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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

<자본과 이데올로기 노트> 다섯번째: 피케티가 유난히 강조하는 '불평등 치료제'

  • 입력 2020.06.02 08:46      조회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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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넘기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폭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꺽이지 않는 불평등을 어쩔 건가?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과 심지어 더 극심해지는 자산불평등을 어떻게 역전시켜낼 수 있을까? 참 이 단순하고 심각한 질문에 그 많은 똑똑한 분들의 답을 듣기가쉽지 않다.
(소득은 상위 1%가 100%를 가져갈 수 없다. 하위 99%도 최소한 생존은 해야 하니까. 그러나 자산은 상위 1%가 100%이상도 가져갈 수 있다. 하위 99%가 빚을 지고 자산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피케티는 소득불평등보다 자산불평등 해소에 더 확고히 무게를 둔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상속>책 안에 많이 인용한것 처럼,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이 역사에서 확인한 불평등을 확실히 줄이는 방법으로서, <대규모 전쟁/대유행하는 전염병/국가붕괴/혁명>을 언급했고 피케티도 어느정도 수긍하는 듯하지만, 사실 피케티가 특히 강조하는 비법은 따로 있지않나 생각한다.

(1)
재산 재분배 효과를 만들어 낼 수준의 '강력한 누진세'가 그것이다. 내가 보기에 피케티가 특별히 강조하는 불평등 치료제는 바로 이거다. (때문에 일부 비판자들은 피케티가 너무 조세제도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20세기 전반기에 불평등의 현저한 완화에 강력한 누진조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고, 이를 21세기에 되살려 내는 길만이 불평등을 약속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것 같다.

심지어, 1913년 연방소득세와 연방 상속세를 신설하기위해 헌법을 수정한 사례를 들어, 누진적 조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아예 헌법에 명문화'하자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최근에도 코로나19로 상당한 확대재정이 이야기 되면서 증세얘기를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회복지를 위한 보편증세, 또는 기본소득 등의 재원마련을 위한 공유부(자연자원이나 지식 등)에 대한 과세, 또는 부가세인상, 또는 금융규제방편으로 금융거래세 정도(아마 하반기에는 이제 탄소세까지 플러스?)가 많이 얘기된다.

그런데, 강력한 누진세=부자증세'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유행에 뒤쳐진 고리타분한 구식진보의 주장으로 치부하고, 말을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는게 일종의 유행 비슷하게 될 정도라는 인상을 받는다.(물론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2)
그런데 정말 과연 부자증세는 철지난 레토릭인가? 어쩌면 불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아닐수도 있다. 피케티는 자산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을 역전시키기 위한 역사적 사례로 가장 평화적인 수단은 누진세라고 본다. 20세기 전반기의 위대한 불평등 완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누진세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누진세 3종세트, <누진적 부유세/ 누진적 상속세/ 누진적 소득세>를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하나 추가하면 심지어 탄소세도 누진적으로).

한마디로 20세기 초반 대압착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최고세율 70~90%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이미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전부 나온 얘기들이다.

피케티는 한술 더 떠서 억만장자들의 자산에 90%의 세금을 부과해서 그들의 자산을 즉각 1/10로 줄여서 자산불평등을 1980년대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버니 샌더스 공약은 15년 동안 점차적으로 최고부자들의 자산을 누진세로 잠식하는 것이었는데, 피케티는 한 술 더 뜬다.)

그런데 한국은 심지어 정의당조차 누진세 50% 최고세율을 넘기는 것도 너무 조심스러워 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누진세=부자증세'를 아무 근거도 없이 마구 폄하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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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나는 피케티의 주장을 지지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소득세 등의 최고세율을 70%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한, 부동산 포함 강력한 부유세를 실시하지 않는 한 불평등 완화는 없다고 믿는다.

다만, 세금은 합리적 설계의 문제가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힘의 결과물 같은 것일텐데, 20세기 전반기 불평등 완화기제의 최종 결론이 조세체제의 변화로 귀결되었더라도, 그걸 추진하는 동력은 다른 곳에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힘의 관계. 누진적 조세의 부활을 알릴 힘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낼까? 이 대목에서 일단 피케티는 말이 없다.(정치체제를 분석하면서 시사를 주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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