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정치정치개혁선거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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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2. 비례성이 강한 선거제도의 사례와 제도개혁 방향
- 입력 2023.03.16 17:29 조회 1962
- #민주주의와 정치#정치개혁#선거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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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정의 7호 2-2-김형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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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이론, 정치제도 및 권력구조에 주로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선거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국민주권 시대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방안과 쟁점(2017)”,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치적 효과: 선거불비례성과 유효정당 수를 중심으로(2020)”, “의회규모, 비례대표의석 비율 그리고 민주적 통치능력: 40개 국가를 중심으로(2020)”, “늪에 빠진 한국 정치 구하기, 민주적 정치개혁은 가능한가?(2022)” 등이 있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라는 수레의 큰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작은 톱니바퀴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파렐 2012, 22).
1. 서론
이 글은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의 사례를 살펴보고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정 논의의 목적 중 하나는 투표-의석 간 비례성을 높여 시민의 다양한 요구가 정치적으로 왜곡됨이 없이 대표되고 책임정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는 선거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어떤 요인들이 비례성에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3년 연초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구 개정 발언(주: 윤석열 대통령은 승자독식 정치와 갈등의 정치를 해결하고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소선거구(이하 1인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이하 다인 선거구)로 바꿔야 한다고 발언하였다.)은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선거제도 개정 논의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와 더불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구성되어 선거제도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는 진보-보수 시민단체가 선거제도 개혁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21대 국회에 제출된 선거제도 개정안은 2월 28일까지 총 23건이다. 이들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표를 줄이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데 실패하였다고 평가하고, 다양한 선거제도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는 세 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주: 3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은 비례의석 50석 증원을 전제로 한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현 의원정수를 고정한 복합선거구 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대표제이다.)을 정개특위에 제안하였으며, 정개특위도 병립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 제출된 선거제도 개정안 및 제안된 개편안과 논의의 주요 내용은 선거구 크기(district magnitude)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개방명부제 등 비례대표제의 성격 변화, 비례의석 증가와 관련된 의원정수 확대 그리고 의석할당방식(electoral formula)의 변화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정 논의는 국민의 수용 가능성과 현실성이라는 이유로 비례의석 증가를 위한 의원정수 확대와 의석할당방식의 변화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과연 비례의석 증가와 의석할당방식의 변화 없이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선거제도의 어느 요소가 비례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2. 선거제도의 유형과 비례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선거제도의 유형은 득표를 의석으로 배분하는 의석할당방식,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당선자의 수인 선거구 규모 그리고 유권자가 선호를 표시하는 투표방식(ballot structure)이라는 구성요소의 조합에 의해 구분된다.
[표 1] 201개국의 선거제도 유형
|
다수대표제 |
혼합선거제 |
비례대표제 |
기타 |
No |
|||||||
direct election |
||||||||||||
유형 |
FPTP |
AV |
BV |
PBV |
TRS |
MMM |
MMP |
list- PR |
STV |
SNTV |
other |
- |
국가 |
60 |
2 |
16 |
5 |
18 |
24 |
8 |
84 |
2 |
5 |
3 |
7 |
27.50% |
0.90% |
7.30% |
2.30% |
8.30% |
11.00% |
3.70% |
38.50% |
0.90% |
2.30% |
1.40% |
3.20%
|
출처: https://www.idea.int/data-tools/question-view/130355(검색일2023/01/21)
이들 선거제도 유형 중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는 무엇인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젼스 유닛이 2023년에 발표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제도 유형과 비례성 간의 관계를 비교하였다. 이를 위해 대상 국가의 비례성은 가장 최근에 실시된 의회선거를 중심으로 갤러거의 선거불비례성 지수를 이용하였다.
(주: https://www.tcd.ie/Political_Science/people/michael_gallagher/ElSystems/Docts/ElectionIndices.pdf)
먼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는 총 73개 국가였으나 그 중 선거불비례성 지수가 존재하지 않은 3개국을 제외한 69개 국가를 대상으로 비교하였다. 선거제도 유형에 따른 선거불비례성을 비교한 결과, 단기이양제(2개국)가 2.23으로 가장 비례성이 높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3개국)가 4.55 그리고 정당명부비례제(44개국)가 5.35로 높다. 반면에 비례성이 가장 낮은 선거제도는 연기투표제(1개국)로 17.94이며, 다음으로 절대다수제(2개국)가 14.77, 준연동형 비례대표제(1개국)가 13.65 그리고 1위대표제(10개국)가 11.87 순으로 비례성이 낮다. 병립형 비례대표제(6개국)는 10.57이다. 즉, 득표에 비례한 의석 배분이 이루어지는 비례대표제가 다수대표제보다 비례성이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69개 국가의 선거제도 유형과 선거불비례성
출처:https://www.tcd.ie/Political_Science/people/michael_gallagher/ElSystems/Docts/ElectionIndices.pdf 필자 정리
그렇다면 선거제도에 따른 득표-의석 간 비례성의 차이는 왜 나타나는가? 그 이유는 선거제도의 구성요소와 연관되어 있다. 즉, 비례성은 선거구의 크기, 의석할당방식 그리고 투표방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어느 것이 비례성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더글라스 래이(D. Rae 1967)는 의석할당방식보다 선거구의 크기가 비례성에 더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고 주장하였다. 즉, 선거구의 크기가 클수록 비례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리처드 카츠(R. Katz 1997)는 의석할당방식을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의석할당방식이 비례대표제인 경우는 선거구의 크기가 클수록 비례성이 높아지지만, 다수대표제인 경우에는 선거구의 크기가 클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파렐 2012, 41). 또한 레이파트(A. Lijphart 1994)는 두 요소와 더불어 기표방식, 의회규모 그리고 봉쇄조항(thresholds)이 비례성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면서. 의회규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의회규모가 클수록 비례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선거제도, 즉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있어 비례성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은 총 의석 중 비례의석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혼합형 선거제도는 1인 선출 다수대표제에서 발생하는 선거불비례성을 비례대표제를 통해 보정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이 비례대표제에 의한 선거불비례성의 보정 효과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비례의석의 비율이 총 의석수의 1/4 이상이어야 한다(Taagepera and Shugart 1989, 131).
지금까지 어떤 선거제도가 비례성이 높으며, 비례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비례성에 있어 선거구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의석할당방식이며, 혼합형 선거제도의 경우엔 비례의석 비율의 정도가 비례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인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단기이양식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스웨덴, 아일랜드 그리고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선거제도의 특성과 비례성의 정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3.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의 사례
1)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조정의석의 결합: 스웨덴의 사례
스웨덴은 21개의 카운티 경계를 중심으로 29개의 다인 선거구에 기초한 부분 개방형 비례대표제로 의회(Riksdag)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스웨덴의회의 총 의석은 1976년부터 349석이며, 이 중 11%인 39석을 조정의석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정의석은 특정 정당이 선거구에서 얻은 의석에서 부족분이 발생하면 보충해주는 의석을 의미한다. 즉, 조정의석은 각 선거구에서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하여 310석을 배분한 후 정당의 전국득표수와 의석수 간 불비례성이 존재하면 이를 보정하기 위한 의석이다.
스웨덴 선거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1997년 선거법 개혁과 더불어 가변형 명부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변형 명부는 폐쇄형이나 개방형과 달리 유권자가 정당 또는 후보 그리고 정당과 후보 모두에게 선호를 표시하는 투표방식이다. 스웨덴의 경우, 유권자가 3가지 투표용지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다. 하나는 정당명만 제시되어 있는 정당투표용지, 다른 하나는 후보자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는 투표용지, 마지막으로 지지하는 정당의 이름을 직접 쓰는 투표용지가 있다.
[그림 2]는 2000년 이후 실시된 스웨덴 의회선거의 선거불비례성 추이이다. 2000년 이후 스웨덴의 평균 선거불비례성 지수는 1.62이며, 여섯 차례의 의회선거에서 3.00을 넘은 사례가 한 차례이며, 그 나머지는 3.0 미만이다. 특히 2018년과 2022년 총선의 선거불비례성 지수는 0.63과 0.64로 비례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2000년 이후 스웨덴 의회선거의 선거불비례성 추이
출처: https://www.tcd.ie/Political_Science/people/michael_gallagher/ElSystems/Docts/ElectionIndices.pdf
스웨덴 선거제도가 비례성이 높은 이유는 첫째, 의석할당방식이 비례대표제이면서 선거불비례성을 보정하기 위한 조정의석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39석의 조정의석은 각 카운티의 정당득표수에 비례하는 의석 배분에 따른 불비례성과 전국 4% 이상 또는 주별 12%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는 봉쇄조항에 의해 발생하는 불비례성을 보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2022년 의회선거의 선거구는 각 선거구의 유권자 수에 따라 2인에서 40인까지 선출하는 복합선거구이다. 이들 선거구의 평균적 크기는 10.7로 비례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즉, 비례대표제에서 선거구의 크기가 클수록 비례성이 높다는 점에서 스웨덴의 선거구의 크기가 비례성을 높이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다층위 선거구(multi-tier districting)와 관련된다. 카운티 층위의 선거구와 전국 층위의 선거구가 존재하는 다층위 선거구는 카운티 층위의 선거구에서 의석 배분에 반영되지 않은 사표 혹은 잔여표를 모두 합해 전국 층위의 의석 배분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2) 단기이양식의 사례: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3~5인 선거구와 선호투표제가 결합한 단기이양식(STV)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단기이양식은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당선자를 득표순위로 결정하는 단기비이양식(SNTV)과 달리 유권자가 후보들의 선호 순위를 표시하고 이들 선호를 집적하여 당선결정계수를 넘은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선거제도이다. 아일랜드의 당선결정계수는 드룹기준수에 의해 정해진다. Droop 기준수 = (총유효투표수/의석수+1)+1이다.
당선자는 유권자의 제1선호 투표수가 당선결정계수를 넘은 후보이며, 당선결정계수를 초과한 잉여표는 당선자를 제1선호로 투표한 유권자가 다른 후보를 선택한 제2선호를 집계하여 이양해 준다. 그 방식을 표로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2] 단기이양식 당선자 결정방식의 가상적 예
후보 | 계산 1 | 잉여표 | 계산 2 | 잉여표 | 계산3 | 다음 | 계산 4 |
계산 | |||||||
가 | 2,028 | 1000 | 3028 | 100 | 3128 | - | - |
나 | 1,824 | 500 | 2324 | 130 | 2454 | - | - |
다 | 24,773 | -6961 | 당선 | ||||
라 | 13,681 | 2500 | 16181 | 200 | 18181 | 당선 | |
마 | 16,942 | 1500 | 18442 | -630 | 당선 | ||
바 | 12,000 | 1461 | 13461 | 200 | 15461 |
|
* 총유효투표수 71,248표, 당선결정계수 17,812표
아일랜드의 단기이양식 선거제도는 비례성과 선거구 대표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도로 평가된다(파렐 2012, 192). [그림 3]은 2000년 이후 아일랜드 하원선거의 선거불비례성 추이이다. 2000년 이후 총선의 평균 선거불비례성은 5.8로 다수대표제의 선거불비례성보다 낮다. 또한, 단기이양식 선거제도는 한 선거구에서 3~5인을 선출함으로써 이들 당선자가 지역대표성을 갖게 된다.
[그림 3] 2000년 이후 아일랜드 하원선거의 선거불비례성
출처: https://www.tcd.ie/Political_Science/people/michael_gallagher/ElSystems/Docts/ElectionIndices.pdf
단기이양식 선거제도가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라는 점은 선거구의 규모가 유사한 일본의 단기비이양식 선거제도와 선거불비례성을 비교할 때 분명해진다. 1972년부터 1993년까지 일본의 평균 선거불비례성은 6.21이고, 아일랜드의 평균 선거불비례성은 3.32로 나타났다. 즉, 선거구 규모보다 당선자를 결정하는 의석할당방식이 비례성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3] 일본과 아일랜드의 선거불비례성 비교(1972~1993)
일본(SNTV) | 아일랜드(STV) | ||
연도 | 선거불비례성 | 연도 | 선거불비례성 |
1972 | 7 | 1973 | 2.4 |
1976 | 7.44 | 1977 | 4.91 |
1979 | 4 | 1981 | 2.73 |
1980 | 6.59 | 1982.2 | 1.69 |
1983 | 4.27 | 1982.11 | 2.74 |
1986 | 7.22 | 1987 | 5.14 |
1990 | 6.73 | 1989 | 3.85 |
1993 | 6.39 | 1992 | 3.1 |
평균 | 6.21 | 평균 | 3.32 |
출처: https://www.tcd.ie/Political_Science/people/michael_gallagher/ElSystems/Docts/ElectionIndices.pdf
아일랜드의 하원선거에 있어 비례성이 높은 이유는 선거구의 크기보다는 의석할당방식과 투표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상대다수에 의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후보들에게 표시한 선호 순위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하는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사례: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1993년에 1위대표제에서 1인 2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정하였으며, 1996년 의회선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득표수에 의해 의석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비례대표제의 성격이 강한 선거제도이다.
뉴질랜드의 선거제도의 특징은 층위가 다른 선거구를 다층위 선거제도라는 점이다. 즉, 총의석수 120석 중 72석은 1위대표제에 기초한 지역구 의석이며 나머지 48석은 폐쇄형 정당명부비례제에 의한 비례의석이다. 또 다른 특징은 독일과 달리 전국단위의 의석 배분과 유효득표율 5% 또는 지역구 의석 1석을 획득한 정당에게 의석을 할당하는 봉쇄조항이다.
[그림 4] 1980년 이후 뉴질랜드 총선의 선거불비례성 추이
출처: https://www.tcd.ie/Political_Science/people/michael_gallagher/ElSystems/Docts/ElectionIndices.pdf
뉴질랜드는 선거제도 개정 이전과 이후의 비례성을 비교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성이 매우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1위대표제를 채택했던 1980년부터 1993년까지 선거까지 선거불비례성의 평균은 15.27이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1996년부터 2020년 선거까지 선거불비례성의 평균은 3.1로 낮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의석할당방식이 비례성에 강한 영향을 줌을 의미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초과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배분받는 의석수보다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수가 더 많을 때 발생한다. 그리고 초과의석이 선거불비례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독일에서는 많은 수의 초과의석을 보정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진행되었다. 이렇듯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주의 정당의 존재, 유권자들의 분할투표(split voting),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 수의 불일치 그리고 의석 배분 단위의 크기(주 단위와 전국 단위)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다수의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역주의 정당인 기독사회주의연합(CSU)의 존재와 유권자들의 분할투표 경향 그리고 주 단위로 의석을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뉴질랜드의 경우는 2011년과 2014년에 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였으며, 2017년과 2020년 선거에서는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았다. 뉴질랜드의 초과의석 발생이 적은 이유는 지역주의 정당의 부재와 더불어 전국단위로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초과의석이 비례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의 발생을 제한할 수 있는 전국단위의 의석 배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높은 불비례성의 원인
한국의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과 뉴질랜드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변형으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각 정당에 배분될 의석 중 50%만을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표 4] 준연동형 의석할당 수식
연동배분 의석수 |
= | [ | ( | 해당 권역 내 국회의원정수 | - | 해당 권역 내 지역구국회의원당선인 중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국회의원당선인수 |
) | |||
× | 정당의 해당 권역 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득표비율 | |||||||||
- | 정당의 해당 권역 내 지역구국회의원당선인수 | ] | ÷ | 2 |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한 취지는 득표-의석 간 비례성과 정치적 대표성을 높여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를 만들고, 거대 양당에 의한 정치 양극화의 해소와 다당제에 의한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제21대 총선 결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정 취지와 달리 높은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 양당제의 강화 그리고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양극화 심화로 나타났다(김형철 2022, 98).
민주화 이후 진행된 국회의원선거의 비례성을 비교하였다. 갤러거지수는 전국득표율 5% 이상의 정당만을 대상으로 선거불비례성 지수를 구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는 전국득표율 1% 이상 또는 1석 이상의 의석을 획득한 정당을 포함하여 선거불비례성을 계산하였다. 그 이유는 지역구선거에서 전국 평균 득표율이 5%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의석을 획득하는 정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선거의 선거불비례성을 동일한 조건에서 계산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통합 선거불비례성은 각 정당의 지역구 평균 득표율과 정당득표율의 평균값을 이용하여 계산하였다.
그 결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시행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불비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역구선거의 선거불비례성은 12.01이며, 비례대표선거의 선거불비례성은 6.72이다. 지난 제20대 국회의원선거와 비교하면, 지역구선거에서의 선거불비례성은 5.44p가 높아졌고, 비례대표선거의 불비례성은 1.11p가 높아졌다. 그리고 통합된 선거불비례성도 17.63으로 제20대 국회의원선거(10.13)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다.
선거불비례성이 증가한 이유를 제도적 차원에서 찾는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거불비례성이 높은 이유는 비례대표의석과 지역구의석의 불균형 때문이다. 즉, 47석의 비례대표의석은 총의석수의 1/4에 크게 못 미치는 15.7%이다. 지역구선거의 선거불비례성을 비례선거를 통해 보정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비례대표의석이 총의석수의 1/4인 75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적할 수 있다. 정당투표의 득표수에 따른 의석수 전환에 있어 1/2만을 할당함으로써 비례성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30석에 한해서만 준연동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을 병립형으로 의석을 배분하였다.
셋째,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전략을 지적할 수 있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선거전략은 선거제도의 제도적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의석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었으며, 그 결과 비례성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그림 5] 민주화 이후 선거불비례성 변화 추이
출처: 김형철(2020a), 92.
5.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위한 방향
선거제도의 제도적 효과인 비례성은 선거제도를 구성하는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현행 선거제도의 어떤 요소를 바꿔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의 사례와 한국 국회의원 선거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살펴본 결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구의 크기가 아닌 의석할당방식 개편과 비례의석의 확대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정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권역단위의 비례의석 배분보다는 전국단위의 비례의석 배분이 비례성에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위한 개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의석할당방식의 차원에서 비례대표제의 성격이 강한 순수비례대표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순수비례대표제의 경우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앞서 언급한 조정의석제를 통해 불비례성을 보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자신을 직접 대표하는 의원 또는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을 선출하는 데 익숙해 있다. 따라서 지역대표성을 보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선거구 크기에 따른 선거불비례성이 발생함으로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이 조정의석을 통해 선거불비례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는 제도적으로 권역을 단위로 한 비례의석 배분보다 전국을 단위로 한 비례의석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국을 단위로 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선거불비례성을 높이는 초과의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비례의석 규모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단락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둘째, 비례의석의 확대이다. 비례의석의 비율은 최소한 총 의석의 1/4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비례의석의 비율 확대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대안은 현재 의원정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역구를 축소하고 비례의석을 확대하거나, 의원정수를 확대하되 지역구를 유지하면서 비례의석을 확대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두 가지 방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원정수가 적다는 점에서 의원정수의 확대가 지역구의 축소(의원정수 유지)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 정수의 확대가 비례성을 높이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축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를 줄임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표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삼권분립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거대한 행정부와 사법 권력을 견제하는 입법부의 능력을 제고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를 대상으로 의원정수와 세계거버넌스 지표(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s: WGI)와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의원 1인당 인구수와 세계거버넌스 지표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또한 비례의석 비율과 민주주의 수행력 사이에도 상관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표 5] 의원정수, 비례대표 의석비율과 민주주의 수행력
표현의 자유 및 책임성 | 정치 안정성 | 정부 효과성 | 규제의 질 | 법의 지배 | 부패통제 | ||
의원 1인당 인구수 | 상관계수 | -.146** | -.442** | 0.038 | -0.005 | -.146** | -.173** |
N | 728 | 728 | 727 | 728 | 728 | 728 | |
비례의석비율 | 상관계수 | .161** | .111** | .199** | .181** | .073* | .195** |
N | 728 | 728 | 727 | 728 | 728 | 728 |
출처: 김형철(2020b), 83.
셋째, 중대선거구제로 개정된다면, 단기비이양식이 아닌 단기이양식이나 순수비례대표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개특위는 1박 2일간 워크숍을 통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 도농복합형 비례대표제를 하나의 안으로 제시하였다. 이 경우 도시의 중대선거구제는 최다득표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기보다 유권자의 선호를 집적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단기이양식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개방형 명부제보다는 폐쇄형과 개방형이 혼합된 가변형 명부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개방형은 다수대표제와 같이 정당과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적 경쟁과 정치 또는 후원주의 정치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과 후보자 중 하나를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변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함으로써 정당의 정체성과 응집력을 높이고 정당 중심의 책임정치의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선거제도 개정과 관련하여 국민이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선거제도 개혁기구를 만들어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선거제도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선거제도 개정과 관련하여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활성화하여 시민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참여·토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선거제도 개혁의 목적, 절차 그리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로서 제출된 제안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거제도의 최종결정도 시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규칙을 정함에 있어 시민이 참여하여 결정하는 것이 주권재민의 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시민이 선거제도 개정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다양한 선거제도를 이해할 기회와 더불어 주권자 스스로 대표선출의 규칙을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시민참여기구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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