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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제질서

[외교·안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 원인과 교훈

  • 입력 2023.04.07 17:05      조회 1094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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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교·안보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 원인과 교훈

 

-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년째 지속되고 있음. 전쟁으로 인한 참상이 끔찍하고 피해가 막대하지만, 이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음. 
- 전쟁이 어느 일방의 항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음. 그런데도 소중한 인명과 막대한 자원을 갈아 넣다시피 하는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해법에 대한 이견 때문인데, 이는 전쟁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는 진단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음. 푸틴의 야망과 오판에 책임이 있다는 측은 현 상황에서의 섣부른 종전이 그것을 지속,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함. NATO 동진 등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전략적 오류와 과욕을 주장하는 측은 러시아와의 타협을 주장함. 어느 한쪽만의 잘못을 원인으로 지적할 경우, 피해와 증오감은 계속 커지겠지만 지금 같은 소모전이 지속될 가능성. 그것은 지원 측 강대국의 피로감을 낳아 그들의 냉정한 이해타산과 야합으로 귀결될 가능성 다분함
-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확대하되 무기 지원 등은 하지 않는 것이 북방정책 성과 유지, 북·중·러 대 한·미·일의 적대적 구도 재생 방지를 위해서도 바람직함. 또한, 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 간 전략적 이해가 상충하는 지정학적 단층대에 있는 한반도의 특성이 갖는 국제질서 재편기의 위험성을 감안, 섣부르게 어느 한쪽 편에 설 것이 아니라 신중한 균형외교, 적극적 평화정책을 전개해야 함.

 



1. 전쟁 발발 1년, 막대한 피해에도 교착 상태 지속

-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 동안 양측 군인만 최소 2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함. 전쟁의 속성상 자기들 피해는 최소화하고 상대 피해는 과장하려는 프로파간다가 양측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2022년 11월에 한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에서 각각 10만 명의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힌 바 있음. 그 이후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치열한 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밀리 의장이 밝힌 수치는 객관적이라 할 수 있으나 최소 수치에 불과할 것임.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만 어린이 438명을 포함 최소 700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함.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4100만 명 중 약 33%(1340만 명)가 거주지를 잃고 난민 신세가 되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인 805만 명이 외국으로 떠남.(주:  동아일보, 2023.02.13.일 자, “군인 20만명-어린이 438명 사망, 우크라 국민 33%가 난민”.)
- 전쟁으로 인한 양측의 경제적 피해 규모도 막대함.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러시아는 약 6%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함. 작년 겨울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에 대한 폭격을 가함에 따라 50% 이상이 파괴되었으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혹한과 단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
- 전쟁 피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막 깨어나려던 세계 경제는 러-우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식량 등 원자재 공급망에 교란이 생겼으며 이는 ‘고물가’로 이어짐. ‘고물가’에 각국 중앙은행과 경제당국이 ‘고금리’와 ‘고강도 긴축’으로 대응함에 따라 밀 수입국의 서민뿐만 아니라, 무기 생산기업과 그 종사자 등을 제외한 전 세계인 대부분이 피해를 보고 있음. IMF는 2022년 1월 4.4%였던 해당 연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쟁 발발 이후인 4월 3.6%로 낮췄고, 7월에는 3.2%로 하향 조정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쟁 이전이던 2021년 12월 2022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4.5%로 내다봤지만, 6월에는 1.5%p 낮춰 3%로 전망함.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 역시 세계은행은 3.0%에서 1.7%로 하향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1%에서 2.2%로 내렸는데, 그 주된 원인으로 러-우 전쟁을 지목함.(주: 뉴스 1, 2023.02.04.일 자. “고금리·고물가 … 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앍던 세계에 직격탄 날렸다.” 등 참조.)
- 그러나 막대한 인명과 경제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이 조기에 일방의 승리로 종식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임. 이번 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명명되고 있음에도 러시아가 오판한 것과 달리 양국 간 전쟁에 그치지 않고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지원에 적어도 지금까지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임.


2. 진단과 해법-전쟁의 복합적 원인에서 찾아야 함
(주: 사실상 전쟁의 한쪽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러시아, 특히 푸틴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John M. Owen, 2022.; William Mulligan, 2022)들도 있지만, 미어샤이머처럼 일찍부터 미국 등 서방의 잘못과 책임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 전쟁의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원인은 푸틴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야심과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관련한 미국의 의도 및 상황에 대한) 전략적 오판 탓이라는 주장(최우선, 2022,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전략”,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이 있지만, 전쟁의 근원은 나토의 확대에 따른 나토와 러시아의 갈등 증가에 기인한다는 주장(이수형, 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근원: 나토의 이중 확대에 따른 러시아의 반발”,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다양하고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김일수, 2022, “우크라이나 전쟁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민족연구』 제80호, 한국민족연구원.)도 있다.)

- 우크라이나가 단기간 내에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수도 키이우 등을 점령해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려던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격퇴하고 주요 전장을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로 이동시킬 수 있었고 또 거기서 전투가 지속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함. 첫째, 러시아 지도부의 전략적 오판과 합동 전력 및 정보와 보급 등에서 현대전 수행에 크게 미흡한 러시아군의 한계, 둘째,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문화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수는 1991년 소련 해체와 독립 후 국가적 정체성을 점점 강하게 발전시켜 왔으며 이것은 강력한 저항과 의지로 표출되고 있음. 셋째,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물리적으로 도와준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전쟁 초기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무기로 한 러시아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임.
- 돈바스 지역 등에서의 교착이 지속되며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제적으로 점점 높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제대로 된 협상조차 진행되지 않는 데는 첫째, 전장이 되어 피해가 집중되었음에도 우크라이나는 지도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전쟁 지속과 러시아 격퇴 의지가 강해 내심 휴전을 바라던 미국과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도 더 종용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최신형 탱크 등 무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 둘째, 러시아도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예상보다 훨씬 큰 인적·물적 손실을 겪었으며 미국 등 서방의 대대적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의 병력과 수천 대의 탱크를 동원한 대대적 공세를 다시 전개할 만큼 전쟁 수행능력이 크게 저하되지 않았고 푸틴에 대한 지지와 정치적 기반이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주: 장세호는 작년 11월의 보고서에서 전쟁 발발 이후 푸틴체제의 안정성을 푸틴의 리더십, 엘리트의 응집성, 대중적 지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일부의 주장과 달리 현재까지 비교적 안정적 상태인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런 경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장세호, 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체제의 안정성 평가,” INSS 전략보고 No. 193, 국가안보전략연구원.)
- 문제는 어느 한쪽이 결정적 승기를 잡거나 일방적·굴욕적 양보를 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이대로는 양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점.
- 소중한 인명과 막대한 자원을 갈아 넣다시피 하는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는 까닭은 앞서 본 당사자들 및 지원 세력의 의지와 능력에도 기인하지만, 해법에 대한 견해차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 그것은 전쟁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는 진단에서의 이견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음. 
- 먼저, 푸틴의 야망과 오판에 책임이 있다는 측은 섣부른 종전이 그것을 지속,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함. 그런데 이들 대부분도 막상 푸틴을 전범으로 기소해 단죄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지는 못함. 미국과 맞먹을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를 완전 굴복시키겠다고 NATO가 직접 공격하는 것은 3차대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핵 공격 불사를 천명하는 러시아의 본토를 침공하거나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위를 대폭 높이는 것은 자국의 이해에 반하기 때문임. 그러면 이들이 생각하는 최선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축출하거나 푸틴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일 텐데 러시아의 장기전 수행능력과 국내 정치 지형으로 보아 그것도 거의 불가능함. 
- 다음으로 탈냉전 이후 NATO 동진(동유럽 국가의 NATO 가입과 확대) 등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전략적 오류와 과욕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러시아와 그 지지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서방 내에도 꽤 많으며, 그들은 대개 러시아와의 타협을 주장함. 그런데 그들도 엄연한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공한 러시아의 잘못은 부정하지 못하며, 러시아가 전쟁 전보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상당 부분을 더 점령하고 있는 이 시점에 휴전(한반도식 장기 휴전)하고 현상 동결하는 것이 러시아와 푸틴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에는 자신있게 답변을 못 함. 
- 어느 한쪽만의 잘못을 원인으로 지적할 경우, 소모전 속 피해와 상대에 대한 증오감이 계속 커져 양자만으로는 타협점은커녕 협상장에 마주 앉기도 쉽지 않을 것. 특히 일방적으로 침공을 당하고 일반 국민과 국토가 유린당하는 피해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전 국토에서 완전히 축출하고 싶을 것.(주: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희망 사항일 뿐 달성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은 지원 세력의 핵심인 미국의 최고위 군인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올해 1월 20일 독일 소재 미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 회의’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나는 올해 안에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으로 다 몰아내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렵다고 여전히 주장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끝없는 학살보다는 협상된 평화가 좋다고 말한다. 정의길, “‘풍선 태풍’에 날아가는 ‘긴장완화와 종전’ 희망”, 한겨레, 2023.2.16.일 자.) 하지만 이번 전쟁 전인 2014년 러시아가 자국에 귀속시킨 크림반도, 이미 분쟁 지역이 되어 ‘민스크협정’(주: 민스크협정은 2015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이 참여해 맺은 협정으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대한 특별 지위 승인 및 돈바스 지역 내 불법 무장단체의 무장해제를 골자로 한다.)을 체결했던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 등에서도 러시아와 그 지지세력을 완전히 축출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 결국,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지원 측 강대국의 피로감은 점점 커질 것이고, 그들의 국익과 냉정한 이해타산이 우선될 것이며 그것이 우크라이나인의 의지 및 이해와 충돌할지라도 피지원국 우크라이나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주: 미국은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와 지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고, 군부와 외교부서도 우크라이나에 계속 발목을 묶이는 것이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현실적 타개책을 희망하거나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작년 11월 9일에도 “협상의 기회가 있을 때, 평화를 이룰 수 있을 때, 그것을 잡아야 한다”며 협상에 의한 종전 희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도 지난 1월 24일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의 칼럼을 통해 종전 구상을 내비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직접 대결을 피하려 하고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의한 나토의 집단방위 의무가 아니라 국방력 강화를 통하고 △러시아에 크림반도의 실질적 영유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등이 그 내용이다. 위 정의길 칼럼.)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엄연한 주권국가의 주권을 부정하며 국제법을 어기고 전면적 침공을 자행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적 행위임. 그러나 러-우 전쟁의 원인을 단지 푸틴이나 러시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과잉된 자의식과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한 업적 달성의 욕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며, 그것을 제어할 수 없는 권위주의 체제의 산물의 탓이라고만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다 할 수 없음. 그런 요소를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탈냉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 동유럽, 그리고 러시아의 안보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속가능한 안보질서를 만들지 못하고,(주: 전재성 교수는 이 전쟁에 대해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기고 일으킨 불법적 전쟁임을 지적하면서도 1990년대 이래 미국의 정책의 한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재성, 2023, “2023년 세계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미 전략”, EAI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한국외교 2023 전망과 전략, 동아시아연구원.) 러시아가 안보위기 의식과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적대감을 느끼게 할 만큼 NATO의 동진을 밀어붙인 점, 우크라이나가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이웃한 강대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현명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추진한 친서방-반러 정책, 특히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정책 등의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주: 주 3의 김일수, 2022 등 참조 바람. 복합적 요인론을 양비론으로 폄훼하는 이도 있겠지만, 상황을 균형 있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해법을 찾고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쟁의 근본적 원인이 복합적일진대 해법 역시 어느 한쪽의 책임만을 묻거나 한쪽만의 승리를 추구하는 것은 부적절함. 무엇보다 그런 해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승리가 없는 소모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러시아를 완전히 굴복시키거나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과욕이며 부적절.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인구, 에너지와 식량 등 자원을 보유한 강대국으로 외부의 침공과 강압을 통해 굴복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미국과 맞먹는 핵전력을 보유했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음. 그리고 NATO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위협 인식과 서방에 대한 불만의 증폭, 특히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인접국의 NATO 가입에 대한 안보위기 의식과 지정학적 이해의 침해에 대한 불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그것을 무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할 수 없음.



☞  대응 방향 : 교훈과 대응을 중심으로


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 힘의 우위를 앞세운 굴종 강요 정책의 부작용과 한계
- 탈냉전 이후 미국 등 서방이 애초 독일 통일 당시 고르바초프 등에게 약속했던 독일 동쪽으로는 NATO가 일 인치도 동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깨고 중유럽, 동유럽으로 계속 동진한 것은 소련의 붕괴와 러시아의 혼란을 배경으로 힘의 우위를 앞세워 러시아에 굴종을 강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문화적 독립성을 사실상 부정하며 전면 침공을 한 행위 역시 힘의 우위를 앞세워 굴종을 강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그것은 UN에 가입한 국가의 주권을 무시하며 침략을 한 것으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바로 그 부정적 성격에 기인한 영향으로 러시아 역시 예상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보고 있음. 부당하고 부정의한 침공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저항 때문에 막대한 인명과 물적 손실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제2위의 군사 강국이라는 위신이 손상되었음. 외교적으로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들도 북한과 벨라루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립적 자세를 보이고 관련 투표에서는 기권하고 있음. 북한, 벨라루스도 군사부문 직접 지원은 부정하거나 꺼리고 있음. 안보적으로는 NATO의 동진을 막겠다고 했지만, 스웨덴, 핀란드 등 인접 중립국이 중립을 포기하고 NATO에 가입을 신청(핀란드는 완료)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음. 경제적으로는 비록 그 효과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의 해외자산 압류, 러시아 금융기관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 퇴출, 대러 전략물자 수출 금지, 에너지 수입 제한,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시장 철수, 인적교류 제한 등의 조치를 당함. 
- 러시아의 이런 피해들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 강대국이 힘을 앞세워 약소국이나 약소 부족을 점령, 식민화하는 것이 당연시되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던 시절의 국제질서와는 다른, 주권과 전쟁 관련 현대 국제법, 혹은 국제사회 공동의 규범을 러시아가 무시 혹은 경시한 자충수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음(미국의 이라크 점령 등에서 보듯 힘이 곧 진리요, 기준인 국제질서의 속성은 여전하지 않으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음. 그러나 탈냉전기 유일 패권국인 미국이 UN의 결의도 없이 동맹국을 끌어들여 강행한 그 전쟁에서도 결과적으로 미국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으며 친미 정권 수립과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애초 의도를 달성하지 못함.) 

▶ 국제질서 재편기, 지정학적 단층대에 있는 국가는 신중한 균형외교 필요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쟁의 직접적 원인과 책임이 러시아와 푸틴에게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불법적 침공을 격퇴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고 하는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음.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면 국익을 떠나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당연.
- 그런 면에서 전쟁 발발 이후 침략을 격퇴하고자 총력을 다하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등에 대해 대부분 국가가 응원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원은 하고 비판은 삼감. 그런데 현재 ’91년 독립 당시의 국경선 완전 회복 등의 목표를 천명하며 휴전을 사실상 거부하는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각국의 국익을 떠나 과연 바람직한 자세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음. 이는 민스크협정 등 과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참여해 체결한 국제적 약속과도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
-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지정학적 단층대에 있는 ‘중간국’으로서(주: ‘중간국’은 경쟁하는 강대국 내지 지정학적 세력이 맞부딪히는 지대(즉 ‘지정학적 단층대’) 상에 존재하는 국가들을 말한다. ‘끼인 국가’, ‘사이 국가’로도 불린다. 신범식 등, 2022,『유라시아의 지정학적 중간국 외교』, 사회평론아카데미. 등 참조 바람.) 바로 이웃한 강대국인 러시아의 전략적·안보적 이익을 경시하고 반 러시아-NATO 가입 정책 등을 추진한 것은 냉엄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 천착하지 못한 행위로서 전쟁을 막지 못해 국토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지도부가 결코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점. 지금은 피침 국가에 대한 예의와 전시상황이라 비판을 삼가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현명하지 못한 행동과 그 결과는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

2. 한국의 대응

▶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확대하되, 무기 지원은 말아야!
-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침공을 당해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의료기기, 긴급 의약품, 소아용 백신 등의 의료 물품과 동절기 난방과 전기 공급을 위한 발전기 등 인도적 지원을 해 옴. 군사 물품은 방탄용 헬멧이나 방탄조끼 등 순수한 방어용 물품만 제공했을 뿐, 상대를 살상할 수 있는 무기는 제공하지 않음. 
-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안을 느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K-9 자주포, K-2 탱크 등의 수입을 확정하거나 늘리면서 한국 군수산업을 특수를 누리고 있음. 정부나 주요 언론 등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심지어 군수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추켜세우고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함. 그런데 폴란드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독일산 레오파르트 탱크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데는 한국으로부터의 K-2 탱크 도입이 배경이 되고 있음. 미국에 대한 155mm 곡사 포탄 수출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지원의 공백을 메꾸고 있기도 함. 결국,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음. 누구는 뜻하지 않은 전쟁 특수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러시아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한국에 으름장을 놓고 있음.
- 올해 1월 말에는 NATO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등이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 등을 만나 직접적 무기 지원을 압박함. 31일에는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국방장관을 만났는데 기자회견에서 한국 이종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무기 지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정도로 답하겠다”라고 말함. 무기 지원 관련 미국의 요청 혹은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고,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 것이냐는 물음에 한국이 ‘노’라고 답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함.
- 이 전쟁 관련 정부 차원 대응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오히려 확대할 필요가 있으나, 무기 지원을 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음. 탈냉전이라는 기회를 잡아 수교 및 관계를 발전시켜 온 러시아와의 관계를 파탄 내고 러시아를 북한 쪽으로 지금보다 더 경도되게 할 수 있음. 북·중·러 대 한·미·일의 냉전 시대 적대적 관계가 되살아나는 것은 외교뿐만 아니라 안보적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음. 한국의 무기 지원은 군사적으로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러시아를 자극해 북한에 직접 첨단 무기를 수출하거나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북의 핵에 대한 비대칭 전력으로 첨단 비핵무기 전력을 발전시켜 온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 

▶ 윤석열 정부의 어리석은 정책과 강경 대결의 악순환, 야당과 시민이 브레이크 걸어야!
-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발발과 참상의 지속을 보고도 비슷한 지정학적 단층대에 있는 한반도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유’라는 협애한 가치만을 앞세워 미국 일변도 외교와 북의 핵 위협을 명분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북한과 적대적인 강경책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내부 균열을 확대하고 있음. 윤석열 대통령은 심지어 자체 핵무장론까지 거론했다가 미국 등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자 꼬리를 내리기도 함.
- 이런 일련의 행보는 국내 지지세력을 결집하거나 겉으로 드러난 여론의 선호에 편승한 것일 수 있으나, 외교·안보적으로는 그 부작용이 큰 어리석고 무책임한 행태. 과거 같으면 당연히 UN 안보리 규탄 결의안의 대상이 될 ICBM 등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러시아 등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음.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핵무장을 거론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한다면, 과연 북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UN 안보리에서 규탄 결의안이 성사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 현 정부의 어리석은 행보가 한반도 비핵화-안정 유지에 오히려 해를 가하는 데도 이게 다 북의 핵 능력 강화 노골화 탓이라거나 미·중 전략적 갈등의 심화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됨. 
- 최근 북의 ICBM 발사 → 한미의 B1B 전략폭격기 동원 연합훈련 → 북의 전술핵 탑재 가능 초대형 방사포 발사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음. 전략자산을 동원한 이런 무력시위는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음. 곧 열릴 한미연합훈련이 대규모로 그것도 공세적으로 전개될 때, 과거와 달리 강경하게 맞대응하는 북의 도발도 한층 수위를 높일 것이 예상됨. 이런 강경 대결이 자칫 국지적인 우발적 충돌을 통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음. 국회에서 한반도 평화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야당과 시민들이 나서 남·북·미 당국의 행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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