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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

<자본과 이데올로기 노트>일곱번째: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확장하여 분배투쟁을 포괄할까?

  • 입력 2020.06.02 08:46      조회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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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소수자에 대한 얘기는 빼놓을수 없는 현대의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피케티는 유권자 투표성향분석을 하면서 이 대목을 넣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흑인, 히스패닉, 아프리카나 인도계 유럽 이주민들이 대체로 민주당이나 사민당에게 투표해온 일관된 경향에 대해서 짚는다. 여성도 마찬가지 경향이라고 확인한다.

특히 그는 인종문제에 대한 미국 민주당의 극적인 전환을 놀라워 한다. 19세기에 노예해방에 반대하고 짐크로 법 등에 찬성하는 등 민주당은 심지어 1930년대 루스벨트 시대에 조차 "남부 주들의 인종분리주의적인 민주당을 계속 기반으로 삼았고 남부에서 흑인은 투표권이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다.

이 상황이 반전된 것은 "케네디 정부와 존슨 정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활동가들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1963~1964년에 민권운동의 대의에 동조했던 바로 그 순간부터"라고 한다. 이때부터 최근까지 흑인의 90%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극적인 전환이 이뤄진다. 여기까지는 다 알려진 스토리고 피케티는 이를 단지 확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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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1세기로 들어보면서 상인우파로 이름지은 보수정치쪽에서 피케티가 이름지은 사회토착주의(social nativism-한글번역이 좀?)와 정체성주의라는 이름으로, 아예 소수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극단적 배제와 혐오를 불러일으키면서, 국가 내부의 빈곤층에게 호소력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바로 상인우파 정치 안에서 극우의 분열이다. 피케티는 트럼프나 푸틴 등을 넘어서, 헝가리 피데스당의 오르반, 폴란드 법과 정의당의 카진스키, 브라질의 보우소나르,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인도 국민당의 모디, 터키의 에르도안 등등을 주욱 훓어나가면서 상인우파안에서의 왕성한 극우의 분열과 심지어 주요 나라들에서의 연속적인 세력화와 집권을 짚는다.

외국인과 소수자들에 대한 배타와 혐오로 국내의 대중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극우 정치를 통상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피케티는 굳이 포퓰리즘 단어를 피한다), 그는 이런 경향이 크게 성공한 이유의 하나는 이른바 진보정당(브라만 좌파)들이 그가 주장하는 '사회연방주의'적 정책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자본이동 자유주화 중심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부화뇌동하는가 하면, 진보가 너무 국내적 문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회연방주의'라는 좀 더 능동적인 글로벌 정책을 개발할 것을 주문한다.

(2)
그런데 이 대목에 좀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트럼프 당선으로 대표되는 21세기 우익 포퓰리즘의 부상이 민족과 인종,종교를 기반으로 한 복고적 정체성 정치로의 후퇴라는 지적은 이미 아주 다양한 지적들과 분석들이 있었다. 피케티가 더 새로울것은 없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이나 유럽 사민당들이, 소수자들의 다양성이나 이민등을 지지하면서도, 이를 국내적인 불평등 피해자들의 문제와 적극적으로 통합하지 못한 결과, 다양한 소수자/이민자와 국내 불평등 피해자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키는 극우의 기획을 막을 수 없었던 한계를 '사회연방주의'로 퉁치기에는 매우 복잡한 국내 정치 역학이 있는게 아닐까?

예컨데, 후쿠야마가 지적했듯이 "정체성은 분열로 가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통합으로 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Identity can be used to divide, but it can and has also been used to integrate.)"는 것이 직관적으로는 사실인데, 즉 정체성 정치를 어떻게 확장하여 분배투쟁을 포괄하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제기 말이다.

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현실에서 굴욕(humiliated),무시(disregarded), 경멸(disparaged)등을 겪게 된다. 심지어 투명인간(invisible man)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은 태생적인 소수자 정체성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집단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이대목에서 기존 진보정당/브라만 좌파가 길을 잃은게 아닌가 싶은데, 피케티는 여기서 멈춘다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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