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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정책과 서평 4] 그린뉴딜 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또 다른 반쪽, 탈성장 의제

  • 입력 2021.01.10 12:38      조회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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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확인해봤다. 1982년생.

영국 인류학자이자 경제학자로서, 유럽의 그린뉴딜을 자문을 맡기도 하는등, 지금은 '탈성장'이론의 최전선에서 '녹색성장'과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제이슨 히켈 말이다. 40살도 안되었다니! 1888년생 네덜란드 역사학자 브레흐만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을 수 년전에 읽었을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당시 나이가 30도 안되었는데, 기성학자들의 틀에박힌 개념이나 논법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현실 문제를 해명하면서도, 상당히 탄탄한 지식과 논리로 무장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일부 젊은 연구자들을 보면, 현실의 문제의식이 들어가 있지 않는채, 기존 학계의 개념을 조립하여 고급한 지식을 탐구하는 듯한 만족감을 느끼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가졌던것과 완전이 딴판인 사람들이었다.(물론 우리나라도 내가 모르는 젊고 창의적인 학자들이 있을텐데..ㅎ)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가 최근에 '탈성장'을 주제로 쓴 책 는 매우매우 흥미있는 문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작년 연말에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마틴울프가 추천한 경제학 서적 목록에 있어서 관심을 가졌다. 마틴울프의 추천사가 웃겼다. 기후위기 막는데 별로 현실성 없는 얘기들이라 생각하지만, 요즘 뜨고 있는 탈성장 이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공부할 수 있었다는? ("To me, this programme is neither a plausible nor an effective way to respond to the imminent climate crisis. But it has been an education to read such a lucid exposition of this increasingly widely shared point of view")

암튼 이 왕성한 젊은 학자가 '탈성장'이론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이렇다. 2012년에 본인이 소속된 런던정경대에 크루그만이 온 모양이다. 크루그만이 2008년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나 경제성장을 시키기 위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공개강연을 듣고 생각했단다. 도대체 미국보다 GDP가 적은나라들도 미국보다 훨씬 복지가 잘되고 있는데, 왜 미국은 아직도 GDP를 더 올려야 한다고 하는걸까? 그후 8년동안 이문제를 파고든 결과가 위의 책이란다. (나는 지난 8년 뭐하고 살았나 하는 좌절감이 ㅋ)

어쨌는 히켈은 영문판으로 300쪽 되는 적지는 않는 분량의 책에서 정말 다양한 국면들을 다 건드린다. 경제사, 경제학, 인류학을 넘나들면서. 그는 맑스의 원시적 축적 논리를 확대하여 자본주의의 성장집착 역사를 돌아보고,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개념과 이윤추구 본성을 적절히 활용해서 최근까지 복리적 성장에 몰두한 과정을 기술한다. 그는 다른 논문에서 기술했지만 MMT와 탈성장을 엮어내어, 급격한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MMT의 고용보장제를 수용하기도 한다.

논문들은 많이 소개되었지만, 굉장히 쉬우면서, 탈성장 이론과 정책의 거의 모든 국면을 전부 다룬 책으로서 적어도 나에게는 최고로 이해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의 정책대안들은 (혁명을 조직하지 않은채) 거의 혁명을 해야만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그는 기후위기 해결할려면 '무한축적을 본성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어떻게? 당연히 그 무슨 혁명운동전략을 전혀 말하지 않는다. 묘하게도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위기가 혁명적 수준의 개혁을 불가피하게 요구할것 이라고 믿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내게는 설득력 있었다. 혁명전략이 아니라, 자연의 압박이 혁명적 수준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 책에는 그린뉴딜 전략에서 흔히 나오는, 재생에너지 100%전환을 위한 기술적, 재정적 방법론 같은 것은 기술하지 않는다. 전기차로의 전환이나 그린리모델링 방법론도 기술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통상의 그린뉴딜에서 나오지 않는 굉장히 풍부한 다른 탈-탄소 대책들을 쏟아낸다. 대부분은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통제하면서도 복지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1) 상품 내구연한의 인위적 단축 금지,
(2)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과도한 광고 제한,
(3)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
(4) 음식 쓰레기 완전 재활용,
(5) 자원다소비 산업 축소,
(6)일자리 보장제,
(7)노동시간 축소와 불평등 축소,
(8)공공재와 공유자원 확대,
(9)부채 탕감,
(10) 상업은행의 신용창출 금지 등 그야말로 지금까지 진보경제정책으로 제안된 거의 모든것들을 건드리면서 이를 생태와 연결시키는다.(진짜 탈-탄소 그린뉴딜 정책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이들 꼭지들을 반드시 숙고해서 포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주제로 인류학적인 가치관 전환을 호소하면서 매듭짓는다. (누군가 빨리 번역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꼭 한번은 그린뉴딜을 고민하는 분들과 토론을 해봐야 할 꼭지가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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