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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정책과 서평28] 탈성장(Degrowth)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 입력 2021.09.01 00:17      조회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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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 논리와 주장은 애매하게만 알고 있을 <탈성장(Degrowth>.  요르고스 칼리스와 자코모 달리사 등 스페인-남미권 탈성장론자들의 글은 <탈성장 개념어 사전>으로 번역된 책에서 일부 접했을 것이다. 이들은 영어권 학자들과 달리, 공동체 운동에 대한 정서가 매우 강하다는 느낌이 있다.



이들이 2020년에 시리즈의 하나로 낸 [The Case for Degrowth]가 이번에 [디그로쓰]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워낙 탈성장론에 대한 번역 단행본이 적은 상황에서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번역자들은 Degrowth를 탈성장이라고 쓰면서도 성장축소라는 우리말 의미에 가두기 보다는 '성장지양', '적정성장'이라고 병기를 하고 있다. 때문에 제목을 그냥 영어발음대로 옮긴것 같다.)

<탈성장 개념어 사전>이 굉장히 많은 저자들이 굉장히 많은 얘기들을 컬럼 수준의 짧은 글로 모아온 것이라서 아쉬움이 많았다면, 이번 책은 여전히 논리적 엄밀성 보다는, 간략한 해설서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큼직한 주제를 제법 서술적으로 풀어간다. 마지막에는 대안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운동에 대한 얘기까지 밀고 나간다(이 대목은 조금 아쉬웠다.)

(1) 탈성장은 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에 강요했다?

당연히 이 책이 탈성장을 주장하는 한 적어도 '성장속도를 늦추는' 것을 적극 주장한다. 코로나19시기에 출판되어서 그런지 '재난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그렇게 하자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성장 종식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무계획적으로, 목표도 없이, 혼란스럽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를 지금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무시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가 성장률 집착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면, 기후위기가 성장률을 박살낼지 모른다는 것이 과연 공갈에 불과할까?

이 책은 히켈이 성장주의(growthism)이라고 말한 GDP중심의 복리적 성장추구를 우선 논박하고, 우리 삶의 다른 방식들, 주로 공동체적이고 연대적인 방식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다음에 지구 한계안에서 생태적 사회와 삶을 추구할 대안을 요약한다.  

(2)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보편적인 대안?

사실 탈성장론이라고 해서 굉장히 특이한 해법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국가는 그린뉴딜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의료/돌봄 인프라를 재건해야 하며, 자연환경에 덜 해로운 경제로 나아가는 정의로운 전환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고, 녹색/사회적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개괄한다.

그연장선에서 다섯가지 사회개혁 대안을 요약해서 제안한다.
첫째, '성장없는 그린뉴딜'이다. 탈성장 방식의 그린뉴딜은 사회경제적 개혁과 기후위기 대처를 통합하는 비전을 공유하면서도 GDP증가에 얽매이지 않는점에서 독자적 특징이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의 과감한 확대만을 주장하는 그린뉴딜이 아니라, 에너지 총소비의 감소까지 함께 고려하는 그린뉴딜을 주장한다.

절대 쉬운얘기가 아닌 "모두의 소득증가가 아니라, 모두가 더 적은 노동시간을 통해 괜찮은 임금을 받는 경제성장 없는 고용증가"를 하자고 한다.

둘째, 보편기본서비스, 기본소득, 보편 돌봄소득과 같은 '보편적 기본정책'을 결합할 것을 요구한다.

당연하게도 "보편적 기본정책들은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수단을 통해 국가 전체의 부를 분배함으로써, 그리고 덜 시장화되고 더 느린 경제를 향해 전진하는 이행기에 모두에게 적정 수준의 물질적 여건을 계속 보장함으로써 탈성장 변혁을 뒷받침" 할것이라고 주장한다.

세째, '커먼즈 되찾기'를 주장한다.

특히 사회적 인프라 예컨데, "수도, 에너지, 폐기물 관리, 교통, 교육, 의료, 아동 돌좀같은 서비스들은 영리 기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소비자 협동조합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네째,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한다. 그리고 다섯째 녹색사회와 평등사회에 기여하는 '공공금융'을 제안하는데, 이는 탄소세와 같은 '탄소 부담금(carbon fee)'을 재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들 제안들은 제이슨 히켈이 [Less is More]에서 주장하는 것보다 유사하거나 어쩌면 온건하기조차 하다.)

(3)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탈성장과 관련한 23가지 질문에 대해 간략한 답변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그 중에 아마 관심이 갈 질문 "그린뉴딜을 위한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을 촉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들도 단기적으로는 그럴 것이다라고 답변.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수율이 화석에너지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탈-탄소사회의 성장률은 화석연료기반 사회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어느정도 타당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은 녹색성장론자들과 달리 반복적으로 "(태양광 패널처럼 환경에) 좋은 것들을 제작하는 행위는 여전히 일부 나쁜 것들을 제작하는 행위에 의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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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보다는 훨씬 분량도 많고 체계적인 제이슨 히켈의 책도 누군가 번역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대략 넓은 범위의 생태경제학( 팀 잭슨, 허먼 데일리, 케이트 레이워스)에서부터, 적극적인 탈성장(히켈, 칼리스) 주장까지 우리나라 독자들이 접하기 쉬울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의 주요 공동저자인 칼리스는 짧은 단독 저서로 [Degrowth]와  [Limits]가 가 있는데, 특히 후자가 번역이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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