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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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 2] 한국, 아시아의 품에서 세상을 본다는 것은?
(1)
새해초에는 의례히 글로벌 동향,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동향이 미디어에서 습관처럼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계속 뭔가 구식 프레임으로 글로벌 동향이나 국제관계를 재단하기만 해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컸는데, 개인적으로 이 간극 해소에 중대한 통찰을 제공해주는 책이 번역되었다.
암튼 두 번째 책소개는 번역을 기다렸던 '한국인 필독서'라고 생각하는 책인데, 파라그 카나(Paragh Khanna)가 쓴 <아시아가 바꿀 미래(The Future is Asian)> 가 그 책이다. 작년에 영문판을 읽고 깜짝 놀라서 몇번 소개했고 번역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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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제의식: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25세가 된 청년부터는 한국은 그들이 태어날때부터 OECD국가의 일원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은 해외에 원가 이하의 싸구려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첨부터 최첨단 글로벌 기업이다. 적어도 아시아의 청년들에게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등은 강력한 공유코드로 자연스럽게 인지된다.
그런상황에서 국제관계를 보는 시야가 예전의 '제국주의론/신식민주의론'적 틀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반도와 주변 강국들을 여전히 그런 시각이 섞여서 재단한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연장선에서 대외관계에 대한 고민은 딱 동북아에 갇혀있다. 나머지는 그저 비즈니스나 문화쪽 사람들의 관심사라고 치부되고 진지한 정치적 관심사가 되지 않기 일쑤다.
요즘에는 국제관계 하면 의례히 미-중관계 얘기다. 예전에 문명충돌론이 너무 협소한 시야를 대표했던 것처럼, 패권중심의 미-중관계론도 글로벌 상황을 극히 좁힌다. 관련된 '투키디데스 함정' 얘기도 비슷하다. 21세기 지구 역시 특정 대국이 지배하는게 당연하다는 과거 경험을 그대로 현재와 미래로 투영하는데,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3) 범 아시아 50억 인구가 세계관계에 활발히 참여하는 미래
이 대목에서 저자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다가, 다시 싱가폴에 와서 정착한 그의 행정답게, 서쪽으로는 터키에서부터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 윗쪽으로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와 심지어 호주에 이르기까지 정보와 지식을 총 동원한다.
저자의 첫번째 문제제기는, "아시아는 '중국에 다른 국가를 더한것'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서구의 관점에서 가장 큰 오류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중국 중심"이라는 것인데, 많은 서구인들은 "G2인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기하는 두 번째 문제제기는, 세계가 아시아화가 된다는 것이 지금이 서구중심 체제 "전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미국-유럽-아시아가 병존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세계 질서의 중심은 현재 점차 힘을 잃어가는 서양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처럼 반드시 하나의 국가나 하나의 가치 체계일 필요는 없다. 대신 새롭게 등장하는 세계 질서의 토대는 미국, 유럽, 아시아 체제가 될 것이다. "
"각각의 체제는 전 세계에 군사적 보호, 자금 투자, 기반 시설 개발 등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북미-유럽-아시아가 각각 권력을 공유하는 진정한 다극체제와 다문명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극 체제에서는 하나의 초강대국이 다른 후속 국가로 대체되면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시아가 미국이나 서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이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이제는 아시아가 서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결론이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500쪽에 가까운 이 책은 위의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범 아시아 국가들 곳곳을 탐색하면서 엄청난 정보를 쏟아낸다. 이 정보를 한번 쭈욱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저자의 민주주의 관점이나 다소 싱가폴을 과장하는 듯한 접근은 거슬리지만 일단 무시해보자.)
(4)
내가 보기에 진보적 지향을 가진 분들도, 국제관계는 주로 남북관계, 한미일관계, 미중관계와 같는 식으로 사고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심은 유럽 복지국가의 정책들에 대한 것 정도다. 아시아는 지정학적 고려 때문에 중국을 고려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50억 인구의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혼재한 범 아시아를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가장 깊숙하게 연결을 맺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욱 깊숙한 무역관계 안에 들어와 있다. 앞으로 아시아의 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더욱 그럴 것이다.
새해초에는 의례히 글로벌 동향,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동향이 미디어에서 습관처럼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계속 뭔가 구식 프레임으로 글로벌 동향이나 국제관계를 재단하기만 해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컸는데, 개인적으로 이 간극 해소에 중대한 통찰을 제공해주는 책이 번역되었다.
암튼 두 번째 책소개는 번역을 기다렸던 '한국인 필독서'라고 생각하는 책인데, 파라그 카나(Paragh Khanna)가 쓴 <아시아가 바꿀 미래(The Future is Asian)> 가 그 책이다. 작년에 영문판을 읽고 깜짝 놀라서 몇번 소개했고 번역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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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제의식: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25세가 된 청년부터는 한국은 그들이 태어날때부터 OECD국가의 일원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은 해외에 원가 이하의 싸구려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첨부터 최첨단 글로벌 기업이다. 적어도 아시아의 청년들에게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등은 강력한 공유코드로 자연스럽게 인지된다.
그런상황에서 국제관계를 보는 시야가 예전의 '제국주의론/신식민주의론'적 틀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반도와 주변 강국들을 여전히 그런 시각이 섞여서 재단한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연장선에서 대외관계에 대한 고민은 딱 동북아에 갇혀있다. 나머지는 그저 비즈니스나 문화쪽 사람들의 관심사라고 치부되고 진지한 정치적 관심사가 되지 않기 일쑤다.
요즘에는 국제관계 하면 의례히 미-중관계 얘기다. 예전에 문명충돌론이 너무 협소한 시야를 대표했던 것처럼, 패권중심의 미-중관계론도 글로벌 상황을 극히 좁힌다. 관련된 '투키디데스 함정' 얘기도 비슷하다. 21세기 지구 역시 특정 대국이 지배하는게 당연하다는 과거 경험을 그대로 현재와 미래로 투영하는데,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3) 범 아시아 50억 인구가 세계관계에 활발히 참여하는 미래
이 대목에서 저자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다가, 다시 싱가폴에 와서 정착한 그의 행정답게, 서쪽으로는 터키에서부터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 윗쪽으로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와 심지어 호주에 이르기까지 정보와 지식을 총 동원한다.
저자의 첫번째 문제제기는, "아시아는 '중국에 다른 국가를 더한것'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서구의 관점에서 가장 큰 오류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중국 중심"이라는 것인데, 많은 서구인들은 "G2인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기하는 두 번째 문제제기는, 세계가 아시아화가 된다는 것이 지금이 서구중심 체제 "전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미국-유럽-아시아가 병존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세계 질서의 중심은 현재 점차 힘을 잃어가는 서양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처럼 반드시 하나의 국가나 하나의 가치 체계일 필요는 없다. 대신 새롭게 등장하는 세계 질서의 토대는 미국, 유럽, 아시아 체제가 될 것이다. "
"각각의 체제는 전 세계에 군사적 보호, 자금 투자, 기반 시설 개발 등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북미-유럽-아시아가 각각 권력을 공유하는 진정한 다극체제와 다문명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극 체제에서는 하나의 초강대국이 다른 후속 국가로 대체되면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시아가 미국이나 서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이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이제는 아시아가 서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결론이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500쪽에 가까운 이 책은 위의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범 아시아 국가들 곳곳을 탐색하면서 엄청난 정보를 쏟아낸다. 이 정보를 한번 쭈욱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저자의 민주주의 관점이나 다소 싱가폴을 과장하는 듯한 접근은 거슬리지만 일단 무시해보자.)
(4)
내가 보기에 진보적 지향을 가진 분들도, 국제관계는 주로 남북관계, 한미일관계, 미중관계와 같는 식으로 사고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심은 유럽 복지국가의 정책들에 대한 것 정도다. 아시아는 지정학적 고려 때문에 중국을 고려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50억 인구의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혼재한 범 아시아를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가장 깊숙하게 연결을 맺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욱 깊숙한 무역관계 안에 들어와 있다. 앞으로 아시아의 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더욱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