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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이해하기(4)_그린 리모델링

  • 입력 2021.03.30 14:26      조회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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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뉴딜#그린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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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여름마다 찾아오는 기후위기
 
20211월은 겨울철 기온 가운데 가장 변동성이 심했던 해였다. 18일 기온은 영하 18.6도까지 떨어져 20년 만에 가장 추웠는데 124일에는 영상 13.9도까지 올라서 기상관측 사상 1월 기온으로는 두 번째로 높았다. 한마디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인데 이는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 탓이다. 특히 기온강하가 컸던 18, “ 한국전력공사 신부평변전소에서 불이 나 380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영하 18도 강추위 속에서 난방기는 물론 단수에 통신 장애까지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매일경제 202118일자)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은 기온을 유지해왔던 미국 텍사스 지방이 지난 215일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30년 만의 '겨울폭풍'이 급습했다. 그 결과 너도나도 전열기를 꺼내 전기 플러그를 꽂았다. 그러자 블랙아웃, 전기가 나갔다. 휴스턴과 댈러스 같은 대도시를 포함해 3~4백만 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다. 밤새 추위에 떨던 사람들은 낮에는 땔감으로 쓸 통나무를 줍기 시작했다. 자동차 히터열로 집안을 덥히려 했던 일가족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2명이 숨지기도 했다. 병원의 냉동장치가 멈춰 극저온상태로 보관되던 코로나 백신 수천 개가 부패하기 직전이다.”(오마이뉴스 2021223일자)

위의 두 사례는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영향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극단적 날씨(extreme weather)가 최근에 얼마나 잦은 빈도로 반복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미 지난 여름 54일간의 사상 최장기 장마를 경험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겨울과 여름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을 거의 매년 반복해서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울러 2021년 겨울 한국과 미국 등지의 한파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은, 우리 가정의 냉, 난방 등 일상의 주거생활이 얼마나 에너지 의존적인지 하는 것이다. 일반주택과 상업건물, 공공건물에서는 조명이나 냉, 난방, 조리 등을 위해서 상시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전기와 가스를 포함해서 대개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주택과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의 특징
 
우리나라 2018년 기준으로 농림어업까지를 포함해서 가정과 상업, 공공에서 에너지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5,250만 톤으로 전체 72,760톤의 7.2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세계적으로도 냉난방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대략 7 퍼센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규모이며, 여기서는 단열 등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그린뉴딜의 주요 과제가 된다. 통상적으로 이를 그린 리모델링이라고 부르며 그린뉴딜 프로젝트 가운데 시민체감도가 크고 광범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서 매우 전략적인 프로젝트로 중시된다. 특히 주택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통상 10억 원(1백만 달러) 16.3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 그것도 지역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앞서 예시했던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나 그린 모빌리티(교통)과 다리, 그린 리모델링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그린 리모델링은 국가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 주택의 건축연도나 형식, 소유방식 등이 워낙 다양해서, 에너지 효율화 정책이라고 해도 해법은 상당히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린 리모델링은 단순한 기후위기 대처 정책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의 핵심 정책의 하나인 주거복지와 연결해서 추진할 때 보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있었던 저소득계층 집수리 지원에 단열 프로젝트 등을 결합시켜서 정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있다.
 
또한 빌딩이나 주택 리모델링을 개별적으로 집집마다 추진하지 않고, 주거 환경이 유사한 일정한 소지역 단위로 묶어서 재생에너지생산 공유, 공동 에너지 저장 시스템 활용, 공동 이동수단 설계, 공동 에너지 효율화를 할 수 있다. 나아가서 해당 지역 단위로 네트워크화 하여 이른바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주택으로 진화시킬 수도 있다.
 
 
한국판 그린뉴딜에도 그린 리모델링 포함
 
그린뉴딜 중에서 그린 리모델링이 주민 체감형이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좋기 때문에 외국의 그린뉴딜 기획에서도 비교적 앞서서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가장 전진적인 그린뉴딜 주창자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그린뉴딜 관련법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201911그린뉴딜 공공주택법(The Green New Deal for Public Housing Act)‘을 발의한다. 이 법에는 공공임대주택의 대규모 신규공급, 임대료 규제, 홈리스 종식, 주택 바우처 확대와 함께, 특히 기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영국에서 녹색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리뉴딜을 추진했던 노동당의 정책에서 그린 리모델링 계획이 자세히 기획되어 있었다. 2019년 총선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노동당의 그린 리모델링 정책에도 품질 사회주택 대규모 공급(10년 동안 100만 호), 물가인상 수준 안에서의 임대료 규제, 홈리스 문제 해결, 부담가능한(affordable) 주택 임대료의 추가 인하 등 포괄적인 주거복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울러 신규로 주택을 건축할 경우에 대해서는 엄격한 탄소 제로(zero-carbon) 주택 표준을 도입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이 낮은 기존주택 약 270만 채를 그린 리모델링하여 탈탄소화와 주거복지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린 리모델링을 한다면 얼마나 크게 해야 할까? 2018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국 단독?다가구 주택의 74.8%2000년 이전에 지어진 외벽 단열 50mm 이하의 추운 집이며, 단열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198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 비율도 35.0%나 된다. 아파트를 포함해도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 절반을 넘으니 사실상 대한민국 주택의 50%는 그린 리모델링 대상이 된다. 주택부문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 아울러 기존 도시재생사업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프라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건축 시기별 주택 재고현황(2018년 통계청조사)


 
그러면 실제 한국판 뉴딜의 그린뉴딜 정책 부분에 그린 리모델링은 포함되어 있을까? 매우 애매하게 산발적으로 들어가 있었던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그린 모빌리티와 달리, 그린 리모델링은 비교적 명확하게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 안에 들어가 있다. 크게 두가지 영역인데, 첫 번째는 공공건물에 대해서 고효율 신축 및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공임대주택 22.5만호를 그린 리모델링하며 국공립 어린이집 440개소와 문화시설 1,148개소의 리모델링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별도로 그린스마트 스쿨이라는 정책 항목아래 매년 3조씩 투자하여 국립학교 55, 공사립 초중교 2,800동 이상에 대해서도 태양광을 설치하는 한편 단열재로 효율화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하기보다 민자유치가 많아서 실제 효과는 다소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그림 1] 정부의 그린스마트스쿨 개념도(출처: 한국형 뉴딜 발표자료)
 

 
민간 주택에 대한 본격적인 그린 리모델링 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한국의 그린 리모델링 정책에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일반 시민들의 주택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확인한 대로 한국의 주택들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택들의 단열상태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공공임대 주택이나 공공건물 중심으로 그린 리모델링 정책을 기획한 것은 매우 안이하다. 현재 정부정책대로라면, 그린 리모델링의 주민체감 효과도 상당히 떨어질 개연성이 높고 일자리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그린뉴딜 추진과정에서 개인주택을 대상으로 한 그린리모델링 정책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대목에서 이미 서울시가 노후한 단독· 다가구 주택에 대해서 가꿈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저소득 가구의 집수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잘 참조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2019년 약 600, 그리고 20201,000채를 넘어갈 정도로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데, 여기에 단열 프로젝트를 얹어서 그린 리모델링 + 주거복지를 통합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로 에너지 효율화 등급판정을 할 수 있는 진단체계를 구축하고 시공시스템 및 설계 및 감리, 그리고 주택의 이력관리를 포함한 그린 리모델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공공의 재정지원아래 지역기반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적 경제 주체(마을 기업소 등)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린 리모델링 관련 한 가지 과제를 더 짚어보자. 우리나라 가구의 약 45퍼센트 정도는 자기집이 없는 세입자 가구들이다. 만약 자기소유주택을 중심으로 그린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될 경우, 주거복지 수혜를 더 많이 받아야 할 세입자 가구들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건물주는 굳이 자신이 거주하지 않은 주택에 대해 비용을 들여 그린 리모델링을 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최소에너지효율표준(Minimum Energy Efficiency Standard)‘ 제도를 참조해 볼 수 있다. 영국은 20184월부터 민간임대주택의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임대주택에 대해서 에너지성능증명서 (EPC: Energy Performance Certificate)를 발급하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들에 대해서 A 등급부터 G등급까지 에너지 효율등급을 매기는데, 이 중에서 맨 아래인 FG등급을 받으면 임대를 줄 수 없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와 같은 제도를 참조하여 그린 리모델링이 세입자들에게도 에너지 복지의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걷싶은 도시]에 기고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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