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민주주의와 정치

<자본과 이데올로기 노트>열번째: 영원히 매력적인 '공동결정제', 미래에는 대세가 될까?

  • 입력 2020.06.02 08:46      조회 916
  • 태그

  • #민주주의와 정치
  • 공유하기

이제 피케티가 특히 소유체제의 개혁을 중심으로 어떻게 불평등체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20세기 전반기에 성공했던 소유체제의 대 변화를, 어떻게 2020년대에 재현할 수 있다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면서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보자.

그는 "정의로운 소유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사적소유의 절대적 옹호에 근거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두 축의 제도적/법률적 개혁을 시도하자고 제안한다. "한편으로는 기업 내 권력을 더 폭넓게 분유(sharing)하여 자본의 진정한 사회적 소유를 제도화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산에 강력한 누진세를 적용하는 가운데 일시적 소유원칙(Temporary Ownership)을 확립함으로써, 보편자본(Universal Capital Endowment)에 재원을 대고 재산의 영구적 순환(Permanent Circulation of Property)을 가능케 하는"하자는 제안이다.

(10
첫번째 기업내 권력 나누기, 즉 공동결정제로 알려진 제안부터 보자. 그는 사회적 소유(social ownership)을 기업에서의 권력분점=공동결정=공동관리(Co-Management)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보는게 맞는가를 가지고도 엄청 논란이 있을것 같지만, 일단 여기서는 접자. 또한 그는 협동조합 소유에 대해서는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

그는 2차대전 이후 1952년에 시작하여 1976년에 기본법으로 정비된 독일식 공동결정제와,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에서 제도화 된 1/3 이사회 노동자 참여권리 등에 대해서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추적한다.

그러면서, "공동관리는 노동자와 자본간의 힘의 균형을 제도화 한 가장 정교하고 가장 지속 가능한 형태 중 하나로, 19세기 중반 이래 노동자들의 정치적 노조투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매우 오랜 과정을 거쳐 20세기 중반부터 도입"된 중대한 성과물로 격찬한다.

(2)
이 대목에서 대번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왜 그렇게 좋은 제도가 더 널리 퍼지지 못하고 딱 독일과 북유럽에 국한될 수 밖에 없었는가? 피케티도 공동결정제도의 '느린'확산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정리한다.

첫째는, 노조와 사민주의 정당의 강력한 뒷받침이 없다면, 아무런 지분도 갖지 않은 노동자들이 이사회 의결권을 1/3 혹인 1/2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독일이나 북유럽을 제외하고는 도전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둘째는, 기존의 노조나 사회주의 운동이 기업안의 민주적 결정구조에는 무심한 채, 지나치게 '국유화'에 집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그러한데, "영국 노동당이나 프랑스 사회당 모두가 오랫동안 대기업의 국가소유와 국유화를 통해서만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피케티가 제시한 두 가지 이유가 반드시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이렇게 국유화에 집착한 영국과 프랑스였지만, 막상 "1990~210년 기간에 노동당과 사회당은 국유화를 포기한 이후 이후에 소유체제 전환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실제로는 없었던 것" 같다고 개탄한다. 그렇게 해서 공동결정제도는 이래저래 독일과 북유럽에 갇혀 있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2)
그런데 지금 느닷없이 공동결정제를 다시 얘기한다고 이게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까? 그는 "공동관리가 공적자금이 전혀 들지 않는 사회적 수단이며 불평등이 증대되고 적자가 악화되는" 지금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그는 2018년 이후 미국에서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공동결정제를 발의하는 분위기에 상당히 고무된 것 같다. "미국에서 민주당의 여러 상원의원이 2018년에 제출한 법안을 보면, 예컨데 미국 기업 이사회 내에 노동자 대표자들을 위한 30~40%이사직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안을 담고 있다."

(3)
어쨌든 그는 2020년대 시점에서 자신의 공동결정제 모델을 더욱 전진적으로 이렇게 제안한다.
(ㄱ) "영세 기업은 물론 모든 민간기업 이사회 내에서 의결권 절반을 임금 노동자들이 갖는 공동관리"를 하자.
(ㄴ) "임금 노동자들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절반 의결권에 더해서 다수파가 될 수도 있다."(미국의 종업원지주제와 공동결정제의 혼합?)
(ㄷ)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들에서는 10%를 초과하는 모든 자본출자에 대해서는 의결권의 상한을 정할 수 있다."(엘리자베스 워런의 '책임있는 자본주의법'제안에도 있었던 것)

이게 피케티의 사회적 소유 모델 제안이다. 그렇게 파격적이지 않다고? 뭐 나도 그리 생각하지만, 이런 식으로 피케티는 세상의 생산단위인 기업들을 사적소유기업 - 협동적 소유기업-국유기업으로 분할하는 것보다는, 모든 민간기업들의 노사공동관리 모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한국도 어느새 소유권에 대한 도전은 오랜동안 잠겨진 주제가 되었고, 기껏해야 1명 정도의 노동이사제도가 부분적으로 제안되거나 실행되고 있는 수준인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식의 '종업원 지주제'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고 있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별도로 협동조합 실험들이 계속되는 정도다.

한국에서도 현재로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으로 서울시나 공기업 등에서 1명의 노동이사제도가 도입되는 수준이라면 이를 대폭 강화하는 대안 모색을 해보는 것은 무기력하게 국유화를 꺼냈다가 말았다가 맴도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볼 일이다.
  • #민주주의와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