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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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이해하기(1) 왜 그린뉴딜인가?
코로나19 재난이 낳은 세가지 결과
2019년 11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전염병이 아시아를 거쳐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계를 휩쓸자, 인류의 보건과 경제생활에 전례 없는 심각한 재앙을 안겨주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글로벌 코로나 확진자는 5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30만 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사스(SARS)나 메르스(MERS)등 기존 전염병과 달리 이번 코로나 재난은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특히 전염병이 후진국 병이라는 통설을 비웃듯 선진국들이 가장 심각한 감염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테면 확진자 기준으로 가장 많은 미국, 브라질,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등은 GDP 기준으로 모두 세계 20위 안에 들어가는 경제 대국들이고 스페인을 제외하면 모두 G20국가들이기도 하다(그림 1 참조).
그림 코로나19재난 확진자 수 분포(2020년 5월 25일자, 출처:Worldometer)
코로나 재난은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경제 시스템에서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첫째로, 재난상황이라는 비상시국에서 자원관리는 시장(market)이 아니라 국가가 능력있게 해낼 수 있었고, 그래서 마스크라는 상품, 공공의료 자원, 심지어는 재난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소득분배까지 국가가 개입하게 되었고, 이를 이제 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시장은 재난상황에서 매점매석행위 등으로 인해 분배를 왜곡하거나, 지불능력이 부족한 시민들의 긴급한 생존필요에 대해 매우 무감각하게 대응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둘째로 비대면 생활영역이 대폭 늘어났다. 봉쇄(lock down)와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재택근무, 휴교 등이 수개월 이어지면서 이동이나 모임 자제, 사람들과의 접촉자제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특별히 주목할 것은, 기업활동 중단, 이동의 중단 등으로 화석연료 소모가 줄어들면서 탄소배출이 현격히 줄었다. 통상 전 세계 하루 석유소비량이 1억 배럴인데, 코로나19로 2020년 4월에는 석유소비가 20%이상 줄어들고 그 탓에 국제 석유선물시장에서 석유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외신도 있었다. 석유가격이 마이너스라는 말은 석유업체들이 더이상 석유를 보관할 저장소를 찾지 못해서 돈을 주고 석유를 가져가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에너지 소비가 약 6% 줄어들고, 대기 중에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8%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8%씩 감소하면 10년 뒤에는 탄소배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고, 지구는 기후위기를 피할 수도 있게 될 정도다.
물론 코로나19재난이 대기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온난화를 지연시키는 뜻밖의 기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당장은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고자 물리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경제활동을 멈춤으로 인해서 초래된 고용불안정과 소득손실 위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지는 문제가 더 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재난으로 인해 2020년 2분기 전 세계적으로 풀 타임 일자리가 약 3억 개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이 –3%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1.2%정도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사회 위기국면마다 등장한 그린뉴딜
그러면 코로나19 이후 대책을 모색하면서, 일자리를 회복하고 불평등 해소를 추진하면서도 탄소배출을 과거로 되돌리지 않고 계속 감소시켜나갈 방법은 없을까? 바로 여기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책적인 대안이 바로 그린뉴딜이다.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구상하면서 처음에는 ‘디지털 뉴딜’로 설계하다가 뒤늦게 ‘그린뉴딜’을 끼워넣기로 한 것도 그린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대 화두가 될 것을 조금은 인정한 결과다.
사실 한국국민들에게 그린뉴딜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녹색성장’은 친숙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그린뉴딜 사업에 해당하는 9개 핵심사업 및 27개 연계사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 추진방안」을 실행했던 탓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그린뉴딜에 포함하는 등 처음부터 명확한 전망과 기획이 준비되었던 것도 아니고, 당시 경제위기에 대처하여 동원된 다양한 경기부양책과 일자리 정책들을 모두 그린뉴딜로 포장하는 등 비판이 많았다. 그 결과 이 정책은 이후 발전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렇게 시야에서 사라졌던 그린뉴딜은 사실 코로나19재난이 지구를 덮치기 이전인 2018년경부터 글로벌 정책의제로 서서히 재부상하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코로나19재난으로 인해 더욱 관심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사라진 그린뉴딜이 새삼스럽게 부활했으며,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2008년 이후 인류가 제대로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다시 12년이라는 시간을 소모한 결과, 기후위기를 더이상 ‘점진적’으로 해결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제는 시민사회나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친환경 캠페인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가가 전면적으로 10년의 전략적 기간을 잡고 ‘준전시상황’의 문제의식아래 대대적인 공공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또한 2015년 파리협약, 2018년 유엔 1.5도 보고서 등의 영향 아래 온난화의 한계선도 2.0도가 아니라, 1.5도로 낮아지고, 남은 시간도 10년 안에(2030년) 탄소배출 절반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구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불평등 심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확산되면서 2011년 99%운동이 출현하는가 하면, 불평등 문제를 다룬4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불평등 해소는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그린뉴딜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는 정책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린뉴딜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2018년 여름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촉구하며 금요일 오후 의사당 앞에서 매주 시위를 하는가 하면, 그해 가을 미국 하원의원에 최연소로 당선된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린뉴딜 결의안을 2019년 2월에 의회에 제출한 것이 그린뉴딜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것이다. 이 과정을 존 벨라미 포스터는 이렇게 압축했다. “툰베리와 학생기후파업운동, 선라이즈운동(Sunrise Movement),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의 급부상은 모두 1년 내의 짧은 기간에 일어났다. 실제 시위와 파업의 수백만 기후변화 활동가 대다수는 청년이다. 이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환경 투쟁의 거대한 변혁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자
“그린뉴딜은, 2030년까지 100%청정 그린에너지를 달성하고,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해주며, 노동자와 일선 공동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을 해주기 위해, 미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참여시키는 10년 플랜이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을 도와 의회 그린뉴딜 결의안을 내는데 공헌했던 미국 기후위기 운동단체 선라이즈운동(Sunrise Movement)가 정의한 그린뉴딜 정책이다. 아주 짧게 그린뉴딜 개념을 요약했지만, 그린에너지 전환과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의로운 전환, 10년이라는 기간에 전 사회적 역량을 참여시키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핵심 키워드들을 대체로 망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린뉴딜이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기존 탄소기반 경제사회를 탈 탄소경제사회로 전환시키는 전사회적 프로젝트’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최근 2년 동안 재부상했던 그린뉴딜은 갑작스런 코로나19재난에 직면하면서, 코로나19재난 이후의 경제회복 프로그램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코로나19 재난으로 경제가 크게 침체되고 실업과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해서 경제와 일자리를 회복하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기왕이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경기회복에 필요한 공공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형 뉴딜’을 그린뉴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한국은 2009년 녹색성장 정책을 채택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까지 2010년에 만들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온갖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점검해오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온실가스가 2014년 딱 한번 아주 조금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줄지 않고 줄기차게 늘었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명시적인 목표는 있었다. 하지만 목표는 단 한 번도 지켜지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탄소 배출은 목표로부터 점점 멀어지기만 했고, 결국 2017년 기준 원래 목표는 6억 톤 배출이었지만 실제로는 7억 톤을 배출했다. 더구나 에너지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등 탄소를 줄이겠다고 하는 모든 분야에서 단 한군데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이 모두 과도한 탄소를 배출했다.
그림 지난 20년 동안 탄소배출 추이와 불평등 추이 변화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Don’t waste a crisis)’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재난이라는 전례없는 위기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미래의 기회를 정말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기회의 창이 2030년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어떻게 그린뉴딜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10년 내내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린뉴딜을 채택하게 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대표적으로 에너지 전환정책, 탄소제로 교통정책, 그리고 그린리모델링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음에는 이들을 각각 차례로 살펴볼 생각이다.
* 이 글은 [걷고싶은도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9년 11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전염병이 아시아를 거쳐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계를 휩쓸자, 인류의 보건과 경제생활에 전례 없는 심각한 재앙을 안겨주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글로벌 코로나 확진자는 5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30만 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사스(SARS)나 메르스(MERS)등 기존 전염병과 달리 이번 코로나 재난은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특히 전염병이 후진국 병이라는 통설을 비웃듯 선진국들이 가장 심각한 감염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테면 확진자 기준으로 가장 많은 미국, 브라질,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등은 GDP 기준으로 모두 세계 20위 안에 들어가는 경제 대국들이고 스페인을 제외하면 모두 G20국가들이기도 하다(그림 1 참조).
그림 코로나19재난 확진자 수 분포(2020년 5월 25일자, 출처:Worldometer)
코로나 재난은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경제 시스템에서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첫째로, 재난상황이라는 비상시국에서 자원관리는 시장(market)이 아니라 국가가 능력있게 해낼 수 있었고, 그래서 마스크라는 상품, 공공의료 자원, 심지어는 재난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소득분배까지 국가가 개입하게 되었고, 이를 이제 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시장은 재난상황에서 매점매석행위 등으로 인해 분배를 왜곡하거나, 지불능력이 부족한 시민들의 긴급한 생존필요에 대해 매우 무감각하게 대응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둘째로 비대면 생활영역이 대폭 늘어났다. 봉쇄(lock down)와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재택근무, 휴교 등이 수개월 이어지면서 이동이나 모임 자제, 사람들과의 접촉자제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특별히 주목할 것은, 기업활동 중단, 이동의 중단 등으로 화석연료 소모가 줄어들면서 탄소배출이 현격히 줄었다. 통상 전 세계 하루 석유소비량이 1억 배럴인데, 코로나19로 2020년 4월에는 석유소비가 20%이상 줄어들고 그 탓에 국제 석유선물시장에서 석유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외신도 있었다. 석유가격이 마이너스라는 말은 석유업체들이 더이상 석유를 보관할 저장소를 찾지 못해서 돈을 주고 석유를 가져가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에너지 소비가 약 6% 줄어들고, 대기 중에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8%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8%씩 감소하면 10년 뒤에는 탄소배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고, 지구는 기후위기를 피할 수도 있게 될 정도다.
물론 코로나19재난이 대기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온난화를 지연시키는 뜻밖의 기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당장은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고자 물리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경제활동을 멈춤으로 인해서 초래된 고용불안정과 소득손실 위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지는 문제가 더 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재난으로 인해 2020년 2분기 전 세계적으로 풀 타임 일자리가 약 3억 개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이 –3%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1.2%정도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사회 위기국면마다 등장한 그린뉴딜
그러면 코로나19 이후 대책을 모색하면서, 일자리를 회복하고 불평등 해소를 추진하면서도 탄소배출을 과거로 되돌리지 않고 계속 감소시켜나갈 방법은 없을까? 바로 여기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책적인 대안이 바로 그린뉴딜이다.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구상하면서 처음에는 ‘디지털 뉴딜’로 설계하다가 뒤늦게 ‘그린뉴딜’을 끼워넣기로 한 것도 그린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대 화두가 될 것을 조금은 인정한 결과다.
사실 한국국민들에게 그린뉴딜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녹색성장’은 친숙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그린뉴딜 사업에 해당하는 9개 핵심사업 및 27개 연계사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 추진방안」을 실행했던 탓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그린뉴딜에 포함하는 등 처음부터 명확한 전망과 기획이 준비되었던 것도 아니고, 당시 경제위기에 대처하여 동원된 다양한 경기부양책과 일자리 정책들을 모두 그린뉴딜로 포장하는 등 비판이 많았다. 그 결과 이 정책은 이후 발전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렇게 시야에서 사라졌던 그린뉴딜은 사실 코로나19재난이 지구를 덮치기 이전인 2018년경부터 글로벌 정책의제로 서서히 재부상하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코로나19재난으로 인해 더욱 관심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사라진 그린뉴딜이 새삼스럽게 부활했으며,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2008년 이후 인류가 제대로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다시 12년이라는 시간을 소모한 결과, 기후위기를 더이상 ‘점진적’으로 해결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제는 시민사회나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친환경 캠페인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가가 전면적으로 10년의 전략적 기간을 잡고 ‘준전시상황’의 문제의식아래 대대적인 공공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또한 2015년 파리협약, 2018년 유엔 1.5도 보고서 등의 영향 아래 온난화의 한계선도 2.0도가 아니라, 1.5도로 낮아지고, 남은 시간도 10년 안에(2030년) 탄소배출 절반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구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불평등 심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확산되면서 2011년 99%운동이 출현하는가 하면, 불평등 문제를 다룬4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불평등 해소는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그린뉴딜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는 정책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린뉴딜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2018년 여름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촉구하며 금요일 오후 의사당 앞에서 매주 시위를 하는가 하면, 그해 가을 미국 하원의원에 최연소로 당선된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린뉴딜 결의안을 2019년 2월에 의회에 제출한 것이 그린뉴딜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것이다. 이 과정을 존 벨라미 포스터는 이렇게 압축했다. “툰베리와 학생기후파업운동, 선라이즈운동(Sunrise Movement),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의 급부상은 모두 1년 내의 짧은 기간에 일어났다. 실제 시위와 파업의 수백만 기후변화 활동가 대다수는 청년이다. 이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환경 투쟁의 거대한 변혁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자
“그린뉴딜은, 2030년까지 100%청정 그린에너지를 달성하고,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해주며, 노동자와 일선 공동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을 해주기 위해, 미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참여시키는 10년 플랜이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을 도와 의회 그린뉴딜 결의안을 내는데 공헌했던 미국 기후위기 운동단체 선라이즈운동(Sunrise Movement)가 정의한 그린뉴딜 정책이다. 아주 짧게 그린뉴딜 개념을 요약했지만, 그린에너지 전환과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의로운 전환, 10년이라는 기간에 전 사회적 역량을 참여시키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핵심 키워드들을 대체로 망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린뉴딜이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기존 탄소기반 경제사회를 탈 탄소경제사회로 전환시키는 전사회적 프로젝트’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최근 2년 동안 재부상했던 그린뉴딜은 갑작스런 코로나19재난에 직면하면서, 코로나19재난 이후의 경제회복 프로그램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코로나19 재난으로 경제가 크게 침체되고 실업과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해서 경제와 일자리를 회복하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기왕이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경기회복에 필요한 공공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형 뉴딜’을 그린뉴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한국은 2009년 녹색성장 정책을 채택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까지 2010년에 만들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온갖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점검해오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온실가스가 2014년 딱 한번 아주 조금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줄지 않고 줄기차게 늘었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명시적인 목표는 있었다. 하지만 목표는 단 한 번도 지켜지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탄소 배출은 목표로부터 점점 멀어지기만 했고, 결국 2017년 기준 원래 목표는 6억 톤 배출이었지만 실제로는 7억 톤을 배출했다. 더구나 에너지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등 탄소를 줄이겠다고 하는 모든 분야에서 단 한군데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이 모두 과도한 탄소를 배출했다.
그림 지난 20년 동안 탄소배출 추이와 불평등 추이 변화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Don’t waste a crisis)’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재난이라는 전례없는 위기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미래의 기회를 정말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기회의 창이 2030년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어떻게 그린뉴딜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10년 내내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린뉴딜을 채택하게 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대표적으로 에너지 전환정책, 탄소제로 교통정책, 그리고 그린리모델링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음에는 이들을 각각 차례로 살펴볼 생각이다.
* 이 글은 [걷고싶은도시]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