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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

[정책과 서평6] 슈퍼 플랫폼에 의해 지배되는 '디지털 봉건주의(digital feudalism)' 사회가 온 건가?

  • 입력 2021.02.12 12:38      조회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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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하이테크 유니콘 기업들과 디지털 플랫폼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뭔가 전통적인 자본주의하고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론머스크, 주커버그,  에릭 슈미트같은 기술기업 경영자들은 '혁신적인 미래'가 오고 있다고 변화를 찬양한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변화가 아주 역설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더 나은 미래의 세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이전시대에 유행했던 '중세 봉건제로의 회귀'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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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주세 봉건시대는 이렇게 묘사된다. 왕국은 영주들과 귀족들이 다스리는  장원이라는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장원에는 가족을 이뤄서 농사를 짓는 농노가 있었고, 이들은 주기적으로 귀족들을 위해 노동을 해주거나 세금을 바치거나. 한편에는 카톨릭 교회를 정점으로한 사제들이 봉건제도유지를 정당화하면서 역시 농민들에게 십일조를 수취해갔다.

그런데 최근 플랫폼경제가 확장되면서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의 관계가 마치 장원의 영주/귀족들과 농노의 관계처럼 변질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문제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자동차나 자신의 집을 가지고 플랫폼에 연결해서 살아가는 플랫폼 노동이, 미래 버전의 자율적인 일(work)의 형태가 아님은 물론, 자본주의적 임금노동보다도 못한 봉건주의 시대의 장원(플랫폼)에 얽매여서 자기노동도구와 땅에서 일하는 농노를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는 가디언지를 포함해서 듀발(Veena Dubal)등에 의해  꽤 언론에서 지적되었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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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해 아예 이를 주제로  미국 채프먼대학의 도시연구자 조엘 코킨(Joel Kotkin) 이 아예 단행본을 출간했다. <신봉건시대의 출현(The Coming of Neo-Feudalism:A Warning to the Global Middle Class)>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피케티의 <브라만 좌파> 문제의식을 확장시킨다.   그럼 먼저 피케티 문제의식을 보자.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중세 프랑스에서 <1신분-귀족, 2신분-성직자, 그리고 제 3신분>으로 서열화된 삼원사회가 21세기에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부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피케티는 불평등의 지속적 심화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결과, 기존의 우파 정당은 상인엘리트 정당으로 굳어져가고, 기존의 좌파 정당들은 지식인 엘리트 정당, 즉 <브라만 좌파>정당으로 변질되어가면서  나머지 절대다수의 시민들이 정치로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마치 중세의 귀족은 현대의 자산가들로, 중세의 사제는 현대의 지식인엘리틀로, 그리고 중세의 제3신분처럼 나머지는 기성 엘리트.자산가들과 한참 분리되어 미래가 없는 정체된 삶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피케티 계산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에서 귀족은 약 2%, 사제는 약 1.4%정도에 불과해서 이 둘을 모두 합쳐도 5%를 넘지 않았다. 나머지 96%이상이 제3신분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흔히 10:90, 20:80사회를 이야기 하니, 현대의 엘리트집단은 조금더 커졌고, 현대의 세3신분은 좀 더 작아졌다고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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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피케티는 현대판 삼원사회의 도래를  전체 경제사회에서 불평등체제의 심화결과로 파악했지만, 다른 듀발처럼 코킨도 역시 주로는 실리콘밸리 플랫폼기업들(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에 초점을 맞추기는 한다.

코킨에 따르면, 디지털기업의 독과점 과두제(Oligarchy)와 디지털 기술엘리트들이 새로운 사제권력을 획득하면서 현대판 봉건제의 핵심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전체 사회적으로는 봉건제에 전형적인 '서열화'되고 '정체된'사회가 만연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봉건제 사회의 특징이었던 '사회적 서열화', '우월한자에 대한 열등한 자의 복종', '하위계층의 상위 이동 제한'이 지금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판 봉건주의를 다양하는 이름으로 지칭한다. '하이테크 중세' '하이테크  귀족지배', '온화한 금권주의(benign plutocracy)', 슈퍼 플랫폼에 의해 지배되는 '디지털 봉건주의(digital feudalism)'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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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플랫폼기업으로 부자가 된 자들과 함께, 지금 플랫폼 봉건제에 대해 '4차산업혁명의 미래'니 뭐니 열심히 찬양을 하면서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에 온 힘을 기울이는 엘리트 지식사제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마코비치 등이 주장하는 '지식 엘리트 세습'이론을 가져와서  최근 엘리트 지식사제들이 능력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과학적 카스트 시스템'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진보 이데올로그' 들을  그렇게 비판한다.


현대판 지식사제들은 매우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신상층 계급(New Upper Class)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은 대표적으로 대학교수들, 과학자들, 공공부문의 지식인들, 자선기관 임원들,  기업 임원들, . 심지어 교사와 컨설턴트, 법률가,  의료진까지를 포괄하고 있고, 이들이  '기술관료 권위주의'를 구축하여 디지털 봉건제의 기둥을 떠맏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 나머지는? 제3신분으로 되는 노동자와 중산층은 임대 아파트에서 평생을 살면서, 플랫폼 기업의 네트워크 그늘에서 수수료 떼이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전망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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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저자 본인은 평생 민주당 지지자였고 지금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상당히 우파 포퓰리즘 냄새가 나는 뉘앙스를 마구 섞으면서 읽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린다.

저자의 주요 공격대상이 자칭 진보주의라고 하는 브라만 좌파, 주로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과 인텔리층이 결합된 브라만 좌파가 중산층을 억압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다보니, 금융을 포함한 상인우파의 문제점은 아예 삭제되는것 처럼 느껴진다(나는 주요 공격 포인트가 브라만 좌파로 지목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심각한 것은,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이나 브라만 좌파 정치가와 지식인들이 '기후위기'에 꽤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대해석한 나머지, 저자는 '기후위기 대처'나 '환경'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관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더 심각하게는 중세의 사제들이 '인간의 원조'를 종교에서 끌어내어 많은 선량한 시민의 복종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했던 것처럼, 환경운동가들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의 원죄를 질책하면서 경제성장과 복지를 가로막고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편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그린와싱'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없는것 같으며, '정의로운 전환'이 왜 중요하게 언급되는지도 관심밖인것 같다.

그는 비슷하게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이 기본소득에 동조하는 등 기본소득 논의도 지금 시스템에 복종해서 살도록 주는 시혜적 보조금 정도로 폄하한다.

또한 특이하게도 저자는 전통적인 핵가족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가족의 복원을 주장하는데, 최근 결혼회피나 1인가구 증대를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이런 핵가족 붕괴와 1인가구 증대가 중세의 독신 사제들의 증가와 유사하다는 놀라운(?) 비약도 한다. 참고로 그가 중세에 독신주의자들이 15퍼센트나 되었다는걸 보면 어떤 점에서는 닮은게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생각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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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 책은 절반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절반은 약간 당혹스런 충격을 주는 아주 특이한 책인데,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되어서 여러 논쟁에 보탬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나는 개인적으로 디지털 자본주의를 봉건제의 틀에서 아예 단행본으로 정리한 책이 없을까 찾다가 걸린 책이 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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