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번역불평등

아이슬란드 노동시간 단축 실험 결과 보고

  • 입력 2021.11.23 20:10      조회 1796
    •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 태그

  • #번역#불평등
  • 공유하기

  • 아이슬란드 노동시간 단축 실험 결과 보고_번역.pdf
성공적이었던 아이슬란드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 요약

(* 이 글은 지난 2021년 6월에 공개된 <결과 공개: 아이슬란드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 Going Public: Iceland’s journey to a shorter working week>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보고서의 전문 번역을 보시려면 첨부문서를 다운로드 받으시면 됩니다.)

1. 노동시간 단축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최근 몇 년간, '주 4일제'라는 표현으로 등장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유럽 전역에서 점점 더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자동화와 기술 변화가 우리의 직장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인식과 업무에 구속된 시간을 줄이려는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정책 수립 테이블에는 노동시간의 단축 논의가 주요하게 자리 잡았다. 현재 진행 중인 COVID 전염병은 단지 이를 가속화시켰는데, 원격 근무로의 급격한 전환을 촉진시켜, 노동자들은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예상 외의 자유시간이 늘어났다. 보다 분명해진 사실은 팬데믹 이전의 노동 환경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요구가 '뉴노멀(the new normal)'의 정의 안에 들어왔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주 4일제' 또는 이와 유사한 제도에 대한 최근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찾아내는 것은 지원 노동자, 노동자 조직, 정치인들에게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아이슬란드에서는 전국에 걸친 풀뿌리 조직들과 노조가 오랜 기간 동안 요구해 온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 실험을 수행했다. 레이캬비크 시(2015년부터)와 아이슬란드 정부(2017년부터)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와 협력아래 두 번의 대규모 노동시간 단축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 인구의 1%가 넘는 2,5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참여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주 40시간에서 주 35시간 또는 주 36시간 노동으로 전환했다.

이 실험에는 일반적인 공기업과 사기업뿐 아니라 어린이집, 사회 서비스 제공업체, 병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장이 참여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며 심지어 생산성 및 서비스 제공은 대부분의 실험 참여 사업장에서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개선되었다. 

이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아이슬란드 노동조합들은 기업주들과 근로계약 재협상을 맺어 노동시간 단축을 기업별로 확대해나가고 있는데, 성과가 좋아 2021년 6월 현재 아이슬란드 노동인구(working population)의 86%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전환했거나 향후 노동시간 단축권을 보장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 노동단축 실험으로 얻은 중요한 긍정적 효과

1) 동일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적게 일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실험은 작업조직의 변화를 통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더 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험 참가자 인터뷰에서 관리자들은 근무시간 단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협의에 의해서이든 경영자의 결단에 의해서이든 사업장의 노동 관행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단축된 시간에 대한 보답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을 더 효율적으로 조직하도록 자극했고, 회의 운영 방식, 일정,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 시작 시간에 대한 변경도 이루어졌다. 어떤 경우에는 전자 메일을 보내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대신하기도 했다

"우리 사업장이 이 실험에 참여했고 그 일환으로 다양한 변화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교대 근무 계획을 바꿨다. 이로 인해 직장에서의 사고방식이 자동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사람들으 다시 생각하고 더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예전과 같은 일상적인 일을 하는 대신, 일하는 방법을 다시 평가함으로써 갑자기 이전과는 매우 상이한 방식으로 일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또한 이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게 되었다." (Kjartansdóttir, Kjartansdottir & Magnusdótir, 2018, pp 61–62).

"이것도 다소간의 일을 필요로 했어요. 어떤 것이 적합한지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논의와 노력이 있었죠. 조직 내에 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번 회의를 개최했어요. 바람직한 노동시간 단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다소 복잡한 일어었습니다"(Gísladóttir, 2018, pp 50에서 인용함).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우리는 작업 방식을 변경했고, 그 결과 노동시간 단축에 성공했어요."(Government of Iceland, June 2019, p. 22에서 인용).

2) 서비스 제공 및 생산성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였나?

아이슬란드 실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우려는, 노동시간 단축이 서비스 질을 낮추리라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험결과 여러 사례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참여 사업장에서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 제공이 노동시간이 단축됨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에 입증이 되었다. 이는 전반적으로 서비스 제공 및 생산성 지표가 예상 변동 수준을 유지하거나 실험 기간 동안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3) 노동자의 복지와 일과 삶의 균형이 개선되었는가?

노동시간이 줄어든 아이슬란드 정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복지의 향상을 경험했다. 특히 사무실, 학교, 야외 일자리(outdoor jobs)와 같은 사업장의 복지는 증가했다. 다른 사업장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노동자들은 직장 생활이 더 희망적이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각자 모두 더욱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그저 하루 종일 일만하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그 때는 정말 자고나면 일하러 가는 생활이었어요. [그러면 안되잖아요] 우리는 욕망과 개인의 삶, 가족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니까요."(2018년 6월, pp 20-21).

대다수 직장인들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 후로, 행복해지고, 활력이 나며,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어 운동, 사교, 취미와 같은 다양한 활동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 후 이는 그들의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4) 일과 삶의 균형

참가자들은 근무시간이 단축된 사업장에 대해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확실한 편익을 보여준 반면, 비교군 사업장은 그러한 편익을 보여주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은 개선되었고, 이러한 효과는 실험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지속되었다. 연구는 또한 일과 가정생활 사이의 갈등이 현저하게 감소했음을 보여주었다.

많은 참여자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보고되었는데, 이는 실험 전에 이들이 가졌던 보편적인 소망이었다. 어떤 아빠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큰 애는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고 종종 이렇게 말해요. "아빠, 오늘이 화요일이죠? 오늘 일찍 끝나시나요?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와도 돼요?" 라고요. 저는 “그럼 당연하지”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그날 우리는 함께 또 뭔가를 하러 갑니다. “우리는 정말 유익한 시간을 보냅니다."(Jóhannesson & Víkingsdóttir, 2018, p. 25)

한 엄마가 말했다:
"내 딸이 어린이집에서 일찍 돌아와도 돼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으니 [...] 좋은 거죠." (2018, pp 25)

(1) 집안일 하기가 편해짐

남녀 모두 노동시간 단축으로 주말보다 평일에 쇼핑, 청소, 정리 등 집안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해졌다고 답했다. 한 참가자는 "평일에는 집 안 모든 일을 끝낼 수 없어서, 결국엔 주말까지 해야 했어요. 그러니 주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주중에 이러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 가족 및 파트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삶이 정말 윤택해졌다고 말했다.

(2) 가사 노동 참여

실험을 시작한 후, 이성과 함께 사는 남성 참가자들은 특히 청소나 요리 같은 가사 노동에서 이전 보다 더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한 참가자는 "저는 무엇이든 필요한 일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청소기를 돌린다든가 이런 일은 그저 흔쾌히 하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3) 나를 위한 시간의 증가

또한 참가자들은 요즘 자신을 위해 커피숍에 가거나, 어린이집 아이들을 일찍 데리러 가거나, 혹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생긴 반면, 나이가 많은 여성은 예컨대 페디큐어(pedicure, 발톱관리)와 같이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 할애를 할 수 있었다.

(4) 가정 내 스트레스 감소

노동시간이 줄어든 후 대체로 가정 내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이는 배우자(대게의 경우 남성)가 가정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상대 배우자는 다른 업무를 더 쉽게 수행하거나 개인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그저 가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이기도 했다.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난 결과 아이를 통학시키는 등의 시간이 늘어났다. 한 여성은 "가정 내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든 것 같다"고 답했다.

(5) 한부모 가정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한부모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아침이 평소보다 여유롭게 시작되면 오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한 부모는 "[노동시간 단축] 이전에는 힘든 아침을 보내야 했고 집 밖으로 나오기까지가 힘들었으며... 오후에 회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없게 될 경우... 주말 출근까지 걱정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보고했으며, 만약 노동시간 단축이 철회된다면 부정적인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6) 운동 증가

일부 참가자들은 예전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했는데, 물론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 참가자는 "밖에서 운동할 시간이 많아지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럴 것이고 그 결과, 당신이 느끼는 피로는 줄어들 것이다. 운동하지 않으면 피로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

5) 노동시간 단축은 이웃에게도 좋다.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는 노동자 자신과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조부모들은 이제 손주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종종 집으로 가요... 게임을 하고... 지금 막 함께 커피숍에 얘기하러 가자고 말했어요. [노동시간 단축이 없었다면] 손주들을 볼 수 없었을 거예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이 실험에 참여한 부모 아이의 친구들도 이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부모들이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갖게 되면서다. "저도 가끔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의 친구를 데려오곤 해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그 아이들의 부모도 이렇게 하겠죠."  일부 참가자들은 부모들의 노동시간 단축이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스트레스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6) 노동시간 단축은 경영자에게도 좋다.

 관리자들도 자신의 노동시간을 단축했는데, 많은 관리자들은 스스로 모범이 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저는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연장 근무를 거의 하지 않아요. 관리자들은 종종 노동시간 단축을 구현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방법을 선택해야 했는데, 작업량에 따라 적게 일하는 날로 일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실험 결과 직장에서 압박감이 가중되는 경험은 겪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험 시작 시 초기 조정 기간 동안 업무량이 증가했지만, 대부분은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3. 아이슬란드 노동시간 단축실험의 결론

아이슬란드 실험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노동자들의 복지 및 일과 삶의 균형이 현저하게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적어도 기존의 서비스 질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선시키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었다. 실험 설계에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과로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험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일과 삶의 균형에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보고서의 첫 절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와 같이 아이슬란드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고려할 때,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변화는 [자국의 경제에서 일과 삶의 균형과 복지 부족을 해결하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해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그 유익한 효과는 다음과 같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일에 또는 가정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 가정 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 가족의 범위가 확대되고, 친구들과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 취미, 열정, 다른 관심사, 또는 단순히 휴식을 위한 시간이 늘었다.
● 주중에 일상 용무와 가정 생활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 주말 여유 시간이 늘어났고, 그 질도 향상됐다.
● 이성 파트너가 있는 남성들은 가사 책임을 더 많이 맡았고, 가사 노동을 공평하게 분담했다.
● 한부모 가정의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며, 인구통계학적으로 이들에겐 대체로 '시간 빈곤'(time poor)이 극심하게 나타난다.
● 가족이나 친구 등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실험 참가자들과의 접촉이 확대되면서 그들로부터 유익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효과는 상당히 컸으며, 실험은 앞에 소개된 질적 데이터(인터뷰)에서 보듯이 노사 모두에게 놀랄 만큼 인기가 있었다. 실험이 끝날 무렵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히 노동시간 단축을 원했다.
  • #번역#불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