질이 낮다. 문재인 정부는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처음에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구상하고, 이를 위해 연기금의 대규모 투자도 기획했으나 용두사미로 실종된 상태이다. 지금은 광역단위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귀착되었고 내용도 공공인프라 확충보다는 전달체계 개선에 한정되어 있다.
3. 21세기 혁신복지체제 모색: 소득보장의 사각지대와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공공성 강화
현행 복지체제를 뛰어넘는 대안이 필요하다. 여기서 무엇보다 강조할 점은 1차 분배의 혁신이다. 복지체제는 노동시장의 분배 이후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에 대응하는 2차 분배를 담당한다. 1차 분배의 혁신에서 핵심은 불안정 취업자의 교섭권을 키우는 일이다. 전통적 고용관계를 넘어서서 집단적 교섭권을 행사하는 방향에서 신노동권이 정립되어야 한다. 이 주제는 이 글의 영역을 넘어서므로 향후 1차 분배가 개선되기를 기대하며 복지체제의 혁신 대안을 정리한다.
우선 소득보장제도에서 핵심 과제는 ‘사각지대’로 집약된다. 2020년 코로나 재난을 겪으면서 기본소득, 전국민고용보험, 부의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안심소득)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의 사각지대는 구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불안정화와 소득보장제도의 부정합(사회보험), 제도적으로 소극적 복지정책(사회부조) 등에 기인한다. 이에 노동시장의 변화에 부합하는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고 기존 제도의 틈새를 혁신하는 작업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영역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재구축되어야 한다. 돌봄서비스가 처음부터 민간부문에 의존해 확대되어온 탓에 공공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음에도 요양서비스의 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LH 투기 사태와 부동산 가격 폭등에서 확인되듯이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 역시 획기적 혁신이 요청되고, 초고령사회에서 의료복지의 지속가능한 개편도 중요하다.
1) 혁신 소득보장의 토대 : 실시간 소득파악
소득보장의 사각지대에서 우선 등장하는 대안은 기본소득이다. 당장 충분한 금액을 지급할 수 없기에 작은 금액으로 시작하는 소액 기본소득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소액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지급되기에 형식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고 말하더라도 ‘기초적 삶’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동일 재원이면 노동시장 변화, 소득격차 상황 등을 감안해 소득부족 계층에게 맞추어 소득보장을 설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단, ‘필요기반 맞춤형’ 소득보장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사회보험이 고용 지위 기반으로 운영되면서 가입 사각지대를 낳고, 취약계층 소득보장에서도 소득파악의 미비로 재산 등을 감안한 불합리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필요기반 맞춤형’ 소득보장이 온전히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시간 소득파악이 구축되어야 한다. 소득 기반으로 소득보장의 틈새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파악된 소득을 기초로 제도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실시간 소득파악이 가능할까? 필자는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소득파악은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구분되는데, 현재 임금근로자는 거의 소득파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용노동자도 분기별 지급명세서가 매월 간이지급명세서 형태로 월 단위로 소득이 신고될 예정이니 임금근로자는 사실상 완전 소득파악에 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득파악에서 핵심 과제는 비임금근로자의 경우이다.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취업하고 있는 비임금근로자의 소득은 매출과 사업소득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매출을 파악하고 경비를 제외하면 사업소득이 결정되고 이를 기준으로 사회보험료와 소득세가 부과될 것이다. 이때 핵심은 매출 파악이다. 비임금근로자의 매출은 원천징수,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현금거래 형태로 존재한다. 각각 매출 파악의 틈새가 남아 있지만, 현금거래를 제외하고는 소득자료가 거의 존재하기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부 남아 있는 현금거래만 전자거래로 유도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최고로 매출 자료를 확보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지역/업종/매출규모별 잠정경비율을 적용해 ‘사업소득’을 도출하는 방식을 택하면 실시간 소득파악에 도달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다음 해 종합소득신고에서 정산).
실시간 소득파악이 구축되면 우리나라 복지체제에 상당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우선, 매월 단위로 소득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 재난처럼 긴급 시기에 맞춤형으로 소득지원이 가능하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대상별로 필요한 수준으로 소득을 지원할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이 완전 소득기반으로 전환된다. 모든 취업자가 노동시장에서 고용 지위와 무관하게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해 가입자가 된다. 현재 직장과 지역으로 상이하게 적용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소득 기반으로 단일화될 것이다. 셋째, 선별적으로 운영되는 하위계층 소득보장이 촘촘해진다. 개인별 소득에 맞추어 국가가 정한 기준선까지 소득을 지원할 수 있다.
<그림 3> 실시간 소득파악의 효과
2)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은 ‘필요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시장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소득보장이다. 현재 하위계층 대상 소득보장은 절대빈곤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일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장려금, 고용보험 밖에 있지만 실업 상태에 있는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 등으로 구성된다. 실시간 소득파악이 구축되면 하위계층 소득보장제도들을 ‘최저소득보장’제도로 통합할 수 있다. 이는 ‘부의 소득세’ 방식으로 일정 소득까지는 국가가 소득을 보충해주는 제도이다. 이때 소득계층의 근로 여건을 감안해 근로장려금과 같이 점증/점감 구간을 적용할 수 있으며, 인간다운 기초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보장수준은 현행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보다 대폭 높아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소득기반 사회보험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처럼 모든 취업자를 가입자로 포괄한다. 여기서 저소득 가입자는 실업급여 수준이 충분치 않기에 급여 적용에서는 실업부조 혹은 최저소득보장제도로 편재될 수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도 사실상 직장/지역 가입 구분이 사라져서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가입의 사각지대가 해소되어도 가입기간과 소득 수준 차이로 인해 연금액이 빈약한 은퇴자가 존재하기에 기초연금을 포함한 다층연금체계가 요청된다.
세 번째 유형은 연령/역할집단별 사회수당이다. 현재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후 아동수당 연령이 상향될 수 있고, 새로이 청년수당이 도입될 수 있다. 앞으로 특히 주목할 대상은 역할집단이다. 시장에서는 보상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국가와 지자체가 소득을 지원할 수 있다. 이미 농업의 역할을 존중해 농민수당이 논의되고 있고,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을 지원하는 돌봄수당, 지역사회에서 유의미한 활동을 지원하는 참여소득, 공익수당 등도 검토할 수 있는 제도들이다.
<그림 4> 사각지대 없는 3층 소득보장
3)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공공성 강화
한국에서 현금성 복지는 빠르게 성장했으나 상대적으로 돌봄 분야는 지체되어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 인프라가 민간 중심으로 자리잡은 탓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개혁에 어려움에 따른다. 이에 사회복지 인프라의 지역 공공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핵심은 요양 인프라의 공공화이다. 지자체, 협동조합 등 공적인 주체들이 요양돌봄을 주관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을 확충하고 동시에 기존 민간부문을 공공부문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주거안정도 복지체제 혁신의 주요 주제이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현금복지가 발전하더라도 주거비 지출이 클 경우, 서민들의 생활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LH 직원 투기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가격 규제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토지는 개인과 법인이 소유하더라도 공익을 앞설 수 없다는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세우고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조성한 공공택지에서는 공공주택(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자가주택)만 공급하는 원칙을 세우고 민간임대시장에서도 현행 2년 + 2년 계약갱신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의료체계 역시 민간부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난도가 높은 과제이다. 문재인케어가 추진하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기존 급여체계를 혁신하려는 시도로서 긍정적이지만 의료기관 대부분이 시장원리에 따라 수익경영 장벽에 부딪혀 있다. 코로나 재난을 맞으면서 어느 때보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역별로 공공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급여체계를 개편하며 나아가 일차의료 기반의 주치의제도도 구축해 가야 한다. 이러한 의료 인프라가 마련되면 의학적 성격의 모든 병원비에 대해서는 1인당 연 100만 원만 본인이 부담하는 ‘전국민 백만원 상한제’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으며
코로나 재난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기존 복지체제를 넘어서는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소득보장에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기본소득, 전국민고용보험, 안심소득 등 새로운 방안들이 제시되고, 이를 위한 기본 토대로서 실시간 소득파악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실시간 소득파악은 기존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개별적 소득에 맞추어 촘촘하게 소득을 지원할 수 있게 해주기에 혁신 소득보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소득파악의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해 가야 한다.
돌봄 복지 영역의 과제는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공공화로 요약된다. 현재 보육, 의료, 요양 돌봄이 대부분 민간부문에 의해 제공되며, 보육과 요양은 서비스 질에서, 의료는 지속가능한 지출관리에서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돌봄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에 사회연대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앞으로 획기적으로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사회에서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 가야 한다.
<참고문헌>
김유선(2020),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20.8) 결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2019),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
보건복지부(2018),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2018.12.24.).
오건호(2021), “미래 근로연령층 소득보장방안: 소득 기반 재구조화”, 허재준 외 [노동시장의 변화, 일의 미래와 대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청(2019),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2019), [2019년 빈곤통계연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나라지표, “의료급여 수급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