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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제질서

코로나19와 세계 질서, 우리의 대응

[정의와 대안] 2020.05.
  • 입력 2020.05.27 10:41      조회 1134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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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통일 분야-2020.05-코로나19와 세계질서, 우리의 대응.pdf

 2020.05.27                                                                                                                                 김수현(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 첫째, 전 세계적으로 국경 봉쇄 등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의 후퇴와 고립주의가 강화되고 있음. 둘째,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중국은 물론 미국도 국제사회 리더의 역할은커녕 내부 체제의 문제와 무능, 한계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오히려 국제사회에 우려를 던져주고 있음. 
- 전후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데 비해 새로운 질서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칼럼니스트 프리드만 등은 세계 역사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고 함. 다른 이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세계 교역이 회복되면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함.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 것인가?
- 한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와 비율 등에서 상대적 성공,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국내 봉쇄정책의 미시행 등 이른바 K-방역을 자랑할 수 있었음.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자’고 천명함. 그런데 미·중 간 갈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히려 심화되면서 자칫 그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음. 
- 세계 질서의 선도자,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는 혼돈의 상황임.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연대와 협력을 통한 ‘인간안보’를 목표로 한 국제질서 선도를 내세운 것은 의의가 있음. 하지만 한계도 보이는데, 명실상부한 ‘인간안보’ 실현을 위한 복합적이고 과감한 실천이 요구됨.



□ 코로나19 확산 동향과 영향

- 1월 초에 중국에서 최초의 사망자가 보고되고 난 이후 한국 등 동아시아에 이어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주 지역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WHO(세계보건기구)가 3월 11일 역대 3번째 팬데믹을 선언(첫 번째는 1968년 홍콩독감, 두 번째는 2009년 신종플루).
- 5월 25일 현재 전 세계 확진자 5,502,512명 및 사망자 346,761명임. 미국이 확진자 1,686,436명 및 사망자 99,300명으로 가장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한때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세계 2, 3위에 달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는 여전히 세계 10개국 가운데 6개국이나 되지만, 신규 확진자 발생은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다소 주춤함. 이에 반해 브라질이 확진자 순위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등 중남미와 인도, 중동 등에서 급속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음.(http://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와 뒤의 <표> 참조 바람.)  백신 및 치료약 개발과 관련한 일부 낭보가 전해지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임상치료까지 마친 검증된 약이 개발되기는 힘든 가운데, 새로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의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해 앞으로 더욱 참담한 재앙이 벌어질 수 있음.
-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해 세계 각국이 국경은 물론, 국내 일부 지역 혹은 전 지역에 대한 봉쇄(lock down)령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고용과 성장, 무역 등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 국제통화기금(IMF)은 금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 선진국 실업률이 전년 4.8%에서 금년 8.2%로 악화할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는 금년 세계무역이 최소 13% 하락할 것으로 전망.
- 봉쇄령에 따른 사람과 물자의 이동제한 등의 여파로 식량의 생산 및 수확, 이송 차질이 빚어지며 곡물가도 상승해 식량 위기가 빚어지고 기아도 급증할 가능성. 세계식량계획(WFP)에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36개국 2억 6,500만 명이 식량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함. 

□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후퇴, 국제사회 리더십의 부재와 혼돈

- 현대 의학의 발달 정도에 비추어볼 때, 코로나19가 과거 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페스트나,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명에서 5천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낳은 스페인 독감 같은 인적 희생을 낳지 않을 수도 있음. 그러나 전 세계적인 인적 이동의 통제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훼손, 방역과 경제위기에 대한 국가별 고립적 대응, EU 남북간 갈등에서 드러나는 연대의 훼손에서 보듯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및 세계화가 적어도 일시적이나마 현저히 퇴조 현상을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음. 그에 따른 무역 감소, 실업과 경제위기 등은 1920년대 말에서 3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양상임. 
- 그런데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그것을 주도할 리더십은 거의 부재함. 3월 20일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의 ‘국가 간 이동과 무역에 장애가 없도록 협력하자’는 결의는 구두선에 그치고 맒.
- 어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 신화’, 특히 ‘미국 신화’가 무너졌다고 함.(박노자, “코로나가 무너뜨린 신화들,” 한겨레, 2020.03.31.일 자.) 그들 나라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한다고 했던 나라들의 한계가 크게 드러났기 때문임. 코로나19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 내부의 인종, 빈부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 등을 통해 내부 균열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 대 유럽, 같은 유럽 내에서도 독일처럼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낮은 국가 대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이 대비되며 공공의료 시스템과 그 투자, 연동된 전체 정치·사회 체재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기도 함. 
- 이들 국가보다 방역 및 의료기관의 양과 질에 있어 현저히 열세를 보이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발생 초기 유행 국가들에 대한 전면적 국경봉쇄 등으로 확산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보이는 듯했지만, 인도 등의 사례에서 보듯 5월 이후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면서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음. 여기에 국내봉쇄 등, 위기에 취약한 사람들을 더욱 위기에 몰아넣는 정책이 초래하는 부작용과 그에 따른 반발이 거세질 경우, 정치적 혼란과 국가의 무능화를 낳으며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음. 
- 이런 미증유의 혼란을 예방 혹은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 차원에서도 유능한 리더와 시스템이 요구되지만, 국제적 공조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 역시 절실함. 과거 에볼라 사태나 세계금융위기 당시에는 그것이 비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치유하지 않는 단기적 대책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미국이 각각 WHO, G-20과 함께 위기를 수습하는 리더십을 발휘함. 그러나 현재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도, WHO도, 그렇다고 중국이나 EU도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 못함.(유라시아그룹 대표인 브레머(Ian Bremmer)는 이런 상황 도래를 이미 예견하여 국제관계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국가나 국가들의 연합이 존재하지 않는 리더십의 부재라는 의미로 오늘날의 세상을 G-Zero(이하 G-0) 시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수형, 「‘G-Zero’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대응전략 모색」(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0)에서 재인용.)
-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이지만, 사태의 발생과 전개의 과정에서 각각의 한계를 드러내며 외교적으로도 국가 차원의 방역정책과 내부 시스템에서 있어서도 모델이 되기는커녕, 따라 배우지 말거나 극복해야 할 체제로서의 한계를 노출함. 
- 미국은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을 봉쇄하면서도 중국 당국의 대응을 칭찬하다가, 자국 감염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 책임론과 비난을 강화하고 미·중 갈등을 화웨이에 대한 제재 등 경제와 안보 분야로 확대시키면서 동맹국의 동참을 강요하고 있음.
- 중국은 우한 및 후베이성 등에 대한 강력한 봉쇄 정책 등으로 코로나 확산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상당수 국가에 대한 의료 물품과 인력 지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임. 하지만, 사태 초기 보여준 정보의 통제와 은폐 등 권위주의적 정책, 국제사회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정확한 정보의 미공유, 국내에서의 아프리카인에 대한 차별적 행동, 이른바 ‘마스크 외교’ 과정에서 보여준 무례하고 국가주의적인 행태 등으로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공분의 대상이 됨.(5월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에 전달된,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정서 확산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정서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이고, 양국의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함. 국민일보, “中 내부 보고서 "전 세계 반중 정서 최악.. 미중 무력충돌 대비해야", 2020.05.06일 자에서 재인용.)
- 이러한 미·중의 행태와 내적 한계가 보여주는 G-0 현상, 방역에 중장기적으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지만, 경제적으로 큰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지속되는 국경봉쇄 정책과 미약한 국제적 협력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하는 영향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음. 

□ 한국의 대응, 의의와 한계

- 한국은 다음의 표에서 보듯 첫째,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와 비율 등에서 상대적 성공, 둘째, 그 과정에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와 달리 국경폐쇄(출입국 전면금지), 지역 폐쇄, 경제활동과 주민 이동 전면 중단 등을 시행하지 않고도 적극적 검사·추적·격리·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 등에 의해 성공적 억제를 달성하는 이른바 K-방역을 자랑할 수 있었음. 

<표> 확진자 수 상위 20개국과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동향
 

  국명
확진자

사망자

회복자

확진자
확진자 /백만 명당 사망자 /백만 명당
  World 5,502,512 346,761 2,302,447 2,853,304 706 44.5
1 미국 1,686,436 99,300 451,702 1,135,434 5,098 300
2 브라질 365,213 22,746 149,911 192,556 1,719 107
3 러시아 344,481 3,541 113,299 227,641 2,361 24
4 스페인 282,852 28,752 196,958 57,142 6,050 615
5 영국 259,559 36,793 N/A N/A 3,825 542
6 이탈리아 229,858 32,785 140,479 56,594 3,801 542
7 프랑스 182,584 28,367 64,617 89,600 2,798 435
8 독일 180,328 8,371 160,300 11,657 2,153 100
9 터키 156,827 4,340 118,694 33,793 1,862 52
10 인도 138,917 4,024 57,721 77,172 101 3
11 이란 135,701 7,417 105,801 22,483 1,618 88
12 페루 119,959 3,456 49,795 66,708 3,644 105
13 캐나다 84,699 6,424 43,985 34,290 2,246 170
14 중국 82,985 4,634 78,268 83 58 3
15 사우디 72,560 390 43,520 28,650 2,088 11
16 칠레 69,102 718 28,148 40,236 3,618 38
17 멕시코 68,620 7,394 47,424 13,802 533 57
18 벨기에 57,092 9,280 15,272 32,540 4,928 801
19 파키스탄 56,349 1,167 17,482 37,700 256 5
20 네덜란드 45,236 5,822 N/A N/A 2,641 340
46 한국
(순위)
11,206 267
(46)
10,226
(29)
713
(83)
219
(117)
5
(111)

(출처: http://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2020.05.25. AM 05:00 기준)

-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세계 유수의 언론이 한국을 하나의 모델로서 칭찬함. 그리고 한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방역의 경험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이어짐.
- 이런 상황에 기초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자’고 천명함. 칭송 대상인 방역에서 1등 국가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에 성공하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힘. 
- 문 대통령 연설 중 현재의 세계 질서 및 한국의 대응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좀 더 살펴보면, 우선 현 상황에 대해 “바이러스 앞에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생생하게 보았다”며, “각자도생의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커질 수 있”으며,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발전시켜온 세계화 속의 분업 질서가 위협받고 있”어 “개방과 협력을 통해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도 매우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진단함.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어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외교·안보적으로는 “동북아와 아세안, 전 세계가 연대와 협력으로 인간안보(Human Security)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음.
- 대통령의 현 세계 질서에 대한 상황 인식 부분은 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집중되어 있어서인지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 중 첫째, ‘세계화의 후퇴 등 국내정치 지향성과 국가주의·민족주의 성향 강화’라는 현상에 대한 지적은 들어있지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원인으로서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의 심화와 그에 따른 불만의 증대’라는 진단이 결여됨. 당연히 대책에서도 코로나19로 드러난 취약계층에 대책으로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제외하고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대책이 빠짐. 
- 둘째, 또 하나의 현상인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그 원인인 ‘미·중 국력 격차의 축소, 경제력에서의 격차 소멸 혹은 역전 임박’ 부분이 빠져있음.(코로나19와 세계 질서 관련한 글들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대한 영향과 관련한 John Aleen, Nicholas Burns, Laurie Garrett, Richard N. Haass, G. John Ikenberry, Kishore Mahbubani, Shivshankar Mennon, Robin Niblett, Joseph S. Nye Jr., Shannon K. O'Neil, Kori Schake, Stephen M. Walt 등 세계적 석학들의 반응을 간략히 정리한 “How the World Will Look After the Coronavirus Pandemic : The Pandemic Will Change the World Forever”. Foriegn Policy(online), March 20, 2020.  https://foreignpolicy.com/2020/03/20/world-order-after-coroanvirus-pandemic/ 과 윤영관, “2020년대는 세계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기,” 중앙일보, 2020.05.18.일 자. ; 전봉근, 「코로나19 팬데믹의 국제정치와 한국외교 방향」(서울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20). ; 이남주, 「뉴노멀 시대, 정치외교의 변화」,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문재인 정부 3주년 국정토론회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와 기회』 자료집, 2020. ; 박병광,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 (서울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0). 등을 참조 바람.) 동맹과 전략적 협력자인 한미, 한중 관계를 의식해 미·중 각각의 문제점이나 양국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외교적 행태에 대한 비판은 일부러 뺄 수도 있음. 그러나 G-O 현상과 미·중 전략경쟁 심화라는 오늘날 세계 질서의 주요 현상 중 한 부분에 대한 인식이 누락되다 보니, 대안도 ‘인간안보’라는 목표를 위한 연대와 협력 등 아름답지만 기본적인 원칙의 천명 수준에서 그치고 있음.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선도라는 의욕을 보인 것은 평가할만하지만, G-20 화상정상회의 이후의 결과에서 보듯 한국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어떻게 했을 때 그런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지 등이 표명돼야 했지만 결여됨.

- 한편, 미국이 경제적으로 화웨이에 대한 규제 및 ‘탈(脫)중국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대한 한국 동참을 촉구하는 한편, 안보 차원에서도 5월 21일(미 현지시간) ‘신냉전 선포’를 방불케 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인식’이라는 백악관 보고서를 통해 ‘동맹국 연대 강화’를 강조함. 중국은 장예쑤이(張業遂)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견지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손상한다면 결국은 자기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먼저 사달을 내진 않지만, 사달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음.(동아일보, “G2 갈등 격화 속… 美 “한국에 ‘脫중국 공급망’ 동참 이미 제안”, 2020.05.22.일 자. ; 경향신문, “미·중 ‘양자택일’ 강요받는 한국”, 2020.05.23.일 자. 등 참조.)
- 이렇듯 코로나19를 계기로 미·중이 협력을 모색하기는커녕 기껏 일시적 타협을 봤던 무역 분야는 물론 전방위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이 자칫 그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 


☞  대응방향

□ ‘인간안보’ 목표 달성의 첫째 과제,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 해소

-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가? 언론과 학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통령이 연대와 협력을 통한 ‘인간안보’ 실현을 목표로 내세운 것은 전향적이고 환영할 일임.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한계도 보여 우려 역시 금할 수 없음.
- 기존의 국가안보-군사안보로부터 인간안보로, 그리고 전자와 관련된 동맹의 강화 등 나와 우리만의 절대안보로부터 공동안보로 안보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당을 비롯한 평화 진영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것으로 전적으로 바람직함. 하지만, 구체적 정책으로 현실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때는 실망을 낳고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임.
- 참고로 ‘인간안보’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1994년 ‘인간개발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인 국가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 특히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중시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임. 거대 전쟁의 공포가 완화된 탈냉전이라는 배경도 있었지만, 안보의 대상과 핵심 목표로서 ‘인간’이라는 구성원을 중심에 세움으로써,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희생되었던 인간의 행복과 권리를 공동체의 우선적 목표로 되돌려놓았다고 할 수 있음.
- 그러나 탈냉전 이후 세계에서 인간안보가 제대로 실현되었는가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다고 할 수 없음. ‘공포로부터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데올로기와 체제 대결 소멸의 공백과 체제 전환에 따른 혼란, 종족주의적 갈등이 부상해 대량 학살을 낳기도 하고, ‘테러’와 ‘이슬람 과격세력’이라는 새로운 공포가 동원되기도 함.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신자유주의와 맞물리며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약자는 직업의 안정성은 물론 사회적 보호장치도 훼손되거나 지체되어 심적·물적 결핍과 구조적 폭력에 의한 구속이 커짐. 
-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세계 질서를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왔던 미국이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거나 할 생각도 없으며, 문제를 반중으로 호도하려는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설명할 수 있음. 그런데 트럼프라고 하는 이단적인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에는 러스트 벨트의 쇠락과 백인 노동자 계층의 누적된 불만이 존재함.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변화를 기대한 이들이 오바마를 지지했지만, 그의 집권 이후에도 혁신과 효율화를 신성시하며 세계적 분업화를 촉진했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기본 정신과 정책 기조가 변경되지 않음. 이에 따라 누적된 대중들의 불만이 자유주의적 국제경제 질서와 세계화에 반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지지로 귀결된 것. 
- 트럼프 등장 이전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음. 세계금융위기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불평등 해소와 복지가 강조되었고, 민주당은 물론 박근혜 정당도 선거 때는 동 정책을 내세움. 그러나 실제 정책 집행과정에서는 예산 타령을 일삼으며 제한되고 지체되었는데, 이는 촛불 이후 집권한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임, 소득주도정책은 어느새 유명무실해지고, 엄마·아빠 찬스를 이용한 입시 등에서의 불평등과 특권의 대물림은 정유라 사태와 비교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음.
- 그러므로 ‘인간안보’라는 목표 제시는 타당하고 지향해야 할 바이지만, 그것이 단지 아름다운 말의 향연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차원에서는 먼저, 명실상부한 ‘전 국민 고용보험 실시’ 등 사회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의 양극화와 대물림을 해소하기 위한 불평등 해소, 경제민주화 정책이 강력하고도 일관되게 실시되어야 함. 
- 그런 정책과 시행을 가로막는 강력한 벽이 바로 경제관료들과 주류 경제학자들, 보수 언론과 기업 등의 네트워크와 그들의 “돈이 없다.”,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합리성과 효율성이 저하된다.”라는 주장임. 국민총소득은 물론 1인당 GDP 등에서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이른바 민주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도 ‘재정 건전성’, ‘규제 철폐’ 운운의 소리로 변조되어 적극적 재정정책과 안전 사회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음.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이 내세운 국정 철학과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이들로 기재부 장관, 경제 수석 등 핵심 관료를 임명해 정책이 과감하게 실행되도록 강제해야 함.
- 다음으로, 세계화를 명분으로 우리의 경제주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약자를 더 불리한 처지로 내몰았던 한미 FTA 등 통상정책과, 코로나19로 취약성을 노출한 국제적 분업체계-글로벌 가치사슬을 전제한 산업정책을 답습해서는 안 됨. 감염병 창궐 시대 ‘신안보’의 전략물자로서 의료 관련 장비와 물품 등 가치재의 국내 생산, 나아가 외국으로 대거 유출된 제조업의 귀환(리쇼어링)을 추진하되 노동조건의 악화-환경 관련 규제 철폐 등 기업의 소원 수리가 돼서는 안 됨. 새로운 고용 창출을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기업 지원 등과 융합해 시장 실패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을 보호하는 정부와 정치의 역할을 다해야 ‘인간안보’가 구호로 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음.

□ ‘인간안보’ 목표 달성의 둘째 과제, 군비통제-군축으로 남북관계 개선

- 적극적 재정정책 실시를 위한 재원 마련의 한 축을 담당하고, 군비경쟁으로 인한 대결과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위해서도 군비통제, 나아가 군축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 이번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국방비 중 일부를 전용했지만, 군비통제나 군축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F-35A 대금 지급 유예 등에 불과했음. 세계금융위기는 물론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방비를 삭감한 데 비해 국방비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인 정책에 그치고 있음. 
- 대통령의 말이 단지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군비통제-군축을 선도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하고, 코로나 시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의 인간안보 실현을 위한 적극적 정책의 과감한 실천 필요.
- 북미관계 개선에 집중했던 이 정부가 2020년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음. 많은 이가 공감하듯, 남북관계 개선은 미·중 갈등 시대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해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세계화의 퇴조,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 속에 새로운 성장동력의 형성과 안정적 공급-소비 체계의 형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임.(앞의 이남주, 박병광 등의 글 참조 바람.) 그런데 누차 강조했듯이 난관에 봉착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코로나19 방역 등을 매개로 한 교류협력의 부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군비동결-군축 등 보다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함.(졸고, “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와 한반도 정세 전망”, 2020년 1월 『정의와 대안』 (정의정책연구소).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23509&page=1 의 첨부파일. ; 정욱식, “코로나19 경제 위기, 국방비 동결을 검토할 때다”, 프레시안, 2020.04.09.일 자. ; “역대급 군비증강 해놓고 북에 평화 말할 수 있나?”, 프레시안, 2019.12.11.일 자. 등 참조 바람.) 
- 안보 분야에서 남북 간의 합의는 2018년 판문점선언과 그 이행을 위한 남북군사합의인데, 그 전면적 이행이 필요함. 판문점선언의 핵심은 2항의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 3항의 한반도 비핵화를 단지 북한만의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 그 달성을 위해서도 단계적 군축 실현 등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하자는 천명임. 각종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에 열중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나, 각종 첨단무기 도입과 군비의 대대적 증강 등 북의 날선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남한 당국 모두 이런 합의와 저촉되는 행위를 하고 있음. 양측이 모두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와 실천해야 하지만, 특히 남북관계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2018년 합의에 대해 반추하고 전향적 정책을 실행할 것이 요구됨.

□ ‘인간안보’ 목표 달성의 셋째 과제, 일본 등 주변국 관계 개선, 중견국 연대 등 적극 외교

- 기왕에 대통령이 인간안보 달성을 위한 동북아의 연대와 협력을 천명한 만큼,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매개로 일본 등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기를 바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보편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견지하더라도 감염병, 황사와 초미세먼지, 핵발전소의 안전 등과 관련한 ‘동북아 평화협력’을 적극 전개할 필요.
- 일본과 날선 관계를 유지하다 미국에 등 떠밀려 군사 협력-과거사 야합에 나선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과 미·중 갈등에 휘둘리지 않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북일 수교를 목표로 한 관계 개선 지원 등 대승적 정책을 전개할 필요.
- G-0 현상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뒤얽힌 상황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과 이익 실현을 위해서도 개방과 협력의 기조에 동의하는 국가들과의 국제적 연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 비단 우리와 국력이 비슷한 중견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및 그 연합체인 EU 등과의 협력도 한 차원 높게 전개할 필요.
- 한국이 명실상부한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목전의 코로나19 대처에 있어 방역과 경제가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서 벗어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하도록 하며, 빈국과 빈자가 더 큰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연대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협력을 제고할 필요. 더불어, 감염병 창궐의 근본적 원인이기도 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린뉴딜 등을 적극 실천하는 한편, ‘수원국 중심’ 등 보편적 원칙에 입각한 ODA 실시와 그 지원액의 증액 등 지구적 차원의 남북문제 해결,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지구적 차원의 비핵화와 군축 등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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