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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제질서

[외교·안보] 악화일로 한·중 관계와 비교되는 미·중 관계의 현황과 과제

  • 입력 2023.06.30 17:27      조회 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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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분야-20230629-악화일로 한중관계와 비교되는 미중관계 현황과 과제.pdf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6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강하게 비판한 뒤, 한·중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싱 대사를 비판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
- 블링컨은 6월 18일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해 친강 외교부장과 회담을 했고, 19일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후 시진핑 주석과도 면담함. 양측은 차이는 확인하면서도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임.
- 미·중 양측의 이런 움직임이 서로를 패권경쟁에서 최대의 적으로 삼으면서도 전쟁 등 직접적 충돌은 회피하려는 ‘대화 있는 갈등’의 관리 차원의 것인지, 아니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탈위험화, 위험의 분산)’이라는 일정한 대중국 정책 기조의 전환(재개념화로만 보면 전자와 유사한 해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인지 그 배경 혹은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에 따라 다소 해석이 다를 수 있음.
- 그러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조응하면서도, 평화와 공생 등 국제사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편적 가치와, 안보·경제 등 하드파워-국제적 매력과 국격 등 소프트파워를 포함한 종합 국력의 보호와 신장을 위한 ‘복합적·다차원적·중층적 국익’
(주 : 김갑식, 전재성 등은 “국제정치에서 국가이익은 물리적 군사력 위주의 실증주의적 정의로부터 경제력, 문화력 중심의 구성주의적 정의까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지만, 근래에 들어서서는 국가이익의 다층적, 상호주관적 정의가 강조되는 추세”라며 “국가이익을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이며 중층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입체적 시각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김갑식 등 공저, 2022, 『미중 전략경쟁시대 한국의 복합대응전략』, 통일연구원. 중 국가이익과 관련한 pp. 129-137. 특히 p.135 등을 참조 바람.)이 조화되는 현명한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을 주문하고 강제할 필요. 미국과 중국이 전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결정론적 전망에 기반해 미국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편협한 외교정책을 ‘자유’라는 이데올로기적·진영적 가치를 내세워 합리화함으로써 결국 한국의 ‘복합적 국익’을 훼손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폐해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러함.
 

1. 싱하이밍 대사 사태와 한·중 관계

- 6월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등 대미 편향 외교를 벌이는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함. 이날 서울 성북구에 있는 중국 대사관저로 이재명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싱 대사는 “중-한 관계는 외부 요소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함.
- 싱 대사의 발언은 미·중 전략경쟁의 와중에 미국 일변도(대미 편향) 외교를 전개해 온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과 그에 대한 비판 및 견제의 취지에서 나온 것일 수 있음. 
- 그러나 직설적 비판, 특히 “반드시 후회” 등의 발언은 다분히 경고 내지는 협박성의 발언으로도 들릴 수 있는 전혀 외교관답지 않은 발언이었음. 그리고, 이는 현재 한국인 대부분이 사드 사태 이전에 비해 중국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악화되었으면서도 한중관계가 지금보다는 개선되고 정부가 균형외교를 전개하기 바라는 복합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의 성향을 부추기고 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로 ‘한국 주재 대사답지 않은 언행’이었음.
- 대중들의 싱 대사 및 중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끓어오르자, 원래는 외교 당국의 대사에 대한 초치 정도로 끝났을 상황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강한 톤으로 비판에 나섬.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마저 직접 나서 싱 대사를 조선말 사실상 청국의 조선 총독으로 위세를 부린 위안스카이에 비유하며 비판에 가세함.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은 중국인의 내정 개입과 간섭을 막겠다며 지방자치선거에서 중국 동포 등의 참정권을 제한하겠다고 나섬. 대통령이 직접 주한 대사를 상대로 비판에 나선 것은 스스로 그 격을 떨어뜨리는 등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거나, 국정이 아닌 지역 생활정치를 다루는 선거에서 지역에서 세금을 내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있었음. 그러나 반중 정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노림수가 후퇴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임. 결국, 한중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매력과 국격이 손실되는 상황을 맞게 됨.


2. 블링컨 방중과 디리스킹 등 미·중 관계

▶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약 5년 만의 일로 당초 2월 초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당시 발생한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진입)과 격추 사태로 인해 약 4개월 정도 지체된 것.
- 18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은 총 8시간이나 진행됨. 회담 뒤 양측은 각각 회담 결과를 짤막하게 요약해 공개함. 
-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 자료를 통해 두 장관이 “솔직하고, 내용 있으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면서 블링컨 장관이 “외교의 중요성과 (양국 간의) 다양한 영역에서 오인과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힘. 그러면서 친강 외교부장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는 것과 두 장관이 상호 적절한 시기에 상호 방문 일정을 짜기로 합의했다고 밝힘. 그런데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등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언제나 미국인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할 것이며 자유롭고 열린 세계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탱하기 위한 우리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과 동반국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혀 그동안 중국을 비판하며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전개할 때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동맹 등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할 수 있음.
- 중국 외교부는 친 부장이 “현재 중미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제하면서 “미국 쪽이 중국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해를 견지하고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며 돌발적인 사건을 침착하고 전문적으로 합리적으로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해 현 상황이 미국 쪽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함.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고, 중미 관계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이며,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고 지적했다”라며 “중국은 미국 쪽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라고 밝혀, 현재 대만해협 양안의 긴장과 관련한 책임과 대책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고 할 수 있음. 그러면서도 “양쪽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공동으로 이행하고 이견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기고 합의했다”라고 밝혀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입장을 밝힘.
- 이러한 블링컨-친강 회담과 그 결과 발표를 두고, 어떤 전문가는 동 회담의 핵심적인 말은 ‘솔직한’과 ‘건설적’이라는 단어라며, 그 말은 일상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외교 용어로서는 ‘솔직한’이란 말은 양쪽 이견이 심하고 그대로 드러났다는 뜻이고, ‘건설적’이란 말은 이견을 드러내서 조정하고 타협하려고 한다는 것인데 아직 성과는 없고 계속 절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결국 양쪽이 이견을 그대로 드러냈고 성과는 없었으나 파국은 피하자며 후속 대화를 통해 향후 타협할 여지만 남기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하기도 함.
(주 : 정의길, “미-중 외교장관 "솔직하고 건설적 대화"…숨겨진 뜻은?”, 한겨레, 2023.6.19. 13:40 등록.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96535.html)
- 만약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친강 외교부장과의 회담으로 그쳤다면 방중 전체가 이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미·중 관계의 전망도 최악만 면했으며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그러나 다음 날 미리 확정돼 있지 않던 시진핑 주석과 면담까지 이어지며 양국 관계의 안정화와 안정적 관리에 대한 합의가 분명히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음. 
- 블링컨 장관은 19일 오전 중국 외교 분야의 핵심 인사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3시간 동안 회담을 한 데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상석에 앉은 시진핑 주석과 만남.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세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중·미 관계를 필요로 하며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달려있다”라며 “중국은 항상 중미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함. 그리고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도전하고 대체하지 않을 것”이니 “마찬가지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함. 
- 블링컨 장관도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책임과 의무를 갖고 양자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함. 미·중 양국의 수뇌가 모두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희망하고 합의했다고 할 수 있음. 특히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미국은 ‘신냉전’과 중국 제도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라고 말해 전날 친강 외교부장이 강하게 요구했던 ‘대만 문제와 관련해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명시적인 견해를 분명히 밝힌 것은 중국의 입장을 상당히 수용했다고 할 수 있음.

▶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 블링컨 장관은 19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뒤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디리스킹과 디커플링 사이에는 심오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함. 디커플링은 말 그대로는 ‘탈동조화’라는 뜻인데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개념이고, 디리스킹은 말 그대로는 ‘위험 제거’라는 뜻인데, 최근 대중국 정책으로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원칙’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서 계속 천명되고 있음. 
-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디리스킹’이라는 말은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나는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들어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의 관계는 흑백이 아니고 대응 역시 흑백일 수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라고 천명한 이후 대중국 정책의 원칙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함. 이러한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말은 프랑스·독일 등과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이고, 그들은 디커플링이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성공적인 경제적 통합을 해체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 나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에도 전했다고 함. 그리고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27일(윤석열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이 있던 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행한 정책연설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라고 말해 디리스킹이라는 용어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한 대중국 정책의 핵심 기조로 받아들여질 조짐을 보임. 그리고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중국과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킹)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말함으로써 서방의 대중국 정책 공식 용어로 채택되었다고 할 수 있음.
(주 : 김지원,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서방의 對中 전략 변화, 이유는?”, 시사저널 1758호, 2023.05.22. 14:35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3972; 김찬호, “반도체 빼고 ‘디리스킹’으로 가는 G7…한국만 ‘호구’인 국제질서?”, 경향, 입력 2023.05.28. 08:30. https://m.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5280830001#c2b 등 참조.)
- 중국 측의 이에 대한 반응은 디리스킹도 ‘탈중국화’라는 점에서 기존 ‘디커플링’과 다르지 않다며 부정적임. 유럽을 방문 중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6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중국 경제포럼에서 “디리스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국가를 억제하거나 배제하는 차별적 조처를 관철한다면, 이는 시장의 원리와 공정경쟁,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함. 중국 외교부의 양타오 북미대양주 국장도 6월 21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기자와의 중-미 관계와 관련한 10문 10답에서 ‘디리스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식으로 포장을 하든 ‘디리스킹’이나 ‘디커플링’의 본질은 ‘탈중국화’이고, 최종적으로는 탈기회, 탈협력, 탈안정, 탈발전이다”라며 “이것으로는 미국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자신과 세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함.(주 : 최현준, “중 "디리스킹이나 디커플링이나…포장만 다른 탈중국화"”, 한겨레, 등록: 2023.06.22. 15:34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97063.html)
- 중국의 이런 반응은 “서방의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까” “아닐 것이다. 덜 호전적으로 들릴 뿐 근저에 있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그대로다”라고 자문자답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니스트 등 중화권 식자들의 평가에서 그 까닭을 짐작할 수 있음.(주 : 김지원, 위 주 3의 기사에서 재인용.)
- 그런데 설리번, 블링컨 등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당국자들은 왜 디리스킹이 디커플링과 심오한 차이가 있다며 그 차별성을 강조할까? 중국 등의 평가와 달리 중요한 차이가 있기는 한 걸까? 한국의 통상전문가 김양희 교수는 “‘디커플링이 아니고 디리스킹에 대해 국내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를 서방의 대중전략 전환 신호로 읽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납작해 보인다”며 “디커플링 앞에 수식어 ‘선별적’이 붙으면 양자 간 유의미한 차이는 사라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주 : 김양희, “미-중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한겨레, 등록 2023.06.27. 18:39.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7749.html?_fr=mt5) 
- 일단 블링컨 장관의 말을 더 인용하면 그는 왜 디커플링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미·중 간의 건전하고 강한 경제 교류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지난주 의회에서 증언했듯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고 중국과의 모든 무역과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우리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함. 그리고 디리스킹에 대해서는 “우리를 적대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우리의 중요한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며 “매우 불투명한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억압적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특정 기술”을 그 예로 듦.(주 : 최현준, “블링컨 "디리스킹과 디커플링은 큰 차이…미국 안전지킬 것"”, 한겨레, 등록 2023.06.20. 16:54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96750.html) 핵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안보상의 직접적 위해가 될 수 있는 항목만 중국에 제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인상을 줌. 
- 이에 비해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중국과 무역을 차단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말하는 것처럼 기술 봉쇄가 아니다. 좁은 범위의 기술과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도전하려는 소수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말해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의미에 대해서는 블링컨과 같은 입장을 취함. 그러면서도 디리스킹의 목적과 대상으로 “첫째, 청정에너지 기술과 반도체 등 핵심적인 물품에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둘째,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 최첨단 기술의 보호, 셋째, 국내 산업 원천에 근본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 등을 말함.(주 : 김유진, “설리번 "대중 디리스킹, 공급망 확보·첨단기술 보호 의미"”, 경향, 입력 : 2023.06.05. 13:12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306051312001) 바이든 집권 이래 IRA, 반도체과학법 등의 국내법과 한국, 일본, 대만 등과의 대중국 반도체 협조체제 구축 등을 추진해 온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주장했다고 할 수 있음.


☞  대응 방향 

1. 미·중 관계의 추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 필요

-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한 합의가 천명되었지만, 경쟁과 갈등이 아닌 협조적 관계로 전환하고, 각국의 핵심적 이익을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많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10월의 국가안보전략서에서 두 가지 도전 요소 중 하나로서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경쟁을 꼽으며 특히 중국에 대해 “국제질서를 자국의 이익에 유리하게 재편할 경제·외교·군사·기술적 능력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밝히며 “향후 10년이 미·중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주 : 김현욱,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분석”,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22)에서 재인용.)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기본적 시각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 조야가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 이런 판단을 입증이라도 하듯,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을 독재자로 칭하고 여기에 대해 중국 당국이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함.(주 : 신기섭, “바이든, 시진핑에 ‘독재자’ 지칭…중 "정치적 도발" 즉각 반발”, 한겨레, 등록 2023.06.21. 21:13.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96982.html)
- 그러나 친강 외교부장이 밝혔듯이 지난해(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의 바이든-시진핑 두 정상은 미·중 관계가 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합의한 바 있으며, 블링컨 방중을 통해 “고위급에서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여(대화)가 차이를 책임있게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상호 재확인했다고 할 수 있음. 그리고 디리스킹과 디커플링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반응, 일각의 회의도 있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당국도 동의하는 것은 분명함. 역대 최대의 교역액을 기록한 지난해 미·중 무역관계가 디커플링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입증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값싼 생필품 수입 등을 가로막을 이유가 전혀 없기도 함.
- 다만 안보와 관련한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을 막아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디리스킹의 범위가 다소 모호하며 반도체, 2차전지 등에 대한 규제의 범위, 정도 등과 관련해서는 미·중 간, 미국 국내의 주요 행위자 간 밀고 당기기가 지속될 수 있음.
-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라는 선언 및 디리스킹의 범위와 정도의 모호성 등 미묘한 자장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한국임. IRA, 반도체과학법,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등을 통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인데, 이 부문들은 진영 내 이탈 방지 및 정책 합리화 혹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라는 일정한 수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을 배제하려는 정책의 자장 범위에 있을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길항 작용에 따라 일정한 조정의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음. 


2. 한·중 관계의 현 상황에 대한 종합적·객관적 진단과 정책 전환 필요

- IRA, 반도체과학법 등에 의해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미국 국빈 방문 등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마치 전면 디커플링할 듯이 움직이는 게 현 정부,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임. 싱하이밍 대사 사태에서 보듯 당국 간에 날 선 공방을 벌이는 한편, 이전까지 흑자를 보이던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주 : 6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지역별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경상수지 적자는 77억8000만 달러임. 2021년에는 234억1000만 달러 흑자였음.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1년 7억6000만 달러 적자 이후 21년 만이고, 대중국 역대 1위 적자임. 이대희, “대 중국 경상수지 21년 만에 첫 적자에 규모도 역대 최대”, 프레시안, 입력 2023.06.22. 17:0515. 에서 재인용.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62216064246578) 총 수출·수입액도 크게 줄어들고 있음. 
- 여기에는 지난 30년간 중국에 중간재를 팔며 중국 고도성장의 이익을 공유했던 시기가 이미 지나가고 중국의 기술력을 포함한 경쟁력이 급속히 높아지는 한편, 첨단산업 중심 중국 견제 정책에 따른 기업들의 자생적 탈중국의 영향도 있을 것. 그러나 이런 중장기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해 만에 대규모 흑자에서 적자로의 전환 등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고 판단됨.
- 정부 여당이 한중수교 이후 계속 발전시켜 온 양국 관계를 전면 후퇴시키고, 국내정치에 외교를 이용하려는 행태를 지속할 경우, 탈냉전의 기회를 잡아 확대되고 신장된 우리의 외교 영역과 경제적 이익, 안보가 크게 훼손될 수 있음. 그런 의미에서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둔 미·중 관계 등 국제질서의 현실 및 이와 대조되는 한·중 관계의 실태와 그 근저에 있는, 신냉전 도래와 미·중 충돌 필연 등 이 정부의 현 국제질서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결정론적인 인식, 기존 질서 도전세력으로서 중국의 부상-미국 편에 확실히 서기 등 원인과 대책에서의 이데올로기적·일면적·비주체적(‘글로벌중추국가’를 자임하지만, 실제로는 냉전 시대의 미국 추종적) 접근의 오류와 한계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필요.
(주 : 현 정부 여당 등 보수적 시각을 대표하는 책으로는 정재호, 2021,『생존의 기로 : 21세기 미·중 관계와 한국』,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등을 참조 바람. 그런데 민주당 계열의 시각을 대표하는 김준형, 2022,『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이 온다』, 크레타. 에서도 원인과 대책은 전혀 다르지만, 기존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시각은 공유하고 있음. 즉, 2차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 혹은 탈냉전 이후 미국 단극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유하는 인식이고, 지난 30년의 ‘안미경중’ 등의 정책 역시 그대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것 역시 공유하고 있는 바임.) 이와 함께 ‘친미반중’(대선 공약과 공식적 정부 정책에서 반중을 천명한 바는 없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의 언행은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음) 정책의 전환과 지탄받는 핵심 외교·안보 당국자 교체를 포함한 구체적인 상황 타개책을 내와야 함. 
- 경제적으로는 디리스킹의 기조 속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능동적인 정책을 전개하는 한편, 독일-프랑스 등 우리와 이해를 같이 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 중장기적으로는 강대국 간 갈등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배제가 아닌 공생’의 국제경제질서 수립의 비전을 스스로 정립하고 그 기조에 동의하는 국가들과의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동남아, 인도, 중동, 중남미 등으로 무역선을 다변화하고 협력을 제고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
- 외교·안보적으로는 첫째, 대만 문제에 대한 블링컨 장관 등 미국의 핵심 당국자들의 발언과도 대조되는 윤석열 대통령 등의 경솔하고 발언의 파장 등을 고려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확인하고,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도 한반도 안보에 최우선 임무가 있으므로 결코 양안 간 무력분쟁에 휩쓸리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 이런 전제 위에서 중국도 국제사회에 약속한 ‘일국양제’의 정신과 원칙을 존중하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통해 통일의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천명할 필요. 둘째, 한반도 안정은 물론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불가결. 강 대 강 대립 속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반도 비핵·평화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한·(미)·중 전략대화를 통한 ‘남·북·미·중 평화(협정과 비핵화 병행 회담 시작)선언’ 등을 추진할 필요.
(주 :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을 거론하며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는 6월 28일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아,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 등의 추진은 이 정부에서는 당분간 기대난망이긴 함.)
- 정치권 및 시민사회도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당당하면서도 대승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 사드 보복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중국 정부의 즉자적·공세적 정책이나 대국주의적 태도가 엿보이는 주요 인사의 언행 등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의 장기적 안정과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 다른 한편으로, 감정적 여론에 편승해 자기 정책을 합리화하고 국내정치적 목적에 악용하려는 행태를 경계하며, 역으로 민주국가답게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진영론적인 비난이 아니라 객관적 진단에 입각한) 날카로운 비판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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