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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

<자본과 이데올로기 노트> 세번째: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가장 최신의 이데올로기= '능력주의'

  • 입력 2020.06.02 08:46      조회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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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의 추구역사다"

인류역사가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벤치마크해서 피케티는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조한다. 사실 피케티는 제목에서 거창하게 달아놓은 것보다는 이데올로기 투쟁을 상세히 추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반복적으로 아래처럼 강조한다.

"불평등은 경제적인 것도 기술공학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모든 시대 모든 풍토에서 다양한 사회의 엘리트들은 불평등을 '자연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느 인간사회든 저마다의 불평등에 합당한 근거를 대야만 한다."
"어떤 불평등체제든 정치체제와 재산권체제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 일관되고 지속되는 일군의 답변들도 특징지어진다."

(1)
특별히 1980년대 이후 현대사회(피케티는 이를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하이퍼자본주의 또는 신소유주의:neo-proprietarianism라고 부른다.)에서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소유주의적이고 기업중심적이며 능력주의적인 서사가 중요"하다고 피케티는 강조한다.

우선 소유주의적이고 기업중심적인 서사는, 1980년대 보수혁명과 공산주의 몰락이 평등주의적 모색의 흐름을 끊어버리면서, "1980~1990년 이후의 세계를 시장의 자기조정에 대한 무한 신뢰와 소유의 준신성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되었던 점을 짚는다. 이 대목은 웬만한 비판 경제학자들은 다 얘기하는 것인데, 피케티는 하나를 더 얹는다. '능력주의'

그는 매우 정당하게도 "평등한 개인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을 용인할려면 유일하게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의존해야 한다"한다고 일차 확인한다. 그리고 이어서 "신소유주의는 주로 과도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능력주의 언술은 경제체제의 승자를 찬양하며 패자를 본인의 능력과 덕성과 근면의 부족 탓이라고 간주하고 매도한다."고 확실하게 짚는다.

다시 말해서 2차대전이후, 상대적으로 평등한 복지국가가 구축되면서 많은 나라들에서 대대적인 공교육투자를 하게되고 교육을 통한 삶의 질 개선에 힘쓰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경제적 분위기 아래서는 이게 어느정도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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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점차 불평등이 심해지고, 교육도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이 점차 확대되자, 고등교육을 제대로 이수받는 집단은 어느정도 부와 소득이 받침되어야 했다. 당연히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은 이 대열에서 탈락하고, 이같은 교육격차는 다시 재산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부모 고소득/고자산-> 자녀 고학력-> 고소득/고자산의 세대적 대물림"이라는 사이클을 타고 강화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이 바로 '능력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당초 능력주의라는 말을 창안해낸 마이클 영을 인용하는 정도 이상으로 '능력주의 함정'을 많이 파고들어가지는 못한다. 이대목은 많이 아쉽다. 마찬가지로 불평등 체제의 중요한 연관범주로 '교육체제'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불평등도 그다지 체계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정당들이 계급을 대변한 정당들이 아니라, 복수의 엘리트 정당 경합체제로 변질된 점을 가장 중요한 결론으로 지적하면서, 그가 브라만 좌파라고 지칭한 미국 민주당이나 유럽 사민당 등 진보정당들이, 우파정당들 이상으로 '(불평등을 가속시킨) 세계화 승자들의 정당', '(불평등 체제 심화에 기여한) 교육제도 승자들의 정당'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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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국의 민주당도 '세계화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 '불평등한 교육제도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의 목소리에 기울어진 정당이 아닐까?

대한민국 민주당도 경향적으로, 잠재적으로 현대사회 불평등이 상당부분 개인적인 능력차에서 오는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능력주의적 불평등을 양산하는게 아니라, 정당한 차이를 가져오는 능력주의를 배양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실제로 현대 고등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인데,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교육을 통한 불평등 개선/인적자본의 강조를 통한 불평등 개선을 주장하면서 실제로 불평등 심화를 부추긴 것은 아닐가?(미국의 경우 돌이켜 보면, 신자유주의 도입에 열성적으로 동조했던 서머스나 부르킹스 연구소, 2000년대 중반 해밀턴 프로젝트 보고서 등이 죄다 '교육'의 중요성을 주창하면서 교육의 불평등성에 대해 눈감았던 대목들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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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능력주의를 불평등의 주요 이데올로기적 범죄자로 지목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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