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노동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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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플랫폼 자본주의(노동) 사회안전망 강화대책
- 입력 2021.03.03 17:32 조회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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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플랫폼 노동#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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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_창간준비2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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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자본주의의 모습이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서비스)자본주의로 그리고 다시 플랫폼자본주의로 변화되고 있다. 전통적 산업사회의 시계는 규칙적이었고, 예측가능했으며, 위험 발생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러한 규칙성, 예측가능성, 위험의 계산 가능성은 수학의 발달과 맞물려 19세기 초반 사회보험 제도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사회보험은 사회보장제도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산업의 중심은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전환되어 왔고, 서비스 경제사회로 넘어오면서 규칙성, 예측가능성, 위험의 계산가능성에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일터에서도, 노동자에게서도 진행되었다(Weil, 2015). 2000년대 중반 이후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이러한 균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비표준적이었던 유연화된 일의 방식은 이제 표준화, 일상화되고 있고, 산업사회의 견고했던 고용 관계는 녹아내려 액화되고 있으며(이승윤·백승호·김태환·박성준, 2020), 노동과 자본 간의 가시적 관계는 비가시화됨으로써(김영선, 2020) 노동과 자본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 지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는 노동시장에서의 일상화된 불안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보험 중심 사회보장제도는 여전히 산업자본주의의 시계에 맞추어져 있어, 이제 사회적 보호에 의한 이중화가 중심적 화두로 떠오르기 까지 했다. 사회보험의 미시적 개혁만으로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일하는 사람들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노대명 등, 2020).
또 한편으로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애초에 모두의 것이었던 토지에서 불로소득을 축적하고 있고, 누군가는 역사적으로 쌓여온 지식과 정보가 기반이되어 돈을 벌고 있지만 그 돈은 오로지 자기 노력의 결과로만 간주되고 있다. 또 누군가는 모두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빅데이터로 자본을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를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인류 생명의 원천인 환경을 파괴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이러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어낸 댓가를 치르기는커녕 더 부유해지고 있다. 지금 불평등의 근원은 이렇게 애초에 모두의 것이었거나, 모두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공유부를 누군가가 독점하고 있다는데서 시작된다.
자본주의는 변화되고 있고, 사회보장제도는 변화된 상황과 부정합한 채로 유지되고 있으며, 모두의 것을 파괴하거나 활용하여 벌어들인 부를 누군가가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은 한국 복지국가 대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국가의 미시적 개혁이 아니라 패러다임 개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많은 대안적 사회보장 논의들은 미시적 현상들의 개선에만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도 그러하다. 플랫폼 노동에만 집중된 ‘근로자성 인정’, ‘사회보험 포괄’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한국 복지국가 대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맥락에 대한 이해와 진단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단 속에서 현재 플랫폼 노동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1장 서론에 이어 2장에서는 자본주의의 거시적 변화와 사회보장 제도의 관계를 개괄적으로 진단하고, 3장에서는 플랫폼 노동을 중심으로한 기존의 사회보장 개혁 논의들을 검토한다. 4장은 결론으로 복지국가의 대전환을 위한 사회보장 개혁 논의의 방향을 제시한다.
2.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사회보장
1) 산업자본주의와 사회보험
20세기 초반의 산업자본주의는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노동과 자본의 경계가 분명하고 견고한 표준적 고용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전통적 산업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주된 관심은 안정적 시장임금의 확보 및 산재, 상병, 해고 등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사회적 임금의 확보였다. 그리고 자본의 주된 관심은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효율화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지속적인 자본 축적을 보장 받는 것이었다(백승호, 2005).
복지국가 황금기라 불리던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전통적 복지국가는 이러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자본주의에서 공장이라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직면했던 실업, 산재, 의료, 노령 등의 사회적 위험들에 대응하는 사회적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 핵심에는 사회보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조업 노동자들의 소득 상실 및 상병 등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노동력 재생산과 유효수요 창출 그리고 자본축적을 위해 자본에게도 중요했다. 자본과 노동의 이러한 이해관계는 정규직 남성 노동자 중심의 사회보험을 핵심적 사회정책으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우위에 있었던 제조업 생태계에 일본과 독일의 제조업이 숙련된 노동력, 정부의 고도지원체계, 저임금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가면서, 미국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였다. 그 결과는 제조업에서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으로 이어졌고, 결국 가격하락 압력과 제조업 수익성 위기로 촉발된 1970년대의 지구적 위기가 시작되었다(Srnicek, 2017:23-25).
2) 금융자본주의와 노동연계복지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변화되었다. 우선 일터에서의 변화가 동반되었다. 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익실현 극대화요구에 대응하여 핵심역량에 집중하였고, 그 결과는 일터의 균열로 이어졌다. 일터의 균열은 일차적으로 기업 생산 조직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은 고용털어버리기 전략을 통해 핵심역량에 집중하면서 슬림화되었고, 핵심역량 이외 분야에 대해서는 외주와 하청, 프랜차이징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터의 균열을 가속화했다(Weil, 2015). 기업들은 균열일터를 조장함으로써 직접적 고용 계약관계에 부과되었던 노동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외주, 하청기업 등 하위 조직에 전가하고,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노동에 대한 보호 의무 회피와 그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가 일터에서 일반화되었다(Weil, 2015). 표준적 고용계약관계에 기반한 산업자본주의에서의 노동의 풍경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일터의 변화와 함께, 노동의 모습도 표준적이고 안정적이기보다 불안정한 노동이 일상화되었다(이승윤·백승호·김윤영, 2017).
이러한 자본주의의 변화는 사회보험을 중심의 전통적 복지국가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복지국가는 노령연금 개혁, 사회보험 급여 관대성 축소, 프로그램 자격조건 강화, 서비스 전달에서 비용 통제, 노동을 조건으로 한 복지(workfare)의 도입 등을 추진하였다. 또한 일부 사회서비스를 민영화하기도 했고, 급여의 선별성(targeting)을 증가시키기도 했다(백승호, 2005). 노동연계복지(workfare) 정책은 균열된 일터에서 내몰린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을 통해서만 복지를 수급할 수 있게 하는 통제장치로 작동하였다.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1990년대부터 진행되었다. 닷컴 붐과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1990년대 닷컴 붐은 한편으로 플랫폼 경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상업적 인터넷의 상업화로 이어졌다. 여기에서는 제조업 수익률 하락으로 투자처를 물색하던 금융자본들의 투기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기술혁명의 서막은 이렇게 1990년대 금융투자가 인터넷 산업의 버블을 추동하면서 진행되었다(Srnicek, 2017:29-45). 이후 기술기업들은 권력과 자본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4차 산업혁명, 정보화, 플랫폼 경제, 지식기반경제, 디지털경제, 공유경제 , 긱경제 등의 개념이 학계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일반화되었고, 기술의 부상은 경제발전의 키워드였다.
3) 플랫폼 자본주의와 사회보장의 제도적 부정합 심화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자본주의의 변화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다. 기업은 스마트 공장과 플랫폼을 활용한 생산방식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고, 고용과 일의 작동방식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관찰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고 판매되는 플랫폼 경제의 등장과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 관계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노동은 임금근로자와 같이 종속적인 속성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임노동 고용계약관계에서 벗어난 도급계약을 통해 경제활동을 수행한다. 결국 이들은 임금노동 보호가 주 목적이었던 기존의 사회보장제도 특히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고용계약 관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가치창출 방식에서 근본적인 재구조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조직양식, 새로운 착취구조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시장이 자본을 축적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부상하고있는 것이다(Srnicek, 2017). Srnicek(2017)은 현대 자본주의를 플랫폼 자본주의라 명명하며, 가치 창출과 자본축적의 원천이 노동력에서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하게 플랫폼 노동이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이라는 미시적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본축적 방식으로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차원에서 진단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의 발전은 가치를 창출하고 자본을 축적하는 메커니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자본축적 동학이 작동할 때, 기존의 복지국가 제도들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변화 양상과 부정합이 커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러한 제도적 부정합은 1970년대 석유위기 과정에서 확인한 바 있다.
4) 일의 형태 및 작동방식 변화
앞선 절들에서 자본주의의 거시적 변화를 살펴보았다. 이 절에서는 일의 형태 및 작동방식의 변화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노동(labour)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산업사회의 노동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일(work)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박명규, 2018). ILO와 OECD는 ‘노동(labour)’의 미래가 아닌 ‘일(work)’의 미래(The Future of Work)를 주요 아젠다로 다루어 왔다. 새로운 형태의 보이지 않는 노동(invisible work)으로서의 플랫폼 노동은 산업사회의 노동과 달리 노동이 수행되는 공간과 고용 관계를 구분해 내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와 구분되는 일의 미래가 이들 국제기구의 핵심 화두다(ILO, 2017:18).
전통적 산업사회의 표준적 고용관계는 이미 1970년대 이후 일터의 균열로 해체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비표준적 고용관계가 지배적이 되어왔다(Weil, 2015). 비표준적 고용관계는 첫째, 고용계약 관계를 기초로 하지만, 근로기간을 제약하는 방식으로서 기간제, 단기근로, 일시근로 등으로 제약하거나, 둘째, 위장된 고용관계(disguised employment relationship), 가짜 자영업관계라 불리는 방식으로 고용관계에서 종속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계약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플랫폼 노동은 위장된 고용관계의 가장 발달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의 노동과정은 이전의 전통적 표준고용관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용관계의 모호성은 극대화되어 있으며, 다수 평가자들의 별점과 알고리즘을 통한 보이지 않는 노동통제는 더욱 정교해졌다. 쉼과 일의 경계는 사라져가고 있고, 비생산적인 시간과 생산적인 시간은 모호해지고 있다. 그리고 작업장소와 사적공간 등의 경계가 완전히 형해화되었다(이승윤, 2019; 이승윤·백승호·남재욱, 2020). 이러한 플랫폼 노동의 속성은 금융자본주의 시기부터 진행되어온 노동의 균열이 극대화되어 액화되고 있는 상태(이승윤 등, 2020)의 연속선상 있으며, 그 결과는 견고하고 가시적이었던 노동-자본 관계의 비가시화(김영선, 2020)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원자화, 탈공간화되고 있는 디지털 노동분업은 노동의 액화를 심화시킴으로써 노동소외, 소득 불안정, 낮은 협상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액화된 노동은 종속적 통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기존의 노동관련법 및 사회적 보호시스템에서 배제되고 있다(이승윤·백승호·남재욱, 2020).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비단 플랫폼 노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고용계약관계가 명시적인 비정규직, 심지어는 정규직으로도 스며들고 있다(김영선, 2020). 따라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대안적 사회보장은 플랫폼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3. 기존의 사회보장 개혁 논의들
기존의 플랫폼 노동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근로자성 기준의 문제에 개입하는 전략’과 둘째는 ‘사회보험을 개혁하는 전략’이다.
1)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 기준 문제 개입 전략
이 전략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순수 자영업을 제외한 새로운 형태의 일들을 자영업으로 오분류하는 문제를 바로잡고, 이들을 기존의 근로자 개념에 포함시키는 안이다(박제성, 2018; 이다혜, 2019; 박강수, 2020). 이 전략은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플랫폼 노동 등을 포괄하여 노동관계법과 사회보장 관련 법의 보호 안으로 이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근로자성 인정을 위한 법적 소송 절차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근로자성 인정과 관련된 많은 소송들이 이 전략과 관련 된다. 최근 플랫폼 노동을 중심으로 액화노동의 근로자성 인정요건으로서 사용종속관계 판정 기준들이 현실화된 측면이 있지만, 액화 노동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가 용이하지 않다. 특히 학계의 해석과 달리 법적 판결은 액화노동의 근로자성 인정 사례가 드물다.
둘째는 이들을 자영업도 근로자도 아닌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라고 하는 제3의 범주로 규정하고, 특고를 기존의 사회보장 수급자격 대상에 특례 조항으로 포괄하는 방식이다(박지순·조준모, 2018; 장지연·이호근, 2019). 앞서 설명한 액화노동의 종사상 지위 오분류를 개혁하는 전략이든,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근로기준법을 만드는 문제는 매우 시간이 오래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단시간 안에 현재의 ‘사용종속관계 기준의 폐지’, 일하는 사람을 위한 새로운 근로기준의 제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서정희·백승호, 2017).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전제할 때, 이 전략은 순수한 의미의 자영업자나 순수한 의미의 근로자 어느 한 쪽에 전적으로 속하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유사 근로자 등의 회색지대로 규정하여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사회적 보호의 범주로 포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상의 두 전략은 전통적 산업사회의 근로자 기준에 플랫폼 자본주의의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의 형태를 끼워 넣거나, 새로운 범주의 노동자로 분류하는 전략에 가깝다. 전자는 끼워 넣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새로운 일의 형태들에 대한 파편화된 접근이라는 단점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통적 산업사회에 기반한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의 정의 자체를 수정하여, 임노동 계약관계에 기반한 고용관계만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로기준법을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권오성, 2021).
또한 위의 두 전략은 기존의 사회보험 방식을 수정하지 않고, 대상자 포괄범위만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즉, 기존의 사회보험이 직접 고용계약에 기반한 근로자 중심이었다면, 이들 두 전략은 ‘직접 고용계약’이라고 하는 기준을 느슨하게 변경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사업주와 근로자 관계에 기반한 사회보험 시스템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사업주와 근로자 관계가 모호한 대상들의 사회보험 적용 문제에서 복잡성과 논란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2) 사회보험 개혁 전략
이 전략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플랫폼 노동을 제3의 범주로 규정하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개혁 전략이다. 이 전략은 예술인 고용보험과 같이 플랫폼 노동을 대상으로하는 새로운 사회보험을 만드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안은 위험의 분산(risk pooling)이라는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이들 제3의 범주는 저임금과 저숙련 등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위험분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전략은 기존 사회보험에서 사용주-근로자 관계의 확인을 해체하여 소득보험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서정희·백승호, 2017; 김소영, 2020; 정찬영·이승길, 2020; 이호근, 2020). 소득보험의 대상이 되는 자격기준은 취업이나 소득활동을 하는 모든 취업자에게 적용된다. 소득보험을 위한 재원은 보험료를 통해 마련하지만, 현재의 사회보험료 징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소득보험의 보험료는 고용계약관계와는 무관하게 취업자와 사업주 각각의 소득에 부과된다. 취업자는 소득 대비 일정비율을 보험료로 납부하며, 사업주는 고용계약, 하청계약 또는 이들의 소득에 따라 산정된 보험료를 적용받는다. 그리고 사회보험에서 사업주 부담분의 사회보험료는 현재와 같이 고용관계에 속한 해당 피용자의 개별 임금수준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소득 등에 대해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마련된 재원은 사회보험 기금으로 관리한다.
소득보험으로의 전환은 플랫폼 노동들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소득에 기반하여 보험료가 책정될 경우, 저임금의 중심에 서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낮은 사회보험 급여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노동없는 미래가 현실화된다면 소득 자체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장은 소득보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서정희·백승호, 2017).
4. 결론
앞 장의 논의에서 현재 플랫폼 노동의 문제는 산업자본주의 시기 직접적 고용계약관계에 부과되었던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외주, 하청 등 하위조직에 전가하거나, 플랫폼 노동과 같은 위장된 고용관계를 일상화하는 노동의 액화 과정을 통해 노동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들의 연속선 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적 논의들이 플랫폼 노동의 문제에만 국한하여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소득보험 방식의 개혁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험의 성격을 갖는 소득보험은 노동시장에서의 성과와 급여 수준이 연동될 수밖에 없다. 현재 플랫폼 노동의 핵심적 문제 중 하나가 저임금이라고 할 때, 이 문제를 소득보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의 형태인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보호를 넘어, 노동법의 보호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범주를 넘어 ‘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보호로 전환될 필요가 있고(권오성, 2021; 권현지, 2021), 사회보장의 관점에서는 보편적 소득보장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1차적인 보편적 소득보장으로는 두 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공유부에 대한 정기적 현금배당으로 정의된다(금민, 2020). 즉, 기본소득은 공유/공통 자산에서 비롯된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기본권이다. 토지와 같은 자연적 공유자산, 지식과 같은 역사적 공유자산, 빅데이터와 같은 인공적 공유자산으로 부터의 수익이 대표적인 공유부에 해당한다(백승호, 2019, 2020). 공유부 배당의 실현은 첫째, 토지세, 소득세, 빅데이터세를 통해 기금을 조성하고 배당하는 조세형, 둘째,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득 활동을 하는 민간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설정형 또는 셋째, 공공이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운용수익을 빅데이터 기금으로 공유하는 공동소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금민, 2020). 여기에 사회신용으로서의 국가 주권화폐를 방행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백승호, 2020). 기본소득의 도입은 주로 욕구에 기반했던 기존의 사회보장 시스템에 보편적 기본권을 추가(layering)한다는 점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대전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재분배에 해당하는 소득안전망으로서의 기능만 갖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은 재분배이기 이전에 공유부에 대한 선분배적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기본소득의 선분배적 성격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1차적 소득 안전망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차적 소득안전망으로 낮은 수준의 참여소득안이다. 참여소득이란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제안되었다(Atkinson, 1996).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을 가장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는 것은 Atkinson(1996)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유용할 활동의 예로, 유급고용 및 자영업자의 경제활동, 구직활동, 승인된 교육이나 직업훈련,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 활동, 승인된 자원봉사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질병이나 재해, 장애로 인해 일을 할 수 없는 경우, 최소은퇴연령에 도달한 경우도 참여소득의 지급대상으로 제안하고 있다(Atkinson, 1996:68).
셋째, 실업자 및 청년 잠재실업자등을 대상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일자리 보장제와 참여소득의 결합이다(백승호·이승윤, 2020). Pérez-Muñoz(2018)는 시장에서 충족될 수 없는 미충족된 사회적 욕구(unmet social needs)의 생산을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데, 가장 전형적인 것이 돌봄이며, 환경보호활동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실업자 및 잠재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해주는 참여소득형 일자리 보장제는 생태적 친화적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여 고려될 수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생태 친화적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함으로써 튼튼한 고용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사회안전망 개혁은 미시적 제도 개혁을 넘어 한국 복지국가의 대전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백승호·이승윤, 2019). 첫째, 욕구 중심의 한국 복지국가에 공유부 배당이라는 권리 기반의 기본소득을 한 층 더 추가하는 것이다. 둘째, 1차적 소득보장으로서 기본소득을 도입하여, 모든 사람들이 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2차적 소득안전망으로 사회보험을 소득보험으로 전환함으로써 중산층의 소득보장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넷째, 돌봄, 의료, 주거, 고용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1차, 2차 소득보장제도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중심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생태저그로 지속가능한 복지체제를 어떻게 재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건정성 등 경제적 효율성 담론 넘어서기, 사회에 대한 신뢰 등 제도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또한 생태친화적 소득보장(예, 탄소배당기본소득), 생태친화적 노동정책(예, 생태참여소득, 생태친화적 적극적노동시장정책 등)과 같이 기존의 사회적 보호시스템을 어떻게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회안전망으로 전환할 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수적이다.
[참고문헌]
권오성(2021).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노동법포럼, 제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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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요 연구분야는 플랫폼 노동, 불안정 노동, 기본소득이며, 공저로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 '기본소득이 온다'가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으로는 '더 나은 기본소득 논쟁을 할 권리(경제와사회, 128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