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국제질서
-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영향, 대안의 모색
[정의와 대안] 2019.10.
- 입력 2019.10.29 11:17 조회 1291
-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 #신국제질서
-
- 평화-통일 분야-201910-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영향 대안의 모색.pdf
태그
공유하기
2019.10.27 김수현(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자치지역 침공,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 침체,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주요 사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직간접적 결과물임 |
□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그 배경 혹은 원인
▶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란?
(김진하, 2017, “미국 우선주의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 『외교』 제121호. ; Mearsheimer, John J., and M. Walt, 2016, "The Case for Offshore Balancing: A Super U.S. Grand Strategy," Foreign Affairs 96, No. 4. 민정훈, 2018, “트럼프의 등장과 동북아 안보,” 『한국정치외교사논총』제39집 2호. ; 강인선, 2019,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분석 및 전망」, INSS전략보고 August 2019, No. 39,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을 참조함.)
-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자치지역 침공,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 침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외교·안보·경제·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국제사회 및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 그런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국제정치란 원래 무정부 상태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라고 하는 특이한 인물이 저지르는 예외적 행위인지 진단은 물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함. ‘미국 우선주의’란 무엇인지 그 내용과 이런 정책이 채택, 전개되게 된 배경 혹은 원인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
-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외교·안보·경제·통상·이민·환경 등 거의 대부분의 정책 기조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함. 이런 입장은 집권 후에도 관철되어 2017년 1월 20일 취임식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6대 국정기조’,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등을 통해서 강조됨.
- 트럼프 행정부는 6대 국정기조로 ▲ 에너지 규제 정책 철폐 등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 일자리 창출과 성장, ▲ 국경 장벽 건설과 불법이민 추방 등 법질서의 회복, ▲ 미국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역협정 체결 등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 추진과 힘을 통한 평화 등을 강조한 미국 우선 외교정책, ▲ 다른 나라가 미국의 군사력을 능가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방예산 자동삭감조치(sequester) 폐지 등을 통한 미군의 재건 등을 내세움.
-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안보전략의 기둥이 되는 4가지 핵심적 국가 이해로 ① 미국 영토, 미국 국민, 미국의 삶의 방식을 보호, ② 미국의 번영을 증진, ③ 힘을 통한 평화 유지, ④ 미국의 영향력 증대를 내세움.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에 영향을 주는 핵심 도전 과제들과 변화로서 첫째, 기술, 선전, 강제를 동원하여 미국의 이해와 가치에 반하는 세계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수정주의 국가들로서 중국과 러시아, 둘째, 테러를 자행하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지역 독재자들, 셋째, 무고한 사람들을 향한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지하디스트 테러리스트들과 마약과 폭력을 유포하는 초국가적 범죄 조직들을 꼽음. 이런 도전 과제들에 대항하여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국제정치에서 힘이 갖는 역할이 가장 중요함을 인정, 세계 평화 구축을 위해서 강력한 주권국가 건설이 필요함을 확인하고 정확한 미국의 이익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원칙에 기반한 현실주의를 내세움.
- 이상에서 살펴본 ‘미국 우선주의’를 보다 압축적으로 정의하자면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막강한 군사력 등 힘을 기반으로 삼아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효율적으로 유지·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이고, 국제경제질서와 통상 부분에서는 기존의 자유주의가 아닌 경제민족주의적 특징을 가짐.
▶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배경 혹은 원인
- 트럼프 행정부가 이와 같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전개하는 것에 대해 김관옥 교수는 패권국의 쇠퇴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구조적 정책변화라고 설명함. 그는 패권안정이론을 통해서 이론적 설명을 시도함.(이하 패권안정이론의 쇠퇴하는 패권국이라는 관점에서 ‘미국 우선주의’정책이 실시되게 된 원인에 대한 설명은 김관옥, 2017,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대외정책, 『국제정치연구』 제20집 1호 등을 참조함.)
- 패권안정이론에 따르면 패권국은 자국 중심의 안정적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압도적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공공재를 제공하는데, 패권국이 지속적으로 공공재를 제공할 역량이 약해질 경우 쇠퇴하는 패권국은 쇠퇴 속도를 늦추고 패권유지의 장기화를 목표로 몇 가지 방안을 모색함. 첫째, 부상하는 도전국을 아직 남아있는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예방전쟁을 통해 약화시키고자 함. 둘째, 공공재 제공 등 패권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도전국의 역할을 확대시켜 주는 등 타협. 셋째, 패권국의 역할을 축소해 공공재 제공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체제유지에 대한 부담을 다른 국가들에 전이시켜 패권을 유지하고자 함. 길핀(Gilpin)은 쇠퇴하는 패권국은 패권유지를 위해 타국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자원을 추출하는 악의적 패권(malevolent hegemony)으로 변화하며, 시스템 유지의 명목으로 타국에게 부담을 강요하여 역량을 보완하고 동시에 자국이 지출할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추출적 패권이 된다고 함.(Robert Gilpin, 1981, War and Change in World Polit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김관옥, 위의 글에서 재인용.)
- 김관옥은 길핀 등의 이론을 수용해 쇠퇴하는 패권국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타국에 대한 자원추출 강화와 부담 전이를 통해 기존 미국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대외정책을 추구한다고 주장. 즉 트럼프라고 하는 기존의 주류 질서에서 벗어난 특이한 인물의 예외적 정책이 아니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쇠퇴 속도를 늦추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쇠퇴하는 패권국의 자연스러운 정책변화라는 것.
- 민정훈은 미국 대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68% 달하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미국은 자국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타국 문제는 해당국가 스스로 최선을 다해 처리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미국의 처지가 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듯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정책은 적어도 미국 유권자들 다수가 동의하고 그 때문에 트럼프의 당선을 가능하게 한 정책이라고 함.(민정훈, 2018, 앞의 글. 특히 pp. 205-206.) ‘대외 개입을 자제하고 미국 국내 문제 해결에 우선하자, 기존의 통상과 경제 정책은 미국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샌더스 같은 미국 진보주의자들의 입장이기도 하기에 이런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됨.
-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고 있기에 샌더스 등 진보주의자들과 달리 예산의 사용을 의료보험 확충 등 복지에 사용하기 보다는 국방예산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부족한 세수 확충을 위해 부자에 대해 증세를 하기는 커녕 감세정책을 추진함. 패권국의 궁극적 쇠퇴를 공히 주장하지만 패권 쇠퇴의 원인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주장을 하는 패권안정이론가들 중에서도 케네스 오이(Kenneth Oye) 등이 국내 소비와 군사적 관리비용이 국가 재정과 투자를 상회하게 됐기 때문이라거나, 폴 케네디(Paul Kennedy)가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강대국이 쇠퇴한 요인을 자국의 역량을 과도하게 초과한 군사적 팽창을 지적한 바 있는데,(Kenneth Oye, Robert Lieber, and Donald Rothchild, eds., 1983, Eagle Defiant: United States Foreign Polivy in the 1980s, Boston: Little, Brown.; Paul Kennedy, 1989,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Economic Change and Military Conflict from 1500 to 2000, London: Fontana Press.)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적어도 국내 정책적으로는 그런 주장과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음.
- 패권안정이론에서 말하는 쇠퇴하는 패권국의 정책 형성 요인과 행태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그런 정책이 정당화되거나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님.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해서 그런 정책을 전개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입장에서는 부담을 전가하거나 자원을 추출하려는 행태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음. 더구나 미국의 행위는 다음과 같이 주요 지역 질서 및 경제적 안정을 오히려 해하는 부정적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음.
□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부정적 현상들
- 외교안보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미칠 파장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첫째, 불필요한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불관여정책의 확대이지만, 2차대전 전의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고 동아시아, 중동 등 전략적 요충지에 전략자산의 효율적 배치를 통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을 견제하고 미국의 주요 이익을 유지·강화하는데 집중하고자 하는 것. 둘째, 주요 동맹국들의 ‘안보무임승차’를 거론하며 지역 안보를 위한 ‘공정한’ 비용분담 등을 요구하고 있기에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등이 있겠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 및 그와 연관된 인도·태평양 집중 전략 때문에 한미관계 및 한반도 정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함.
-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한편으로는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증강에 따른 미국 본토 위협 가능성 증대에 따라 예방전쟁 일보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다가 2018년 이후 대화의 국면으로 급반전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하 살펴볼 최근 발생한 몇 가지 사례에서 드러나듯 중동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의 불안정성 증대, 미국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하는 경제민족주의에 따른 기존의 국제자유주의경제질서의 혼란과 주요 국가들의 경제침체,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 요구에 따른 부담증가와 불만에 따른 동맹체제의 균열 등 부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
▶ 터키의 쿠르드족 자치지역 침공과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 고조
- 10월 9일(현지시각)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침공함.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동 침공에 대해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YPG)가 터키 내 분리주의 쿠르드 노동당(PKK)과 독립 추진을 위해 연계하는 것을 막고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라며 ‘평화의 봄’ 작전 운운함. 그러나 어린이를 포함 수백 명의 쿠르드족이 사망하고, 이른바 ‘안전지대’를 만든다며 그 지역에 살던 수십만 명의 쿠르드인들을 졸지에 난민으로 만듦. 터키의 침공은 13일만인 22일(현지시간)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10개 항으로 된 양해각서를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고 주요 언론들이 보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3일(현지시간) 터키가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화하기로 했다면서 터키 공격에 대응해 부과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힘.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재한 것을 강조하면서 "이것은 우리,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우리는 많은 쿠르드족의 생명을 구했다"고 자화자찬함. 그러나 이런 자화자찬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음. 당장 쿠르드족들은 미국이 배신했다며 강력히 성토하고 있음. IS 격퇴를 위해 1만여 명이 희생하며 미군과 함께 싸웠는데, IS가 붕괴하자 트럼프가 에르도안과 통화한 후 미군 철수를 발표했고 바로 그날 터키군이 자신들을 침공했으니, 미국이 자신들을 토사구팽한 것이 아니냐는 쿠르드족의 분노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임.
- 트럼프가 동 휴전을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함. 지난 17일(터키 현지시간)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회담 후 ‘5일 간 휴전’을 발표했지만, 국지적인 충돌이 계속 있었음. 미국의 제재 압박이 얼마나 힘을 발휘했는지 알 수 없지만, 터키로서는 쿠르드 민병대를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km 밖으로 철수시키고, 그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터키-러시아의 동 지역 합동 순찰에 합의함으로써 자신들의 애초 목적을 거의 달성함. 쿠르드족은 한 때의 적이었던 아사드 정권과 타협해 시리아 정부군을 끌어들여 터키군의 침공을 격퇴하려 했으나, 시리아는 동맹인 러시아의 압력을 수용함으로써 터키의 침공에 따른 기득권을 인정해버림. 결국 승리한 것은 터키와 미국을 대신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게 된 러시아라고 할 수 있음.
- 트럼프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재앙적이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값비싼 군사 개입을 피했다"고 강조하며, 미군의 과제가 세계의 치안 유지는 아니라면서 과거 미국의 ‘세계경찰’ 입장과 선을 그으며 다른 나라들이 ‘공정한 몫’을 해야 한다고 주문함으로써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해 역설함.
- 한편으로 트럼프는 IS 수장인 알바그다디에 대한 체포 작전과 그의 사망을 대대적으로 홍보함. 그러나 수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터키의 쿠르드 침공의 혼란 와중에 구금돼 있던 IS 대원들이 대거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들이 세력 규합과 과격한 테러에 나설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비판적 분석도 많음.
- 미국이 흔히 중동이라는 불리는 서아시아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거기에 헛되이 들어간 막대한 전비 역시 쓰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 어떤 이들은 미국이 동 지역 안정이라는 공공재 공급을 보장하지 않고, 러시아가 미국의 영향력을 대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판함. 이에 비해 일찍이 미국의 ‘세계경찰’ 자임과 궁극적으로 자국의 이익에 기인하는 군사적 침공 등에 대해 비판하던 사람들은 미국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배신적 행위와 그에 따른 인도적 재난, 해당 지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입각한 장기적 정책이 아닌 단기적 국익 우선에 따른 정세 불안정에 대해 비판함.
▶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 침체
- 10월 11일, 미국과 중국의 고위 무역협상 회의에서 ‘미니 딜’이 이루어짐.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미국 농산물 구매, 통화정책, 지식재산과 보호를 다루는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 구체적으로는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 25%였던 관세율을 30%로 올리려던 방침을 보류하고, 중국은 약 400~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함.
- 트럼프는 ‘위대한 합의’라고 자화자찬함. 그러나 미국 언론 등 외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회의적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이미 추가 관세를 보류했지만 중국의 약속이 이행되려면 아직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며, 중국은 그동안 지금 당장 실행할 구체적 약속은 하지 않으며 시간을 끄는 것이 자신들에 더 유리하다는 방침에 입각해왔는데 그게 관철된 이번 협상이 사실상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함. 블룸버그는 이번 미니딜이 장기간 무역전쟁을 벌이며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가치가 있는 결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AP통신이나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농산물 구매나 위안화 평화절하 자체는 무역전쟁 직후부터 중국이 말해왔던 것이라며 분쟁 여지가 여전히 크다고 진단. 월가와 전문가들도 일시적인 휴전으로 평가하며 “무역전쟁 종결에 근접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고 분석.(연합뉴스, “트럼프 '위대한 합의'라지만…외신 "미중 미니 딜, 중국의 승리"”, 2019.10.14.일자 등.)
-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 정도 낮아진 것으로 추정. 미-중의 관세 인상은 한국의 중간재 수출을 직접 제약할 뿐만 아니라 두 나라의 내수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하락시켰고, 이러한 무역경로 외에도 불확실성 고조로 인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 등 경제활동 둔화도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임.(한겨레, “이주열 "미-중 무역분쟁 탓 성장률 0.4%p 하락"”, 2019.10.22.일자 등.)
-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마키오 등 무역의존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아시아 국가들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10월)’ 보고서를 보면, 실질 경제성장률의 경우 싱가포르는 지난해 3.1%(실적)에서 올해 0.5%(전망치)로 대폭 하향 조정됨. 홍콩의 성장률도 지난해 3.0%에서 올해는 0.3%로 거의 성장이 멈출 것으로 전망함. 지난해 4.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마카오 경제도 올해는 –1.3%로 역성장에 빠질 것으로 예측함.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지역은 주로 아시아의 발전국가들”이라며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이 공통적으로 중국경제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권에 직접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함.(한겨레, “싱가포르·홍콩·마카오 ‘무역의존 경제’, 미-중 분쟁 ‘직격탄’”, 2019.10.17.일자 재인용.)
▶ 방위비분담금 및 국방예산 대폭 증액,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더 많은 부담 요구
-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미 당국 간 협상이 전개되고 있음.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1조 389억원인데, 그 여섯 배로 증액, 금액으로는 5조원 가량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임. 방위비분담금은 원래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모두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한미 SOFA 5조에 대한 특별조치로서 1991년 체결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통해 규율되고 있음. 애초에는 주한미군을 위해 일하는 한국인노동자 인건비 중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다가 2009년 8차 협정에서 한국인노동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그 대상이 확대됨. 이런 기준에 비춰봤을 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기에 미국이 도대체 어떤 명목과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가 어리둥절한 상황.
- 이에 대한 답은 조세형 외교부 제1차관의 “미국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요구하는 내용 중 현재 틀로 포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는 국회 답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략자산 전개 비용, 호르무즈 작전 비용, 남중국해 작전 비용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인건비와 주둔 경비 일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함. 이들 항목 모두가 기존 동맹의 문법과 요구에서 벗어나는 과도한 요구이지만, 특히 주한미군을 위해 일하는 한국인노동자나 카투사의 인건비가 아니라 미군 자신의 인건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주한미군을 한국의 용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 상상하기 어려워 과연 미국이 이것을 주장하고 있는 게 사실인지, 끝까지 고수할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임.
- 미국은 한국, 일본, 독일 등 대규모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다른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방위비, 즉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음.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위해 그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공동 안보에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며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인상을 강력히 촉구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무임승차’와 같은 강한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안보를 위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아시아 국가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함.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라는 것임.
☞ 대응방향
□ 동맹의 수평화는 기본, 대안적 안보협력체제와 경제질서 구축 필요
▶ 패권 쇠퇴기 편승 전략의 한계와 대안적 질서 모색의 필요성
-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쇠퇴하는 패권국인 자국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할지라도 국제사회의 입장에서는 부담뿐만 아니라 혼란을 주고 있음. 그렇다고 이런 미국과 단호히 결별하고 중국 같은 나라에 기대를 걸 수도 없음. 중국은 국제사회에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새로운 대안의 질서와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함. 국제질서는 기존의 질서는 가고 있으나, 새로운 질서는 아직 오지 않은 혼돈 혹은 과도기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음.
- 미소 양극의 냉전시대와 탈냉전 이후 미국 일극 패권체제에서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은 패권국인 미국에 편승하는 것으로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해결해왔음. 그런데 지금은 어느 한쪽에 편승하면 되는 상황이 아님. 현재의 국제질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최소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과도기가 제공하는 가능성을 극대화시켜 국가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평화와 번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질서를 구축할 필요.
▶ 동맹의 수평화 전략, 그 의의와 한계
- 한국의 진보·개혁 진영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기존의 수직적 동맹을 수평적 동맹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주로 전개해 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행정협정(SOFA) 개정 등이 대표적임. 과거에 국가안보를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던 시절에 비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크게 성장한 점, 또 자주적인 주권국가라면 너무나 당연한 과제임에 비추어 과거의 관성에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주저에 의해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동 과제들은 당연히 조속히 실현할 필요.
-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폐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안인 방위비분담금 과도 인상 요구의 경우, 이미 한국은 공식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천문학적인 직간접 지원비를 지출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부담의 적절한 분담이 아닌 전담을 요구하는 것과 진배없는 행태는 오히려 동맹관계를 훼손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함.
- 주한미군에 대한 천문학적 직간접 지원비
· 2018년 국방백서(p.285)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직간접 지원 규모는 약 5조 4500억원에 달함. 지속적 지원은 총 3조 3,868억원인데, 직접 지원비가 2조 4,279억원, 간접지원비가 9,589억원임.
· 직접 지원비는 국방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 9,320억원, 통신선 및 연합 C4I 사용료 154억원, 카투사 운영지원비 98억원, 기지 주변 정비 비용(탄약고 정비) 82억원, 부동산 지원 82억원 등과 국방예산 외 지원에 해당하는 기지 주변 정비 비용(주변 도로사업, 평택 지원) 1조 4,542억원 등임.
· 간접 지원비는 미군기지 임대료 평가액 7,105억원, 카투사 기회비용 936억원, 훈련장 사용지원 236억원 등 8,277억원의 기회비용과, 각종 세금 면제, 공과금 감면, 도로 항만 등 이용료 면제 등 2,312억원의 면제 및 감면 비용으로 구성됨.
· 여기에 추가해 용산기지 이전계획과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른 기지 이전비용과 관련 사업비용 등으로 한시적으로 2조 695억원이 지원되었다고 함.
- 그런데 동맹을 수평화하자는 것은 한미동맹 유지를 대전제로 해 그것을 민주화하고 주둔지 사람들의 불만거리를 없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미군 주둔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수직적 동맹관계를 강요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조직화해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인가? 후자가 현재의 대안이 되기 힘든 것은 단지 대중들의 안보불안 심리 때문이 아니라 북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이라는 반 평화·경제 대책을 강구할 수도 없기에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달성 때까지는 미국의 핵우산에 일정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임.
- 현 정부를 포함한 민주당 등 개혁세력이나 이른바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전자의 주장 역시 문제가 있음. 한미동맹과 미군의 한국 주둔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수호해야 하며, 단지 평화체제 도래 시 그 성격과 규모 등에서 수정을 가하는 것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이른바 개혁주의자,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의 공통된 인식임. 그런데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점점 강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하에 주한미군을 대북 붙박이 군대가 아닌 대중 견제, 동아시아 및 중동 등 주요 분쟁 발생가능 지역 파병 가능 군대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성격 역시 그에 걸맞게 대중 지역동맹, 글로벌 동맹으로 변모시키려 하고 있음. 명목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대처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드 배치나 지소미아 체결·유지 강권 등이 모두 그 일환임. 중국이 북한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에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해체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하며 압력을 강화할 것은 명약관화.
▶ 대안적 안보협력체제·경제질서 구축
- 결국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도 안보협력을 증진시키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 현재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을 주장하고 있고, 최근 동북아협력 역시 강조하고 있음. 그런데 그것이 미국도 함께 하는 공동안보에 기초한 질서인지 아니면 미국 없는 자국 주도의 지역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인지, 만약 그 경우 미국을 제외한 중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군사적 불균형과 그에 따른 이 지역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불안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함.(이남주, 2019,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시민평화포럼, 참여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 토론회 자료집, 『한미동맹 전환 모색 포럼 : 평화체제와 군사동맹은 공존 가능한가?』, pp. 39-40. 참조.)
- 미군 주둔의 폐해도 많지만, 평화체제 달성 전 주한미군이 대거 철수하거나 평화체제 달성 후에라도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 역시 철수하게 되는 상황은 부정적 요소가 오히려 커질 가능성. 후자의 경우 현재 일본의 우경화가 단지 아베 개인의 일탈적 성격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함. 미군이 이 지역에 주둔하지 않아도 중국의 패권적 행태나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지금부터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갈 필요.
- 미중 무역분쟁이 일시적으로 봉합되었지만, 경제적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도 전방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리라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예측. 문제는 기존의 경쟁이 자유무역 등 경제적 자유주의와 WTO 등 다자주의의 틀 속에서 전개된 것인 반면, 기존의 질서를 만들고 유지해 온 패권국인 미국이 경제민족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미국 등과의 대외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그 피해가 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임.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으로 무역과 경제협력을 다변화하는 것은 물론, 대외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필요함. 그런 의미에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환동해-환황해 경제권 형성은 단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목마르게 급한 상황임. 유엔안보리 제재의 틀에서 헤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통일부뿐만 아니라 경제부처도 협력해 전개할 필요.
-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도 부정하고 있는 양자 간 FTA 체결의 확대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미국과 다국적 기업 우위 질서를 공고히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통상·경제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 트럼프뿐만 아니라 샌더스 등 미국의 진보진영도 강조하고 있는 국내의 노동자, 농민 등의 일자리와 삶을 보호하고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안적 통상전략과 국제경제질서 구축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