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정치정치개혁선거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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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3.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 도입과 정치개혁
정의당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중심으로
- 입력 2023.03.16 17:29 조회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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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3.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 도입과 정치개혁
: 정의당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중심으로
_ 민주노동당에서 정의당까지 국내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진보정당의 정책 전반에 대해 연구기획하는 일을 주로 맡아 왔다. 정의당이 유력정당을 넘어 한국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집권 정당이 되는 길을 찾고 있다.
1. 문제제기 : 왜? 지금 선거제도 개혁인가?
선거제도는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투표행위’를 통해 한 사회의 대의민주주의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선거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표심을 정확히 의회 의석에 반영한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혼합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 의석 300석 중 47석으로 전체 의석비율 중 15%를 겨우 넘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문제점은 1위 대표의 제도적 단순 결정성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표심과 무관하게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킨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도한 사표 발생은 정당 간 비례성의 큰 편차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즉 어떤 정당은 득표보다 많은 의석을 얻지만, 어떤 정당은 득표보다 적은 의석을 얻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지난 21대 총선은 기존의 병립형보다 반 발자국 나가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이마저도 여지없이 배반했다. 한국 정치의 ‘익숙한 배반의 정치’ 뒤에는 언제나 기득권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추악한 협잡의 정치 막장 드라마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은 87년 민주화 이후 오랜 기간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실제 제도 개혁을 담보할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만 무성했을 뿐 이해관계 당사자인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적 시각과 무관심으로 인해 그때마다 무산된 경험이 있다.
87년 체제는 헌정질서 전환의 구체적 결과인 대통령 직선제 도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원리가 국회의원 선거제도까지 진전되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기존의 민주와 반민주의 정치 균열이 보수와 진보라는 근대정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균열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균열이 소선거구제 단순다수제를 기반으로 한국 정치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의 협소화, 즉 사회적 대표성의 축소로 인해 지역주의 정치질서가 한국 정치 갈등의 전부인 것처럼 부각되었고, 여전히 지역주의 정치는 거대 양당의 정치자원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현재의 정당체제가 정권 교체 등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심화 등 현재의 갈등과 균열을 반영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87년 체제는 유통기한을 다한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부터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단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 등의 구체적 성과는 없으면서도 민주화 이후 국회 회기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의제가 정치개혁이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상임위원회처럼 상시적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성과를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미미했다. 우리 정치의 본질적 문제인 유권자 표심과 의석수의 괴리를 수정 보완하기보다는 정당 내부 문제, 국회 내부 문제, 거대 양당의 소모적 정쟁에만 몰두했기 때문이었다.
왜? 지금 선거제도 개혁인가?
다수의 목소리가 정치로부터 배제되는 우리 정치 현실을 볼 때, 정치개혁은 절실하면서도 절대적인 과제이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지난 70년 동안 지속된 보수 독점적 정치질서로부터 비롯되었다. 국회는 매일 시끄럽고, 매일 싸우는데, 싸우는 주된 이유가 국민의 삶을 개선할 방향과 방법이 아닌 정쟁에 머물러 국민의 삶은 변하지 않고, 더 힘들어졌다. 2023년 2월 하순에서 3월 초 현재까지 국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그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국회가 국민과 민생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다.
국회의원들끼리 물리적 충돌을 하는 모습이 후진적이라 해서 ‘국회선진화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즉 국민은 단지 정당 간에 제대로 논쟁하지 않고 무식하게 싸우는 행태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기득권을 놓고 정파의 이익을 두고 벌이는 싸움만 하고 있기에 절망하고 좌절하고 있다. 정치 불신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렇게 굳어졌다. 이것을 바꾸자는 것이 정치쇄신과 개혁의 핵심이자, 요체이다.
소수 기득권만을 대변하고, 다수 국민을 배제한 닫힌 정치, 닫힌 정당체제를 혁파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정치 밖으로 내던져진 다수의 국민과 다시 손잡는 것, 1% 부자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고, 99% 월급쟁이 서민들의 목소리는 쥐꼬리만큼 반영되는 것을 평등하고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개혁 요체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정치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근본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의 이런 병목과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대변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의 문을 더 크게 열고 다양한 정당들이 무지개처럼 설 수 있도록 정당질서를 개방해야 한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 기득권 양당체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열린 정당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거대정당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혁파하고 민심과 비례해 의석이 배분되는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시대적 필수사항이 되었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이며, 현대정치의 핵심은 정당정치에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안토니오 그람시도 정당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정당을 ‘현대의 군주’라 칭한 바 있다.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의회와 행정부에 반영하는 정당의 실천은 대중의 선택에 항상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 대중과 정당, 정당과 의회, 행정부를 연결하는 제도적 파이프라인이 바로 선거이다. 선거제도 개혁, 특히 독일식 연동형 선거제도로 대표되는 비례대표제 확대 도입을 통한 한국 정당정치의 정상화와 활성화, 그것을 통한 한국 정치의 개선과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의 지배적 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지역구도 극복론’ 차원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대단히 협소한 문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참여, 대표, 책임성과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강화하는 것이며, 지난 60년 동안 한국 정치를 왜곡시킨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주고받는 보수 독점적 정당체제’의 타파에 있다.
이러한 고질적인 우리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정의당은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비례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정책정당을 육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87년 체제라는 ‘보수적 민주화’와 ‘지역주의로 호명되는 협소화 된 정치’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흐름을 의회정치에 정확히 반영하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기여할 것이다. 물론 87년 체제 극복과 유권자의 표심에 비례해 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수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방법이 최선의 길이라고 본다.
변화 없이 희망은 없다.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으로부터 시작되는 변화를 통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2.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전면 도입의 함의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일부개정법률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정 유형의 선거제도를 개척하거나 도입하게 된 데에는, 당시 해당 사회가 직면했던 사회적, 정치적 갈등과 균열이 작동한 결과였다.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식 선거제도는 전후 독일에서 바이마르 공화국과 같은 정당 난립과 분열이 나치당의 출현과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초래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당시 모든 정치세력은 순수비례제에 대해서는 반대했고, 선거제도 개혁의 대전제는 정당 난립과 분열 방지로 모아졌다. 일부에서 요구했던 단순다수제는 다수에 의해 거부되었다. 대신 비례대표제와 단순다수제의 요소를 포함하면서 가능한 한 정당의 분열을 성공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타협안을 제출한 사민당 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이를 군소 정당들이 지지함으로써 독일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독일의 선거제도는 어떤 최상의 선거제도로 연구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독일의 전후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구현하는 데 있어, 당시 정치세력들이 일정하게 공유하게 된 목표가 주어졌고, 그 범위 안에서 서로 간의 전략적 경합의 결과로 독일식 선거제도가 채택된 것이다. 그 후 여러 번의 선거제도 실천 과정에서 변화되고 보완된 결과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착된 것이다.
독일의 선거제도가 현재와 같은 내용으로 진화되는 데에 있어 흥미로운 것은 ①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단순다수제적 요소를 강화했다는 것, ② 대통령제로부터 의회중심제 또는 수상 중심의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 ③ 의회중심제로의 전환의 대당으로서 정당국가 지향, 즉 강력한 국가와 행정관료체제 중심의 정부 운영이 정당의 적극적 역할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외 독일식 선거제도의 특징으로는 ④ 연방제라는 권력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⑤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한편, 독일식 선거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는 독일 정당체제의 이념적 대표구조의 성격이 매우 진취적이라는 측면이다. 예컨대 전후 가장 집권을 오래 한 기민당의 경우 보수적 지지기반을 끌어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사회적 시장경제를 창안하면서 공동체의 통합과 복지국가, 노사공동결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명실상부한 중도정당의 역할을 수행했다.
자민당의 경우에도 한편으로 시장원리와 개인주의를 강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본권의 가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옹호자이기도 했다. 요컨대 전후 독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독일식 선거제도는 서구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진보적인 정당체제의 기초 위에서 작동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념적 대표의 범위에 있어서 독일 정당체제가 갖는 진보성이 곧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하부구조 위에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전후 독일 사회는 계급으로서의 노동의 이해를 수용하고 그 기초 위에서 기업의 공동결정제도를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사실상 중요 정부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노동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특징을 갖는다. 즉 독일식 선거제도가 직접적 대표성과 높은 비례대표성을 가지면서 새로운 선거제도 모델로 평가될 수 있었던 핵심은, 그것이 정당체제의 이념적 대표의 범위를 넓혀 보수 독점적 정당체제를 해체하고, 노동 배제적 정치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사회의 생산적 자원의 할당과 재분배에 있어 조직 노동의 광범한 공적 역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독일식 선거제도가 안내하고자 했고, 또 뒷받침하고자 했던 이 두 요소, 즉 ① 정당체제적 차원에서 구체제의 정치세력을 해체하고 민주적 헌정체제의 범위 안에서, 파시즘 체제 하에서 억압되었던 자유로운 이념적 대표체제를 발전시키는 것, ② 사회적 하부구조의 차원에서, 구체제 하에서 배제되고 억압되었던 노동의 시민권을 정치, 경제, 사회의 넓은 영역에서 허용하고, 이들이 정책 결정과 집행의 과정에 참여하여 공적 기능과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기존 논의에서 독일식 선거제도가 갖는 이러한 주요 문제의식과 정신은 빠진 채, 형식적 규칙과 조항을 둘러싼 협소한 관점만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정치개혁 의제이자, 선거제도 개혁방안으로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김대중 대통령이 이미 한국적 적용을 선도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선거제도 검토 과정에서 집권 후반기에 이르기까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와 장점을 확인하고 우리 선거제도의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18대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를 대선공약으로 제출하며 정치개혁의 선제적 의제로 부상시켰다. 이러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일련의 정치화 과정에 이미 야권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오랜 역사와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역사 맥락적 내용을 참조하면서 정의당은 공직선거법일부개정법률안인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한국 정치에 있어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한국적 현실에 기초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에 깊이 천착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누락된 채,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목적에 지배된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물론 그간의 논의를 볼 때, 한국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지역주의-지역구도 극복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현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참여, 대표, 책임성과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강화하는 방향, 다시 말해 대의민주주의의 보편적 내용과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선거제도의 변화는 지역주의의 완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인 정치적 대표성의 증진, 정당의 책임정치 실현, 그리고 시민의 정치참여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어야 한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의 공직선거법일부개정법률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보수기득권적 질서를 온존해 양당체제의 기반이었던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를 민주주의에 보다 친화적인 선거제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정치적 대표성을 향상시키는 제도이다. 즉,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선거 결과,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을 의석으로 전환하는 선거제도로 득표와 의석 사이의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집단 그리고 직능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왜곡 없이 반영한다. 따라서 현재의 기득권 특정 집단에 집중된 사회적, 정치적 대표성을 다양한 사회집단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념과 정책에 기초한 정당정치질서와 정당체제를 활성화한다. 각 정당의 의석 총수는 제2 투표인 정당득표에 의해 의석이 정해짐으로 개별적 인물이 아닌 정당의 이념, 정책 그리고 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투표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정당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개발을 끌어내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 간의 경쟁과 정당의 책임정치를 제도화할 수 있다. 이는 정당득표와 의석수 간의 관계에 따른 제도적 효과와 유권자의 선호에 민감한 정치를 수행하려는 심리적 효과에 의한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정당을 중심으로 한 경쟁은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보다는 전국이라는 폭넓은 공간에서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정당들이 특수편익으로서 지역주의라는 자원보다는 보편편익으로서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책 자원을 개발하고 정치활동을 수행하여 유권자의 선택 조건을 폭넓게 할 것이다.
3. 정의당 공직선거법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특징
1)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2:1(240석:120석)로 한다
●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고 그 중 지역구국회의원 240명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120명을 비례대표국회의원으로 하며 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은 각 의석할당정당의 득표비율에 따라 정당이 배분받을 총 의석수를 산정하고, 총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당선인수를 뺀 값의 100%를 그 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으로 배분하는 연동형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사표율을 줄이고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려는 것임(안 제21조 제1항 및 제189조 제2항 제1호).
이번 공직선거법일부개정법률안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대목이 국회의원 정수 문제였다. 그동안 한국사회 변화 폭과 인구 증가, 사회적 다원성의 강도, 외국의 인구 대비 의원정수 현황을 봤을 때, 의원정수 확대는 당연한 귀결점이다. 또한, 학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상황을 고려하여 345명~365명의 범위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향후 국회설계의 대안으로 설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제헌국회 당시 인구 대비 의석은 10만 943명당 국회의원 1명이었지만, 21대 국회는 16만 3000명당 국회의원 1명으로 인구 대비 의원정수는 과소해졌다.
OECD 회원국들의 인구 대비 의원정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사회적 대표성이 과소대표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 평균 수준, 특히 선진복지민주주의 국가들의 의원정수 규모를 고려하면 360명으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구 240석과 비례대표 120석으로 하면, 현재 지역구 의석은 13석 감소하게 되고 비례대표 의석은 73석 증가하게 된다. 참고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1:1이지만, 정의당이 이번에 마련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를 크게 줄이기 힘든 한국 정치의 현실을 고려해 2:1로 조정한 것이다.
[표 1] OECD 국가 의석당 인구수 비교
국가명 | 총인구수 | 의원수 | 의원 1명당 인구수 | ||||
상원의원 수 | 하원의원수 | 총의원수 | 하원의원기준 | 총의원기준 | |||
한 국 | 5,116만 명 | 단원제 | 300명 | – | 17만 명 | ||
에스토니아 | 131만 명 | 101명 | – | 1만 명 | |||
아이슬란드 | 34만 명 | 63명 | – | 1만 명 | |||
룩셈부르크 | 59만 명 | 60명 | – | 1만 명 | |||
라트비아 | 193만 명 | 100명 | – | 2만 명 | |||
리투아니아 | 288만 명 | 141명 | – | 2만 명 | |||
스웨덴 | 998만 명 | 349명 | – | 3만 명 | |||
덴마크 | 575만 명 | 179명 | – | 3만 명 | |||
핀란드 | 554만 명 | 200명 | – | 3만 명 | |||
노르웨이 | 535만 명 | 169명 | – | 3만 명 | |||
그리스 | 1,114만 명 | 300명 | – | 4만 명 | |||
뉴질랜드 | 475만 명 | 120명 | – | 4만 명 | |||
포르투갈 | 1,029만 명 | 230명 | – | 4만 명 | |||
슬로바키아 | 545만 명 | 150명 | – | 4만 명 | |||
헝 가 리 | 969만 명 | 199명 | – | 5만 명 | |||
이스라엘 | 845만 명 | 120명 | – | 7만 명 | |||
터 키 | 8,191만 명 | 600명 | – | 14만 명 | |||
아일랜드 | 480만 명 | 60명 | 158명 | 218명 | 3만 명 | 2만 명 | |
슬로베니아 | 208만 명 | 40명 | 90명 | 130명 | 2만 명 | 2만 명 | |
스위스 | 854만 명 | 46명 | 200명 | 246명 | 4만 명 | 3만 명 | |
오스트리아 | 875만 명 | 61명 | 183명 | 244명 | 5만 명 | 4만 명 | |
체 코 | 1,065만 명 | 81명 | 200명 | 281명 | 5만 명 | 4만 명 | |
벨기에 | 1,150만 명 | 60명 | 150명 | 210명 | 8만 명 | 5만 명 | |
영 국 | 6,657만 명 | 775명 | 650명 | 1,425명 | 10만 명 | 5만 명 | |
이탈리아 | 5,929만 명 | 321명 | 630명 | 951명 | 9만 명 | 6만 명 | |
프랑스 | 6,523만 명 | 348명 | 577명 | 925명 | 11만 명 | 7만 명 | |
폴란드 | 3,810만 명 | 100명 | 460명 | 560명 | 8만 명 | 7만 명 | |
스페인 | 4,639만 명 | 266명 | 350명 | 616명 | 13만 명 | 8만 명 | |
캐나다 | 3,695만 명 | 105명 | 338명 | 443명 | 11만 명 | 8만 명 | |
네덜란드 | 1,708만 명 | 75명 | 150명 | 225명 | 11만 명 | 8만 명 | |
칠 레 | 1,820만 명 | 50명 | 155명 | 205명 | 12만 명 | 9만 명 | |
호 주 | 2,477만 명 | 76명 | 150명 | 226명 | 17만 명 | 11만 명 | |
독 일 | 8,230만 명 | 69명 | 598명 | 667명 | 14만 명 | 12만 명 | |
일 본 | 1억2,719만 명 | 242명 | 465명 | 707명 | 27만 명 | 18만 명 | |
멕시코 | 1억3,076만 명 | 128명 | 500명 | 628명 | 26만 명 | 21만 명 | |
미 국 | 3억2,676만 명 | 100명 | 435명 | 535명 | 75만 명 | 61만 명 |
출처 : 2020, 선거연수원, 『[별책] 2019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 52쪽~53쪽.
물론 현실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치 무용론’과 ‘정치 무관심’, ‘정치에 대한 분노’를 고려하면,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쉬운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7년 체제의 ‘보수적 민주화’를 넘어서, ‘지역주의 중심의 협소한 대의체계’를 넘어서 국민에게 정치효능감을 확대하고 정치의 사회적 개입을 더욱 깊고 넓게 안착시키기 위한 관점에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정치의 제왕적 대통령과 공룡화된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사회적 다원성이 확대된 우리 사회의 정책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 의원정수 증가분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는 국회운영비용은 세비삭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현재 수준에서 동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원정수 문제에서 항상 지역구 의석의 정수 축소 문제는 금기시되어왔다. 거대 양당과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적 시각이 이러한 논의를 사전 봉쇄한 측면이 크다. 정의당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 각 정당의 총 의석은 정당투표인 제2 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결정된다
● 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은 각 의석할당정당의 득표비율에 따라 정당이 배분받을 총 의석수를 산정하고, 총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당선인수를 뺀 값의 100%를 그 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으로 배분하는 연동형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사표율을 줄이고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려는 것임(안 제189조 제2항 제1호).
정의당의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으로 각 정당의 총 의석은 정당투표인 제2 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결정된다. 요컨대 전적으로 정당투표(제2 투표) 득표수로 정당의 전체 의석수가 결정되는 연동형 방식을 적용한다. 물론 각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계산할 때는 기본적으로 전체 명목의석(360석)이 기준이 된다.
3) 정당별 비례명부 제출은 전국단일명부로 작성한다
● 정당별 비례명부 제출은 전국단일명부로 제출하는 현행 상태를 유지한다.
한국의 경우 연방제가 아니고, 독일처럼 주의 대표체제에 기초한 연방 상원을 갖지 않기 때문에 전국 단위 의석배분 방식과 전국적으로 단일한 비례명부를 채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사회적 다양성이 의회정치에 반영되고 대표되는 데도 전국 단일 비례명부가 더 적절하다. 권역별 명부보다 전국 단일 명부가 진입장벽이 낮아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국 단일 명부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다른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특징이기도 하다.
4. 맺는말 : 87년 체제를 넘어 확고한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시계는 멈춰섰다. 검찰과 국정원을 앞세운 신공안정국 조성과 노동탄압, 유사 독재가 국민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으로 국회는 연일 시끄럽지만, 과연 그 이슈가 얼마나 국민과 민생에 가까운가를 따져보면, 절로 고개를 흔들게 된다. 정치 실패가 한국사회 위기의 주범이다. 대통령과 국회는 코로나 19 팬데믹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안심을 주는 정치가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 대 거대 야당이 자신들의 협소한 이해를 격렬하게 확대하는 막장 정치를 시연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치 풍경이다. 민주주의의 허약성은 그만큼 87년 민주화가 ‘미완의 민주화’였으며, ‘보수적 민주화’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정치가 현실문제와 괴리되어 얼마나 협소하게 작동했는가를 역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보수 기득권 중심의 양당체제는 시장의 갑을 관계에서 ‘갑’을 정치적으로 엄호했고, ‘을’을 정치적으로 배제했다. 갑인 대기업이 정경유착과 온갖 경제적 특혜를 받으며 승승장구할 때, 을인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정치에서 배제되어 생존의 위기 속에 매 순간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았다.
정치에서 보수독점의 양당체제는 87년 미완의 민주화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왔다.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해소하기보다는 지역주의 정치를 수단으로 활용하며 정치 자체를 대중으로부터 불신받게 했다.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을 통해 의회정치를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 아니라, 보수세력 간의 정쟁, 부정부패의 일상화, 특권·기득권의 항시적 유지를 위한 그들만의 놀이터로 전락시켰다. 보수정치인들 누구나 정치개혁을 입에 올렸지만, 언제나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었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정치개혁의 핵심에 선거제도 개혁이 있다. 87년 체제를 넘어서 시장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해 보수 기득권 양당체제의 덫에 걸린 국회를 다양한 세력이 경쟁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무지개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 선거제도에 변화는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통해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더는 없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도, 정치개혁도, 경제민주화도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정의당이 제안하고 있는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입증된 제도임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우리는 새 정치의 문을 열 수 있고,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문을 열 수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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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수원, 2020, 『[별책] 2019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안토니오 그람시 저, 이상훈 옮김, 2006, 『그람시의 옥중수고1』, 거름.
의회정치연구회, 2016, 『한국 국회와 정치과정』, 오름.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은주의원 대표발의), 2023/1/9, 의안번호 19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