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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플랫폼 노동권 보장 정책
한국에서 플랫폼 노동권 보장 정책
권오성
권오성
본 연구보고서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와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정의정책연구소의 정책연구비 지원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목차1. 서설
2. 플랫폼 노동의 취약성과 위험성
1) 플랫폼 노동의 취약성 – 경계의 모호화
2) 플랫폼 노동의 위험성 – 비용의 전가
3. 플랫폼 노동의 노동법적 규율방안
1) 정책의 최우선 순위 – 오분류의 교정
2) 근로자성 판단기준의 완화 – ‘선 긋기’의 수정
3) 근로자성에 관한 입증책임의 전환
4) 포괄적 노동법제의 도입
4.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에 관한 법원과 노동위윈회의 판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2)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
5.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 관련 입법 동향
1)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2) 근로기준법 개정안
6. 결어
최근 온라인 기기를 활용하여 그때 그때의 노동수요에 따라 초단기적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모델이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감을 구해 일하는 사람(이하 편의상 “플랫폼종사자”라고 한다)의 규모도 급속하게 증가하였다.(주: 권오성(2021), “보편적 노동권의 시작, 플랫폼종사자 보호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편,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이 노동법에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을 전통적인 ‘근로자’의 개념에 포섭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주: 권오성,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노동법포럼」 제32호, 노동법이론실무학회, 2021, p.2.) 온라인 플랫폼은 하나의 스크린 같다. 우리 사회 노동현실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스크린 위에 하나의 상(像)을 그린다. 다만 기존 노동현실은 수 세기 동안 형성된 노동법의 규율 덕분에 원생적 상태를 다소 극복했다면 온라인 플랫폼에 맺히는 상은 기존의 노동법을 우회하려는 자본의 탐욕과 혁신으로 포장된 비용 전가로 인하여 실로 원생적인 모습을 그린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을 어떻게 법적으로 규율할 것인가의 문제는 ‘원생적 상태의 플랫폼 노동을 어떻게 규범화된 상태로 복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주: 권오성, “플랫폼 노동과 노동법, 포괄적 노동법제가 필요하다”, 「노사공포럼」 제53호, (사)노사공포럼, 2020, p.124.)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시장과 위계 사이의 혼성조직형태라는 말로 설명된다. 경제학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기업과 시장을 상정하였지만, 온라인 플랫폼은 이러한 가정에 도전한다. 디지털 데이터와 매칭 알고리즘으로 구동되는 온라인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시장 양 쪽의 행위자를 중개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하여 일의 분배를 제어하고, 플랫폼종사자의 업무를 통제함으로써 시장이 아니라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주: 권오성(2021),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하는 노력 필요”, p.18.)
2. 플랫폼 노동의 취약성과 위험성
1) 플랫폼 노동의 취약성 – 경계의 모호화
플랫폼 노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경계의 모호화’에 있다. 플랫폼 노동의 근로자성 문제는 직종별로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플랫폼 경제에서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호함이 플랫폼노동자에게는 법적 보호를 상실할 ‘위험’으로 기능하는 반면, 플랫폼 기업에게는 이러한 모호함이 노동법을 회피할 ‘기회’로 기능한다는 점이다.(주: 권오성, 각주 1)의 글, p.8.)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통제력을 직접 행사하기 보다는 ① 플랫폼 노동자에게 일을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② 일을 하기로 한 경우에는 플랫폼이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일을 수행하도록 하고, ③ 일의 수행결과는 고객이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노동력을 조달 및 활용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① 플랫폼 기업이 보내는 신호(호출)에 응답하는 행위는 동의로 평가되고, ② 업무에 대한 지시명령은 사전에 제공된 매뉴얼로 추상화되어 종속성이 희석되며, ③ 업무에 대한 감독과 평가는 ‘별점평가’의 방식으로 고객과 분업한다. 이러한 ‘종속성 희석 매커니즘’을 통하여 종래 임노동의 방식으로 수행되던 업무는 독립노동의 모습을 띠게 된다.(주: Ibid, 7.)
그러나 ① 플랫폼 기업은 호출에 대한 플랫폼 노동자의 승낙률을 평가(예컨대, 일정한 횟수 이상 승낙을 거절하는 경우 호출을 하지 않는 등)함으로써 플랫폼 노동자의 승낙을 사실상 강제한다. 또한 ② 승차 공유 플랫폼에서의 여객운송이나 음식배달 플랫폼의 배달과 같은 정형적인 업무는 그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플랫폼 기업에 의해 사전에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따라서 업무 수행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에게 허용된 재량은 거의 없다. 이러한 업무의 정형성에 기반한 과업의 구체적 특정은 전통적인 지휘·명령을 대체한다. 나아가, ③ 플랫폼 사업에서 업무에 대한 감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사업에서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와 그에 대한 평가(인사고과)가 분리되어 있었다면, 플랫폼 사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감시’을 매개로 업무에 대한 지휘와 그에 대한 평가가 결합된다(예컨대, 여객운송이나 배달의 경우 플랫폼 노동자의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통제된다).(주: Ibid, 8.)
한편, 플랫폼 사업은 반드시 하나의 기업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오히려 복수의 기업의 네트워크에 의하여 공동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취한다. 그런데 이러한 복수기업의 네트워크(poly corporate network)를 규율하는 법은 ‘독립한 기업 간의 개별적 관계라는 개념’과 ‘복합조직이라는 일원적 개념’ 사이의 긴장으로 특징지어진다. 복수기업의 네트워크의 출현으로 종래 대부분 1:1의 대응 관계에 있던 사업(business)과 기업(organization)의 관계가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용자의 식별의 국면에서 곤란한 문제를 야기한다. 상황이 이렇게 변했음에도 복수의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경우에도 하나의 사용자를 골라야 한다는 인식을 고수할 경우, 사업을 공동으로 영위한 복수의 기업 중 하나 이상은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게 된다.(주: Ibid, 4.)
실례로, 전통적인 택시회사가 승용차를 소유하고, 기사를 고용하여 육상운송사업을 하였다면, ‘타다’는 렌터카 회사인 쏘카가 승용차를 소유하고, 브이씨엔씨가 타다 플랫폼을 운영하고, 파견업체가 기사를 공급했다. 타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승객의 입장에서 보면 쏘카와 브이씨엔씨와 파견업체는 유사택시라는 육상운송사업을 ‘공동으로’ 영위하는 복수의 기업들일 뿐이다. 타다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형사사건의 1심판결(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9. 선고 2019고단7006 판결. 이 판결에 대한 평석으로는 권오성·김민정, “‘타다’서비스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무죄 판결의 문제점”, 「노동법포럼」 제30호, 2000.)에서 타다 서비스를 승객이 쏘카로부터 차량을 ‘임대차’하고 기사를 ‘알선’받은 것으로 억지로 ‘인수분해’해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복수 기업 네트워크가 기존의 법체계에 불러온 법적용상의 난점을 보여준다.
2) 플랫폼 노동의 위험성 – 비용의 전가
전통적인 노동법은 임노동자(賃勞動者)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 전통적인 사회보장의 두 기둥 중 하나인 사회보험은 기업을 사회보장의 전달체계에 편입시켜 사업주에게 사회보험료를 부담하게 하거나, 사회보험료 징수에 조력하게 한다. 세법은 기업에게 근로자 소득과세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효율적인 징세에 조력하도록 한다. 이렇게 징수된 조세는 사회보장제도의 또 다른 기둥인 공공부조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결국, 현대 복지국가의 사회보장에 필요한 재정의 상당 부분은 직-간접적으로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기능은 기업 배후의 자본가들이 기업의 이름(법인격) 뒤에 숨어 누려 왔던 유한책임이라는 특권의 사용료에 해당한다.(주: 권오성, “플랫폼 노동, 현상과 과제”, 「노동법률」 통권 제349호, ㈜중앙경제, 2020, p.30.)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 혁신이라 칭하며,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은폐해 이러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를 통하여 자신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그들이 당연히 누렸어야 할 노동법적 보호를 박탈당한 노동자에게, 오분류를 통해 비용을 떨어낸 기업과 시장에서 경쟁해야만 하는 법률을 온전히 준수하는 다른 기업에게, 사회보험료나 조세로 조달한 재원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국가에게 비용을 전가한다.(주: Ibid, 31.) 플랫폼 기업에 의해 ‘혁신’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근로자성 은폐와 비용의 전가는 가깝게는 중산층 소멸과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멀게는 사회적 연대 해체와 복지국가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주: Ibid, 30.)
3. 노동의 노동법적 규율방안
1) 정책의 최우선 순위 – 오분류의 교정
노동법의 적용대상에 관한 전통적인 사고는 근로자가 엄격한 의미에서 종속적인 상황에 있을 때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민법이나 상법의 적용을 받는 독립사업자의 경계에 있는 독립노동의 증가는 기존의 법적 틀 내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타인을 위해 동일한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근로계약에 의하여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보호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포괄적 노동법제 도입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고용상 지위의 조작으로 근로자를 비근로자화려는 플랫폼 기업들의 ‘규범회피행위’를 유효하게 교정하기 위한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주: 권오성, “전가(轉嫁)와 은닉(隱匿)의 기술, 온라인 플랫폼”, 「사회적 대화」 통권 제12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019, p.58.) 플랫폼 노동자를 너무 당연하게 ‘자영업자’로 취급하는 인식은 착시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분류로 교정해야 할 사안(유사택시, 배달)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보호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는 오분류를 교정하는 기제가 아니라 오분류를 면책하는 매커니즘이 될 가능성이 크다.(주: 권오성, 각주 3)의 글, 9.) 오분류의 교정을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근로자성 판단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실체법적 접근)과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입증의 부담을 플랫폼 기업에게로 전환하는 방안(절차법적 접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근로자 성 판단기준의 완화 – ‘선 긋기’의 수정
우리 사회는 최근 고용관행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새로운 현실은 노동법을 그들의 목적과 다시 일치시키기 위한 법원과 입법자의 노력을 요구한다.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통제와 경제적 의존으로 특징지어지는 관계 속에서 일한다. 이는 과거에도 그래왔으며 변하지 않았다. 노동법의 목표는 이러한 취약성을 최소화하거나 그러한 취약성에서 초래되는 원치 않는 결과를 방지함으로써, 이러한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적 종속이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근거 짓는다는 전통적 인식을 도그마 삼아 비전형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노동법이 당초 추구했던 목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기 어렵다. 사실 ‘종속성’이라는 것은 ‘있다’와 ‘없다’라는 일도양단의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어느 정도의 종속성 아래서 노무를 제공한다. 종속성의 정도라는 넓은 스펙트럼의 한 지점에 선을 긋고 그 선 위에 부분은 근로자, 아래는 비근로자라고 결정하는 것이 근로자성의 판단이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선을 스펙트럼의 어느 부분에 그을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 긋기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법적 쟁점은 발생한다. 하나는 주로 법원에 의하여 그어진 선(이를 ‘판례법리’라고 하자)을 두고 특정한 범주의 노동자가 그 선을 넘었는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이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소위 ‘오분류’의 문제이다. 타다 드라이버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근로자성의 문제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선을 새로 긋는 문제이다. 기존에 그어진 선이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로 타당성을 잃은 경우 선의 위치는 마땅히 수정되어야 한다. 2018년 재능교육 판결이 이러한 선 긋기의 수정이다.(주: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과거 법원은 학습지 교사와 같은 비공식노동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데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재능교육 판결을 계기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대법원은 2005년에는 학습지교사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대법원 2005.11.24. 선고 2005다39136 판결), 재능교육사건 판결에서는 학습지교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학습지교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부정하면서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의 판단기준 자체의 변경, 즉 ‘선긋기의 수정’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적 종속은 하늘이 내려준 천리(天理)가 아니다. 노동법의 적용대상은 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나아가 수정되어야만 하는 기준이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사용자들이 노동자의 노동과정을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노동의 결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정하는 방식으로 노동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하여 전통적인 인적 종속의 기준으로 보면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 과거의 기준으로 이들을 노동법의 보호범위에서 배제한다면 노동법은 앞으로 더욱 희소해질 ‘표준적 고용관계’를 획득한 신분자들만 보호하는 특별법으로 격상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신분을 획득하지 못한 다수의 노동자는 다시 규범적 보호가 벗겨진 원생(原生)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주: Ibid, 112.)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 자체를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판례의 변경을 통해 가능할 것인바, 법원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영역이다.
3) 근로자성에 관한 입증책임의 전환
(주: 이 부분은 권오성, 각주 3)의 글의 5-18쪽을 요약하여 전재한 것이다.)오분류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으로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입증책임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을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깨뜨리고 싶은 당사자에게 반증의 입증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인 법률요건분류설(규범설)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생소할 수 있겠으나, 산업혁명 이후 노동계급의 출현 과정 및 근대적 생산방식의 보편화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타인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 ILO 고용관계 권고(제198호)
ILO는 1997년과 1998년에 ‘계약노동(contract labor)’을 주제로 하도급 형식을 통한 노동자 보호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였으며, 2003년 총회에서의 논의 및 결의를 거쳐 2006년 ILO 고용관계 권고(제198호)를 하였다. 고용관계 권고는 권고이므로 가맹국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기준을 설정하고 회원국의 국내정책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며 또한 국제적으로는 ILO의 공식문서로서 고용관계에 관한 향후 논의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편, ILO 고용관계 권고 13항은 먼저 “회원국은 국내법과 규정에 의하여 또는 기타의 방식으로 고용관계의 존재에 대한 특정지표를 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한 구체적인 지표로 (a) 상대방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업무 수행, 노동자가 기업조직의 일부로 통합, 전적으로 또는 주로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업무 수행, 해당 노동자에 의해 직접 업무 수행, 업무를 요구하는 당사자가 결정하거나 합의한 특정 노동시간이나 작업장에서 업무 수행, 업무가 특정 지속기간과 연속성을 가짐, 해당노동자의 가용성(availability)이 요구됨, 업무를 요구하는 당사자가 도구·자재·기계 제공과 (b) 노동자에 대한 정기적 보수 지급, 이러한 보수가 해당 노동자의 유일한 소득원이거나 주요 소득원이라는 사실, 음식·숙소·교통 등 현물 지급, 주휴일과 연차휴가 수급자격, 업무를 요구하는 당사자가 업무수행을 위한 출장경비 지급, 해당 노동자에 대한 재정적 리스크 부재를 제시하였다.
나아가 동 권고 11항은 “고용관계의 존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회원국은 이 권고에 언급된 국가정책의 범위 내에서 다음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고용관계의 존재에 대한 법률상 추정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a) 고용관계의 존재를 결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허용
(b) 하나 이상의 지표가 존재할 경우 고용관계가 존재한다는 법률상 추정 제공
(c) 가장 대표적인 노사단체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일반 업종이든 특수 업종이든 일정한 특성을 가진 노동자는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결정”(밑줄은 필자)
(2) 미국의 ABC 테스트
(주: 이부부은 이다혜, “미국 노동법상 디지털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 - 2018년 캘리포니아 대법원 Dynamex 판결을 중심으로 -”, 「노동법학」제72호, 한국노동법학회, 2019, 210면 이하를 주로 참조하여 작성하였다.)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다이나멕스 사건에서 임금법령의 연혁과 근로자의 사회적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인용했다. 즉 근로자와 독립계약자를 구분하는 판단에서도 ‘일하는 것을 묵인 또는 허용’한 경우 역시 고용한 것으로 보았다.(주: Dynamex Operations W., Inc. v. Superior Court of L. A. Cnty., 4 Cal.5th 903, 232 Cal. Rptr. 3d 1, 416 P.3d 1 (Cal. 2018).) 연방법인 FLSA도 “일하는 것을 묵인 또는 허용”을 포함하여 고용을 커먼 로 보다 넓게 해석하는데, 다만 그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경제적 실질 기준을 사용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FLSA보다 캘리포니아주 임금명령이 앞서 도입되었다는 연혁적 측면과 캘리포니아주의 근로자들을 연방법보다 더 넓게 보호하겠다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캘리포니아주 임금명령을 해석할 때 경제적 실질 기준을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고 보고, 대신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계약자라고 주장하려면 기업은 “(A) 노동자는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계약상이나 실제로 기업의 통제와 지시(control and direction)를 받지 않는다, (B) 노동자는 기업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usual course of business) 외의 업무를 수행한다, (C) 노동자는 관례적으로 기업과 독립적으로 설립된 직종, 직업 또는 사업에 종사한다”라는 세 가지 요건(ABC)을 모두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하는 ABC 기준을 채택했다. 이러한 방식은 모든 노무제공자(all workers)에 대해 우선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기업이 이러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하여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입증할 것으로 요구하는 방식이다.
(3)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의 ‘플랫폼 경제에서의 공정한 노동’
2020년 11월 27일 연방노동사회부는 “플랫폼 경제에서의 공정한 노동(Faire Arbeit in der Plattformökonomie)”이라는 발표를 통해 플랫폼노동에 관한 독일정부의 핵심적 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주: https://www.denkfabrik-bmas.de/fileadmin/Downloads/eckpunkte-faire-plattformarbeit_1_.pdf)
위 발표는 플랫폼 경제에서 활동하는 1인 자영업자(Solo-Selbstständige)에 대한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상의 보호 내용으로 (1) 노동플랫폼으로서의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2) 사회적 보호의 강화, (3) 근로자성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입증책임 완화, (4) 공정한 활동조건의 보장, (5) 계약조건에 대한 통제, (6)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신고 및 통계의무 도입을 제시하였는데, 이 중 (3)이 입증책임의 완화에 관한 내용이다.
“(3) 근로자성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입증책임 완화
플랫폼활동자들은 실제 상황에 따라 어떤 계약관계에 있는지 여부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됨. 연방노동사회부는 플랫폼활동자의 노동법적 지위 확인을 보다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플랫폼노동자를 위한 입증책임규정을 도입하고자 함. 플랫폼활동자가 근로관계 존재에 대한 정황증거(간접증거)를 제시하면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증책임은 플랫폼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임.”(밑줄은 필자)
(4) 정리
미국의 ABC 테스트가 가진 의미는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실질적인 쟁점이 ‘종속성이 얼마나 강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속성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자료의 제출에 대한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가’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입증책임의 분배 문제는 어찌 보면 무엇을 원칙으로 보고, 무엇을 예외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근로자임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은 민법의 특별법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 즉 자신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하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반면 ABC 테스트의 의미는 이러한 가정을 전복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에 반대하는 당사자가 그 추정을 복멸하기 위한 입증자료를 제출하라는 방식이다.
자본주의의 여명기에는 근로자와 비근로자가 명확하게 분기되지 않았다.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사용할 도구를 가져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맨몸으로 온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일반화, 보편화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가정’이 타당했을 수 있다. 실제로 초기 자본가들은 '생산'의 과정을 통제할 기술을 알지 못했다. 산업혁명 이전 장인들의 노동은 기본적으로 도급계약이었다. 즉, 작업방법은 장인들에게 내부화되어 있어 의뢰인(자본가)이 일일이 지시명령을 내리는 일은 없었다(정확하게는 지시명령을 내릴 능력이 없었다). 당시 고용계약의 전형적인 분야는 집사나 하녀 등 가정 내 가사노동자였다(주종법의 적용대상).
그러나 산업혁명에 의해 공업 분야의 노동 방식이 크게 바뀌어 종래의 독립성이 높은 장인 노동에서 공장 전체의 작업 중 일부를 할당받아 수행하는 것이 되었다(분업화). 이러한 전환에 의해 노동자는 작업내용을 사용자로부터 지시받고, 그대로 수행하는 만큼 약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간주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기업에 의해, 즉 근대적 생산방식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18세기적 가정’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규범적인 기본값 자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즉,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을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깨뜨리고 싶은 당사자에게 반증의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일상화된 지금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부합할 것이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해석론으로도 ‘사용종속관계’를 원고가 주장·입증해야 하는 주요사실이 아니라 피고가 그 부존재를 주장·입증해야 하는 항변사실로 해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즉, 원고는 ‘①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② 임금을 목적으로, ③ 사업이나 사업장에, ④ 근로를 제공하였다’라는 객관적 사실만 주장·입증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되고, 피고 측에서 ‘사용종속관계의 부존재’라는 항변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한 경우에 한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된다는 방식의 해석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법문에 오히려 부합한다.(주: 권오성,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노동법포럼」 제32호, 노동법이론실무학회, 2021,p.21.) 따라서 입증책임의 전환을 위하여 반드시 별도의 입법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 포괄적 노동법제의 도입
종래 노동법이 다양한 기준으로 노동자를 분절(division)하고 일부를 배제(exclusion)해 왔다면, 앞으로의 노동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통합(integration)하고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는 일반법으로서의 ‘일하는 사람의 보호를 위한 법률’의 입법을 제안한다. 이러한 입법은 기존의 노동법 외에 의존적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s)나 유사근로자(employee-like) 같은 새로운 중간범주(intermediate category)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inclusive)하는 기초가 되는 일반법의 제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반법은 노무제공의 상대방으로부터의 지시나 감독 여부 및 그 정도, 경제적 종속성 여부를 불문하고, 따라서 노무제공자가 제공하는 노무의 성격이 소위 독립노동이나 자유노동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정한 정도의 지시나 감독, 경제적 종속성을 전제로 하는 비공식 노동자를 포함하나, 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종사원도 노무제공자에 포함되며, 노무제공에 대한 반대급부의 존부도 문제 삼지 않으므로 소위 무급인턴(unpaid intern)이나 교육생, 자원봉사자도 포함한다.(주: 권오성, 각주 12)의 글, p.59.)
플랫폼 노동자만을 별도의 적용대상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은 보호의 강화라는 취지와 반대로 보호의 약화와 파편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라고 전제하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특별법을 입법하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가 누려야 할 노동법상 보호로부터 이들을 배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범주적 접근방식보다는 포괄적 접근방식이 보다 적합하다.
일하는 사람은 크게 ① 자영인(self-employed), ② 근로자와 자영인의 성격이 혼재된 사람 및 ③ 근로자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종래, (i) 한편으로는 다양한 통제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종속성 희석 매커니즘을 통한 ‘위장자영인화’ 내지 근로자의 오분류(misclassification)를 ‘어떻게’ 방지 및 교정할 것인가와 (ii) 다른 한편으로는 종래의 판례나 해석에 따르면 진정한 자영인에 해당하지만 사회경제적 조건이 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에게도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되었다.
위 (i)의 문제는 ‘②와 ③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ii)의 문제는 노동법의 보호 대상을 ‘①+②+③’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자영인인 ①은 배제하고) ‘②+③’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정책의 문제인바,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이라는 주제로 ‘②와 ③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가 주로 다투어져 왔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①을 제외하고) ‘②와 ③을 보호하는 방안’과 관련하여 ②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특정 사업주에게 ‘전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는 자(소위 ‘특고’라고 불리는 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가 다투어져 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ICT 발전으로 출현한 플랫폼노동자 기타 다양한 유형의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대두되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근로자와 자영인 사이에 준(準)근로자 또는 유사근로자라는 ‘제한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중간범주’를 만드는 방식은 마땅히 노동법의 전면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일하는 사람을 이러한 중간범주로 포섭하여 노동법의 보호를 박탈하는 매커니즘으로 기능하게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새로운 ‘중간범주’를 창설하는 방안은 보호의 강화라는 명목상의 취지와는 반대로 일부 노동자를 노동법의 보호에서 파내는(carve out)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범주를 창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의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호 입법을 추진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의 근로자를 포함하여 더 넓은 범주의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적용 대상을 가진 법률(편의상 ‘기본법’이라고 한다)을 마련하고, 이러한 기본법을 노동법적 보호의 기층(floor)으로 삼는 방식이다. 즉,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기본법에 터 잡은 보편적 보호의 안전판을 설치하고, 그러한 안전판 위에 더 높은 수준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add on) 방식이다.
한편, 사용자를 수범자로 하여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전통적인 노동법의 문법으로 법률의 내용을 설계할 경우, 다양한 일하는 사람에 대하여 동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라는, 오래되었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다시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의무 체계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체계로 법률의 내용을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 법률의 입법에 반대하는 경영계의 입장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에게 보장되는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 조항으로부터 직접 도출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주: 권오성, 각주 2)의 글, p.149.)
4.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에 관한 법원과 노동위윈회의 판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1) 일반론
1953. 5. 10. 법률 제286호 제정되어 같은 해 8. 9. 시행된 제정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이라고 한다) 제15조는 “본법에서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였고, 이러한 정의는 지금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주: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판례는 1953년 근기법 시행 이후 상당한 기간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제시함 없이 개별 사안별로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해 왔다. 이후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에서 최초로 근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관한 일반론을 설시하였고,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하여 종전보다 다소 완화된 판단방법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약간의 동요는 있었지만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과 같은 판결이 반복되었고(주: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두8436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7165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1566 판결 등.), 이에 동 판결에서 제시된 다소 완화된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현재 표준적인 판례법리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판례법리는 ① 지휘·감독의 존부에 관한 판단과 관련하여 종전의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을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완화하여,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지휘·감독뿐만 아니라 업무의 내용이나 종류 및 업무수행의 상대방에 대한 지정, 업무 완성에 대한 검사 및 수정·보완지시와 같은 간접적·포괄적 지휘도 사용종속관계의 징표로 포섭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 ②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등의 새로운 징표를 제시하여 지휘·감독의 여부 등 종속성 징표뿐만 아니라 독자적 시장접근성, 이윤 창출에 관한 독자적 기회의 존부, 독자적 기술 및 자본의 보유 등 독립 사업자성에 관한 징표도 함께 고려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 ③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여 보수의 체계, 세법 내지 사회보장법의 적용여부 등은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결정적 징표가 될 수 없음을 명시한 점에서 종래의 판례법리와 차이가 있다.(주: 박재우, “근로자성의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 -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01566 판결 사안을 중심으로-”, 「노동법 실무연구」재판자료 제118집, 법원도서관, 2009, 21-22면.)
다만, 이러한 판례법리는 대체로 근로자 보호의 관점이 많이 부각되고 종래에 비해 노동법 원리에 보다 충실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변경된 판례도 정작 ‘종속적인 관계’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2) 플랫폼 노동의 특수성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통제력(right to control)을 직접 행사하기 보다는 ① 플랫폼 노동자에게 일을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② 일을 하기로 한 경우에는 플랫폼이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일을 수행하도록 하고, ③ 일의 수행결과는 고객이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노동력을 조달 및 활용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i) 플랫폼 기업이 보내는 신호(호출)에 응답하는 행위는 동의로 평가되고, (ii) 업무에 대한 지시명령은 사전에 제공된 매뉴얼로 추상화되어 종속성을 희석한다. 나아가 (iii) 업무에 대한 감독과 평가는 ‘별점평가’의 방식으로 고객과 분업한다. 이와 같은 종속성 희석 매커니즘을 통하여 종래 종속적 임노동의 방식으로 수행되던 업무가 독립노동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①과 관련하여 플랫폼 기업은 호출(일종의 청약)에 대한 플랫폼 노동자의 승낙률을 평가하는 방식(예컨대, 일정한 횟수 이상 승낙을 거절하는 경우 호출을 하지 않는 등)으로 사실상 플랫폼 노동자의 승낙을 강제한다. 나아가 이러한 승낙 여부에 대한 통제는 플랫폼 기업이 실제로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러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통제의 매커니즘으로 기능한다. ②와 관련하여서는, 소위 플랫폼 승차공유 사업에서의 여객운송이나 플랫폼 음식배달 사업에서의 배송과 같이 정형적인 업무는 그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플랫폼 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며, 구체적인 업무 수행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에게 허용된 재량은 거의 없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업무의 정형성에 기반한 과업의 구체적 특정이 전통적인 지휘·명령을 대체한다. 한편, ③과 관련하여서는 플랫폼 사업에서의 업무에 대한 감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사업의 경우 근로자의 업무에 대한 지휘와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인사고과)가 분리되어 있었다면, 플랫폼 노동의 경우에는 디지털 기술을 티용한 ‘실시간 감독’을 매개로 업무에 대한 지휘와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가 결합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여객운송이나 배달의 경우 플랫폼 노동자의 이동 경로가 디지털 방식으로 사전에 통제된다.
플랫폼 노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경계의 모호화’에 있다. 플랫폼 노동의 근로자성 문제는 직종별로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플랫폼 경제에서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호함이 플랫폼노동자에게는 법적 보호를 상실할 ‘위험’으로 기능하는 반면, 플랫폼 기업에게는 이러한 모호함이 노동법을 회피할 ‘기회’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기업은 사업의 규모와 매출을 통해 인력수요를 감안하여 인력을 채용하여 유지한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은 다르다. 플랫폼 사업은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시장으로의 접근기회를 부여하고, 실시간으로 이용자 수요에 맞는 노무제공자를 구인할 수 있는 IT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의 성격에 기반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및 이로 인한 위험 분산의 불균형은 결국 플랫폼 노동자의 경제적 의존을 초래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노동 문제는 유사택시(타다), 배달 업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적어도 이들 두 업종은 플랫폼 노동이 아니라 그냥 근로자성의 은폐, 오분류로 접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유사택시와 배달이 눈에 띄는(언론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이유는 이러한 업종이 전통적인 경제에서도 존재하던 업종이기 때문이다(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생각해보라). 기존의 배달과 택시 산업이 플랫폼을 이용한 신규 진입자에 의해 급격하게 침식당했기 때문에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플랫폼 노동 논의에 중심에 유사택시, 배달이 위치하긴 한다. 그래서 그들 나라의 법원이 우버 기사와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는 유사택시, 배달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인하여 새로이 발생한 업종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오분류로 교정해야 할 사안(유사택시, 배달)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보호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는 오분류를 교정하는 기제가 아니라 오분류를 면책하는 매커니즘이 될 가능성이 크다.
(3) 관련 동위원회 판정례
현재까지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단계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긍정한 사례가 있을 뿐,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한 법원의 판결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는 ‘타다’ 드라이버의 해고의 정당성이 다투어진 2개의 사건이다.
A. 사안의 배경
○ 당사자의 관계
주식회사 쏘카(쏘카)는 2011년 10월 31일 설립돼 상시 약 4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자동차렌트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브이씨앤씨 주식회사(브이씨앤씨)는 2011년 1월 28일 설립돼 상시 약 1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한편, 헤럴드에이치알 주식회사(용역업체)는 2017년 6월 29일 설립돼 상시 약 1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인력공급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신청인은 지난해 5월 23일 용역업체와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해 타다 드라이버로 근무하던 중 같은 해 7월 15일 쏘카, 브이씨앤씨 및 용역업체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 타다 서비스의 사업개요
종래 허용되던 '기사 포함 렌터카 사업'이 유사택시 영업으로 변질되자 택시업계와 렌터카업계 간 분쟁이 격화됐고, 이에 2000년 개정 여객자동차법은 제34조 제2항을 신설해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다만 같은 항 단서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서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이 허용되는 사유를 규정했다.
이후 2007년 개정된 여객자동차법은 제34조 제3항 및 벌칙 조항을 신설해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일반적인 유상 운송행위를 금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이씨앤씨가 운영하는 '타다' 애플리케이션(타다 앱)을 통해 브이씨앤씨의 완전모회사인 자동차대여사업자 쏘카가 소유한 11인승 카니발 승합차를 승객에게 임차하는 동시에 운전자를 알선해 주는 방식의 모빌리티 서비스사업(타다 서비스)이 2018년 10월 시작됐다.
타다 서비스는 타다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를 등록-가입한 회원에게 쏘카 소유의 11인승 승합차를 호출과 동시에 용역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기사로 하여금 위 차량을 운전하도록 하는 기사를 포함한 차량 대여 서비스라는 형식으로 설계됐고, 이를 위해 쏘카는 용역업체와 '임차인 알선 및 운전용역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B. 쟁송의 경과
○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신청인이 ①자신이 운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간, 요일, 차고지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 ②신청인이 노무제공을 원치 않는 경우에 피신청인이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 ③피신청인들이 신청인에 대해 업무수행 과정에서 지휘ㆍ감독을 행한 사실이 확인 되지 않는 점, ④신청인이 운전서비스 제공에 따라 일정 금원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를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가 아니라며 신청을 각하했다.
○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타다 드라이버인 신청인은 확정된 배차표 상의 운행시간에 따라 출근하고, 각종 규정ㆍ매뉴얼 등에 구속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근로했으며, 시간당 일정 금액에 근로시간을 곱한 수당을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한편, 브이씨앤씨는 쏘카와의 계약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다 서비스 운영 업무를 대행한 업체에 불과하고, 용역업체는 쏘카에 타다 드라이버를 소개-공급한 업체에 불과하므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로서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용자는 쏘카다. 타다 측이 실시한 근무조 개편에 따른 인원 감축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는바, 이러한 해고를 함에 있어 신청인에게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해고는 부당하다.
C. 검토
중앙노동위원회는 타다 드라이버인 근로자는 확정된 배차표상의 운행 시간에 따라 출근하고, 각종 규정ㆍ매뉴얼 등에 구속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근로했으며, 시간당 일정 금액에 근로시간을 곱한 수당을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타다 드라이버의 계약형태는 ①근로자파견업체(파견업체)가 자신과 계약을 체결한 기사를 쏘카에 제공하는 형태와 ②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를 사용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쏘카는 5개 파견업체로부터 600여 명의 파견 기사와 22개사의 파견업체로부터 8,400여 명의 프리랜서 운전자 등 총 9,000여 명을 운전업무에 사용했다.
파견기사들은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들의 근로자성은 크게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기사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인바, 이 사건 역시 이러한 경우에서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이다.
프리랜서 기사는 용역과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이 때의 계약 형식은 '프리랜서 계약', 드라이버의 신분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타다 드라이버와 파견업체와의 계약 형식이 '프리랜서 계약'일지라도 실제로 타다 드라이버가 파견업체 또는 쏘카나 브이씨앤씨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했다면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야 한다.
타다 서비스의 경우 매출과 수익의 주된 부분이 타다 드라이버가 제공하는 운송 수익에 달려있다. 타다 서비스는 승차거부, 난폭운전, 말 걸기가 없는 3무(無) 서비스를 내세워 짧은 시간 내에 170만명이 넘는 이용자와 9,000명의 드라이버를 가진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이러 한 방침에 따른 드라이버의 고객 응대는 타다 서비스가 시장에서 택시에 비해 경쟁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으므로 타다 서비스의 입장에서는 드라이버들의 적정한 업무수행을 위한 서비스의 내용에 대해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전산망을 통해 근무시간 선택 및 변경, 일정표 공지를 통해 배차지시가 이뤄졌다. 또한 15초 내 배차를 수락하도록 하고 거절 시에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제재를 가했다.
또한 타다 드라이버의 프리랜서의 계약 내용을 보면 시간당 1만원의 고정급 보수를 지급받는다. 즉, 타다 드라이버들은 시간당 노무 제공에 대해 보수를 지급받으며 타다의 운행 매출 수익에 따른 혜택이나 부진에 따른 혜택과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나아가 드라이버는 쏘카가 제공하는 렌터카 차량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타다 앱을 통해 매칭된 고객을 이동시켜 줄 뿐, 스스로 고객을 유치하거나 독자적인 시장 진출의 기회를 확보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고 위험을 부담하는 사업자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용역업체가 타다 드라이버에게 시급으로 계약 금액을 정해 지급하고, 근로시간 및 업무내용들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한 사정 등에 비춰 볼 때 타다 드라이버의 노무제공에는 소위 '인적종속성'이 뚜렷이 드러나며, 타다 드라이버가 독자적인 이윤창출, 이익과 손실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경제적 종속성을 추단할 수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에서 신청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 강조했던 "신청인에게 근무 시간과 장소에 대한 근로자의 선택권이 있다"는 점은 이러한 인적종속성을 약하게 하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근로자의 선택권 존재는 타다 드라이버의 경제적 종속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쏘카는 지난해 영업당시 약 1,500대의 승합차량을 운행했지만 파견업체 및 용역업체를 통해 9,000여명의 드라이버를 선발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많다. 사업의 규모와 매출을 통해 인력수요를 감안해 인력을 채용하는 전통적인 기업과는 구별된다. 이는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시장으로의 접근기회를 부여하고, 실시간으로 이용자 수요에 맞는 노무 제공자를 구인할 수 있는 IT에 기반 디지털 플랫폼의 성격에 기반한다. 이에 따라 타다 드라이버들은 자유로이 근로조건과 장소를 선택해 신청하고 운이 좋으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배정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면 종국적으로 공급자는 수요자의 선택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공급이 많다는 것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들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드라이버들은 일감을 배정받기 위해 남들이 기피하는 시간대의 노동 혹은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강제되는 자유를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드라이버들은 자신의 생계가 달려있는 배차가 거절되지 않도록 높은 수준의 별점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 별점은 배차 거부의 빈도, 고객 만족도, 근태 등으로 평가된다. 결국 타다 드라이버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권에 대한 발탁이 이뤄지려면 성과에 기반한 사용자의 노무 지시권에 더 강력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의도하는 플랫폼의 기술은 계약 당사자 간 지위의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경제적 종속성의 동인(動因)이라고 할 것이며, 이러한 경제적 종속성은 성과에 기반해 이뤄지는 노무 지휘ㆍ명령권, 즉 인적종속성과의 강력한 결합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본다면 타다 서비스(쏘카,브이씨앤씨)는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구체적 통제를 통해 타다의 핵심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타다 드라이버는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긍정한 재심판정의 판단은 타당하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피신청인인 타다가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아.
2)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
(1) 일반론
2018년 재능교육사건 판결(주: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을 계기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판단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대법원은 2005년 학습지교사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주: 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5다39136 판결.), 2018년 재능교육사건 판결에서는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위 재능교육사건 이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확립한 법리에 입각하여 방송연기자(주: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철도매점 운영자(주: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361 판결., 자동차판매 대리점 카마스터(자동차 판매용역계약 체결 판매원)(주: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018년 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판단기준으로 7가지 판단요소 중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을 제외한 6가지 구성표지는 소위 유형적 개념의 하위 구성표지의 성격을 갖는다. 한편,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은 법률효과(즉, 노동조합의 조직 및 단체교섭 제도의 적용)와 의미관련성을 고려한 목적론적 개념 형성과 관련이 있다. 다음으로, 유형적 개념은 각각의 하위 개념표지들 상호간의 우열관계가 확정적이지 않음은 물론 하위 개념표지 중의 일부는 포기가 가능한바, 따라서 2018년 판결이 제시한 6가지 구성표지 중 무엇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본질적 구성표지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2018년 판결은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구성표지들을 ‘인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구성표지들보다 순서상 앞에 나열하고 있다는 점 및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과 주로 관련이 있는 하위표지가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4개의 구성표지들(㉮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이 본질적 구성표지에 해당하는 반면, ‘인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2대의 구성표지들(①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②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은 부수적 구성표지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2) 관련 판례
계약형식에 관계없이 타인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불가피하게 타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그 계약의 형식이 근로계약이든 도급, 위임 기타 무명계약이든 단체교섭을 통하여 거래조건을 유지 또는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2018년 변천된 판례법리는 이러한 점을 확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2018년 판례법리에 따르면 대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대리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긍정한 하급심 판결에 의해 재확인되었다.
A. 사실관계
(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 11. 14. 선고 2019가합100867 판결에서 인용된 사실관계를 정리하였음.) 원고 김○○은 2002. 1. 20.경부터 ‘손오공’이라는 상호로 부산 지역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원고 주식회사 친구넷은 2014. 5. 7.경부터 부산 지역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인바, 이들은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 배정 등에 필요한 ‘로지’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대리운전 기사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영위해 왔다.
피고 최○○는 2017. 9. 21.경 원고 김○○과 동업계약서에 기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김○○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접속에 필요한 기사 ID를 부여받아 그 무렵부터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 김○○도 원고 김○○과 동업계약서에 기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기사 ID를 부여받아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피고 송○○는 2017. 10. 31.경 원고 주식회사 친구넷과 동업계약서에 기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주식회사 친구넷으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접속에 필요한 기사 ID를 부여받아 그 무렵부터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동업계약 제3조는 원고 대리운전 서비스업체(이하 편의상 “갑”이라고 함)의 대리기사(이하 편의상 “을”이라고 함)책임과 의무를 ① ‘갑’은 ‘을’이 대리운전을 통하여 수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단말기(PDA)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인증절차(기사ID부여 및 면허자격, 대리운전보험가입 확인)를 대행하고, ② ‘갑’은 ‘을’의 대고객 서비스 정진 고양을 위하여 (비)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며, ③ ‘갑’과 ‘을’은 상호 본 계약의 제4조 각 항 위반시, 2회까지는 주의조치하고, 3회 이상 위반시는 계약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동 계약 제4조는 ‘을’의 ‘갑’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① ‘을’은 고객에게 최선의 친절과 서비스로 안전하게 대리운전을 하여야 하며, ‘갑’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언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 ② ‘을’은 ‘갑’으로부터 인증받은 단말기(PDA)상의 배차시스템을 활용하여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대행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여 발생한 사고 및 사실 적발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 및 배상은 ‘을’이 질 것, ③ ‘을’은 정장 또는 정장에 준하는 복장, 욕설 및 폭력금지, 안전운행, 음주운전, 부당요금, 잔돈준비, 도덕적 윤리적 행동 및 품위유지, 교통범칙금 7일 이내 납부와 같은 사항으로 ‘을’ 본인은 물론이고, ‘갑’에게 손해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며, 문제 발생시 ‘을’이 모든 책임을 질 것, ④ ‘을’은 ‘갑’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사매뉴얼 및 대고객 10대 금지사항(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하여 반드시 준수할 것, ⑤ ‘을’은 ‘갑’이 시행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 및 정기 및 비정기 교육을 반드시 참가, 이행할 것, ⑥ ‘을’은 고객에게서 받는 서비스요금 중 일부(3,000원)를 ‘갑’에게 수수료로 납입하여야 하며, 그 수수료는 반드시 선납입할 것(다만, 수수료는 서비스요금의 변화, 시장환경 및 지역정서를 고려해서 ‘갑’이 조정할 수 있음), ⑦ ‘을’은 대리운전 배차시스템에 필요한 단말기(PDA)를 준비하여야 하며, 출근은 자유며 출근시 프로그램비 500원, 관리비 3,000원을 선납할 것, ⑩ ‘을’은 현장콜 운행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운행 전 ‘갑’의 콜센터에 접수등록한 후 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피고 최○○는 대리기사를 조합원으로 하여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이라는 명칭으로 지역단위노동조합을 조직한 다음, 이 사건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2018. 12. 11. 부산광역시장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여 같은 달 12. 설립신고증을 받았고, 피고 김○○, 송○○는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그 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1. 14.경과 2019. 2. 1.경에 걸쳐 원고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들은 위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고, 피고들과 같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원고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독립적으로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 원고들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대리운전 업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과 같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조직한 이 사건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들을 상대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음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B. 1심판결
(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 11. 14. 선고 2019가합100867 판결.)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소득 의존성
피고들의 대리운전 업무 내용, 대리운전이 주로 이루어지는 시간, 대리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우선배정 방식에 의한 대리운전기사 배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고, 실제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만 소속되어 대리운전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피고들이 소속된 이 사건 노동조합은 복수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운전기사를 조합원의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 나아가 피고들이 대리운전비를 고객들로부터 직접 수령하여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대리운전 1회당 3,000원의 수수료를 미리 납입받는 점, 카드 결제를 통하여 대리운전비가 지급될 경우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 상당의 금원을 지급받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하여 요청받는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들로부터 받게 되는 대리운전비가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 원고들에 의한 이 사건 동업계약 내용의 결정
원고들은 불특정다수의 대리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의 동업계약서를 사용하여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동업계약서에는 이 사건 동업계약의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리운전기사들의 업무 수행태도 및 방식, 대리운전기사들의 피교육의무, 대리운전 수수료, 관리비 등의 납무의무 등 주로 대리운전기사들의 의무 사항을 정하면서 원고들에게만 수수료 변경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원고들만이 대리운전비를 결정하고, 피고들에게는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의 수입을 비롯하여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피고들의 원고들을 통한 대리운전 업무 수행
피고들이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들의 대리운전 영업 영위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은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영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동업계약관계의 지속성⋅전속성
피고들이 원고들과 이 사건 동업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한 기간 동안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에게 상당한 정도로 전속되어 있다.
○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지휘·감독의 존재
이 사건 동업계약에 의하면, 피고들은 정장 또는 정장에 준하는 복장을 착용하여야 하고, 안전운행을 하며, 부당요금을 징수해서는 안 되고, 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해야 하며, 원고들이 시행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를 따라야 하고,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교육에 참석해야 하는데, 피고들이 이를 위반하면 2회까지는 주의조치를 하고, 3회 이상부터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정하여져 있다. 또한, 원고들이 우선배정 방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피고들이 우선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실제로 대리운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원고들은 우선배정을 통하여 피고들로 하여금 특정한 시간 동안 일정한 횟수 이상의 대리운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원고들은 피고들이 대리운전기사 배정을 취소할 경우 500원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피고들이 직접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을 요청받는 현장콜의 경우에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의 적용이 되지 않게 하고 있다. 위와 같이 피고들은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원고들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대리운전비의 근로대가성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대리운전 노무에 대한 대가로 사실상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과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과 대리운전기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 및 보수 수수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그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과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원고들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피고들에게 일정한 경우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노무를 제공받는 원고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C. 항소심판결
(주: 부산고등법원 2020. 8. 26. 선고 2019나58639 판결(미확정). 현재 대법원 2020다267491호로 상고심 계속 중.)항소심 법원은 위 1심법원의 판결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였다.
D. 검토
2018년 재능교육 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근거짓는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4개의 구성표지들(즉,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가 본질적 구성표지에 해당하는 반면, ‘인적 종속성’을 추단케 하는 2대의 구성표지들(즉, ①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②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는 부수적 구성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할 경우, 이 사건 대리운전기사는 위 ㉮, ㉯, ㉰, ㉱의 본질적 구성표지가 인정됨은 물론, ①과 ②의 부수적 구성표지도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다는 점 및 이들 대리운전기사가 경영위험을 자발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긍정된다 점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리기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하급심 판결은 변경된 판례법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적절하다.
현재 이 사건은 원고가 상고하여 대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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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 관련 입법 동향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의 보장을 목적으로 한 실제 입법에 이른 법률은 없다. 다만 국회에 제출되어 심사 중인 법률안 중에서 플랫폼종사자의 노동권 보호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법률안으로 다음의 것들이 있다.
1)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1) 장철민 의원안
2021. 3. 18. 장철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안”이라고 함)이 국회에 제출됐다.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안은 그 제안이유를 "플랫폼 일자리는 자율성이 극대화되고 비공식 노동이 공식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개선이 필요한 측면도 있어 플랫폼 종사자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률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법률안 제2조 제1호는 온라인 플랫폼을 "일하는 사람의 노무 제공(일의 완성을 위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중개 또는 알선하기 위한 전자적 정보처리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노무의 제공이라는 표현이 민법의 고용계약에서 사용되는 표현임에도 위 정의에의 노무 제공은 '일의 완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법상 고용계약 외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인도 일하는 사람의 개념에 포섭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향후 노동법의 외연을 넓히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으로, 법률안 제2조 제2호는 플랫폼 종사자를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 또는 알선받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위 정의에서 근로기준법이 사용하는 '임금(賃金)'이라는 말 대신 '보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플랫폼 종사자는 사용종속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라는 문구는 삭제되기를 희망한다. 전속성이 요구되는 고용계약 이외의 대부분의 계약은 이행보조자의 사용이 자유롭다. 이행보조자의 과실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지면 될 뿐이다.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을 플랫폼 종사자의 개념에 포함하는 이상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개념표지로 두는 것은 다소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한편, 법률안 제3조 제1항은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해 적용한다. 다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플랫폼 종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이 기존 노동법에 우선해 적용되는 특별법이 아니라, 기존 노동법의 적용에서 제외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충적(補充的)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종사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다는 이해는 적어도 법제 이론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현행 근기법과 노조법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근로계약 등 일종의 주관적 법원(法源)의 우열에 관한 개별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유리의 원칙'이라는 원칙을 선언하는 규정은 없다. 나아가 제정법 간의 관계에서, 특히 위계가 동등한 법률 상호간에 '유리의 원칙'을 적용할 근거는 없다. 결국, 신법 우선이나 특별법 우선 등의 일반론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률안 제3조 제1항 단서의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플랫폼 종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한다"는 내용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제반 법률 사이의 '유리의 원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매우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법률안 제3조 제2항은 "플랫폼 종사자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공정거래관계법률에 따른 사업자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해 적용한다. 다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플랫폼 종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은 플랫폼종사자에 대한 경제법상 보호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플랫폼종사자의 단결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장이 규율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배제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3조 제2항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장은 플랫폼종사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안은 제3장 제2절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헌장적 성격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법률안 제20조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는 플랫폼 종사자의 성(性)-국적-신앙-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는 차별적 처우의 금지를, 제21조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는 플랫폼 종사자가 이 법 또는 관계법령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 등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불이익한 조치 등의 금지를, 제22조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는 플랫폼 종사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14조 제1항에 따른 계약에서 정한 안전과 건강 보호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안전과 건강 보호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제23조는 괴롭힘등의 금지를, 제24조는 임신-출산-육아 등에 대한 보호를, 제25조는 개인정보 및 사생활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향후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포괄적 노동법제를 설계할 경우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편적 보호의 중심적인 내용으로 규정해야 하는 조항들이다.
(2) 이수진 의원안
2021. 11. 11. 이수진 의원의 대표발의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수진 의원안”이라고 함)이 국회에 제출됐다. 동 법률안은 앞서 본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명의 법률안과 거의 흡사하나, 입증책임의 전환에 관한 부분이 추가된 점에 특징이 있다.
이수진 의원안은 그 제안이유를 “이에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서는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하여 보호하고,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관계법률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플랫폼 운영 사업자나 이용 사업자가 증명하도록 하여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동 법률안 제3조 제1항에서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에 따른 근로자 등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적용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동관계법률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운영 사업자나 이용 사업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근로기준법 개정안
현행법상 근로자 정의규정(제2조제1항제1호)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는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근로자성의 징표들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있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증명자료의 부족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의 다양한 유형의 노무제공자들이 ‘독립계약자’ 혹은 ‘프리랜서’로 오분류되어 법적 보호에서 제외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모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이러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해서는 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 사업 범위 밖이며, 노무제공자가 사용자의 사업과 같은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본인 사업을 영위하는 자라는 사실을 사용자가 모두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행 | 개 정 안 |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 제2조(정의) ① -----------------------------------. |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후단 신설> | 1. ------------------------------------------------------------------------------------. 이 경우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되, 다만 사용자가 다음 각 목의 사항을 모두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신 설> | 가. 노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관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경우 |
<신 설> | 나.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경우 |
다. 노무제공자가 사용자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
6. 결어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가 급속하게 증가하였으며,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해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소위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을 뿐, 아직까지 참고할만한 법원의 판결은 없는 상태이다. 위 ‘타다’ 사건에 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타다 측이 행정법원에서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대해서는 부산 지역의 대리기사들과 관련하여 부산고등법원에서 이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고, 동 판결에 대하여 대리기사업체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속되어 있다.
한편, 아직까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의 측면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고, 이들의 ‘노동권’을 정면으로 규율하는 입법에는 이르고 있지 못하다. 다만, 최근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의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두 개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특히 2021. 11월에 제출된 이수진 의원안은 근로자성의 입증책임 전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이들 법안이 실제 입법에 이르게 될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참고문헌
권오성(2021), “보편적 노동권의 시작, 플랫폼종사자 보호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권오성, “전가(轉嫁)와 은닉(隱匿)의 기술, 온라인 플랫폼”, 「사회적 대화」 통권 제12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019.
권오성·김민정, “‘타다’서비스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무죄 판결의 문제점”, 「노동법포럼」 제30호, 노동법이론실무학회, 2000.
권오성, “플랫폼 노동, 현상과 과제”, 「노동법률」 통권 제349호, ㈜중앙경제, 2020.
권오성, “플랫폼 노동과 노동법, 포괄적 노동법제가 필요하다”, 「노사공포럼」 제53호, (사)노사공포럼, 2020.
권오성, “플랫폼 경제와 노동법”, 「노동연구」 제41집,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2020.
권오성,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노동법포럼」 제32호, 노동법이론실무학회, 2021.
권오성(2021),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하는 노력 필요”, 「나라경제」통권 372호, 2021. 11.
이다혜, “미국 노동법상 디지털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 - 2018년 캘리포니아 대법원 Dynamex 판결을 중심으로 -”, 「노동법학」제72호, 한국노동법학회,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