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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경제

한국 플랫폼경제의 보편성과 차별성

  • 입력 2021.12.26 17:35      조회 2322
    •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전공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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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플랫폼경제의 보편성과 차별성

이광석 


본 연구보고서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와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정의정책연구소의 정책연구비 지원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목  차

1. 들어가는 글

2.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1) 플랫폼 정의
2) 플랫폼 범주 및 범위

3. 플랫폼의 특징
1) 플랫폼경제의 보편적 특징
(1) 자원 유통과 중개 효율화
(2) 공격적인 투자와 독과점 시장 형성
(3) 플랫폼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
(4) 플랫폼의 이식 및 틈새 확장력 

2) 국내 플랫폼 경제의 차별성
(1) 기술 알고리즘 노동통제 강화 
(2) 플랫폼 노동의 계층화와 블랙홀 효과 
(3) 서민경제 수탈형 플랫폼 진출 강화 경향
(4) 자율의 플랫폼 대안 논의 부재 

4. 국내 플랫폼경제의 정책 대안
  (1) 한국적 시장 상황의 노동문화 파악 
  (2) 해외 선진 플랫폼 사례 발굴 
  (3) 자율의 플랫폼 협동조합주의와 공공플랫폼 사례 적용
  (4) 플랫폼경제 규제 및 시민 데이터노동 보상책 마련


요약문

본 연구는 플랫폼이 단순히 경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원리로 득세하는 현실을 직시한다. 아직까지는 이를 두고 ‘플랫폼 자본주의’라 언급하기 어려우나, ‘플랫폼 경제’가 자본주의의 지배적 경제 체제이자 일종의 사회 통치의 일반 공식이 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플랫폼은 유무형 자원의 배치를 규정하는 경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소통 관계와 정치의식에까지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즉 플랫폼 장치는 ‘플랫폼 경제’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 사회의 기본 원리가 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보편 기제로서 플랫폼의 정의와 범주, 그리고 플랫폼 경제의 일반적인 특징을 논하고, 이어서 한국형 플랫폼경제의 특수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 글은 플랫폼 기업이 자본주의 신경제의 부상하는 행위자가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공통의 화두이면서도, 동시에 한국적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문화가 지닌 독특한 특성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글은 먼저 플랫폼경제의 보편적 특징으로 네 가지를 꼽고 있다.
1) 플랫폼 경제의 자원 유통과 중개 효율화의 능력을 들고 있다. 플랫폼은 데이터, 콘텐츠, 노동, 잠자리, 택배, 서비스 등 유무형 자원의 공급과 수요 사이의 ‘탐색마찰’을 줄이고 더 낮은 거래비용으로 자원 매칭(matchmaking)과 자원 중개를 통해 이윤을 증식한다. 플랫폼은 주로 시장 행위자와 자원의 대규모 빅데이터 분석과 예측 알고리즘에 의한 정밀한 데이터 처리 능력에 의존한다.
2) 공격적 투자와 플랫폼 독과점 시장 형성 능력이다. 플랫폼 기업은 규제 공백지대를 활용해 이른바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를 노린다. 즉 신생 시장에 형성되지 않은 초기 규제 공백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고 이로부터 이익을 얻는 방식을 쉽게 도모한다. 
3) 플랫폼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전통적인 정식 고용계약 관계를 바꿔 이들을 독립계약자로 만들어, 산업재해 등 기업 비용을 외부화 하는 효과를 얻는다.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법적 투쟁에 노출되어 있고, 노동의 수행 과정 또한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 통제에 끊임없이 예속된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다.  
4) 플랫폼의 시장 이식 및 틈새 확장력이다. 플랫폼 기업은 기존 제조업의 산업 설비의 대규모 물리적 투자 방식과 달리 적은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모듈화 해 특정 시장을 겨냥한 자본 확장이 용이한 장점을 지닌다. 자원 중개의 독점적 능력과 시장 데이터의 수집 및 관리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확장을 도모한다. 

위 네 가지 특성이 일반적인 플랫폼 경제의 특징이라 본다면, 이 보고서는 동시에 시론적인 수준에서 한국형 플랫폼경제의 차별적 특성을 부각해보고자 했다. 특히 글에서는 국내 플랫폼경제의 보다 공격적이고 전근대적인 시장 독과점 활동과 플랫폼 노동의 퇴행적인 면모를 국내 플랫폼 경제가 지닌 특수성의 근거로 보고자 했다.   

우선 1) 기술 알고리즘 노동통제 강화를 들 수 있다. 물론 이는 국제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보이지만, 특히 플랫폼 알고리즘 노동통제의 강도에 있어서 플랫폼 기술 장치가 한국형 전근대적인 노동문화와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노동통제의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는 플랫폼 기술로 인한 국내 노동자들의 잦은 사고와 증가하는 사망 숫자로 이어진다고 봤다.  
 2) 노동의 계층화와 서열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21년 11월 현재 코로나 충격 속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 명 중 420만 명의 노동인구가 공식화된 플랫폼 노동으로 흡수되어 종사 중이다. 플랫폼 노동 수행의 위태로운 속성은 물론이고, 이들 노동자 사이에서도 그들의 수행성과 평점 등에 기댄 실적 압박과 성과 측정이 치밀하게, 그렇지만 불투명한 방식(알고리즘의 암흑상자화)으로 이뤄지고 있다. 즉 플랫폼 노동자를 성과 점수로 계층화하고 서열화해 상호 경쟁을 붙이고 그에 맞춰 차별적 지위를 부여하는 극단의 비인간적 노동문화가 특징적임을 볼 수 있다. 
3) 서민경제 수탈형 플랫폼 진출 강화 경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장치 이식이 자유로운 까닭으로, 골목상권에까지 플랫폼의 진출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규제 공백을 파고든다. 웹 수수료와 별점제도 등을 동원해 영세상인의 플랫폼 의존도의 가속화가 쉽게 이뤄지고, 플랫폼 기업 자신이 자원 중개자 역할을 버리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판매 순위 등 랭킹을 조작하면서 부당 수익을 거두는 일이 흔한 현상이 됐다.   
4) 플랫폼노동의 제도나 정책 지형을 넘어서는 대안 논의가 대체로 부재하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의 노동자성 인정 및 플랫폼 기업의 사업자적 지위와 관련한 판결 결과에 비해, 국내 노동자성 인정 관련 법적인 판결은 크게 없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플랫폼노동 관련 입법안 마련이나 노동 기본권 개선 논의는 일부 존재하나, ‘플랫폼협동조합’이나 ‘플랫폼노동조합’ 등 플랫폼 지배 경영구조를 바꾸기 위한 플랫폼 커먼즈적 대안 논의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 글의 결론에서는 국내 플랫폼경제의 특수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 우선 한국형 플랫폼 경제와 시장 상황은 물론이고, 노동문화의 후진성이 어떻게 이 플랫폼 장치와 결합해 작동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로는 해외에서 플랫폼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진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본다. 가령, 최근 미국 등 플랫폼 반독점 규제 법안 입법화 경향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셋째로는, 플랫폼 독점에 의한 문제를 법제도 개선으로 풀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노동자 자율의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공공플랫폼의 확산 등 플랫폼의 다층적인 대안 접근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는, 플랫폼경제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규제 방안의 필요 및 플랫폼 기업이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시민과 노동자 데이터에 대한 투명한 사회적 관리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평가한다.  


1. 들어가는 글

이른바 ‘플랫폼’ 현상이 점차 우리 현실 경제와 사회 질서를 좌우하는 중심 논리로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은 유무형 자원이 수집되어 모이고 중개되고 배치되는 온라인 경유지에 해당한다. 보통은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플랫폼 시장 거래가 이뤄진다. 문제는 오늘날 플랫폼 기업이 각종 재화, 노동, 서비스, 콘텐츠, 데이터 등 유무형 자원을 중개하고 이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명목으로 그로부터 생성되는 이윤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시장 독점을 빠르게 이루기 위해 초기 할인과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많은 시장 행위자들을 플랫폼에 경로 의존적이고 예속적인 지위로 흡수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을 매개한 초단기 계약 노동 시장을 형성하거나 기존 노동 인구의 흡수를 통해, 기존의 노동관계를 대단히 위태로운 계약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 
이 연구는 플랫폼 장치 기제가 단순히 경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원리로 득세하는 현실을 직시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 사회 구성체 논리인 ‘플랫폼 자본주의’라 언급하기 어려우나, ‘플랫폼 경제’가 지배적 경제와 사회 공식으로 가고 있음을 전제한다. 이의 근거 중 하나는, 빅테크 플랫폼이 시장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플랫폼은 유무형 자원의 배치를 갱신하는 경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소통 관계와 의식 구조에 까지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령, ‘알고리즘 정치’에 의한 ‘정치적 부족주의’ 진단, 정치적 극단과 혐오주의 정서의 확산에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시민의 물리적 소통과 공통감각을 플랫폼의 전자적 소통방식이 대체하는 현실에 까지 이르렀다. 단순히 ‘플랫폼 경제’의 문제로부터 벗어나 플랫폼 장치는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가 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플랫폼 빅테크의 사업 규모가 기존의 전통적인 글로벌 기업 사이즈에 육박하는 경향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19 국면 이후 더 크고 깊게 성장하고 있는 아마존 등 물류, 배송 플랫폼 업체와 구글과 애플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등은 이를 증명한다. 국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은 이보다 규모 면에서 적을 수는 있으나, 기존 전통의 재벌 경제에 비교해보면 성장세나 골목 상권까지 손에 넣으려는 계열사 증식 과정 등 다른 새로운 독점적인 경향과 기업문화를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4차산업혁명과 메타버스 등으로 표상되는 신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들 국내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미래 먹거리 선점에서나 국내 시장에서의 주도력이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사회·경제적 영향력 강화, 그리고 플랫폼의 새로운 경제 권력체로의 성장과 독과점 문제 야기를 고려하면, 이들은 이제까지 공적 규제로부터 치외법권적인 지위를 누려왔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규제 공백의 신생 경제 영역에서의 수탈, 위태로운 플랫폼 노동 계약 관계로의 변화와 잦은 산업재해,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을 매개로 한 유무형 자원 관리 모델 개발, 서민 경제와 골목 상권 수탈을 목적으로 한 플랫폼 기업 진출 등이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국회에서 플랫폼 산업 규제의 당위성과 시급한 법 입안이 요청되지만(주: 가령,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알고리즘 투명화법?(정보통신법 일부개정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조차 중복 규제나 과잉 규제 논란으로 입안에 진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플랫폼으로 매개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다. 
특히 플랫폼 기업이 사회의 지배적 행위자가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의 화두가 되었으나, 한국적 상황에서의 플랫폼 기업문화가 지닌 독특한 특성들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신기술 장치가 우리식 전근대적인 노동문화와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이 아닐까 싶다. 플랫폼의 일반적 논리와 함께 국내 특수성을 이해할 때, 우리식 플랫폼 경제의 해법이 보다 분명해지리라 본다. 보다 면밀한 플랫폼 특성 항목과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시론적인 수준에서 한국 플랫폼경제의 차별적 특성을 부각해보고자 한다. 이 보고서는 플랫폼의 정의와 범주, 그리고 일반적인 플랫폼경제의 특징을 논하고, 이어서 한국적 플랫폼경제의 특수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이 글에서는 국내 플랫폼경제의 보다 공격적인 시장 독과점 활동과 플랫폼 노동의 퇴행적 면모를 시장 특수성의 근거로 삼고자 한다.   


2.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1) 플랫폼의 정의

플랫폼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의적이다.(주: 플랫폼의 뜻 정리는 옥스퍼드 사전의 플랫폼 용어를 네 가지 개념으로 정의한 Tarleton Gillespie, “The Politics of ‘Platforms’,” New Media & Society, vol. 12, no. 3(2010), 347~64를 참고하고 있다.)
 우선 ‘컴퓨터 전산의’(computational)란 뜻이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구동하도록 설계된 윈도우 소프트웨어 환경이 플랫폼의 적절한 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처럼 온라인 네트워크 위에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과, 개방형 설계를 통해 다양한 앱과 콘텐츠가 결합된 소프트웨어 환경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플랫폼에 해당한다. 이 첫 번째 정의는 플랫폼이 지닌 두 번째 ‘건축적’(architectural) 맥락과 맞물린다. 공간 건축 의미로 보자면, 플랫폼은 특별한 활동이나 통제를 위해 사람이나 사물이 한데 모일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두드러지게 설계된 구조물이다. 예를 들어 기차나 버스 터미널에서처럼 플랫폼은 많은 사람과 자원의 허브 구실을 하고 중개하는 인공 구축물이 된다.
컴퓨터와 건축이 플랫폼의 형식이자 기능을 가리킨다면, 그 실제 의미는 다음 세 번째 뜻에 있을 듯싶다. 플랫폼은 어떤 성취를 얻기 위한 행위의 토대 혹은 기초로서 정의되는 ‘구상적’(figurative) 맥락을 지닌다. 얼핏 보면 플랫폼은 외부의 사람·사물·자원을 엮는 보편의 개방성을 지닌 기술적 외양을 하고 있지만, 이미 플랫폼에는 특정 목표를 위해 정형화된 알고리즘의 작동과 가치화 공정이 작동한다. 추상이 아닌 구체와 구상의 물리적 설계 회로를 지닌 플랫폼 ‘장치’(apparatus)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상 이는 네 번째 정의, 플랫폼의 ‘정치적’(political) 맥락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서구에서 플랫폼은 군중에게 연설하기 위해 만든 연단이나, 정당들이 견지하는 주요 정강이나 정책을 뜻하는 단어다. 연단이 사람의 ‘주목’을 끄는 잠재 능력을 지닌다면 정강과 정책은 정치권력의 근원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 질서가 자본주의 시장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의 보편 논리로 기능하게 된 현실을 보면 이는 정치 환경의 변화와도 상통한다. 
이제까지 봤던 컴퓨터, 건축, 구상, 정치 등 플랫폼의 네 가지 속성은 그것의 외연적 구성과 기능, 그리고 내포적 함의와 지향이라는 플랫폼의 이중적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라는 글로벌 ‘소셜’ 플랫폼의 현실을 떠올려보자. ‘컴퓨터’(웹 기반 시스템 소프트웨어, 다양한 ‘소셜’ 애플리케이션, API를 통한 외부 연계 앱 서비스, 감정·정서·정동 표현의 인터페이스 적용), ‘건축’(공급자, 이용자, 스폰서, 광고주, 콘텐츠 사업자 등 다면 접촉 설계 구조)은 플랫폼의 기능적 면모를 보여준다. 반면에 구상(이용자 생체·데이터·정보·지식 활동의 포획과 가치화 과정)과 정치(암흑상자화된 알고리즘 설계와 데이터 분석에 의한 의식 조작)는, 플랫폼 내부의 작동 기제와 지향을 뜻한다. 플랫폼은 어찌 보면 이 네 가지 정의가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 종합 개념이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플랫폼은 눈에 보이는 앞단에서는 디지털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둘 이상의 서로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다면적으로 상호 중개해 인간 데이터 활동을 후견하면서도, 비가시적 뒷단에서는 이용자 데이터 활동과 물질·비물질 공유 자원을 특유의 정교한 알고리즘 작업 공정을 거쳐 흡수하거나 효율적으로 중개하며 가치를 실현하려는 이른바 신종 ‘거간꾼’(broker) 권력 모델이라 할 수 있다.(주: Vasilis Kostakis & Michel Bauwens,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Palgrave Macmillan, Basingstoke, 2014))에서는 이와 같은 이중적 특징을 담은 유형의 체제를 ‘넷위계형 자본주의’(Netarchical capitalism)로 묘사하기도 한다.
 플랫폼 소유자 혹은 설계자는 여러 시장 행위자를 상호 매개해주면서 이들 사이에 다면적 접촉의 장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거간꾼, 혹은 세련되게는 플랫폼 ‘브로커’ 역할을 주로 한다. 전통적으로 전문경영인(CEO)이 리더십을 갖고 총괄적 디자인을 짜는 방식과 다르게, 플랫폼 브로커는 사업을 직접 주도하기보다는 플랫폼 참여 구성원에게 상호 교류의 접면을 마련해주고 성원들 스스로 자원의 거래를 큰 마찰비용 없이 성사시키는 대가로 수수료만을 챙기고 노동 책임을 회피하는 모델을 추구한다. 달리 보면, 브로커는 실질적으로 거래 내용에 개입하는 전통적인 게이트키퍼(gatekeeper)나 큐레이터가 아니라 참여자에 대한 일종의 중개자 역할만 맡는다. 이 때문에 외형상 브로커는 수동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플랫폼 내부 참여자와 자원을 지능적으로 배치해 최적의 매칭을 꾀하고 원하는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사실은 적극적인 경영 행위자다. 이들 플랫폼 브로커는 급속히 동시대 신흥 통치계급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기업이 상품미학과 광고 등을 통해 광고주에 소비자를 팔기 위해 텔레비전 앞으로 시청자를 유인하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 방식을 활용했음에 비해, 오늘날 신종 브로커 사업자는 물질·비물질 노동과 자원의 가치를 전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 계열사의 유·무료 서비스 간 수익 포트폴리오 차별 정책, 이용자 경로의존성을 노린 무료에서 유료 수익 전환, 공급자와 서비스 제공자로부터의 지대 수익, 광고주로부터의 광고 수입, 플랫폼 독점을 강요하는 인앱(in-app) 결제 방식 등 대단히 복잡다기한 ‘다면 시장’으로부터 발생하게 되는 수익원을 챙긴다. 다면 광고 시장을 위해서 플랫폼 기업은 별도로 고도의 알고리즘 기제를 가동한다.
 
그림 1. 플랫폼 장치의 기본 설계

플랫폼은 시장의 논리를 사회로 확장하는 ‘테크노소셜’ 장치이자, 오늘날 고용 없이 부유하는 위태로운 노동자들을 흡수하고 증식한다는 점에서 현대판 ‘사회적 공장’에 가깝다. <그림 1>에서처럼, 플랫폼은 거의 대부분의 노동과 서비스 등 유·무형 자원의 초기 마찰비용을 줄이며 중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삶 활동과 산노동을 이에 연결하고 흡수하는 일종의 인력 자기장이 되고 있다. 플랫폼 장치에서 가동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은, 노동, 자원, 서비스 등 각종 데이터 흐름을 정밀하게 계측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자동화하면서 기업과 국가에 전산 통치 능력을 부여한다. 플랫폼은 유·무형 자원의 중개지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적 지위로 만들면서 ‘고용 없는’ 노동의 재생산과 증식을 책임지는 인력 공장 역할을 떠맡는다. 즉 플랫폼은 일종의 자동화 알고리즘 기제 아래 인간을 통제하는 동시대 가장 극한 노동 현장이 된다. 플랫폼은 전통의 노동 작업장과도 크게 다르다. 과거와 달리 시공간의 제약 없이 노동이 이뤄지고, 우리가 알던 노사 고용 관계를 해체한다. 노동 계약은 독립 사업자와의 서비스 규정으로 대체되면서 신체 자유가 커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준수 의무를 벗어나게 되고 노동권은 취약해지며 산재 비용을 개별 노동자에게 외주화 할 수 있다. 플랫폼 업주는 노동자 보호책임을 쉽게 회피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로 인해 노동권 보장이 미치지 못하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플랫폼 앱은 전통적 고용 계약 관계를 해체하면서, 노동자들을 그렇게 노동 안전 및 보건 위험의 사각지대로 내몬다.

2) 플랫폼의 범주 및 범위

플랫폼의 종류나 범주는 크게 광고 플랫폼,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플랫폼, 제품 플랫폼, 린 플랫폼으로 나눠볼 수 있다.(주: 이 플랫폼 유형 분류법은 서르닉, 닉. 『플랫폼 자본주의』, 심성보 옮김, 킹콩북, 2020 참고.)
 1) 광고 플랫폼은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등을 예로 떠올리면 된다. 보통 플랫폼 이용자는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정보나 데이터를 무료(무급활동 혹은 노동)로 생산한다. 기업은 그 상품을 전유(포획)해 광고주와 다른 제3의 이익집단(써드파티)에 팔아넘긴다. 앞서 본 플랫폼이 사회적 공장이 되는 중요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2) 클라우드 플랫폼이 존재한다. 아마존 등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해 도구, 운영 체제, 완성된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한다. 이로부터 당장 수익이 크게 없어도 사용자가 플랫폼에 경로의존성을 형성하는 그 때부터 여러 부문에서 수익을 내려는 것이 플랫폼 업계의 전략이다. 3) 산업플랫폼이 존재한다. 독일의 지멘스나 미국 GE 등 전통 산업체도 플랫폼 비즈니스 조직 형태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산업 플랫폼의 운영자는 보통 공장, 고객, 앱 개발자 사이에 매개자로 자리하고 중개적 지위에 있게 된다. 4) 제품플랫폼 유형이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주택, 자동차, 칫솔, 면도기, 그림 등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의 유형이다. 이는 ‘제품’을 서비스로 전환하는 플랫폼 모델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5) 린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는 보통 공유경제 모델로도 불린다. 가령, 우버, 에어비엔비,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등이 그들이다. 
앞서 서르닉의 플랫폼 분류가 사업의 운영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면, 최근 플랫폼 범주는 주로 노동의 형태에 따라 분류를 행하기도 한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의 분류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 사람을 ‘플랫폼 종사자’로 보고, 이를 흡수하는 장치를 ‘노무제공 매개 플랫폼’이라 부른다. 
 
그림 2. 노무제공 여부로 보는 플랫폼 유형
(주: 오민규, 코로나와 산업·노동 전환 ② 플랫폼 노동의 규모와 실태, 법 이슈, <프레시안>, 2021. 7. 5 그림 재인용,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0211422671028#0DKU))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이는 협의의 ‘사용자형 플랫폼’과 ‘일자리 중개 플랫폼’을 더한 광의의 개념을 담고 있다. 즉 전자는 배달, 배송, 모빌리티, 가사 노동 등 플랫폼 업주 혹은 알고리즘이 직접 일감을 배정하고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플랫폼이라면, 후자는 구인·구직 서비스 등의 일자리 중개 플랫폼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 둘을 합쳐 광의의 노무제공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그 외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일반적인 데이터 활동의 플랫폼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일반 데이터 활동의 플랫폼은 노무 제공 플랫폼에 속하지 않는다. 앞서 플랫폼의 사회적 장치 기제로서의 역할과 시민의 데이터 활동이 노동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분류법은 여전히 협의의 플랫폼 정의일 수 있겠다. 보통 우리가 플랫폼 종사자라 얘기할 때, 노동법 관련 논의의 대상자는 주로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이들만을 상정하는 경향이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그 외 인간 노동과 관련한 플랫폼 역할에 따른 유형 분류법이 존재한다. 이는 호출형(대리운전, 퀵, 배달 등), 관리형(가사, 돌봄, 출장 서비스 등), 중개형(디자인, IT, 화물운송 등), 전시형(웹툰, 방송 등), 미세작업(서베이, 인공지능 데이터레이블, 바이럴마케팅 등) 플랫폼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김철식 외,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19. 11.
 단순하게는 노동의 발생과 수행 공간 유형에 따라 웹기반 플랫폼(크라우드워크, 유령노동 등), 지역기반 플랫폼(배달, 배송의 긱노동, 가사, 돌봄 등 그림자노동)으로 나눈다.(주: 김종진, 디지털 플랫폼노동 확산과 위험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경제와사회>, 통권 125호, 2020, 296-322쪽.)
 이들 분류 또한 시민들의 플랫폼 데이터 활동과 노동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서, 중장기적으로 일반 플랫폼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무급의 혹은 무상의 노동 유형에 대한 분석과 이의 분류법이 필요해 보인다.


3. 플랫폼의 특징

1) 플랫폼경제의 보편적 특징


(1) 자원 유통과 중개 효율화 
플랫폼은 데이터, 콘텐츠, 노동, 잠자리, 택배, 서비스 등 유무형 자원의 공급과 수요 사이의 ‘탐색마찰’을 줄이고, 데이터 기술에 힘입어 더 낮은 거래비용으로 ‘자원 매칭’(matchmaking)을 수행하고 자원의 중개를 통해 이윤을 증식한다. 플랫폼은 주로 시장 행위자와 자원의 대규모 빅데이터 분석과 예측 알고리즘에 의한 정밀한 데이터 처리 능력에 의존한다. 
플랫폼경제의 한 유형인 ‘공유경제’의 급성장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소유’(ownership) 없이 ‘접근’(access)과 ’중개’(relaying) 행위만으로 유·무형의 자원, 특히 유휴 노동력과 재화를 효율적으로 나눠 비용 절감과 중개 이윤을 취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시장 논리로부터 이뤄졌다.(주: Bryan Walsh, “Today’s Smart Choice : Don’t Own. Share - 10 Ideas That Will Change the World”, TIME, 2011. 3. 17.  http://content.time.com/time/specials/packages/article/0,28804,2059521_2059717,00.html)
 공유경제는 노동자의 직접 고용이나 기업 자산의 직접 소유로부터 생길 수 있는 구입 및 관리 비용이나 산업재해 등 위험 부담 없이도 서로 남는 유휴 자원을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 시장을 열었다. “내 것이 네 것이고, 네 것이 내 것”이란 말을 슬로건 삼을 정도로, 공유경제는 잉여로 남아도는 유휴 자원과 재화의 합리적인 적재적소 배치를 이룰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한다.(주: “내 것이 곧 네 것이다”(What’s mine is yours)란 말은 공유경제의 가장 특징적 슬로건이 됐다. 자원 중개형 공유경제는 마치 이 슬로건을 통해 호혜의 과정이 작동하는 듯 말하지만, 실지 이는 자원이 필요한 고객과 특정 자원의 소유자 사이에 이뤄지는 사적 거래의 효율성을 자화자찬하는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전통의 제조 산업 경제 유형에서 보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 각자 역할이 엄격히 분리되는 경우가 흔하다면, 공유경제에서는 자원의 공급자와 이용자 역할이 쉽게 교환 가능한 특성을 지닌다. 보통 유·무형 자원의 거래를 원하는 이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중개 플랫폼 장마당을 이용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입점 공급자이거나 그로부터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 신분이 된다. 가령, 글로벌 숙박 공유기업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가입하게 되면, 누군가는 방을 빌려주는 개인 잠자리 공급업자 자격일 수도 있고 때론 그 자신이 다른 여행지에서 이 숙박 앱 서비스 이용 고객이 되기도 한다. 공유경제 플랫폼에서는 대개 이렇듯 공급과 소비 역할 교환이 쉽게 이뤄지는 경향을 지닌다. 이는 시장의 자원 유통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돕는 공유경제의 탄력적 측면이기도 하다. 물론 공유경제 모델의 탄력성은 바로 플랫폼 중개 알고리즘 기술의 탄생에 힘입은 바 컸다. 반면 개별 공유기업의 수익 모델에 맞춰 관련 플랫폼 장치를 기획 설계하면서, 잠자리, 택시, 돌봄, 배달, 청소 등의 노동 등 다종다양한 유·무형 자원의 접근과 유휴 자원 교환을 조절하는 브로커의 중개 능력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구조가 됐다.
실상은 공유경제의 고속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이 새로운 자원 중개의 시장 기제는 우리 대부분을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평등화하고 ‘긱 경제(gig economy, 임시직 경제)의 새로운 노동유연화 전략에 편입시키고 플랫폼 중개인의 독점적 수수료의 과잉 수탈에 참여자 대부분을 무방비 상태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거래자 사이 호혜적 나눔은 없고, “네 것이 모두 다 내 것”(What’s yours is mine)인 브로커 중심의 시장 구조로 돌변하는 양상(주: Tom Slee, What’s Yours Is Mine: Against the Sharing Economy(OR Books, New York, 2016)), 즉 플랫폼 사업자의 신종 독과점 질서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공격적 투자와 독과점 시장 형성
플랫폼 기업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은 시장 규제의 공백지대를 찾아 나선다. 이른바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즉 신생 시장에서는 형성되지 않은 초기 규제 공백을 이용해 시장 규제를 회피하고 이로부터 차익을 얻는 방식을 쉽게 도모하려 한다. 동시에 플랫폼 기업들은 보통 공짜 혹은 가격 할인 등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현금소진’(cash burn)에 과도하게 몰두한다.(주: 제레미아스 아담스-프라슬,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이영주 옮김, 숨쉬는책공장, 2020.) 이는 빠르게 시장 독점력을 구축해 시장 ‘주목’의 독과점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경로이자 패턴으로 볼 수 있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자금소진 전략으로는, 공짜 프로모션 기반 가격할인 전술, 로비 캠페인 등이 활용된다. 특히 벤처캐피털 회사의 초기 거대 투자 보조금을 활용해 수익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이와 같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빠르게 시장 주목을 끌고 독점력을 추구하는 전략을 펼친다. 
규제차익 거래와 현금소진 등 플랫폼이 주로 구사하는 시장 진입 방식은 그들이 지닌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의 편리성과 효율성에 힘입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틈새시장을 빠르게 활성화하고 장악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와 같이 특정 시장을 지배할 목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을 통해  반경쟁 행위를 하고, 독점 시장을 형성 후 높은 가격을 통해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은 시장 경쟁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가령, 아마존은 책 배송으로 시작해 초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지속하면서 온라인 소매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고, 관련한 연계 배송 서비스업까지 장악했다. 더불어 여기에서 확보한 수집 데이터를 활용해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아마존의 이와 같은 모델은 미국에서는 우버가, 국내에서 쿠팡이 추종하는 등 다른 플랫폼기업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주: 김병권, ?한국에서 플랫폼 독점의 위험성과 해법: 이해충돌(conflicts of interest)의 현실과 해소를 중심으로?, 정의정책연구소-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공동연구 보고서, 2021.) 다만 질적 차이라면, 이후에도 보겠지만 국내는 해외와 달리 시장의 독과점 과정이 좀 더 치밀하고 골목 상권에까지 걸쳐 자본의 확장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일 것이다.     

(3) 플랫폼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
플랫폼 기업의 또 다른 공격성은 노동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사용자와 노동자의 전통적인 정식 고용계약 관계를 바꿔 노동자 계층을 독립의 개인사업자로 만들어 재계약을 하게 하면서, 이로부터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통적인 기업 복지나 임금은 물론이고 산업재해 등 기업 비용을 외부화 하는 효과를 얻는다. 즉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법적 투쟁에 늘 노출되어 있고, 노동의 수행 과정 또한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 통제에 끊임없이 예속된 불안정한 지위에까지 놓인다.  
플랫폼 기업의 ‘규제 차익거래’ 방식은 앞서 신생 시장의 진입 방식에서도 눈에 띄지만, 노동 기본권 등 고용 규제를 회피하는 데서 더 밀도 있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자를 독립적인 개인사업자로 취급해 프리랜서 계약을 하면서 일종의 노동 규제의 공백지대를 활용하는 형식을 취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를 독립 사업자로 만들어 근로기준법 등 고용 규제를 회피하고 저가의 노동 인력 공급을 늘려 사회 비용을 늘리고 노동의 질을 낮춘다. 노동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률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면서 노동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플랫폼 노동이 개별 사업자 지위로 이뤄지면서 중개인의 책임은 사라지는 대신 대부분의 업무상 과실이나 비용 발생 부담을 프리랜서 스스로 지게 되는 구조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의 ????불로소득 자본주의???? 논의처럼, 오늘날 플랫폼 중개인은 빈부 사이에 소득격차를 더욱 더 벌리는 신생 ‘불로소득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주: 스탠딩, 가이. ????불로소득 자본주의: 부패한 자본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김병순(역), 여문책, 2019.)
 
플랫폼 노동은 경기 침체, 기술실업과 코로나 충격에 의해 대거 실직과 해고를 당한 이들이 대거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공급 과잉이 생겨 과도한 일자리 경쟁 체제가 형성되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시간당 혹은 건당 노동 단가를 낮추고 초과 근로나 강화된 노동강도를 유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 장치의 알고리즘 자동화와 AI 지능화 경향으로 말미암아 노동자의 활동과 노동시간을 파편화하고, 데이터 생산 공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뿐만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을 플랫폼에 참여하는 노동자와 이용자에게 자연스레 전가하는 경향이 만들어졌다. 
플랫폼은 이용자(소비자)의 데이터 활동과 노동자의 노동 수행을 더 촘촘히 관리하고 예측하기 위한 유연화 전략으로서 소셜봇, 추천엔진, 자동 소프트웨어, 업무 배당과 평가 알고리즘 등을 적절히 배합한다. 산노동을 지능로봇으로 대체하는 것보다 인간의 산노동 통제에 뛰어난 플랫폼 장치를 보완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Robert W. Gehl & Maria Bakardjieva (eds.), Socialbots and Their Friends(Routledge, New York, 2017). 
 인공지능 자동화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일을 저렴하고 단순 반복적인 노동으로 만들어 노동의 불안정성을 가져온다. 예컨대, 플랫폼은 그 자체로 위태로운 노동을 양산하기도 하지만, 유사 플랫폼 업종 사이 경쟁이나 신생 플랫폼 인력 대행업체의 시장 진입에 의해서도 프리랜서 노동 환경은 급속히 경색될 수 있다. 자본주의 불경기와 코로나19로 인한 이미 과포화 상태의 플랫폼 노동시장과 이윤 수취 구도에 새로운 플랫폼 업자(브로커)가 들어와 경쟁을 확대하면 플랫폼에 연계된 노동자의 지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플랫폼 노동이 개별 사업자 지위로 수행되면서 프리랜서 사업자 스스로 거의 모든 업무상 과실이나 비용 발생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도 고용악화를 부채질한다.
근본적으로 플랫폼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태로운 노동과 일자리를 무한 증식해 시장 안팎에서 노동력을 끊임없이 자체 생성하거나 흡수한다. 이를테면, 플랫폼 알고리즘 장치에 연결된, 유령노동, 긱노동, 크라우드워크, 플랫폼 배달노동, 데이터 무급노동 등 기술 예속형 노동 유형들이 자원 중개와 처리 과정 곳곳에서 급증하는 모양새를 띤다. 즉 “착취가 임금노동의 전통적 장소들, 즉 공장·사무실·농장에 국한되지 않고” 플랫폼을 매개해 사회 전역으로 확장된다.(주: Caffentzis, G. "피와 불의 문자들: 노동, 기계, 화폐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 서창현 (역), 갈무리, 2018, 14쪽.) 이들 임시직 플랫폼 노동은 산업 시대 공장과 사무실의 자동화와 많이 다른 새로운 노동의 범용 문법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 수집에서 자원 물류, 배송, 미래 예측에 이르는 전범위에 걸쳐 AI 자동화 기제를 활용하고, 플랫폼 장치에 포획되거나, 이를 보조하거나, 이에 연결된 거대한 불안정 노동시장을 곳곳에 배치하고 구축한다. 플랫폼 장치 안에서 인간과 지능형 기술은 관계적 구성 부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4) 플랫폼의 이식 및 틈새 확장력 
플랫폼 기업은 기존 제조업의 산업 설비의 대규모 물리적 투자 방식과 달리 적은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모듈화 해 특정 시장을 겨냥한 자본 확장이 용이한 장점을 지닌다. 자원 중개의 독점적 능력과 시장 데이터의 수집 및 관리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확장을 도모한다. 
플랫폼 기업은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산업 영역에도 쉽게 침투한다. 가령, 카카오의 활동 방식을 떠올리면 쉽게 연상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물리적 생산 설비나 수단을 세우기 위한 리스크 없이 고유의 디지털 기술 인프라를 어떤 시장에서건 모듈화해 쉽게 착근할 수 있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단순히 외부의 자원이나 기업을 흡수해 문어발 확장하는 구태의 방식은 아니다. 마치 돌연변이처럼 공격적으로 기업 조직문화의 밈(meme)을 다른 시장 계열체에 이식하면서 플랫폼을 확장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했지만 음원·비디오·잡화점을 추가하면서 추천과 쇼핑 알고리즘 논리를 다른 계열체로 확장했다. 또한 물질 재화의 병참학(兵站學)을 미케니컬 터크라는 전 세계 가장 큰 온라인 (초)단기 인력시장 플랫폼에 응용해 정착시켰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여러 방송사를 인수해가면서 음원 판매에 이어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모델을 시도하고, 홀푸드라는 유기농 소매업을 인수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친환경’ 소비문화를 결합하고, 알고리즘 자동화된 무인 마켓을 실험하고, 온라인 서점에 이어 현실 공간에 이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오프라인 서점을 개점하는 등 자사의 독특한 플랫폼 밈 문화를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공격적으로 이식해나갔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대중의 의식을 독점해가는 양상은 전통 산업 자본에 비해 국경을 초월하고 쉽게 현지에 맞춰 ‘모듈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소셜웹 시장을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가 우리의 의식과 소통을 빠르게 독점하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플랫폼 의식 독점은 ‘네트워크 효과’에 정비례하는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생산되는 콘텐츠나 상호 교류로 인한 정보의 누적이나 트래픽 주목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기 때문이다. 보통 전통의 문화자본은 언어·문화·인종이나 국가 사이 지리적 경계나 장벽으로 인해 문화제국주의나 글로벌 영향력이 대개 한시성을 지닌다면, 플랫폼 장치에 실린 문화자본은 콘텐츠 수출뿐만 아니라 모국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복제해 다른 지역과 국가에 착근시키는 능력에 대단히 탁월하다.

위 네 가지 특성이 플랫폼 경제의 일반 특징이라 본다면, 동시에 시론적인 수준에서 우리는 한국형 플랫폼경제의 차별적 특성을 부각해볼 수 있겠다. 특히 이 글에서는 앞서 봤던 플랫폼 자본의 일반적 경향은 국제적인 규모에서 실리콘밸리 모델을 학습해 가져와 거의 유사하게 응용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있겠다. 다만 다음 장에서 소개되는 차별적 특성들을 통해 국내 플랫폼경제유형이 서구에 비해 보다 공격적이고 전근대적인 시장 독과점 활동과 플랫폼 노동의 퇴행적인 면모를 띄면서 일반적인 플랫폼 기업의 양상과 결합되고 있음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플랫폼 경제가 지닌 특수성 논의를 통해, 한국적 플랫폼 자본주의의 양상의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볼 것을 요청하고자 한다.   


2) 국내 플랫폼 경제의 차별성

(1) 기술 알고리즘 노동통제 강화 
기술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통제의 경향은 국제적으로 유사하게 기술 통제와 결합된 패턴을 보이고 시간이 갈수록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의 진화로 인해 노동 통제의 밀도가 점점 깊어가는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플랫폼 알고리즘 노동통제의 강도에 있어서 플랫폼 기술 장치가 한국형 전근대적인 노동문화와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노동통제의 특수성이 보다 강렬하게 존재한다고 본다. 이는 플랫폼 기술로 인한 국내 노동자들의 잦은 사고와 증가하는 사망 숫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와 프레시안이 기획한 <배달 죽음>이란 프로그램에서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보고서와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18~24세 청년들의 전체 산재 사망자 숫자 중 ‘오토바이 배달’ 사망자가 32명(44%)에 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주: 강혜인, [배달 죽음] 3-① 죽음의 청년산업... 18~24세 산재 사망 1위 ‘배달’, ?뉴스타파?, 2019. 10. 1. http://newstapa.org/article/OvXs1)
 
표 1. 쿠팡 노동자 사망사고(2020~21) 현황
(주: 전주희, 쿠팡이 쏘아올린 '로켓배송'과 노동자의 죽음, <오마이뉴스>, 21. 04. 2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39134)



서울시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이륜차 사고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을 플랫폼 배달라이더의 사고와 사망 숫자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우려할 만하다.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의 사고사에 대한 산업재해 처리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 없이 곧바로 일에 투입되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있다.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쿠팡 노동자의 물류 작업 및 배송의 과다 업무와 위태로운 작업 환경으로 인해 사망 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가령, 택배노동자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71.3시간, 하루 배송 물량 313.7개, 점심시간이 12분으로 기록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열악한 노동 조건과 과로 사망 사고가 사회적으로 쟁점화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면서 사업자의 작업장과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지속적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지역 기반형 플랫폼에 의존해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사고와 사망 숫자의 급증은 서구에 비해서도 대단히 척박한 한국사회의 노동 조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사업장에서 매일같이 평균 3~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우리 사회 현실의 조건 속에서 악화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신생 플랫폼 노동의 질은, 플랫폼에 장착된 알고리즘 기술에 의해 더욱 악화하는 추세다. 플랫폼은 노동 수행의 거의 대부분 과정을 알고리즘 자동화하는 경향을 띤다. 가령, 주요 플랫폼 배달대행업체들은 직접 지휘나 감독 대신 점차 알고리즘 통제 방식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개별 노동자에 대한 지휘 감독과 통제를 AI기술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달대행 출근부 앱을 운영한다던가, 알고리즘 자동 강제 배차를 행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동선 및 시간 관리 기제 도입, 알고리즘 기반 노동성과 측정과 벌점제, 관제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노동자들의 실시간 배달 상황 데이터 추적 기록 등 폭넓게 인공지능기술을 통한 노동 관리와 통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분초 단위로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시간 효율과 공간 동선을 최적화하려 했던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scientific management)은, 플랫폼 자동화 국면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현실이 된다. 중간 보스의 감독이나 지도 대신 노동자의 동선과 시간을 다양한 알고리즘 분석에 의해 최대의 효율적 노동시간과 동선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경영’(algorithmic management)이 일반화하기 때문이다. 가령, 플랫폼 배달노동의 경우, 특정 지점까지 이르는 최적의 배달 경로는 알고리즘 계산에 의해 측정된 시간을 따라야 한다. 고객 주문에서 식당 조리 시간, 픽업, 배달, 전달, 최종 결제까지 걸리는 거리와 시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단계별로 나눠져 분 단위로 쪼개져 최적화된 최종 배달 시간을 만들어낸다. 배달대행 플랫폼들은 지능 기계의 산식에서 천재지변이나 지리적 예외 상황도 무시하면서 표준화된 노동 수행의 최적화된 예상 시간을 계속해 산출하는 실험을 거듭한다.
 
그림 3.  AI알고리즘의 무자비성 사례 

(이미지와 사례,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노조 위원장 제공) 박정훈, 앞의 발표.


라이더유니온의 현장 사례 발표에 따르면(주: 필자가 기획했던 내용 중, 박정훈, "플랫폼배달노동과 알고리즘 노동통제", "전문가 자문포럼 기획 2: 아시아 플랫폼 유령노동", 2021. 2. 2. 줌 화상회의 발표 내용 참고.), 플랫폼 배달대행사는 ‘번쩍배달’ 등 적정 배달 시간을 초과하는 배달 프로모션을 걸어 배달노동자 사이 시간 단축을 더 극단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혹은 알고리즘의 최적 논리가 과도하면, 길이 아닌 지도 위 직선거리를 배달 추천하는 ‘알고리즘의 무자비성(algorithmic cruelty)’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왼쪽 이미지는 AI 배차시스템이 배달 경로를 직선거리로 계산하고, 오른쪽은 네비게이션의 일반적인 안내 경로를 보여준다. 이로부터 기술이 뭐든 주도하다 보니 융통성 부족이나 미숙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알고리즘의 무자비성’이 불거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의 AI 알고리즘 시스템을 직접 검증한 것처럼, 길이 아닌 지도 위 직선거리로 배달을 추천하는 알고리즘 사례는 의도된 것일까, 비의도적인 것일까? 대개는 사업주는 미숙한 알고리즘 기술에 책임을 전가한다. 한국 사회에서 위태로운 노동을 마냥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알고리즘의 ‘비의도적인’ 무자비성은 사실상 연막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보통은 소위 ‘AI 배차시스템’에서 배달 라이더의 ‘수락률’과 ‘평점’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배차 할당 여부를 판단한다.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수락률과 평점이 낮으면 배차 제한이나 지연 등의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배정하는 배차를 거절할 수 없는 연유다.    
 
그림 4. 메이투안의 초뇌알고리즘의 배달 과정 및 시간 예측 분할
 
(주: 홍명교, 위의 글에서 이미지 재인용.)

동아시아 국가들의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 노동통제의 특징과 유사성을 좀 더 연구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중국의 경우에는 플랫폼 노동조건과 관련해 우리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기술 감시형 노동통제가 두드러져 보인다. 가령, 중국 최대 배달플랫폼 메이투안(美?)이 응용하는 ‘초뇌 알고리즘’의 경우에는(주: 홍명교, ?동아시아 중국 음식배송 플랫폼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어떻게 노동강도를 강화시켰나?, , <플랫폼C>, 2021. 5. 13. http://platformc.kr/2021/05/how-meituan-algorithm/ 참고. 현재 메이투안의 사업은 중국 전역 1,300여 개 도시에서 이루어지며, 라이더 역시 2020년 3월 기준 399만 명이다.), 배달 시간 계산을 위해 지형, 층고, 계단 수, 엘리베이터 변수에 더해, 노동자의 배달 방식, 즉 도보, 달리기, 자전거, 오토바이, 자차에 따라 계산 산식을 달리해 노동자 위치를 확인하고 전체 배달 시간 예측을 더 촘촘히 하고 있다. 산노동과의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이같은 전산 ‘알고리즘의 무자비성’은 배달 노동자들의 생체 리듬을 무시하면서 산업 재해를 자주 유발한다.
알고리즘의 최적화된 시간 관리는 곧 노동 수행 평점 제도와 연결된다. 강제 배차 수락률, 정시 위반, 지각, 배달 완료 비율, 고객 평점 등은 수치화 돼 차곡차곡 쌓여 개인 노동성과를 등급화하고 성과 경쟁을 위해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변덕스런 알고리즘에 의해 노동 단가는 분 단위로 빠르게 바뀐다. 플랫폼이 일으키는 버그나 오류로부터 피해를 입어도 개별 노동자가 구제 요청을 하거나 이에 저항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플랫폼 사업자의 노동권 박탈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종의 ‘알고리즘 판결’이 이뤄지는데, 문자 공지, 플랫폼 접속 차단, 계정 중지, 계정 비활성화 등이 흔한 노동계약 해지 방식이다. 이는 이미 초기 우버 모델에서 또한 쉽게 관찰되는 위태로운 노동 계약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규 노동시장에 대한 국내 규제의 공백이 존재하고 이 사각지대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플랫폼 노동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기존의 전근대적 노무 관리 방식과 노동자 극단의 경쟁 체제에 의한 사고사를 유발하는 새로운 첨단 알고리즘 앱 기술이 결합되면서 더욱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을 매개한 노동통제에 있어서도, ‘의도된’ 알고리즘의 무자비성과 노동 강도(예를 들어, 절대 배달시간 축소 욕망)가 두드러지고 있다. 문제는 사업주가 알고리즘 기제를 영업비밀로 간주하고 노동자, 소비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서, 어떤 데이터를 통해 노동의 수행과 성과를 측정하고 통제하는 지에 대해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2) 플랫폼 노동의 계층화와 블랙홀 효과 
 
플랫폼 질서 속에서 대부분의 ‘산노동’은 갈수록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국내 노동 구성비는 피라미드형에서 마치 거꾸로 세운 압정형 구조처럼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그림 5>에서처럼, 정규직 상층 일부와 중간층에 포진하는 관리직과 자영업자 대부분이 크게 쪼그라들고, 이들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하방 되면서 다양한 플랫폼 노동 계층으로 흡수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충격 국면에서 우리는 이미 이와 같은 노동인구의 흐름을 쉽게 목격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11월 현재, 코로나 충격 속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 명 중 420만 명의 노동인구가 공식화된 플랫폼 노동으로 흡수되어 종사 중이다. 자동화의 후폭풍과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 현장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노동하는 삶의 계층화와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의 장기화 상황이 맞물린 경기 침체 현실은 수많은 이를 실업자로 내몰고 기후 재난 상태의 실직자로 만들어 (초)단기 일자리인 택배와 배달 노동자로 대거 흡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즉 포스트 팬데믹 현실에서 플랫폼은 ‘비대면’(언택트) 자원 배송과 중개 과정을 강화하고 동시에 일자리를 잃은 위태로운 노동 인구 대부분을 저렴한 플랫폼 ‘필수노동자’이자 플랫폼의 충성스러운 소비 고객들로 흡수하고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은 알고리즘 기술의 효율성 논리로 ‘샛별배송’과 ‘총알배송’이라는 신생 배달노동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실어 나르는 음식배달원(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퀵서비스 종사원 등 호출형 ‘긱’ 노동은 플랫폼 앱을 매개해 하루 벌어 근근이 생존하는 필수노동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그림 5. 코로나19 국면 노동인구 구성비 변화


로버트 라이시 전 미 노동부 장관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새롭게 분화된 노동계급의 불평등 질서를 언급한 것처럼(주: Reich, R. Covid-19 pandemic shines a light on a new kind of class divide and its inequalities. The Guardian. 2020. 4. 26,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0/apr/25/covid-19-pandemic-shines-a-light-on-a-new-kind-of-class-divide-and-its-inequalities),  비대면의 ‘원격근무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라는 선택받은 엘리트 지위에 있지 않다면 대부분 긱노동자는 비대면 소비시장을 위해 감염에 노출된 ‘필수 현장 노동자(the Essentials)’가 되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아니면 ‘해고나 휴직 중의 노동자(the Unpaid)’이거나 감염병 대처가 거의 불가능한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 ‘잊혀진 자(the Forgotten)’ 가운데 하나의 신분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국제노동기구(ILO)의 요구조차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정부가 특수고용 노동직을 외면해왔다. 공유경제 플랫폼 시장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생성되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피폐한 상태를 마주하면서, 우리 정부도 무관심의 태도로 버티긴 더 이상 어려울 듯싶다. 전통적 노동계약의 붕괴, 알고리즘 기술 노동 통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추가 근무수당이나 4대 보험 미적용, 수시 계약해지(해고) 통보, 노동자 지위의 불인정 등 플랫폼 경제의 비상식들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장기 경기침체, 코로나효과(재난자본주의), 언텍트경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용 불안과 대량 실업이 커지면서 플랫폼을 매개한 노동력의 유입이 증대한다. 
무엇보다 플랫폼을 매개한 새로운 노동자 유형이 계층화 되어 생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먼저 ‘유령노동자’(ghost worker)는 플랫폼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이나 특정 의뢰인의 디지털 공정을 돕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허드렛일을 수행하는 노동자가 급증한다.(주: Gray, M. L., & Suri, S. ????고스트워크: 긱과 온디맨드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일의 탄생????, 신동숙 (역) 한스미디어, 2019.) 유령노동은 인공지능 뒤에서 마치 투명인간처럼 일하는 단기 노동 유형의 일자리를 주로 지칭한다. 유령노동은 일종의 21세기형 인공지능 ‘인형 눈알 붙이기’ 일감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되고 ‘디지털 뉴딜’의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유령노동의 미래 위상 또한 크게 드러났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총 39만개의 ‘디지털 댐’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 75%가 ‘데이터 레이블링’이란 4개월짜리 단기계약의 유령노동 일자리란 점이 흥미롭다. 마치 이는 정부가 ‘데이터댐’ 건설을 위해 공공 취로사업에 디지털 근로와 유령노동을 권하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크라우드워커(crowdworker)’라 불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크라우드워커는 웹 기반 플랫폼 노동 유형으로 유령노동자의 일종이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인공지능 보조역을 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프리랜서 단기 업무들을 위해 ‘온디맨드’ 인력시장에서 대기하는 노동자이다. 누군가의 노동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언제든 쉽게 대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보수는 대체로 최저 임금이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지급된다. 많은 경우 실시간 일의 수행 과정이 데이터 기록으로 통제된다. 일은 자유롭지만 경력 개발 기회와는 단절된 일거리일 경우가 흔하다. 누가 노동을 내게 제공했는지 알기 어렵고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마존닷컴의 온디맨드 인력시장 플랫폼인 ‘미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이하 엠터크)’를 꼽을 수 있다. 엠터크는 일손이 필요한 의뢰인이 원하는 다양한 업무를 플랫폼에 등록하면 구직자가 엠터크 플랫폼에 분·시간 단위로 쪼개진 건당 단기 일자리를 얻는 수요 기반 온라인 노동시장이다. 엠터크의 유령노동자가 주로 고학력의 청년노동자에 집중되는 것처럼, 우리의 국가 뉴딜형 일자리도 이와 흡사하게 안정되고 ‘양호한 일자리’와 거리가 먼 고학력 청년 중심의 유령노동자에 쏠리고 있다. 
플랫폼은 유령노동.긱노동.클라우드노동(프리랜서)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미 존재하던 비공식 용역 경제 유형이던 다양한 ‘그림자노동(shadow work)’ 또한 그 자장 안으로 끌어들여 흡수한다. 플랫폼은 남성 위주의 경제 활동을 눈에 띄지 않게 떠받치던 여성 등 약자의 그림자노동을 플랫폼 노동 인력시장의 공식 영역으로 편입한다. 청소, 돌봄, 가사도우미, 감정노동 등 거의 모든 비가시·비공식 일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인력시장 노동이 형성되어 쉽게 이들 노동력이 시간 단위로 쪼개지고 저가로 매매되기 시작한다. 플랫폼은 거의 모든 사회적 타자의 비공식 일과 활동을 저렴하게 ‘흡수’하는 블랙홀처럼 변한다.
플랫폼 노동 수행의 위태로운 속성은 물론이고, 이들 노동자 사이에서도 그들의 수행성과 평점 등에 기댄 실적 압박과 성과 측정이 치밀하게, 그렇지만 대단히 불투명한 방식(알고리즘의 암흑상자화)으로 이뤄지고 있다. 즉 플랫폼 노동자를 성과 점수로 계층화하고 서열화해 상호 경쟁을 붙이고 그에 맞춰 차별적 지위를 부여하는 극단의 비인간적 노동문화를 특징적으로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앞서 본 것처럼 정세적 요인들(자본주의 장기 경기 침체,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대량 해고, 알고리즘 자동화와 ‘대전환’의 기술실업 효과 등)이 노동의 조건을 악화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가 지닌 노동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노동 인권 정책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사안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취업 청년, 해고자, 영세 상인, 자영업자 등 중간노동층이 몰락하고 노동인구로 대거 유입되어 위태로운 노동층이 되면서 안정된 고용 없이 저가에 노동을 배치하는 플랫폼 노동문화가 번성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형 과로사, 사고사, (재)하청 등 노동권 악화 현실이 플랫폼 노동의 조건을 또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3) 서민경제 수탈형 플랫폼 진출 강화 경향

플랫폼 장치 이식이 자유로운 까닭으로, 플랫폼에 입점한 상점들과 자원 공급공자에 대한 수탈은 물론이고 현실 시장에서는 골목상권에까지 플랫폼의 진출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존재하지 않은 시장 규제 공백을 파고든다. 앞서 플랫폼 노동 영역이 이와 같은 규제 공백의 대표 지점이라고 본다면, 기업들의 시장 진출과 경쟁 영역이 그 다음의 공백 지대로 볼 수 있다. 가령, 웹 수수료와 별점제도 등을 동원해 영세상인의 플랫폼 의존도의 가속화가 쉽게 이뤄지고, 플랫폼 기업 자신이 자원 중개자 역할을 버리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판매 순위 등 랭킹을 조작하면서 부당 수익을 거두는 일이 흔한 현상이 됐다. 
 최근 국내에서 플랫폼 반독점 논의가 일어나는 까닭은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욕망을 확장하려는 까닭이다. 가령,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플랫폼 반독점 문제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인앱 결제’와 플랫폼 수수료 인상 (결제 시스템의 독점권을 갖고 플랫폼 독점을 우회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 플랫폼 중개업자 스스로 자체 브랜드 개발, 알고리즘 순위 랭킹 조작 등), 시장 주목도와 자원 중개 능력 발휘, 공정 게임을 해치는 골목 상권 침해 및 흡수 행위 등이다. 가령, 인앱 결제 문제는 유형별로 보면, (1) 앱장터 내 과도한 수수료 징수 및 수취, (2) 시장 지배와 우위의 지위를 갖고, 인-앱 결제 시스템 운영, ‘멀티호밍’(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쓰는 것) 차단, (3) 자사 서비스나 제품 우대 (4) 앱 사업자와 고객 사이 개입하며 고객 결제정보 독점 관리 (서비스제공자는 고객 구독 중단 등 관리 능력 부재하고 서비스 중단 이유를 알 수 없음) 등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플랫폼 독과점의 특수한 양상이라면, 약탈적인 플랫폼 시장 확장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과징금이 부과된 선례가 있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DMA법안에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플랫폼상에서 입점 업체의 행위로 생성된 데이터를 해당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간 플랫폼상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차지하며 입점 업체들을 따돌려왔다는 지적이 반영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구재벌과 다른 플랫폼 기업의 혁신 능력을 강조했으나 국내 닷컴 기업들도 기존의 전통적인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플랫폼 기업 자체 브랜드 입점 및 랭킹 조작을 통해 부당 수익을 거두는 것은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서 이제 일반화된 독과점 현상으로 보인다. 게다가 웹 수수료와 별점제도 등으로 영세상인의 플랫폼 의존도를 가속화 하거나 플랫폼 이식이 자유로운 플랫폼 기술 특성으로 인해 골목상권 플랫폼 기업 진출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숙박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숙박 업계 70% 시장을 장악한 대표 플랫폼인 야놀자의 경우에도 숙박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호텔업 진출, 자사 호텔 브랜드 랭킹 우대 및 가맹점 업주들의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을 일상화하고 있다.(주: 이정은, 수수료·광고비에 적자나도...'야놀자' 끊을 순 없어요, , 2021. 10. 4.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4847_34936.html) 특히, 카카오의 경우에는 기존의 극단적 계열사 확장과 서비스에 더해 꽃 배달, 퀵서비스 호출 사업, 대리운전 사업, 영어 교육업체 진출, 스크린 골프 업체 인수 및 사업 착수,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 미용실과 네일숍 인수 및 관리 시스템 운영, 이른바 ‘금산분리’ 규정 위반 논란을 빚은 카카오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 등의 문제를 낳았다.(주: 지민구, 카카오, 결국 ‘골목상권 사업’ 손 뗀다, <동아일보>, 2021. 9. 15.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915/109260445/1) 카카오는 끊임없이 문어발식으로 팽창하며 혁신 없는 플랫폼 자본 팽창을 추구하다 비난 여론에 밀려 사회적 상생 방안까지 내놓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의 플랫폼 업계가 미국의 아마존과 우버 등 플랫폼 기업들의 운동 방식을 쫓아 유사한 자본 운동을 보여주지만, 네이버, 카카오, 쿠팡, 야놀자 등이 보여주는 플랫폼 자본의 운동 방식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경향이 크다. 미국 자유주의 시장 모델 아래 작동하는 독과점 시장의 현실태에서 보더라도 국내 플랫폼 업계의 기업 활동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극한의 독과점 지위를 누리면서 소상인의 생존과 노동자 권리 침해까지 함께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부재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에만 규제가 가해져 해외 플랫폼에 비해 역차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은 이 점에서 그리 근거가 없다. 최근의 긍정적 신호라면, 시장 독과점과 관련해 여당을 주축으로 해 사회적 규제안 마련의 당위성 정도 수준에서 합의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허나 이도 시장 위축 등을 우려한 업계의 목소리 또한 커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가 도출될지 독과점 시장 개혁을 속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4) 자율의 플랫폼 대안 논의 부재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신생의 플랫폼 경제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법적 대응(그 또한 배달라이더 노동 문제에만 주로 집중)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 공통의 가치를 확산하는 플랫폼 대안 논의나 실천에 소극적이다. 이제까지 한국형 플랫폼 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지점은 플랫폼 독점의 문제도 존재하나, 고용의 특수성과 노동의 피폐화 문제이다. 
먼저 ○ 고용 관계의 프리랜서화: 위태로운 노동의, 특히, 특수고용, 프리랜서, 온라인 플랫폼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고용과 우리의 전근대적 노동문화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 알고리즘 노동통제 기술로 매개된 임시직 노동의 피폐화: 플랫폼 기술에 의한 노동통제 강화 현상과 함께 전통적인 고용 관계가 해체되고 프리랜서 자영업자 노동 계약이 일반화하고 있다. ○ 부와 소득의 양극화: 중개 플랫폼 사업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부를 쌓고 이익이 중개 수수료로 독점화하는 현상 발생하고, 대부분의 중개 플랫폼에 노동을 제공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의 이익 분배나 보상 체제가 미비해 저소득과 파산에 시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미국과 유럽 일대에서 이와 같은 위태로운 플랫폼 노동과 시장 잠식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전통적인 협동조합운동과 공생공락 지향의 ‘커먼즈’(the commons) 운동을 합치고, 플랫폼 기술로 매개하면서 새롭게 플랫폼 소속 조합원들 사이 자율의 집합적 소유권을 확장하는 대안 경제 운동으로 확대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른바 ‘플랫폼 협동주의’(platform cooperativism)는 플랫폼 노동 참여자들의 공동 자산 운영과 이익의 평등한 재분배 방식을 고민하는 대표격 슬로건이 되고 있다. 뉴욕 뉴스쿨 대학 교수 트레버 숄츠(Trevor Scholz)와 콜로라도대학 교수 네이선 슈나이더(Nathan Schneider)가 주축이 되어 만든 ‘플랫폼 협동조합 컨소시엄’(platform.coop)은 플랫폼 협동주의의 국제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2019년 12월 현재 북미와 유럽, 호주를 중심으로 전 세계 280여개 협력 플랫폼 협동조합이 등재되어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에는 이제까지 불로소득을 취하던 중개인(브로커)의 역할이 사라지고, 주주로 이뤄진 일반 기업과 달리 조합원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연대 경제 모델을 지향한다. 그 구조는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특징을 가져오되 동시대 기술 변동 상황을 반영해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을 적극적으로 조직의 소통 과정에 반영하며, 내적으로 조합원들의 공동 소유권과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를 진작하는 평등주의적 조직문화를 선호하고 있다. 숄츠 교수는 플랫폼 협동조합 전략의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주: Scholz, Trebor (2016). How Platform Cooperativism Can Unleash the network. In Scholz, Trebor; Schneider, Nathan (eds). Ours To Hack and Own: The Rise of Platform Cooperativism, a New Vision for the Future of Work and a Fairer Internet. NY: OR Books, pp. 20-26.) 우버 등 주류 플랫폼 시장의 핵심 기술을 거울 복제할 것, 플랫폼 알고리즘과 소유 구조를 독식과 통제가 아닌 조합원 공동의 유대관계 아래 둘 것, 혁신과 효율의 가치를 소수 중개인의 이윤 독점으로 가져가는 대신 모든 참여 구성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재배치할 것. 이 세 가지 내용이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하다면 이윤 추구형 플랫폼 시장에 가장 유력한 적수가 될 만한 구상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의 공동 소유를 통한 이윤의 재분배, 보상 시스템의 합리적 구축, 조합원 사이 의사결정의 민주적 거버넌스 체제와 책임, 플랫폼 생성 데이터와 배달노동 알고리즘 업무 투명성,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연대 가능성 등 호혜의 노동문화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노조에는 이제까지 불로소득을 취하던 중개인(브로커)의 역할이 사라진다. 이는 주주로 이뤄진 일반 기업과 달리 조합원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연대 경제 모델을 지향한다. 그 구조는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특징을 가져오되 동시대 기술 변동 상황을 반영해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을 적극적으로 조직의 소통 과정에 반영한다. 플랫폼 협동주의는 궁극의 대안이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이것이 성취 가능하다면 노동 수탈형 플랫폼 시장에 가장 유력한 적수가 될 만한 구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플랫폼 반독점법 마련이나 플랫폼 사용자-노동자 상생 모델의 구성 자체가 상대에 대한 선의나 배려에 의탁하는, 매우 깨지기 쉬운 계약 관계라는 점에서 여전히 맹점을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합의 자체가 택시 사업자, 플랫폼 중개업자나 배달노동 대리업자 등의 시장 지분 양보, 기업 윤리와 책임, 시장 공정성 게임 등 주로 시장 윤리적 호소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좀 더 구조화된 플랫폼 상생 모델을 구축하려면, 서구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아예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노동 자원을 공동자산화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커먼즈’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을 추동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플랫폼노동 관련 입법안 마련이나 노동 기본권 개선 논의는 일부 존재하나, ‘플랫폼협동조합’이나 ‘플랫폼노동조합’ 등 플랫폼 지배 경영구조를 바꾸기 위한 플랫폼 커먼즈적 대안 논의가 우리 상황에서 아직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논의가 플랫폼 대안 실험이나 비판적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문제 지점이 존재해 보인다. 하나는 기존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호혜적 가치나 평등주의적 조직 문화의 확산 대신 ‘조합 이기주의’적 가치 지향이 플랫폼 협동조합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불신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협동조합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조합 운동에 대한 편견과 시선이 곱지 못한 데서도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노동자 결사 운동의 경험 부족과 사회적 매개 조직의 비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플랫폼 이익의 독식 문제 제기, 경영 참여 보장, 노동 기본권 보장, 노동자들 자치의 대안 플랫폼을 만들어 생산 가치를 공유하는 모델의 전파 등을 동시에 요구하고 실천하며 플랫폼 노조와 조합을 결성하는 서구의 전통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노동권의 약화와 부재로 인해 생존권 이상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플랫폼 조합을 구성하는데 사회적 경제 모델을 지원하고 공공 모델이 크게 작동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노동 관리형 플랫폼 모델로 언급되는 미 하우스키퍼(Housekeeper)나 테스크래빗(TaskRabbit), 영국 헬프링(Helpling) 등 대형 긱경제 형태의 청소 및 심부름 서비스 노동 플랫폼들에 대항해, 서비스 제공 노동자들(라틴계 이주여성 중심)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호혜적 노동관계를 만들었던 ‘업앤드고’(Up&Go) 플랫폼협동조합 또한 그들 자력의 힘도 존재했으나, 그 이면에는 공공의 조력이 존재했다. 즉 업앤드고의 재정 구조는 협동조합 설립 지원조직인 가족생활 센터(CFL)가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지역 빈곤 퇴치활동 재단인 로빈후드 지역재단이 초기 연구를 수행하고, 바클레이(Barclays) 은행으로부터 사회공헌기금의 지원(40만 달러)을 유치해 이들 라틴계 여성 노동자의 플랫폼 협동조합이 탄생 가능했다.(주: 김은경,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 공정경제의 출발", 경기연구원,  2020 참고.)
  
결국 우리 사회 플랫폼노동의 대안 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동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및 보장안 마련과 함께 현행 법이나 제도 속에서 마련되지 못하는 노동의 대안적 모델에 대한 사회적 논의 테이블이 강구되어야 한다. 


4. 국내 플랫폼경제의 정책 대안
  
이 글의 결론에서는 앞서 논의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지닌 플랫폼 경제의 후진적인 양상을 탈피하기 위해 추상적인 수준에서나마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한국적 시장 상황의 노동문화 파악

한국적 시장 상황에서 노동문화의 조건 파악이 필수적이다. 국내 플랫폼경제의 특수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 우선 한국형 플랫폼 경제의 독점적 시장 상황은 물론이고, 노동문화의 후진성이 어떻게 이 플랫폼 장치와 결합해 작동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주류 언론이나 제도적 접근은 국내외 빅테크 사이의 시장 불공정 경쟁과 독점 구도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 플랫폼 경제의 일반적 특징을 강조하면, 우리 사회 이면에 깔린 소비자와 노동 데이터 사유화 문제, 입점 소상인들과 스타트업 개발사들의 불공정 문제, 플랫폼 배달앱 영세 상인들과 그를 위해 저임금의 위태로운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 등이 크게 드러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보편 기제로 자리잡는 플랫폼 경제의 다층적 내면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해외 선진 플랫폼 사례 발굴 

둘째로는 해외에서 플랫폼 문제를 해결하려는 선진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본다. 가령, 최근 미국 등 플랫폼 반독점 규제 법안 입법화 경향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해외 빅테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는 국내 또 다른 플랫폼 콘텐츠 유통 독점사들인 카카오, 네이버, 이동통신사 운영 음원 플랫폼 등의 한국형 빅테크의 독점 관행에도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한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해 기존 재벌 대기업 활동의 규제만큼이나 좀 더 새로운 형태의 의식의 독과점 폐해들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독점과 관련해서는 당장의 거래 수수료 인하는 물론이고 결제 시스템 선택권, 시민 데이터 권리 보장 등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구, 특히 유럽 수준의 데이터 수집과 운영 관련 노동자와 시민 보호 규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플랫폼 기업의 기업 알고리즘 운영 윤리 및 암흑상자화된 기술 논리 공개 및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에는,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 법안이 통과되어 알고리즘 투명성과 개인 빅데이터 보호에 대한 권리를 마련한 상태이다. 우리의 경우에 그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GDPR은 오늘날 데이터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권 침해와 시장 공정성 문제로 인해 시민의 정보인권 보호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도 새로운 기술 환경과 빅데이터 국면에 더욱 취약한 지위로 추락한 유럽 시민을 위한 데이터 권리 법안과 같은 법안을 제정하여 노동자와 시민을 보호하고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법 제도 개선의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서론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국내에도 ?알고리즘 투명화법? 등 암흑상자화된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이다. GDPR과 유사한 내용의 알고리즘 설계시 준수할 원칙 명시, 가이드라인 보급, 알고리즘 서비스 이용자 건강과 인권 위협의 경우에 조사 및 시정명령 근거 마련, 알고리즘의 설명 요구권, 알고리즘 분쟁조정위 설치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기술은 노동 수행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스러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 조직의 무자비성을 대리 행사한다. 노동자 데이터의 적정 보호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자기결정 권리와 일과시간 외 어떤 업무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보장이 시급하다. 유럽의 GDPR 수준에서 노동권을 위협하는 알고리즘 기반 노동 통제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급하게는 노동자 기본권을 위협하는 자동화 알고리즘의 활용 범위와 수위 조절 등을 상시 논의할 노사 협의 테이블이 필요하다.

3) 자율의 플랫폼 협동조합주의와 공공플랫폼 사례 적용
 
플랫폼 독점에 의한 문제를 법제도 개선으로 풀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으로 노동자 자율의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공공플랫폼의 확산 등 플랫폼의 다층적인 대안 접근이 필요하다. 앞서 한국 사회의 특수성 층위에서 살핀 바처럼, 우리의 노동 조건이 너무 척박하고 대안적 플랫폼 설계를 위한 사회의 공공 지원 기관이나 프로그램의 부재가 크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동자의 플랫폼을 매개한 대안적인 조직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관건은 플랫폼 조합이나 노조 등 다른 자원의 공동생산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지원 모델이 함께 할 때 플랫폼 대안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산노동에 친화적인 플랫폼 장치의 민주주의적 설계와 재구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럴 때 이제와 다른 플랫폼 노동의 기획이 가능하다. 질적으로 나빠지고 위태로운 플랫폼 예속형 ‘유령노동’과 ‘그림자노동’의 부상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현실주의적으로 대면할지를 따져 묻는 실천적 입장이 필요하다.

4) 플랫폼경제 규제 및 시민 데이터노동 보상책 마련

플랫폼경제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플랫폼 기업이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시민과 노동자 데이터에 대한 기업의 독점적 포획이 아닌 ‘데이터 주권’에 기반한 시민과 노동자 데이터의 사회적 관리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빅데이터의 상업적 이용이 아닌 우리들 몸에서 생기는 데이터에 대한 자율적 ‘데이터 주권’과 ‘정보 인권’에 대한 논의가 좀 더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나 이윤을 참여자나 이용자가 정당하게 보상받고 재분배 받거나 그들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들에 대한 시민 공동의 자산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국가나 기업의 소유 구조가 아닌 시민 공동체 소유의 공통 플랫폼들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라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공동 소유를 위한 ‘사회적 특허’나 커먼즈 기반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을 응용할 필요가 있다. 가령, P2P 재단 설립자 보웬스(Michel Bauwens)가 제안한 ‘카피페어’(CopyFair) 라이선스도 참고할 만하다. 카피페어는, 커먼즈 구성원들 사이 무상의 공유를 허용하는 대신, 공동체 작업 결과를 상업적으로 획득하려는 외부인에게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는 공동 재산권 모델이다. 물론 이는 현존 저작권 체제 아래에서 작동하는 탄력적 모델이다.

종합하면,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특수하게 드러나는 일상 속 플랫폼 기술에 다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지, 반목이 커져가는 노동자-소비자 사이 연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 조작과 가짜 평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찾아내 격리할 지, 별점과 평점의 숫자를 ‘랭킹(순위)’ 시스템이 아닌 상호 공감이나 공생의 지표로 전환할 수 있을지, 가상의 디지털 질서에 속박되어 다치는 우리의 사회 현실을 어떻게 자율적이고 호혜적인 사회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지 등등 좀 더 한국 사회 특유의 플랫폼 장치의 일상적 지배 논리에 대한 비판과 시민 개입의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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