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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 9]국가의 혁신역량은 어디까지인가?

  • 입력 2021.03.11 12:38      조회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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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신작 말이다. 누군가 정말 얼렁 번역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책은 전작인 <모든것의 가치>와 다르게 매우 실용적이다. 영국과 EU 등에서 실제 몇년동안 구체적인 정책 컨설팅에 많이 개입해서 정리하고 경험한 내용들이 수두룩 반영되어 있어, 지루한 경제학 이론을 거의 빼버리고 마치 프로젝트 보고서처럼 생생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강도높은 우려와 비판을 하면서 특히 신자유주의적 국가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나는우리 사고 구석구석이 사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오염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가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인데. 국가에 대한 총체적 불신, 공공에 대한 과소평가, 개인 이기심에 대한 여전한 과장 , '착한기업'에 대한 근거없는 신뢰, 경쟁의 효율성에 집착하고 협동의 힘을 무시하는 경향 등등

그 점에서 이 책의 핵심은 국가는 시장실패의 교정자나 공평한 중재자가 아니라, 가치의 공동창조자, 새로운시장의 창조자, 위험의 감수자로서 매우 능동적인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는 주장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 단지 국가의 역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어떻게 맺을지, 시민참여를 어떻게 유도할지에 대해서까지 확장해서 다뤄서 정책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압권인 대목은 (부제에도 나와 있지만) 1960년대 달착륙 프로젝트를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정말 생생하게 풀어놓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어려운 미션이 세팅되었는지, 이를 수행하기 위한 NASA내부 조직관리가 어케 변했는지, 민간기업과의 협력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이후 이 프로젝트가 민간에 어떤영향을 주었는지 등등.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혁신국가론만 주장하지 않고, 재정관련 MMT를 적극 수용한다. 기후위기와 같은 미션에 투자를 하게 되면 경제활동이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게되어도 경제규모가 같이 늘어나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브라이언 아서 등을 직접 인용하면서 복잡계 경제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스트롬의 사례를 들어 참여와 공유자원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의 수용을 요청한다. 그리고 마추카토는 혁신과 불평등까지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오직 사기업의 가치 창조자고 국가는 일부를 세금으로 편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러면 분배도 의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치는 공동으로 창조된 것이다. = 공동으로 분배하자) 

우리나라 식자들은 새로운 이론을 검토하는데 인색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데 세상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거 같다. 그런 점에서 마추카토의 수용적 태도는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
정말 눈에 띄는 대목도 있다. 그는마지막 대목에서 자신이  도움을 받은 학자들을 거명하면서 특히 여성학자들을 지목한다. 한나 아렌트, 엘리너 오스트롬, 케이트 레이워스, 스테파니켈튼, 에디스 펜로스, 카를로타 페레스를 일일이 말해준다. 그러면서 이들은 '삶의 중심에 경제학을 놓은 사람들이 아니라, 경제학의 중심에 삶을 놓은 사람들이라면서'....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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