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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의』창간준비2호
플랫폼 자본주의의 문제와 대응
- 입력 2021.03.03 11:57 조회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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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임정기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다 정의」 창간준비 2호는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복지국가 얼개를 타진해 본 지난호에 이어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로 구성하였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자본과 노동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플랫폼 자본은 사회적 거리를 메우며 더욱 이윤을 높이게 되었고, 불완전한 플랫폼 노동은 더욱 열악해 졌다. 산업자본주의 이후 만들어진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는 금융자본주의에서 균열이 생겨났고, 이제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보다 정의> 창간준비 2호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실태를 진지하게 반추해 보고, 그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 보는 토론의 장으로 삼고자 한다.
가장 먼저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배달업 노동자의 목소리로 플랫폼 노동의 실태와 정책적 요구를 듣고자 하였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노동자에 대한 전통적인 차별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플랫폼 자본주의를 통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무슨 옷을 입느냐에 따라 노동의 조건이 달라지는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을 최대한 뛰어다니며 일감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적없는 투자자본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기에 ‘먹튀’로 ‘exit’한다. 최근 국어문화원은 긱 워커(gig worker)를 ‘초단기 노동자’로 선정했는데, 초단위로 계약하는 이러한 배달업 노동자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에 있어 노동자성의 인정은 ‘초단기 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하기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박정훈 위원장은 이익을 얻는자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하며, 이를 위해 플랫폼사들의 사회보험의무를 요구한다. 또한 현재 논의중인 ‘생활물류서비스 발전법’, 안전과 정보 접근법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제시하며 플랫폼종사자보호법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업으로 살펴본 플랫폼 노동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과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플랫폼노동의 실태와 특징을 검토하면서 국내외적으로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플랫폼 노동의 특징이 반영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며 특히 웹기반 플랫폼 노동과 지역기반 플랫폼 노동은 차이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한다. 각국가별로 별면 프랑스나 독입 및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법제도적인 대응유형이 있을 수 있고 이탈리아, 덴마크, 호주처럼 다양한 협약을 통한 대응유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플랫폼 노동의 구체적인 전략과 공동의 정책과제를 제안하고 있듯이 일반적인 노동규범을 수용하고 노동자의 최소한 조건과 보호조치를 수립하는 것도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시민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정책을 설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된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떤 구체적 지원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사례로 김은경 연구원은 외국의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검토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플랫폼별 또는 업종별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자율규범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의 자발적 의지, 업종 유형 및 특성을 고려한 조직화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여기엔 노동조합 결성, 협동조합 지원, 상호공제회 설립,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한 직무 또는 전직 교육 지원, 플랫폼 종사자의 고충 상담과 컨설팅 지원, ‘플랫폼 노동 옴부즈만’제도 도입, 사고율이 높은 플랫폼 노동에 대한 다양한 의료지원 등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보호 강화가 포함된다.
이러한 구체적 사례와 대응방안에 대해 백승호 교수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노동에 대한 대안적 논의들이 플랫폼 노동의 문제에만 국한하여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산업자본주의에 만들어졌던 사회보장제도가 변화하는 사회에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국가의 미시적 개혁이 아니라 패러다임 개혁으로 본다. 플랫폼 노동에만 집중된 ‘근로자성 인정’, ‘사회보험 포괄’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한국 복지국가 대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 원칙으로 권리기반의 기본소독, 소득보험의 전환, 돌봄, 의료, 주거, 고용 등 사회서비스 강화를 들고 있다. 또한 재정건정성 등 경제적 효율성 담론 넘어서기, 사회에 대한 신뢰 등 제도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고민, 생태친화적 소득보장(예, 탄소배당기본소득), 생태친화적 노동정책(예, 생태참여소득, 생태친화적 적극적노동시장정책 등)과 같이 기존의 사회적 보호시스템을 어떻게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회안전망으로 전환할 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노동법적 접근의 전환에서도 필요하다. 권오성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만을 별도의 적용대상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은 보호의 강화라는 취지와 반대로 보호의 약화와 파편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종래 노동법이 다양한 기준으로 노동자를 분절하고 일부를 배제해 왔다면, 앞으로의 노동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통합하고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할 것이다. 이에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는 일반법으로서의 ‘일하는 사람의 보호를 위한 법률’의 입법을 제안한다. ‘노동에 대한 보편적인 보장’과 함께, 사용자의 의무 체계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체계로 법률의 내용을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일하는 사람에게 보장되는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 조항으로부터 직접 도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여러 필자의 주장대로 플랫폼 자본주의의 논의에 있어 플랫폼 노동의 특수성에 대한 구체적 전략과 함께 플랫폼 노동을 뛰어넘는 보편적 노동과 보편적 권리, 보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플랫폼자본주의의 성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지점이 정보의 집중과 민주주의의 위협이다. 이동한 위원은 플랫폼 자본주의에 있어 감시의 자본주의 위험에 대해 논하고 있다. 거대한 플랫폼자본은 인간의 경험을 자원화하고 이를 토대로 잉여가치를 무상으로 취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보의 독점과 관계의 민주성이 파괴된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플랫폼 기업의 출현과 권력, 민주주의의 위협 측면에서 논하고 있다. 이러한 웹기반 플랫폼 자본주의가 감시자본주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 기업의 독점 규제,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 온라인 발언,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통제 등의 분야에 필요한 핵심 정책 및 규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를 플랫폼자본주의에 더 깊숙이 빠져들게 하였다. 박정훈 위원장의 글을 빌리자면 “플랫폼은 이제 마음놓고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고 온국민이 플랫폼노동력의 저수지가 됐다”. 그렇다면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주인공의 말처럼 “물에 빠진 사람은 헤엄을 칠 수 밖에 없다”. <보다 정의> 창간준비 2호가 플랫폼자본주의와 감시자본주의에서 우리가 어떤 제도를 설계해서 헤엄쳐 나올 것인가를 논의하는데 물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