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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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해법
[정의와 대안] 2021.03.
- 입력 2021.03.05 10:53 조회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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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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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 .05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1일 NSC 전체회의 등에서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함. 그러나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북이 비판한 첨단무기 도입 등 군비증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않고, 중단을 요구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머묾. ‘비핵화 이후 평화협정 체결’,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근간’ 등의 발언도 해 과연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재개될 수나 있을지, 재개된다고 해도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냄. |
□ 한국정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개의 의지 표방, 실제 정책은 그에 합당?
-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우리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했고, 1월 21일 NSC 전체회의 등에서는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함. 그리고 문재인 정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을 주도했던 전 청와대 안보실장 정의용을 외교부장관으로 임명해 인사에서도 그 의지를 드러냄.
- 그러나 재개조차 되지 않고 있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처한 난관의 이유와 해법에 대해 핵심을 짚고 있는지는 의문임.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첨단무기 대량 도입 등 한국 군비증강에 대한 북의 비판과 정의당 및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한 남북 군비경쟁 우려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중단을 요구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머묾. 그리고 ‘비핵화 이후 평화협정 체결’,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근간’ 등의 발언을 해 과연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재개될 수나 있을지, 재개된다고 해도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냄.
- 이어지는 단원에서도 보듯 북한과 미국 등 한반도 문제 핵심 당사국들의 움직임도 평화 프로세스와는 거리가 멀거나 유보적임. 게다가 한반도평화의 필요조건 중 하나인 주변 질서의 안정은커녕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전략적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스러움.
- 주지하다시피 한반도 분단과 정전체제가 냉전이라는 국제질서의 산물이었고 탈냉전시대에 냉전기 접근을 고수함에 따라 핵 문제가 발생·심화되었으므로 당연히 그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차원 공존과 협력의 질서를 만드는 게 필수적임. 이런 인식이 반영되어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협상,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등을 합의했던 것임. 그런데 당시만 해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의 잠재적 갈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협력적 요소가 강했던 반면, 현재는 외교·안보와 경제·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갈등 요소가 커진 상황.
-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과 갈등적 양태가 크게 부각되기는 했으나 동맹과도 갈등을 빚어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 어느 정도 자율성의 틈새를 제공한 것도 사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를 동맹과 함께 하겠다고 천명하는 바이든 행정부 집권기에 한국 등은 미·중 사이에 낀 나라로서 고충이 커질 수 있음.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 한반도는 평화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추진되어 분단과 정전이라는 현 질서의 현상변경이 결실을 보기는커녕 신냉전의 최전선이 될 수도 있음. 따라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관련 이해 당사국들이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추진해야 함.
- 그런데 대통령과 참모들은 주요 이해 당사국인 중국 등을 사실상 배제한 북미관계 중심, 미국을 강하게 견인하기보다는 그 협조를 구하는 데 치중하는 한국의 역할, 북한의 호응이 없는 교류협력 분야 우선 남북관계 개선 추진 등 지난 몇 년 동안 중간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정책을 되풀이해 말하고 있음.
- 한국정부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방하면서도 막상 현재 교착상태의 원인을 제대로 짚고 그 타개를 위한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며 과감한 실천을 하는지는 의문인 가운데, 북한과 미국 등 핵심 당사국들의 움직임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개와는 거리가 멂.
□ 핵무기 등 국방력 강화 천명한 북 조선로동당 8차 당대회
- 북한은 1월 5~12일 조선로동당 8차 당대회를 개최함. 2016년 5월 7차 당대회가 1980년 6차 당대회 후 36년 만에 개최된 데 비해 약 5년 만에 개최되었는데, 앞으로 5년마다 동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되기도 함. 김정은 시대에 들어 정치국 회의,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을 복원하고 거기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등 사회주의 당-국가체제를 정상화시키는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음.
- 이번 당대회 결정의 주요 내용은 경제에서의 자력갱생과 함께, 핵기술 고도화와 전술무기화 및 첨단무기 개발 등 국방력 강화 천명이라고 할 수 있음.
- 대외정책에서는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며 미국을 ‘주적’이라고 규정함.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트럼프 집권기 정상 간의 3차례 만남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적대 정책 해소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실망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바이든 정부와의 기싸움을 예고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음.
-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라는 김 위원장(보고 당시 직책)의 사업총화보고 발언에서도 드러나듯이 자신들의 귀책은 없으며 우리는 핵무장 강화의 길을 가겠지만, 이후 관계는 너희 하기 달렸다며 공을 넘기고 있음.
- 남북관계에서도 이런 자세는 마찬가지임. “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규정. 그 원인을 ‘하노이 노딜’에 대한 불만을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돌리며 일체의 대화를 거절했던 자신들의 문제는 덮은 채, “남조선에서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 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책임을 전적으로 남쪽에만 전가. 그러면서 앞으로의 남북관계 회복과 활성화 여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함.
- 물론 자신들이 ‘근본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군사안보와 관련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거듭된 경고를 계속 외면한 채 남한 정부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나 꺼내” 드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있음. 동 문제는 정의당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임.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중재자로 적극적으로 역할 하고,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와 우회를 위해 나름 노력했으나 그 결과가 신통치 않다고 해서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유엔의 대북제재결의를 무시할 수 없는 한국의 특수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일체의 대화 노력 자체를 백안시하는 것은 소아적 태도임.
- 북한의 대미·대남 관계에서 언사에서의 강경함과 상대만을 탓하는 태도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 그래도 다시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천명하지 않고, 미국과 남한 당국의 태도와 대응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비록 능동적, 주도적 자세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화와 협상의 문 자체는 열어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음.
- 문제는 남한의 군비증강과 한미합동훈련 등 자신들에 안보위협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미국과 남한 모두에 위협이 되는 전략핵무기 증강뿐만 아니라 전술핵무기와 핵잠수함,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등 첨단무기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해 군비증강을 강조하고 있는 점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상호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행동 대 행동의 주고받기 등 ‘평화 프로세스’와는 정반대의 것을 밝혔다고 할 수 있음.
- 또 하나의 문제는 미·중 갈등 시대에 중국에 지나치게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 대외정책에서 반미, 반제와 사회주의 국가와의 친선 유대를 강조하는 것이 얼핏 기존 외교정책의 기본적 입장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음. 하지만, 과거 냉전 시절의 사회주의 블록이 거의 해체된 상황에서 사실상 친중 정책을 표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 그런데 현 국제질서는 탈냉전 이후의 미국 일극체제도 더는 아니지만, 냉전기와 같이 민주주의(자본주의) 대 공산주의(사회주의) 체제가 블록으로 나뉘고 미국과 소련이 각각 그 블록 내 국가들의 경제를 책임지는 한편 외교·안보 정책 등에서 리더십 혹은 패권(인치(仁治)와 대비되는 패자의 권위적 정치가 아니라 비지배적 국가들의 동의에 기반을 둔 헤게모니라는 국제정치의 개념)을 행사하던 시절도 아님. 미국도 패권이 쇠락했지만, 중국도 자기 블록을 형성하거나 그 블록 내에서 패권을 행사할 능력도 의지도 모자란 상황임. 무엇보다 경제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지구적 시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시스템 안에서 영향력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
- 결국,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력갱생이 아닌, 지구적 시장체제에 동참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와의 관계개선은 필수적인데, 반미친중을 표방하는 것은 단선적 태도라고 할 수 있음. 무엇보다 강대국 간 갈등이 심화되어 그것이 하나의 체제화될 경우 대륙과 해양의 접경지대에 있어 부정적 영향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이 한반도. 여기에 사는 우리로서는 자율성을 키우고 생존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야 하고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임. 그런데,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은 그것과 반대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음.
□ 미국, 전통적 방식으로 회귀?
- 미국의 조야는 현재 북한을 큰 위협으로 보면서도 이 문제를 풀 구체적 행동은커녕 해법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 미국외교협회(CFR)는 1월 14일(현지시간) ‘2021년 예방적 외교 우선순위 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을 꼽음.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분쟁과 러시아와의 군축협의도 위협수준 최고등급인 1등급이긴 하지만 발생 가능성이나 파급력 중 하나는 ‘보통’인 데 비해, 북핵 문제는 모두 ‘높음’으로 최고위 위협으로 꼽힘.
-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최초의 공식 입장은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나왔는데,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음. 당시 그는 언론의 질문에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었는데 “대통령의 관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이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는 것”이라며,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함. 이어 “이 접근법은 진행 중인 (대북) 압박 옵션과 미래의 어떤 외교 가능성에 관해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힘.
- 한국 등 그 지역의 동맹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했는데, 새로운 것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과거의 것과 구별되는 기준 등도 전혀 밝히지 않아 모호함.
-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말하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동맹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함. 3월 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바이든 대통령 명의의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 문건에서는 핵 비확산을 위한 미국의 리더십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외교관에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함.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톱 다운’ 방식을 비판하며 ‘버텀 업’을 강조하던 흐름의 연장.
- 그런데 핵 비확산, 버텀 업, 북핵 위협 강조 등이 새로운 것인지는 의문임. 사실 전통적인 외교적 방식이자 북핵 문제 수십 년의 역사에서도 지배적 방식이었음. 문제는 그 성과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 미국은 비핵화의 상대항인 평화체제 논의는 미루고, 자신의 전략적 이해인 비확산을 우선순위에 놓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며 ‘검증’ 등을 엄격하게 실시하려고 함. 실무진 간의 밀고 당기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어렵사리 합의를 이루어도 다른 변수가 불거지면 기존 합의가 무시되거나 파투가 나고 말아 상호 간에 불신만 누적되어 옴.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최고권력자 간의 정치협상과 결단에 입각한 타협 등이 결합돼야 했던 것.
-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무리한 원샷 타결을 노리거나 대통령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큰 이벤트 자체에 관심이 쏠려 있었고 자신이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은 게 문제였지,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에 대해 최고 통치자가 큰 관심을 갖고 과감한 접근법을 시도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음. 그런데 새로운 전략 운운하면서 전 정권 접근법의 합리적 차원마저 부정하고 그 이전의 관성적 접근법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핵 능력만 증강된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음.
□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개 의사 표명으로는 미흡한 까닭
-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비핵화-항구적 평화-관계 정상화와 발전’ 등의 목표에 대해서는 (적어도 대외적으로는)합의를 보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는 방법론 혹은 프로세스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지금 중단 상태임. 앞에서도 보았듯이 북한과 미국 등 핵심 관련 당국들이 현재 천명하는 정책도 대화의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평화 프로세스 재개에 부정적이거나 낙관할 수 없음.
- 그런데 지난 수십 년의 이른바 ‘북핵 갈등’의 역사에서 보듯 이게 처음 접하는 일은 아님. 다만 2017년 전쟁 일보 직전의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어서인지 대중들의 관심은 떨어지고, 2018년 이후의 극적 반전과 몇 차례 화려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성과가 부족해서인지 피로감이 만연하고 의구심도 있는 상황. 코로나 19의 창궐과 그 대응에 최우선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도 현재의 교착된 상태에 한몫하고 있음.
-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을 필두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그 재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만함. 문제는 단지 미국에 신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대북정책의 구체적 실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이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아님. 이 정부에서 결실을 보지 못하더라도 재개를 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추진될 수밖에 없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으면 됨. 그런데 그것을 가능하게 할 구체적 정책 정립과 실행 전 과도기를 관리할 정책, 그 이후 평화 프로세스가 역진되지 않을 정도의 토대를 구축할 구체적 정책 등이 정립되어 있는가? 지금까지 정책이 결과 면에서는 신통치 않다면, 왜 그런지 제대로 복기하고 대안을 찾았나?
- 과도기에 필요한 정책으로 많은 단체와 전문가들이 대화의 싹을 유지하기 위한 싱가포르 합의 존중, 한미합동군사훈련 유예(혹은 중단) 천명 등이 필요하고 이걸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함.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전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한다며 과거 민주당 정부도 동의했던 포괄적 목표에 대한 양국 정상 간 합의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존중을 천명하지 않음. 한미연합훈련도 규모는 축소한다는데, 그게 단지 코로나 19 상황 때문인지 대화 재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의 일환인지는 분명하지 않음.
- 그 배경에 전작권 전환이라는 이 정부의 또 하나의 목표와 이른바 그 요건 충족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이 불가피하다는 국방부 등 이 정부 일각의 주장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음. 분명한 건 이런 모호함 속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필수적인 북한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
- 또 하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단지 비핵화에 국한하지 않고 평화를 구조화겠다는 것인데도, 현 정부는 왜 판문점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의 성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그것과 충돌하는 군비증강을 지속하는가 하는 문제점. 남북군사분야합의는 경협과 교류협력에서 시작해 정치, 군사 분야 진전이라는 기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적 제재 국면에서 당장 경제협력 등은 가능하지 않기에 구체적 합의와 실천이 가능한 군사분야로 눈을 돌린 결과인가? 동기야 어찌 됐든 문제는 군사분야합의의 전면적 이행 등 남과 북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평화협력은 지체되고 후퇴하고 있다는 점.
- “튼튼한 안보가 대화를 뒷받침한다”며 햇볕정책 속에서도 군비증강을 지속해 ‘안보 딜레마’를 초래하는 (현 정권 포함) 민주당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국내외 평화단체들뿐만 아니라 핵심 당사자인 북한 당국이 강하게 반발해왔음. 물론 그런 비판을 하는 북한 당국도 2019년 이후 한반도 사정권의 단거리 미사일 개발·실험은 물론, 이번 당대회에서 전술핵무기와 각종 첨단무기 연구 개발, 배치 등을 천명하고 있음. 주변국의 군비증강과 안보정책 변환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임.
- 그러나 자기만의 안보 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평화를 지키겠다는 구시대 관성적 정책의 지속으로는 한미동맹 강화 등, 미·중 갈등 시대 그들의 싸움에 더욱 휘말리는 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음.
☞ 대응 방향
□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성사시킬 정책의 본질적 전환과 내실화 필요
- 정의당은 현재 한반도는 대결 대 대화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과도기라며 대결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대화의 기회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재개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함.
- 그리고 남북군사합의 등의 소중한 성과를 살리지 못하고 남북이 군비경쟁을 지속하고 더 강화될 위험성이 있는 것을 질타하며 안보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함. 그런 안보정책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아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내실화되지 못하고 계속 삐걱대기 때문이기도 함.
- 우리의 안보를 강화시키는 바탕 위에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정책은 얼핏 무정부 상태인 국제질서에 비추어 불가피한 일인 것처럼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반발을 낳아 남북 간 안보딜레마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유지·강화 등을 부정할 수 없는 전제로 만듦. 후자의 문제는 우리가 택하고 싶지 않은 정책을 추진하려는 미국의 압력에도 따를 수밖에 없게 하는 점. 그 결과 북한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 시대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어느 한쪽을 택하거나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딜레마를 점점 심화시킬 수 있음.
- 이런 딜레마를 벗어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평화 만들기를 통해 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책’으로의 전면적 변화가 필요. 상대의 안보위협을 인정하고 공존과 협력을 통해 안보를 진전시키겠다는 공동안보, 협력안보 정책과 함께 갈 때 한반도에서 평화 만들기는 성공할 수 있음. 이제라도 남북은 물론 주변국과도 상호 안보 차원 불만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공동안보·협력안보의 접근법을 추구하는 한반도 및 지역 차원 안보 대화-평화협력체의 토대를 닦아야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음.
- 다자협의를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도 등장한 만큼 6자회담 등을 재개할 것을 제기해 중국은 물론 일본 등의 동참도 이끌어낼 필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에 대한 공동의 견제를 천명하기도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이 동참한 ‘이란 핵합의’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 따라서 한반도 문제를 강대국 간 갈등 혹은 흥정의 대상이 아닌 남북을 포함한 다자간 협력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 정부의 능동적 역할, 북한 당국의 대승적 대처가 요구됨.
- 그리고 남북관계 관련 정책도 재검토, 전환할 필요. 미·중 전략적 갈등의 심화 속에 그 자장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우리 국익을 지키고 나아가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그것을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관계 회복과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음. 북한 당국도 북미관계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지 않고, 국제 제재의 조건 속에서도 가능한 남북 협력 관련 남한 당국의 제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 현재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한 큰 요인 중 하나인 코로나 19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국경에 대한 전면 봉쇄 정책을 전환하고 방역, 보건 협력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
-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주창하는 현 정부가 관성적 정책에 머무는 점. 경협의 경우 대북제재의 올가미 때문에 여의치 않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 그리고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최악의 식량난은 벗어났으며 일방적·우월적 뉘앙스를 가지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말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국제 제재를 우회한다는 교류협력 사업 제안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 등의 시큰둥한 평가와 반응을 보이는 게 엄연한 현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같은 제안을 되풀이하고 있음.
- 남북관계 회복을 수반하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위해 관련 정부 정책의 재정립 필요. 특히, 남북 차원 안보협력이 경제 및 교류 협력과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통일정책과 국방·외교 정책의 모순 해소 등이 요구됨. 또한, 일방적 발표나 시혜가 아닌 남북이 같이 만들어가는 정책,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 공동 대처와 북의 에너지난 극복을 위한 ‘남북그린뉴딜(가칭)’ 등 상대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시대적 상황과 과제에 부응하는 정책 등을 전개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