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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10/11 합본호 11. 녹색 평화 - 전쟁과 경쟁의 시대, 기후 '안보'를 위한 논의

  • 입력 2024.01.25 13:50      조회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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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녹색 평화-전쟁과 경쟁의 시대, 기후 안보를 위한 논의-김지운.pdf

 

김지운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사)외교광장 이사

-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폭넓은 관심이 있지만, 주로 미·중 관계, 환경 및 자원 안보 등에 관해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미국 웹스터(Webster) 대학에서 10년 동안 근무했고,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 충남대학교 평화안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 들어가며
 
   1904년 런던에서 라는 저서가 출간되었다. 앵거스 해밀턴(Angus Hamilton)이라는 영국의 기자가 20대 후반 약 2년간 대한제국에 머문 뒤 본국으로 돌아가 쓴 책이다. 254쪽을 읽어보자. “평소 평화를 사랑하고 법을 준수하던 사람들이 기근을 벗어나고자 폭도가 되었다. 나라 전체가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걸인들이 떼를 지어 수도를 습격했다. 햇빛과 안식의 평화롭고 행복한 땅 대한제국은 몇 개월 뒤 불행, 가난, 혼란의 황무지로 변했다.”(주 : Angus Hamilton, Korea London: William Heinemann, 1904.) 오랜 가뭄 때문이었다. 

   옛날 한국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오늘날 세계 곳곳의 사람, 기업, 국가가 가뭄은 물론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 기후로 신음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기온 상승이 초래한 농작물 피해와 이에 따른 부채 증가로 지난 30년간 약 6만 명의 농민이 자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만에서는 2021년 최악의 가뭄으로 반도체 기업 TSMC가 그 생산량을 줄여야만 했다. 중국에서는 2022년 가뭄으로 양쯔강 수위가 19세기 중반 관측 이래 최저점으로 떨어져 수력 발전량이 급감,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이 폐쇄된 바 있다. 그리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도양의 몰디브, 남태평양의 투발루 등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avid Wallace-Wells)가 그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 첫 문장에서 진단했듯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주 :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2050 거주불능 지구』 서울: 추수밭, 2020.)

   그러나, 소위 강대국들은 코앞에 닥친 인류 공멸의 위기를 도외시하고 전쟁을 벌이고 전략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은 자신의 동맹·파트너와 진영을 구축해 가며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행위가 양민의 죽음을 낳거나 위기를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거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는 악화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 경제적 비용, 정치적 저항, 그리고 국제적 갈등은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과 경쟁의 시대에 기후 비(非)안보를 우려해야 하는 이유다.


2. 전쟁과 경쟁 그리고 온실가스

    1) 러-우 전쟁으로 폭증한 온실가스
 
   ‘전쟁 관련 온실가스 산정 이니셔티브(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f Wa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말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18개월 또는 555일 동안 추가로 배출된 온실가스 총량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약 1억 5천만 톤에 이른다. 벨기에가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보다 많다. 비용으로 따지면 96억 달러 치다. 그 가운데 전투 수행, 무기와 장비의 생산과 수송, 콘크리트 방어막 건설 등 실질적 전쟁 행위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5%다. 

   그런데, 전쟁으로 화재가 늘고 산림이 전소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러-우 전쟁 전 1년과 개전 후 1년을 비교하면 1헥타르 이상을 태운 화재 건수는 36배나 늘었다. 보고서가 산정한 동 기간 화재 증가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위 총량의 15%에 이른다. 한편, 전쟁으로 시베리아와 우크라이나 영공이 닫힌 것 역시 온실가스 추가 배출의 원인이 된다. 즉,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기존 항로가 끊겨 항공기들이 우회해야만 하는데, 이는 추가적 연료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쿄와 런던 사이 비행시간은 전쟁 전과 비교, 4시간 늘어났다. 이러한 우회 항공에 따른 온실가스 추가 배출은 위 총량의 12%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전쟁 후 건물과 산업시설 그리고 인프라 등의 재건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위 총량의 3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주 : 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f War, “Climate Damage Caused by Russia’s War in Ukraine” (December 2023).)

   참고로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후 16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약 12억 톤에 해당한다. 자동차 2억 5천7백만 대의 한 해 배출량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속에 그 배출을 더욱 늘리고 있다. 

    2)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온실가스의 증가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의 주적은 여전히 중국이다. 2022년 10월 발간된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힘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며, 푸틴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보다 중국을 우선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바이든 취임 후인 2022회계연도에 국방비를 전년도 대비 약 8.8% 증가(8,770억 달러)했다.(주 : 미국의 군비 지출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5년 이후 계속 증가해 왔다.) 세계 군비 지출의 39%이며 중국 군비의 정확히 3배다. 군비 지출에 있어 상위 2~10등 국가의 군비를 모두 합쳐도 미국의 군비에 미치지 못한다.(주 :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April 2023). 2023년 12월 말 바이든이 서명한 2024회계연도 국방예산은 8,860억 달러다.) 

   물론 중국의 군비 역시 지난 28년간 끊임없이 증가해 왔다. 특히 시진핑의 중국은 <국방백서>를 통해 “미국이 주요국 간 경쟁을 격화하며 군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라며 “강군 노선에 따라 세계 일류 군대가 되고자 한다”라고 천명한 바 있어, 그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주 : 中?人民共和? ??院, 『新?代的中??防』 (2019.7).) 중국은 2022년 세계 군비 지출의 13%(2,920억 달러)를 차지했다. 세계 2위의 규모다.

   이러한 미·중 경쟁은 러-우 전쟁과 함께 2022년 글로벌 군비 지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로 평가된다. 여기에 미국의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이 가세하여 향후 글로벌 군비 지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2022년 6월 나토는 12년 만에 발간한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에서 ‘유럽·대서양 지역의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수정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관련 내용을 처음 포함하며 중국을 ‘체제적 도전(systemic challenges)’으로 서술했다.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은 나토에 중요하며 나토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주 : NATO, 『2022 Strategic Concept』 (June 2022). <전략개념>은 나토가 자신이 처한 안보 환경과 이에 따른 전략을 기술한 보고서로 원칙적으로 10년 주기로 발간된다.) 실제로 나토는 2022년부터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초청, 확대 정상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이를 두고 바이든은 2023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태평양과 대서양 파트너들 사이에 다리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했다.(주 : 중국은 이를 ‘나토의 동진’으로 규정한다.) 전장(戰場)의 확장에 따라 나토 회원국 가운데 국방비를 GDP 대비 2% 이상 지출하는 국가는 2022년 7개국에서 2024년 약 20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주 : 이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에 게재한 자신의 글,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미국 힘의 근원)”에서 전망한 바다. 트럼프가 재임 기간 유럽을 상대로 압박했던 군비 증강이 현실화하는 것인데, 설리번은 이러한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이뤄낸 수십 년만의 최대의 ‘고통 분담(burden sharing)’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아시아에서 일본은 2022년 12월 자신의 <국가안보전략>을 9년 만에 개정, 중국의 공세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전례 없이 심각한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전수방위’ 원칙을 버리고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 도입 등을 통해 대중 (또는 대북) 반격 능력을 실체화하기 위해 2023~2027년 사이 군비를 GDP의 2%까지 증액하기로 했다.(주 : 2023년 일본의 군비는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러한 군비 지출의 증가는 곧 무기와 장비의 제조와 운용, 군사 훈련, 군부대의 건축과 유지 등의 확대 강화를 의미하는데, 이 모든 활동은 다시 온실가스의 폭증으로 이어진다. 거칠게 말해 ‘군’은 거대한 ‘기후 악당’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 국방부는 단일 기관으로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자로 미 연방정부 전체 에너지의 77~80%를 사용한다. 또한 80개국에 약 800개 그리고 본토에 약 740개의 군 기지를 두고 있다.(주 : 미 국방부는 이 가운데 약 1/3은 사실상 필요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미군이 운용하는 대부분의 무기 또는 장비의 연비는 형편없다. 예를 들어 2022년 한 해 457대가 생산된 F-35 전투기의 연비는 0.6마일/갤런으로 일반 승용차의 1/50 수준이다. 미 국방부가 핀란드, 스웨덴, 또는 덴마크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주 : 2018년 기준. 당해 미 국방부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약 5천6백만 톤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글로벌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약 5.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군이 하나의 국가라면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배출국이 되는 것이다.


3. 한국의 책임

   한국도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꽤 크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간(2017~2022년) 국방비를 무려 35% 이상 증액했다. 2022년 한국의 군비 지출은 세계 9위 수준이 되었고, 한국은 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보다 많은 나라가 되었다.(주 : 2021년 수행된 국방부 연구용역 결과(“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 방안”)를 통해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처음 공개되었다. 2020년 기준 388만 톤이다. 이는 같은 해 전국 783개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 관리제’ 대상 –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립대학 병원 등 – 의 총배출량 370만 톤보다 많다. 녹색연합,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인가” (2022.8.4).) 

   윤석열 정부 역시 군비를 늘리고 있다. 윤 정부가 책정한 2024년 국방예산은 문 정부 말과 비교해 9% 이상 크다. 이에 더해 윤 정부는 한국의 전선(戰線) 또한 넓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11월에는 한-ASEAN 정상회의에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주 : 윤 정부는 본 발표를 구체화하여 2022년 12월 말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내 주요 지역과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2023년 7월 나토 확대 정상회의에서는 나토와 상호 군사 정보 공유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고, 8월에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한·미·일 공동성명)에서 3자 연례 훈련 등을 통해 3국의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제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11월 한·미 국방장관은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남중국해와 대만을 양국의 전략적 협력 대상으로 언급했다. 윤 정부의 군비 지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윤 정부는 무기 제조와 수출 또한 늘리고자 하고 있다. 방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윤 정부는 취임 때부터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국정 과제에 포함했다. 2022년 11월에는 윤 대통령이 첫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주재, “방위산업은 미래 신성장 동력이며, 방산 수출은 국제 사회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주 :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3.4). 2023년 12월에 있었던 제2차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는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가 우리 GDP를 늘리고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일부 사람들이 방위산업, 무기산업을 전쟁산업이라고 보고 부정적 여론을 조성해 왔다. 방위산업은 평화산업이다”라며 방산 수출 활성화를 강조했다. 배지현, “윤 대통령, 방위산업은 국민들 안전 보장하는 평화산업,” 한겨레 (2023.12.7).) 2027년까지 한국을 글로벌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주 : 2018~2022년 무기 수출액 기준, 한국은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이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실은 2023년 2월 ‘방산수출기획팀’을 신설했고, 4월부터 분기별로 국방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 각 군, 방산 기업 등으로 이루어진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더불어 일부 언론들은 이에 동조, ‘K-방산’을 “한국 경제의 뉴 엔진”의 하나로 또는 떠오르는 “새 광맥”으로 소개하고 있다.(주 : 류정, 이정구, “신냉전이 부른 30년 만의 무기 호황...‘육해공 3박자’ K방산 각광,” 조선일보 (2023.11.8).)

   기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이미 큰 폭으로 늘어왔다. 2013~2017년과 2018~2022년을 비교할 때, 독일(-35%), 영국(-35%), 러시아(-31%), 중국(-23%) 등의 무기 수출은 감소한 반면, 한국의 무기 수출은 74%나 늘었다. 10대 무기 수출국 중 프랑스(+44%), 미국(+14%)보다 큰 최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주 : SIPRI. Arms Transfers Database (March 2023).) 특히 2022년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140%가 늘어 173억 달러에 이르렀다. 기록적 수치이자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 가운데 124억 달러 즉, 거의 3/4은 폴란드에 전차, 전투기, 자주포 등을 판매한 것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소련 시절의 낡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내준 폴란드의 빈 무기고를 자신의 현대식 무기로 채워주고 있는 한국은 과연 러-우 전쟁과 무관한가!(주 : 한국과 러-우 전쟁 사이의 직접적 유관성을 언급한 보도도 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또는 판매를 부인하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2023년 시작과 함께 (폴란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흘러 들어간 한국의 포탄 수가 유럽 국가들의 모든 공급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했다. Washington Post, “Miscalculations, Divisions Marked Offensive Planning by U.S., Ukraine” (December 4, 2023).) 한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UN이 제공하는 국제무역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2022년 사이 한국의 대중동 총수출액은 32.6% 줄었지만, 무기 수출액은 오히려 약 7배 늘어났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도 같은 기간 2.6배 늘었다. 

   2023년 발간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은 기후변화 등 신안보 위기를 주요 안보 도전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라는 국가안보전략 기조 속에 군비 지출은 늘었고, 한국의 전략적 범위와 대상이 미국을 따라 덩달아 확대됨에 따라 그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시에 GDP 성장이라는 근대 산업화 시절의 슬로건 아래 무기 제조와 수출 역시 늘고 있다. 이 모두는 한반도와 동북아, 유럽, 그리고 중동의 평화보다는 지정학적 긴장과 전쟁의 연장에 직간접적으로 일조할 것이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져 국경과 지역을 넘는 글로벌 기후 비(非)안보를 악화할 것이다.     


4. 기후 안보를 위한 협력의 길

   이상은 군축이야말로 평화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의 완화라는 시대적 가치 또는 사명의 실현을 돕는 길이지만, 사실상 그 길이 매우 요원함을 드러낸다. 아직 군축과 기후를 연계하는 인식과 정책조차 매우 부족해 보인다. 예를 들어, 2020년 말 유엔개발계획(UNDP)과 옥스퍼드대학 사회학과 등이 실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규모 여론조사에서 120만 명을 대상으로 선택하도록 제시한 기후변화 해결책 18가지 가운데 ‘군축’은 없었다. 또한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군사 부문 탄소 배출량 보고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 두었다. 그리고 2021년 말 바이든은 행정명령을 통해 2050년까지 연방정부의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공약하면서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은 모두 그 공약에서 제외했다.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에 있어 세계 1, 2위인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불신과 경쟁이 양국의 군축은 물론 기후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 물론 선언적으로 또는 문건 상 양국은 기후 협력의 의지를 밝혀오긴 했다. 2021년 4월 상하이에서 양국 기후 대사인 존 케리와 셰전화는 공동 선언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상호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주 : U.S. Department of State, “U.S.-China Joint Statement Addressing the Climate Crisis” (April 17, 2021).) 그 해 10~11월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양측은 기후 위기를 다룰 워킹그룹을 설립하기로도 했다. 심지어 2022년 5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조지 워싱턴 대학교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팬데믹, 핵확산 등과 함께 미·중 이익이 수렴하는 첫 번째 협력 가능 영역으로 명시했다.(주 : U.S. Department of State, “The Administration’s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May 26, 2022).)

   그러나 미국은 기후 협력을 위해 인권 등 기타 정치적 사안을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기후 협력이 중·미 관계의 큰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은 중·미 기후 협력은 양국의 전반적 관계와 단절된 ‘온실 속 화초’가 아님을 강조했다.(주 : 中?人民共和? 外交部, “外交部?言人?立?主持例行?者?” (2021.1.28).) 9월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케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기후 협력을 중·미 관계의 ‘오아시스’로 만들기 바라지만 오아시스 주변이 모두 황량한 사막이라면 오아시스는 조만간 사막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주 : 新?社, “王毅??????美????候??特使克里” (2021.9.1).) 실제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이 COP26 이후 가동해 온 그 워킹그룹은 중단되었다.(주 : 최근 미·중은 워킹그룹의 재가동을 선언하기는 했다. 케리와 셰전화가 2023년 11월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를 통해 ‘2020년대 기후 행동 강화 워킹그룹’ 설립을 발표한 것.) 

   이러한 상황에서 군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미·중을 제외한 국가들 사이의 인식 공유, 협력, 그리고 이를 통한 미·중 압박의 순서를 밟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경로로 보인다. 먼저 제3 국가들 사이의 연대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세계는 미국 대 중국/러시아로 진영화 되지 않았고 따라서 제3지대는 여전히 크다. 예를 들어,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137개국에서 이루어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 12억 인구 가운데 75%는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나머지 136개국 63억 인구의 70%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주 : Fred Lewsey, “War in Ukraine Has Widened a Global Divide in Public Attitudes toward US, China and Russia,” University of Cambridge (October 2022).) 또한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분석에 따르면, 52개국(세계 인구의 15%)이 반러, 12개국이 친러이지만 약 127개국은 양쪽 어디에도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주 : Economist, “How to Survive a Superpower Split” (April 11, 2022).)

   국가 간 협력이 어렵다면 시민 사회끼리의 연대 또한 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기후 정책 또는 외교는 정치 구성원들의 요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미국 시민 사회의 지형도 나쁘지만은 않다. 2021년 10월, 40개 미국 진보 단체는 중국과 적대적 대결을 피하고 기후변화라는 실존적 위협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서신을 행정부와 의회에 보낸 바 있다. 2022년 12월 실시된 Data for Progress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1,040명 가운데 48%는 “미국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협력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파 가운데 60%는 미군과 중국군의 기후 협력을 지지했다. 공화당파의 지지율(30%)과 대조를 이룬다. (주 : 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 Data for Progress, “Understanding American Voter Attitudes toward U.S.-China Climate Cooperation” (February 2021).) 한편, 중국도 소위 ‘당-국가 체제’를 갖춘 권위주의체제지만 정통성 관리를 위해 인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인데, 기후변화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인식은 꽤 높다. 2022년 8월에 실시된 European Investment Bank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1,000명 중 55%가 자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3개의 도전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를 포함했다. 3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독일(57%) 다음으로 큰 비율이며 미국(28%)의 거의 두 배다. 기후변화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91%로 그 비율에 있어서는 조사 대상국 가운데 1등이다.(주 : European Investment Bank, The EIB Climate Survey 2022-2023 (June 2023).)

   마지막으로 ‘인식’이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역할을 상상해 본다. 2022년 여름 가뭄으로 양쯔강 수위가 19세기 중반 관측 이래 최저점으로 떨어졌을 때, 전력 대부분을 양쯔강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은 1만 6,000개 회사에 전력 공급을 제한한 바 있다. 그 가운데 CATL은 잠시 생산을 중단해야만 했다. CATL은 테슬라의 최대 배터리 공급업체다.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려면 중국의 기후변화와 CATL의 고통에 둔감할 수 없다. 반도체 생산도 마찬가지다. 2021년 100년 만에 찾아온 대만 최악의 가뭄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생산 차질을 겪어야 했다.(주 : 반도체 생산에는 세정 작업, 연마 작업 등을 위한 막대한 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칩 하나 생산에 필요한 물은 총 13톤 이상으로 추산된다.) 극단적 기후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 역시 손실을 볼 것이 분명하다. 미·중 기업들이 이익을 중심으로 연대하여 양국이 신냉전으로 치닫는 것을 억지하고 기후변화를 위해 협력하도록 촉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는 이유다.

   빈약한 상상일까? 길은 멀어도 멈출 순 없다.



[참고 문헌]

- 녹색연합.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인가.” 2022.8.4.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weather-change/climatechangeacction-climate-change/95511.
-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2050 거주불능 지구』 서울: 추수밭, 2020.

- 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 Data for Progress. “Understanding American Voter Attitudes toward U.S.-China Climate Cooperation.” February 2021.
- Economist. “How to Survive a Superpower Split.” April 11, 2022.
- European Investment Bank. The EIB Climate Survey 2022-2023. June 2023.
- Hamilton, Angus. Korea London: William Heinemann, 1904.
- 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f War. “Climate Damage Caused by Russia’s War in Ukraine.” December 2023. 
- Lewsey, Fred. “War in Ukraine Has Widened a Global Divide in Public Attitudes toward US, China and Russia.” University of Cambridge. October 2022.
- NATO. 2022 Strategic Concept. June 2022.
-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Arms Transfers Database. March 2023.
-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April 2023.
- Sullivan, Jake.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A Foreign Policy for a Changed World.” Foreign Affairs, Vol 6, No. 102 (November/December 2023). 
- U.S. Department of State. “The Administration’s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May 26, 2022.
- U.S. Department of State. “U.S.-China Joint Statement Addressing the Climate Crisis.” April 17, 2021.
- Washington Post. “Miscalculations, Divisions Marked Offensive Planning by U.S., Ukraine.” December 4, 2023. 

- 新?社. “王毅??????美????候??特使克里.” 2021.9.1. 
- 中?人民共和? ??院. 『新?代的中??防』. 2019.7.
- 中?人民共和? 外交部. “外交部?言人?立?主持例行?者?.” 20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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