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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15] 구글과 페이스북은 나에게 무슨짓을 하고있는가?

  • 입력 2021.05.04 12:52      조회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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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말이다. 네이버에서 어떤 상품을 검색하거나 구매했는데, 느닷없이 페이스북에서 관련 상품 광고가 뜨는 거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가? 

인터넷에서 "무언가 공짜라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뜻이다"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톡 등 적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을 우리는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한시도 이들 없이는살지 못할 정도다.  스마트폰을 매일 쳐다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벌써 5년전인 2016년  조사에서 성인이 일일 평균 30번을 스마트폰 확인을 하는데 비해서 밀레니얼세대는 157회였단다. 아마 지금의 청소년은 더 압도적일지 모른다. 그 대부분은 SNS등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된다. 

5대륙 10개국에 걸쳐 1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학생들은단24시간 동안 모든 디지털 미디어를 끊도록 요청받았는데, 그 경험은 세계 어느곳에서나 이를 악물고 살을 찢는 고통으로 표출되어 연구 책임자들마저 불안해 할 정도"였다고한다. 

이렇게 필수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해주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회사들은 정말 얼마나 멋진 것인가? 설사 약간의 나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마케팅에 활용한다고한들 말이다. 

21세기 최대 기업들로 부상한이들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의 위험성이 도를 넘어서, 지금 완전히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책이 드디어 번역되었다. 

2019년에 출간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하버드대 사회심리학 종신교수 쇼샤나 주보프(Shoshan Zuboff)의 <감시자본의시대(The Age of Surveilance Capitalism)>이 바로 그 문제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지식인은 바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책이었다.

이책의 요점을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는 한마디로 거대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과 '지독한 파우스트적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들과 "나의 정보...내가 움직이며 행동하는 모든 정보를 줄테니, 검색하게 해주고 SNS하게 해달라는 계약"을 맺었단다. 그리고 그 댓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게 우리의 모든 행동을 파악당하게 되고, 심지어 우리의 행동이 조종당하게 되어 종국에는 우리의 '의지'나 '자유'의 여지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변화인데, 심지어 기존의 프라이버시법과 반독점법으로 막기에도 너무 심각해졌다고 그는 주장한다(유럽에서 2018년에 도입된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 GDPR도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21세기에 막접어 들었을때까지만 해도 구글은 처음에는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잘 찾고, 관련 정보들에게 얼마나 잘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성실히 대응해줬고, 그래서 엄청난 환호를 받았단다.

하지만 구글은 점점 더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게 되면서 돈을 벌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마침 2001년 9.11사태가 터지면서 미국정부가 개인정보보호 보다 안보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돌아서자, 본격적으로 사용자 정보를 가공해서 광고회사에게 팔고 돈버는 영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단다. 

그 결과 이제는, 구글이 주체가 되어서 광고대상인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속속들이 찾아내서 종합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뭘 팔아먹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광고주들에게 알려준다.  더 나아가서, 사용자들의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구글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구글의 입장에서 볼때 모든 사용자들을 '조종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당신이 구글을 검색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글이 당신을 검색한다." 이게 그 변화를 압축하는 용어인데, 이후 페이스북이 동일한 길로 접어들었고,  2010년대에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다른 기업들로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단다.

이들 기업들은  처음에는 사용자 개인의 의 인구학적 통계정보를 수집해서 광고회사에 팔다가, 이제는 점처 '개인의 성격파악'으로 이제는 '개인의 감정'까지 분석하고 파악하여 광고회사의 마케팅에 이용하도록 하고 큰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얘기가 길어졌다. 여하튼 이 책은 압도적이다. 두께도 900쪽 가깝게 되고(본문은 700쪽),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는 미묘한 신조어들로 가득하여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나도 꽤 고생했다). 그러나 엄청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그저 '4차산업혁명'이라는 환상에 쩔어서 정치를 하거나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셨으면 한다. 혼자읽기 힘드시면 나눠서 세미나라도 하시면 좋겠다.

나를 감동시킨 또 한분의 여성학자인 저자 쇼사나 주보프는 반복해서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자연을 댓가로 번창한 산업문명이 이제 지구 전체를 내놓으라고 위협하고 있다면, 감시 자본주의가 만든 정보문명은 인간의 본성을 대가로 자라나 인간성(humanity)까지 가져가겠다고 협박하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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