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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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칼럼] 한국정치는 3김시대로 후퇴하는가
한국 현대정치사를 두 시기로 나누라면 언제를 나눠야 할까? 당연히 1987년이다. 그 이전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시대고, 그 이후는 민주정부시대다. 1987년 이후를 두 시기로 나눈다면 언제를 나눠야 할까? 한국 정치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일어난 1998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2003년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까지가 민주화 1기라면 그 이후는 민주화 2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주화에 관한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그것은 ‘대통령의 탈권위주의화’ ‘탈사당정치’이다. 그 이전 시기는 민주화가 됐다고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에 사당정치가 기승을 부렸다. 한마디로 그 이전은 지역주의와 함께 사당정치가 지배했던 ‘3김정치’시대였다. 군사독재세력인 김종필은 논외로 하고, ‘민주투사’였던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양김은, 특히 3당통합으로 군사독재와 손을 잡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줄곧 민주세력과 같이했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지만, 당을 세습만 하지 않았지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정당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지도자였다. 즉 밖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사조직’같이 운영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사당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했다. 주목할 것은 ‘민주야당’에 관한 한, 사당정치의 전통은 양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당내 민주주의가 활발했다는 사실이다. 양김이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와 한국 정치를 완전히 바꿔놓은 1970년대 초에도 유진산 신민당 대표는 자신이 2선으로 물러나고 이들의 판을 만들어줬다. 나아가 1971년 대선 경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하자 김영삼은 탈당한 것이 아니라 김 후보를 위해 유세를 다녔다.
불행하게도 최근 들어 한국 정치가 다시 3김식의 사당정치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이후 정당민주주의가 다시 후퇴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었다. 한국 정치가 3김시대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국민의힘의 이준석 사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당원들이 민주적으로 뽑은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익명을 요구한 여당 고위인사가 했다는 발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윤석열의 국민의힘을 만드는 데 주적은 이준석”이라며 “1차적으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준석을 정리하고 당을 확실히 정상화해라. 그 후 새로운 인물로 내세우고, 윤핵관은 2선에서 힘을 합치라는 게 윤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국민의힘’이라니, 한마디로 당을 사당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평생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에서 일해 온 그에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 (전) 대표의 행동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처럼 ‘내부 총질’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그에게 정당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지나친 기대인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내부 총질’ 메시지를 통해 짐작은 했었지만, 윤 대통령이 뒤로는 이처럼 사당화를 추구하면서도 겉으로는 여러 차례 언론의 질문에 대해 당 문제는 대통령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국민을 속여 왔다는 사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당화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지난 대선이다.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당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사당정치의 암울한 역사와 정당민주주의를 생각할 때, 민주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해야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발상,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한심한 것은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비판하며 자신들은 “ ‘윤석열의 국민의힘’식으로 나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던 국민의힘이 정작 집권을 하고 나니 그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이다. 정당이 대통령,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3김정치처럼 ‘윤석열의 국민의힘’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사당화로 나가서는 안 된다.
* 이글은 경향신문에 2022년 9월 13일 기고된 글입니다.
불행하게도 최근 들어 한국 정치가 다시 3김식의 사당정치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이후 정당민주주의가 다시 후퇴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었다. 한국 정치가 3김시대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국민의힘의 이준석 사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당원들이 민주적으로 뽑은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익명을 요구한 여당 고위인사가 했다는 발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윤석열의 국민의힘을 만드는 데 주적은 이준석”이라며 “1차적으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준석을 정리하고 당을 확실히 정상화해라. 그 후 새로운 인물로 내세우고, 윤핵관은 2선에서 힘을 합치라는 게 윤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국민의힘’이라니, 한마디로 당을 사당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평생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에서 일해 온 그에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 (전) 대표의 행동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처럼 ‘내부 총질’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그에게 정당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지나친 기대인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내부 총질’ 메시지를 통해 짐작은 했었지만, 윤 대통령이 뒤로는 이처럼 사당화를 추구하면서도 겉으로는 여러 차례 언론의 질문에 대해 당 문제는 대통령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국민을 속여 왔다는 사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당화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지난 대선이다.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당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사당정치의 암울한 역사와 정당민주주의를 생각할 때, 민주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해야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발상,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한심한 것은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비판하며 자신들은 “ ‘윤석열의 국민의힘’식으로 나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던 국민의힘이 정작 집권을 하고 나니 그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이다. 정당이 대통령,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3김정치처럼 ‘윤석열의 국민의힘’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사당화로 나가서는 안 된다.
* 이글은 경향신문에 2022년 9월 13일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