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
[정책과 서평 8] 빌게이츠가 기후위기에 대해 정말 얘기한건 무엇이었을까?
김영사가 번역해서 영문과 거의 동시 출판한<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책의 공개를 앞두고, 조선일보가 빌게이츠와의 인터뷰를 미리 내보내서 논란이 되었다. 그 제목은 '탄소제로 하려면 원전필요'였다. 졸지에 빌게이츠가 핵발전으로 기후위기를 돌파하자는 주창자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조선일보나 다른 미디어는 빌게이츠만큼 '2050탄소제로'에 대해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을까?
둘째 공평하게 평가한다고 해도, 빌 게이츠는 현재의 핵발전도 아니고 그의 회사가 개발하는 차세대 핵발전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수십배 재생에너지 투자와 조속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전기차로의 전환(수소차는 거의 언급안됨)도 강조하는데, 이런 대목들에는 공감이 있을까? 심지어 빌게이츠는 강력한 탄소가격설정도 찬성하는데?
이걸 다 빼고 맥락없이 빌게이츠는 기후위기 솔루션으로 핵발전을 생각한다는 식으로 마구 언론에 퍼뜨리니, 빌게이츠가 매우 억울해 할것 같다. 빌게이츠는 조선일보나 유사언론사에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해야 하는것 아닐까 싶다.
그럼 빌게이츠의 책은 어떤책인가? 읽을만 한가? 개인적으로는 읽을만 했고 도움도 되었다. 나의 종합적 평가는 이렇다. 2050년 탄소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술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성실한 탐구'를 하고 있는 책이란 점이다.
그 와중에, 그리 길지 않는 꼭지로서 그가 2008년에 창업한 테라파워서가 실험실 수준에서 작업중인 '진행파 원자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핵발전이 탄소제로사회를 위한 대안이 왜 안되는지는 최근 조천호 박사께서 언론에 명확히 정리하셔서 충분히 논박되었다고 생각하니 한번 보기바란다.)
그는 탄소없는 전기생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철강/시멘트/플라스틱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어떻게 달성할지, 축산등에서 탄소배출 제로에 어떻게 도달할지, 교통과 운송에서, 냉방과 난방에서 각각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일지 주로 기술적 측면에서 해법들과 도전과제를 나열한다. 이 대목들은 꽤 살펴볼 만한 것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세계최고 전문가들을 불러서 들었던 요약 브리핑을 간결하게 정리해놓았으니 뭐.
정작 그의 기술적 검토에서 핵발전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 그가 여전히 '지구공학'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 성층권에 아황산 에어로졸을 뿌려 태양빛을 차단하는 방식 같은 '지구공학'이 "비상시를 위한 최첨단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한다고 해서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우리의 책임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행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빌게이츠의 가장 취약한 문제는, 그가 도모하는 기술적 해법의 일람표에 있지는 않다. 그는 기술적 '혁신'은 엄청나게 다양하게 접근하면서도, 정작 제도와 생활의 혁신에 대해서는 지나가다가 잠깐잠깐 얘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빌게이트는 지금 부자로 살고 있는 패턴을 가급적 안바꾸고,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기업들도 하던 수익추구를 그대로 하고, 현재 제도적으로 자원 배분의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사회적 재분배 등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지금까지 누리던 삶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단지 화석연료를 쏙 빼버리고 여기에 재생에너지등을 교체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핵발전도 끼여들고 그러지 않을까 싶다.
화석위에 쌓아올린 문명은 화석연료를 빼버리면 상당한 정도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은 기후위기가 엄청난 도전과제이지만, 이를 포함해서 9가지 지구의한계를 다 고려했을때 빌게이츠가 발상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지될지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의외로, 그는 정부와 정부의 정책의 역할을 매우 크게 생각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그는 탄소제로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5배 이상 늘릴 것을 포함해서 정부가 해야 할 7가지 과제를 요약하는데 나름 의미있게 정리해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혁신국가적 관점은 조선일보가 진지하게 검토해보면 도움이 될텐데. "국방부의 초기 투자로 인터넷과 마이크로칩이 탄생해 개인용 컴퓨터 혁명이 가능해졌고, 이는 기술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청정에너지 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제로탄소 시멘트나 철강, 또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액체연료를 만들 사람을 기다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있다."
이 대목에서 빌게이츠의 약점은 또 하나가 드러난다. 그가 정부의 미션을 비교적 상세히 일별하는 것에 비하면, (민간)기업의 과제는 맨끝에 조금 지적하다가 그만둔다는 것이다. 사실 스스로가 기업가 출신이라면,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텐데. 세금부터 똑바로 내는걸 포함해서. 이 대목에서도 그는 자신이 살던 패턴을 그다지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
*그래서 결론은? 위의 분명한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 좋은 정보가 의외로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ㅎ
둘째 공평하게 평가한다고 해도, 빌 게이츠는 현재의 핵발전도 아니고 그의 회사가 개발하는 차세대 핵발전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수십배 재생에너지 투자와 조속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전기차로의 전환(수소차는 거의 언급안됨)도 강조하는데, 이런 대목들에는 공감이 있을까? 심지어 빌게이츠는 강력한 탄소가격설정도 찬성하는데?
이걸 다 빼고 맥락없이 빌게이츠는 기후위기 솔루션으로 핵발전을 생각한다는 식으로 마구 언론에 퍼뜨리니, 빌게이츠가 매우 억울해 할것 같다. 빌게이츠는 조선일보나 유사언론사에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해야 하는것 아닐까 싶다.
그럼 빌게이츠의 책은 어떤책인가? 읽을만 한가? 개인적으로는 읽을만 했고 도움도 되었다. 나의 종합적 평가는 이렇다. 2050년 탄소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술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성실한 탐구'를 하고 있는 책이란 점이다.
그 와중에, 그리 길지 않는 꼭지로서 그가 2008년에 창업한 테라파워서가 실험실 수준에서 작업중인 '진행파 원자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핵발전이 탄소제로사회를 위한 대안이 왜 안되는지는 최근 조천호 박사께서 언론에 명확히 정리하셔서 충분히 논박되었다고 생각하니 한번 보기바란다.)
그는 탄소없는 전기생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철강/시멘트/플라스틱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어떻게 달성할지, 축산등에서 탄소배출 제로에 어떻게 도달할지, 교통과 운송에서, 냉방과 난방에서 각각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일지 주로 기술적 측면에서 해법들과 도전과제를 나열한다. 이 대목들은 꽤 살펴볼 만한 것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세계최고 전문가들을 불러서 들었던 요약 브리핑을 간결하게 정리해놓았으니 뭐.
정작 그의 기술적 검토에서 핵발전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 그가 여전히 '지구공학'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 성층권에 아황산 에어로졸을 뿌려 태양빛을 차단하는 방식 같은 '지구공학'이 "비상시를 위한 최첨단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한다고 해서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우리의 책임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행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빌게이츠의 가장 취약한 문제는, 그가 도모하는 기술적 해법의 일람표에 있지는 않다. 그는 기술적 '혁신'은 엄청나게 다양하게 접근하면서도, 정작 제도와 생활의 혁신에 대해서는 지나가다가 잠깐잠깐 얘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빌게이트는 지금 부자로 살고 있는 패턴을 가급적 안바꾸고,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기업들도 하던 수익추구를 그대로 하고, 현재 제도적으로 자원 배분의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사회적 재분배 등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지금까지 누리던 삶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단지 화석연료를 쏙 빼버리고 여기에 재생에너지등을 교체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핵발전도 끼여들고 그러지 않을까 싶다.
화석위에 쌓아올린 문명은 화석연료를 빼버리면 상당한 정도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은 기후위기가 엄청난 도전과제이지만, 이를 포함해서 9가지 지구의한계를 다 고려했을때 빌게이츠가 발상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지될지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의외로, 그는 정부와 정부의 정책의 역할을 매우 크게 생각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그는 탄소제로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5배 이상 늘릴 것을 포함해서 정부가 해야 할 7가지 과제를 요약하는데 나름 의미있게 정리해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혁신국가적 관점은 조선일보가 진지하게 검토해보면 도움이 될텐데. "국방부의 초기 투자로 인터넷과 마이크로칩이 탄생해 개인용 컴퓨터 혁명이 가능해졌고, 이는 기술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청정에너지 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제로탄소 시멘트나 철강, 또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액체연료를 만들 사람을 기다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있다."
이 대목에서 빌게이츠의 약점은 또 하나가 드러난다. 그가 정부의 미션을 비교적 상세히 일별하는 것에 비하면, (민간)기업의 과제는 맨끝에 조금 지적하다가 그만둔다는 것이다. 사실 스스로가 기업가 출신이라면,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텐데. 세금부터 똑바로 내는걸 포함해서. 이 대목에서도 그는 자신이 살던 패턴을 그다지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
*그래서 결론은? 위의 분명한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 좋은 정보가 의외로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