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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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대만해협 양안 사태와 한반도 평화
정의와 대안 8월_평화-통일
-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사상 처음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대만을 6면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군사훈련을 실시. 동 훈련 이후에도 대만해협 양안 간 군사적 긴장은 지속되고 있음.
- 펠로시의 대만 방문 강행과 중국의 군사적 대응은 비록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지만, 미·중 관계 및 양안 관계에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여기에 미국이 개입하며 그 경우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짐.
- 대만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것인가? 가능성이 낮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막을 수도 있던 전쟁과 그 소용돌이에 주변국들이 휩쓸려 들어가는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고, 그 예방을 위한 적극적 대안 모색과 행동 필요.
1. 펠로시의 대만 방문 강행, 남은 것은 갈등과 불안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8월 2~3일 대만 방문 강행은 비록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으나 대만과 중국 양안 관계 및 미·중 관계 등에 갈등을 심화시켜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모두가 끌려들어 갈 가능성을 높이는 부정적 결과를 낳음.
-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가 실시한 훈련은 예정대로 7일 정오에 종료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중국은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전투기를 계속 보내는 등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음. 펠로시는 대만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으나, 중국의 무력시위 영역이 대만 쪽으로 훨씬 더 다가서는 등 대만의 안보 상황은 더 위태로워짐.
- 미·중 관계에서도 중국은 군사 면에서는 미국과의 전구(戰區) 사령관 통화,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취소하는 등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간 무력충돌 예방과 확전 비화를 막는 일종의 ‘가드레일’을 치움. 그리고 미·중이 모두 갈등 속에서도 협력의 대상으로 삼았던 기후변화 대응, 마약 퇴치, 다국적 범죄 퇴치 등에서도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함. 지구촌 공동의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마저도 미·중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소아적 자세라고 할 수 있으나, 미국에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며 자신들을 분노하게 할 경우, 어떤 정부와 정당이라도 국내외적으로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음.
- 중국의 격한 반응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올해 10월 20차 당 대회(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상태에서 ‘강한 중국, 대만 통일’을 주창해 온 시진핑의 리더십에 손상을 줄 수 없고 오히려 민심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이해도 깔렸다고 할 수 있음. 미국 특히 민주당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중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나, 애초 펠로시의 아시아 순방에 대만이 들어있던 것 자체가 전반적 상황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바이든 행정부를 내심 곤란하게 함.
-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이 거칠게 반응하며 대만해협 양안 및 미·중 간 갈등이 크게 고조되자 많은 사람이 중국이 조만간 대만을 침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해 직접 개입해 강대국 간 전쟁이 발발하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 때문에 한국이 이 전쟁에 휩쓸리는 건 아닌지 우려를 하게 됨.
2. 대만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것인가?
- 작년과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하거나, 거기에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우, ‘현실을 잘 모르거나, 걱정이 지나치다’라는 핀잔을 받을 가능성이 컸음. 비판의 요지는 첫째, 미·중 전략적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강대국 간 전쟁은 중국도 미국도 원치 않는다. 둘째, 중국은 아직 안정된 환경하에서 경제성장에 집중하려고 하므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셋째, 미·중 간 군사력 격차가 아직 현저하며 설사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을 점령하기에는 중국 군사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이건 시간의 문제일 뿐임) 등임. 이런 상황에서 있지도 않을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충돌과 한국의 연루 가능성 우려는 ‘기우(杞憂-중국 고대 기나라 사람들이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뜻)’라는 것임.
- 그런데 올해 2월 24일 많은 사람의 예측과 달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주성과 주권을 사실상 부정하며 전면 침공해 전쟁이 발발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푸틴과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이른바 ‘합리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짐. 그래서인지 시진핑의 중국이 대만의 독립 저지 혹은 통일을 명목으로 침공해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임. 우크라이나는 엄연히 유엔의 일원인 주권국가이지만, 대만의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며 중국과 수교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인정받고 있지 못한 차이점이 있음. 그러나 첫째, 지리적으로 바로 옆에 역사적으로 그 연이 깊은 강대국이 있으며 안보적으로 세력 대 세력이 부딪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는 점, 둘째, 국내정치적으로는 인접 강대국과 친화성을 보이다가 최근 자주성·독립성을 강조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그것을 반영하는 한편 부추기는 정권이 집권하며 외교·안보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음.
-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로서는 단순히 제2의 우크라이나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 큼.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일원 즉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고 러시아와 충돌을 감수할 요인도 적었기에 미국이 직접 군사개입을 하지 않아 한국이 군대를 파견하는 등의 일은 피할 수 있음. 하지만, 대만의 경우 서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양에서의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커지고 반도체 경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에 전략적 위상이 높아짐.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침공을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짐. 그 때문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중 간 직접적 군사충돌이 일어나고 그렇게 되면, 한국이 과연 동맹 파기를 감수하고 분쟁 연루(휘말림)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혹은 적당한(?) 선의 개입 불가피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음.(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최우선 교수는 “대만 군사충돌 시 시나리오와 한국의 대응”(2022.5)에서 한국은 제한적 군사충돌 시에는 군사적 연루를 피하면서 중국의 무력사용을 외교적으로 비판. 미국 개입 시 초기에는 1) 한국 주둔 미군 전투기들이 일본 기지로 이동해 작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 2) 미국과 긴밀한 정보협력 3)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군수지원을 시행. 미중 군사충돌 격화 시에는 1) 미 해군 전함들의 작전을 위한 호위 임무 분담 2) 중국의 북해 함대가 남하하려 시도하는 경우 이를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남해/동중국해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청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정한 수준의 직접적 군사적 연루를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힘.)
- 대만해협 양안 사태는 단지 약소국과 (그 독립성·자주성을 부정하는) 강대국 간 전쟁이 아니라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점점 커지는 강대국 간 (비록 제한전쟁이라고 할지라도)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 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아 한국이 분쟁의 직접 당사자로 휩쓸릴 가능성은 거의 없던 우크라이나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대응 방향
1.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전쟁이 아닌 평화’의 원칙도 분명히
- 미·중의 전략적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문제는 그 중요성과 폭발적 잠재력을 고려하면 큰 관심을 가져야 하고, 분명한 입장을 정립할 필요.
- 국제문제를 다룰 때 난제 중 하나가 특정 국가 혹은 지역의 시민 다수의 여론을 존중할 것이냐, 이웃한 강대국 혹은 그 지역이 자신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국가의 이해를 존중할 것이냐의 문제임. 사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엄연한 독립국이기에 비록 러시아의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보가 어리석다 해도 그걸 이유로 전면 침공을 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비교적 쉽게 판단을 내리고, 정부에게도 주권을 지키려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외 적절한 수준의 지원과 연대를 주문할 수 있었음.
- 하지만 대만의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으나, 그것을 그대로 존중해 대만을 하나의 독립국으로 인정하거나 독립을 선언하려는 움직임에 동의하기는 어려움.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기도 하지만, 중국과 수교 시 약속이기도 함. 중국과 단교하거나 관계를 파탄 내지 않으려면 그 약속은 지키는 게 마땅함.
- 그런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해서, ‘전쟁을 해서라도 대만을 통일시키겠다’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행동에는 동의할 수 없음. 대만 문제는 어디까지나 중국 내부의 문제이므로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좌시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주권을 이유로 특정 지역이나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마저 배척하려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음. 해당 지역 주민의 자주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평화적 통일만이 ‘하나의 중국’으로 이어지는 통일이지, 무력에 의한 통일은 더 큰 ‘분열’을 잉태할 뿐임. 대만인들도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점점 강해지면서도 지난 20여 년간 독립지향적 대만인(독립 지향+최대한 빨리 독립하기를 원함)의 비율은 20% 초반에 머물고, 현상 유지를 원하는 대만인(현상을 유지하다가 다시 결정+계속 현상 유지를 원함)의 비율이 줄곧 50% 후반대에 이르고 있음.(주: 대만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장영희, 2022, “대만해협의 전쟁위기와 양안 관계 평화의 길,” 길윤형·장영희·정욱식,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갈마바람, pp. 26-32.) 그리고 중국과의 협력-점진적 통일 입장의 국민당 집권 가능성이 닫힌 것도 아님. 따라서 중국 정부는 강경 일변도 정책 대신 홍콩 사태에 대한 강경책 이후 회의를 받는 ‘일국양제’ 원칙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노력 등이 필요.
2. 대만 사태에 대한 군사적 연루 거부, 한반도·동아시아 평화 노력 필요
- 우리 사회 일각에서 한미동맹을 이유로 대만 사태에 미국 개입 시 군사적 협력 등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 안보, 한반도 평화라는 동맹의 목적과 수단을 전도시키는 것으로 결코 동의 불가.
- 2006년 전략적 유연성 합의 당시 한·미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라고 천명한 바 있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했던 “실질적 합의는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주한미군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지 못하고, “주한미군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미국의 주권 사항”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해 주한미군의 대만 사태 개입을 당연시하는 것은 국익에서 멀어진 것. 그도 모자라 중국과의 전쟁 시에도 미국을 직접 돕자, 충돌이 격화되면 참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광해군이 아닌 인조의 길을 밟자는 것임.
- 지금처럼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된 상황에서는 미·중 갈등에 종속변수가 되고, 미국의 방기(버림)를 피하려고 중국과 분쟁에까지 연루되는 동맹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 등에 기반을 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조속히 가동시켜야 함.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회담을 통해 동아시아의 안보협력을 높여가는 ‘동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함. 그 힘을 바탕으로 대만 문제도 합리적 해결의 대안을 만들어갈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