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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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29]<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을 해부하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시대가 왔다. 한국에서 이 시대를 리드하고 있는 것은 플랫폼 신재벌들이다. 그 중심에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민)이 있다.
(1)
디지털 플랫폼기업들(빅테크)은 시작부터 글로벌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한국도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이 영향력을 뻗쳐왔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주축으로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이 한국경제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글로벌 빅테크와 내셔널 빅테크가 각축하는 묘한 구조다.
다른나라와 달리 우리는 내셔널 빅테크가 글로벌 기업들과 교차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주자다. 최근 비대면 사회 확산으로 유통이 각광받으면서 쿠팡과 배민등이 가세한 모양새다(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 나름대로 글로벌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게 나와 있었지만, 내셔널 빅테크에 대한 제대로된 분석은 없었다. 기껏해야 그들의 화려한 비즈니스를 소개한 책들만이 넘쳐났다. 앞서 소개했던 적이 있는 <네이버 vs 카카오>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원용진과 박서연 두 분이 쓴 <메가플랫폼 네이버>는, 국내 플랫폼대기업들의 놀라운 혁신성을 찬양하던 기존의 많은 글들과 달리, 사실상 최초로 네이버를 사례로 해서 거대 국내플랫폼기업들의 독점 횡포와 지배를 분석하고 추적한 단행본이다.
(2)
이 책은 네이버를 기준으로, 초기의 '포털서비스'가 2000년대 중반이후 '플랫폼형 포털'로, 그리고 2010년대 모바일의 보편화와 더불어 '메가 플랫폼'으로 진화되었다고 종합한다.
특히 2010년대 이래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포털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스스로가 핵심 플랫폼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네이버 등과 같은 포털기업은 자신이 이미 충분한 이용자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으로서 가치 사슬 내 역할을 선도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창조경제에서 문재인 혁신경제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들은 전폭적으로 이들의 성장과 독점화를 지원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인터넷 산업에 의존하고 이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2017년 기술혁신과 산업전반의 재구조화를 뒷받침할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또한 "AI 생태계, AI 활용률, 인간중심 AI 등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실행과제로 이루어진 이 전략을 통해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과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발,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1조 96억원 투자를 선언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2010년대 후반부터 재벌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2020년 인수합병 지출 규모 면에서 국내 전체 기업 중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편 카카오는 인수 기업 수로는 국내 상위 500대 기업중 1위, 투입금액으로는 6위에 해당한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용은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4,076명과 2,837명(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이제 검색포털 서비스라기 보다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금융서비스 , 웹툰과 같은 컨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완전히 변신했다고 보인다. 그 결과 네이버는 국내 1위 전자상거래업체가 되었으며, "네이버 웹툰은 그 자체로 초국가 규모의 문화상품 생산 및 유통 생태계로 자리잡았다"
이 책에서는 이를 메가플랫폼이라고 이름지었는데, "네이버는 콘텐츠에 이어 쇼핑과 금융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생태계 형성으로 끝없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플랫폼을 연결해 플랫폼의 플랫폼, 즉 메가플랫폼이 되기에 이른다"고 정리한다.
(3)
저자들은 네이버 플랫폼의 경제적 영향력과 시장지배력에 대한 분석을 넘어, 사회적 효과까지 요약해주는데,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자본주의'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같은 결론으로 유도된다.
"메가플랫폼이라는 미디어 환경은 표면적으로 이용자의 자율성과 선택성을 보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용자의 활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로부터 추출된 이용자 집단의 총체적인 패턴은 표적화된 광고에 써먹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때 활용한다. 이용자는 이미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플랫폼의 관리하에 놓이게 된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네이버의 성장은 네이버 기업의 경영자와 자본이 홀로 이뤄낸 혁신이 아님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국가의 정책적 기여, 인터넷 산업의 결정적 전환점 이후 네이버가 얻은 외부효과나 반사이익,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 이면에서 지속된 이용자들의 기여 또한 네이버의 변화,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아쉽게 이 책은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 까지만을 목적으로 한 것 같다. 스스로 밝히는것처럼 '그래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는다. 플랫폼 경제시대 진보의 핵심적인 경제개혁과제는 '플랫폼민주화'다. 이 책의 다음 버전으로 플랫폼 민주화의 비전에 대한 논의가 바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 이 책은 준 논문적 틀을 갖고 있어 일반시민이 매끄럽게 읽어나가기에 다소 딱딱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네이버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면서 그 귀결로 한국 플랫폼경제의 현주소를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있기에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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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기업들(빅테크)은 시작부터 글로벌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한국도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이 영향력을 뻗쳐왔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주축으로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이 한국경제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글로벌 빅테크와 내셔널 빅테크가 각축하는 묘한 구조다.
다른나라와 달리 우리는 내셔널 빅테크가 글로벌 기업들과 교차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주자다. 최근 비대면 사회 확산으로 유통이 각광받으면서 쿠팡과 배민등이 가세한 모양새다(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 나름대로 글로벌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게 나와 있었지만, 내셔널 빅테크에 대한 제대로된 분석은 없었다. 기껏해야 그들의 화려한 비즈니스를 소개한 책들만이 넘쳐났다. 앞서 소개했던 적이 있는 <네이버 vs 카카오>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원용진과 박서연 두 분이 쓴 <메가플랫폼 네이버>는, 국내 플랫폼대기업들의 놀라운 혁신성을 찬양하던 기존의 많은 글들과 달리, 사실상 최초로 네이버를 사례로 해서 거대 국내플랫폼기업들의 독점 횡포와 지배를 분석하고 추적한 단행본이다.
(2)
이 책은 네이버를 기준으로, 초기의 '포털서비스'가 2000년대 중반이후 '플랫폼형 포털'로, 그리고 2010년대 모바일의 보편화와 더불어 '메가 플랫폼'으로 진화되었다고 종합한다.
특히 2010년대 이래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포털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스스로가 핵심 플랫폼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네이버 등과 같은 포털기업은 자신이 이미 충분한 이용자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으로서 가치 사슬 내 역할을 선도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창조경제에서 문재인 혁신경제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들은 전폭적으로 이들의 성장과 독점화를 지원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인터넷 산업에 의존하고 이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2017년 기술혁신과 산업전반의 재구조화를 뒷받침할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또한 "AI 생태계, AI 활용률, 인간중심 AI 등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실행과제로 이루어진 이 전략을 통해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과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발,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1조 96억원 투자를 선언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2010년대 후반부터 재벌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2020년 인수합병 지출 규모 면에서 국내 전체 기업 중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편 카카오는 인수 기업 수로는 국내 상위 500대 기업중 1위, 투입금액으로는 6위에 해당한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고용은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4,076명과 2,837명(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이제 검색포털 서비스라기 보다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금융서비스 , 웹툰과 같은 컨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완전히 변신했다고 보인다. 그 결과 네이버는 국내 1위 전자상거래업체가 되었으며, "네이버 웹툰은 그 자체로 초국가 규모의 문화상품 생산 및 유통 생태계로 자리잡았다"
이 책에서는 이를 메가플랫폼이라고 이름지었는데, "네이버는 콘텐츠에 이어 쇼핑과 금융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생태계 형성으로 끝없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플랫폼을 연결해 플랫폼의 플랫폼, 즉 메가플랫폼이 되기에 이른다"고 정리한다.
(3)
저자들은 네이버 플랫폼의 경제적 영향력과 시장지배력에 대한 분석을 넘어, 사회적 효과까지 요약해주는데,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자본주의'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같은 결론으로 유도된다.
"메가플랫폼이라는 미디어 환경은 표면적으로 이용자의 자율성과 선택성을 보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용자의 활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로부터 추출된 이용자 집단의 총체적인 패턴은 표적화된 광고에 써먹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때 활용한다. 이용자는 이미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플랫폼의 관리하에 놓이게 된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네이버의 성장은 네이버 기업의 경영자와 자본이 홀로 이뤄낸 혁신이 아님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국가의 정책적 기여, 인터넷 산업의 결정적 전환점 이후 네이버가 얻은 외부효과나 반사이익,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 이면에서 지속된 이용자들의 기여 또한 네이버의 변화,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근거로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아쉽게 이 책은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 까지만을 목적으로 한 것 같다. 스스로 밝히는것처럼 '그래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는다. 플랫폼 경제시대 진보의 핵심적인 경제개혁과제는 '플랫폼민주화'다. 이 책의 다음 버전으로 플랫폼 민주화의 비전에 대한 논의가 바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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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준 논문적 틀을 갖고 있어 일반시민이 매끄럽게 읽어나가기에 다소 딱딱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네이버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면서 그 귀결로 한국 플랫폼경제의 현주소를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있기에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