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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보장제

차기 정부가 직면할 첫 위험은 자산거품-물가-가계부채의 3대 리스크

새 정부의 경제 리스크 대응은?
  • 입력 2022.03.12 21:15      조회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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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신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 결과를 두고 쏟아질 수많은 얘깃거리들은 일단 접어두자. 당장 윤석열 당선자가 직면할 첫 번째 숙제는 뭘까? 극단적으로 갈린 민심을 통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4차산업혁명 대응과 코로나 팬데믹 극복 그리고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도전”이 중요하다는 당선자의 인사말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정작 새 당선자가 직면해야 할 긴급한 이슈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 자산거품이 붕괴될 위험성, 물가상승 압력, 그리고 가계부채 리스크라는 새로운 3대 경제 리스크가 그것이다. 우연찮게도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시작부터 경제 난제에 직면한 경우가 많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노무현 대통령이 카드대란을,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처하며 임기 초반을 시작했던 것이 그 사례다. 윤석열 당선자의 임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것 역시 새로운 경제 리스크일 수 있다.
 

2020년 팬데믹 와중에 급증한 자산거품 위험성

원래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은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을 때였다.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예외 없이 생산이 중단되고 실업률이 폭증했으며 주가가 폭락했다. 글로벌 경제의 대위기가 온 것처럼 보였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한편에서는 팬데믹을 막기 위해 강제적인 락다운 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신속하게 긴급재난 지원금 등 대규모 재정을 푸는가 하면 통화완화 조치에 들어간다. 그 덕분에 비록 2020년은 마이너스 성장을 막지 못했지만 2021년부터 실물경제는 강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경제위기는 잘 넘긴 것처럼 보였다.
 

그림.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출처:국민은행 주택통계)


그런데 이보다 앞서 예기치 않게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 가상자산 시장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듯 폭발적으로 팽창한다. 실물경제 위축 속에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배경이 되었고 부동산 시장이 주요 무대가 되었다. 여기에 그 연료를 부어준 것은 가계부채였다. 이는 마치 20년 전 9.11 테러 이후 저금리 아래에서 부동산시장 거품이 부풀기 시작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한국은 가계부채의 급증 속에서 자산시장 거품이 심하게 부풀었다. 코로나19 재난 와중인 지난 2년간 수도권 아파트가 무려 38%가 올랐는데 이는 20년만에 처음일 정도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서울 강남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5억원대 전후를 오가고 웬만한 서울시 전역의 평균 가격도 10억원을 넘어설 만큼 전대미문의 가격폭등이 발생했다. 그 결과 부동산 부자와 벼락거지로 사회가 확연히 갈라지게 된다.

증권시장도 못지 않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자 1,500선까지 추락하던 코스피지수는, 급반전하여 신고점을 거푸 갱신하면서 2021년 6월에 3,300까지 정점을 찍는다. 그 사이 600만명 정도에 불과하던 개미투자자들은 크게 불어나 1천만명 주식투자자 시대로 접어든다. 일찍이 유례가 없던 일이다. 그뿐인가? 서학개미라고 불리는 고위험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이 2년만에 5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한국민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자산이 거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년전과 달리 신종 자산시장이 등장했는데 바로 가상코인시장이다. 지난 2년 사이에 가격 등락 차이가 10배가 넘을 정도로, 주식시장과는 그 변동성이 비교가 되지 않을 가상자산시장에 짧은 시기 동안 무려 550만명 정도가 참여했다. 실물경제가 코로나19로 급전직하 추락하는 동안 이렇게 부동산, 증권, 가상자산 시장은 정 반대방향으로 부풀어올랐던 것이다.
 

자산거품은 정점을 지나고 있는가?

코로나19 와중에 실물시장 침체와 대조적인 자산시장 팽창이 글로벌 현상이기는 했지만 한국이 특별히 심각했다. 이 시점에 치러진 대선에서 주요 대선주자들은 자산거품에 대한 경각심이 아니라 거품에 편승해서 부동산 규제완화와 공급정책을 쏟아냈다. 주가 5천을 장담하면서 신년 증권시장 개장식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가상자산시장 육성정책 경쟁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정책을 당연시 하면서 그것이 ‘자산형성’정책인 것처럼 호도했다.

하지만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다. 연초부터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이 줄줄이 예고되자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8월을 정점으로 줄어들다가 최근에는 한 달 반 넘게 연속 하락세로 전환했다. 경기와 인천, 대구를 포함해서 주요 광역시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 새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증권시장도 다르지 않다. 작년 여름에 정점을 찍었던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 2,600~2,700선을 오가며 횡보하고 있다. 2020년 한해 잠깐 재미를 봤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국내외 주식 투자에서 평균 10% 가량 손실을 봤다. 해외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수익률은 더 떨어져서 –13.9%였다. 주식으로 자산을 형성한 게 아니라 자산을 까먹은 것이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하락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금리인상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올해도 주가 5천은 고사하고 더 하락하지 않으면 다행일지 모른다. 주식보다 더 큰 손실을 보았을 개연성이 큰 시장은 가상자산시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558만명이 참여하여 55조 2천억 규모로 급팽창한 가상자산시장은 더욱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나마 안정성이 양호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중이 1/4 이하로 낮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이 70%가 넘는 비주류·단독상장 가상자산 비중이 높은 탓에 개인에 따라 매우 큰 손실을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지금 부동산시장, 증권시장, 가상자산시장 전체가 지난 2년간의 호시절과 달리 매우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40년만의 가파른 물가상승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까?

이렇게 자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직접적 뇌관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물가상승 압력이다. 미국은 40년만에 처음으로 물가상승율이 7%를 넘어갔고 우리도 올해 4%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에 이상이 생긴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유가와 원자재가격,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폭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의해야 할 것은 지금의 물가상승이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 탓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세계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고, 원자재 공급 등이 전쟁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물가 잡는다고 재정긴축을 시행하면 물가는 못잡고 국민 삶을 더 어려운 궁지에 내몰 수도 있다.

실물경기 침체와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유지해야 하지만,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어떤 식으로든지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빠른 금리인상 압력은 올해 내내 불가피할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을 반기지 않는 자산시장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위축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산시장 거품붕괴와 금리인상, 물가상승과 재정정책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을 구사해야 하는 도전이 윤석열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가계부채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까?

과도한 자산시장 거품을 키운 연료는 영끌과 빚투로 상징되는 가계부채다. 흔히 언론에서는 국가부채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부채비율 평균은 97.8%, 선진국은 121.6%, 신흥국가들은 64.3%다. 미국은 133.3%, 유로존은 98.9%, 중국은 68.9%, 일본은 256.9%, 영국은 108.5%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50%를 갓 넘었다. 국제 평균에 비해 국가부채는 여전히 여력이 있는 것이다.

정작 한국에서 위험한 부채는 가계부채다. 자영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2년 전에 GDP 대비 106.1%까지 상승해서 사상 최초로 2,052조원이 되었고, 지난해 9월까지 추가로 159조원이 늘어나서 2,211조원이 되었다. 이 수치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사실상 최고수준이다. 키움증권 서영석 연구원은 여기에 개인사업자 대출 약 250조원과 사적채무인 전세보증금 약 800조원까지 감안해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채 총액이 제대로 평가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수많은 영끌 부동산 투자자들, 1천만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 그리고 550만 코인투자자들을 자산시장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그들의 두둑한 소득이 아니라 빚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고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자산거품이 약화되는 조짐이 일자 최근 자발적인 부채축소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되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앞으로 물가상승 → 금리인상 → 가계부채 축소 → 투자자금 회수 → 자산시장 약화 → 자산손실 → 자산투매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문제는 윤석열 당선자와 새 정부가 이러한 리스크에 대비가 되었는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와 공급공약, 대출시장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냈던 것을 감안할 때 비관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2008년 뉴타운 공약을 쏟아냈던 이명박 정권이 불과 수개월 뒤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졸지에 ‘하우스푸어’를 걱정하기 시작했던 경험을 되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올해 경제가 지난 2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과연 윤석열 정부가 물가 상승 리스크, 부동산 거품 붕괴 리스크, 그리고 가계부채 리스크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이 글은 레디앙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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