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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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서평7] 우리사회에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자리는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정치이론이나 민주주의에 관해서는 상식을 넘지 못하는 식견밖에 없지만, 그래도 정책을 조금이라도 고민하려면 피해갈 수 없는 이슈가 민주주의 문제 같다.
사람의 행위에는 개인의 이기적 추구를 위한 목적론적/전략적 행위만 잔뜩 들었던 터에, 그거말고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행위'가 별도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하버마스 주장을 읽고 좀 놀랐다. 어찌보면 상식적으로 뻔하지만 이론의 영역에서는 쉽게 잊고 있었다는 생각때문에.
사람들은 늘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개인자신의 의사결정을 누적하고 사람들과의 협력을 얻어내며, 사회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어느정도 틀을 갖춘 의사소통 공간중에서 사적인 공간도 있고, 완전 공적형식을 갖는 공간도 있으며, 제도로 권위를 부여받지 않지만 무지하게 많은 공적 토론공간도 있다. 흔히 말하는 '공론장'들이 그것일듯 하다. 이런 경험들을 근거로 '숙의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는 늘 형식적 대의제(엘리트적 숙의)로 기우는가 아니면 직접민주주의(전체투표, 오픈 프라이머리)로 기우는가 하는 식으로밖에 얘기가 안되는게 좀 답답하다. 아니면 특정 시점의 시민의 단순 선호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여론조사'가 있든지. 또는 특정 유명인의 의지를 그룹으로 옹호하는 팬점이 있든지. SNS를 통해 동류들끼리 의견을 확인하고 말던지.
그 어떤 곳에도 시민들이 서로 의사소통과 토론, 숙의를 통해 공론을 만들어과는 과정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진보정치라면 이 대목이 가장 어렵고 중요할텐데, 부정확한 정보에 의한 끊임없이 자기주장의 재생산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매우 많다.
제임스 피시킨(James S. Fishkim)의 <숙의민주주의(When the people speak)>가 지난해 출간되었는데, 이제 들여다 보았다. 개념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으로 '숙의조사'와 '숙의의 날'을 설계하고 실제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구현하는 과정에 개입한 특이한 정치학자의 책이다.
그는 여기서 '정치적 평등' + '참여' + '숙의'라고 하는 세가지 민주주의 핵심가치가 모두 실현되기 어렵다고 하는 민주주의 트릴레마를 압축적으로 잘 설명한다. 그러할때 적어도 세가지 가치중에서 두가지를 실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조합을 1)경쟁적 민주주의 모델, 2) 엘리트숙의 모델, 3) 참여민주주의 모델, 4)숙의민주주의 모델로 깔끔하게 구분한다.
경쟁적 민주주의 모델은 지금 우리정치권에 흔히 적용되는 것처럼,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 작동하면 민주주의라고 보는 최소주의적 선거민주주의를 말한다. 엘리트 숙의 모델은 통상적인 대의민주주의를 말하고 있고, 참여민주주의 모델은 국민투표나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것이다.
앞의 세 가지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지 한국정치에서 실현되는 것인데, 문제는 정치적평등 + 숙의가 결합된 숙의민주주의가 한국정치에서 충분히 논의되거나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면서 이른바 '대중적 숙의'가 어떻게 가능하고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나간다.
좋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10년도 넘는 2009년에 영문판이 출판되었다. 피시킨은 2018년에 위 책에 이어서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도 누군가 번역했으면 좋겠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 나온 책이라서 그렇다. 왜냐고? '숙의'와 '포퓰리즘'은 여러모로 현실정치에서 서로 강하게 경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위에는 개인의 이기적 추구를 위한 목적론적/전략적 행위만 잔뜩 들었던 터에, 그거말고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행위'가 별도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하버마스 주장을 읽고 좀 놀랐다. 어찌보면 상식적으로 뻔하지만 이론의 영역에서는 쉽게 잊고 있었다는 생각때문에.
사람들은 늘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개인자신의 의사결정을 누적하고 사람들과의 협력을 얻어내며, 사회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어느정도 틀을 갖춘 의사소통 공간중에서 사적인 공간도 있고, 완전 공적형식을 갖는 공간도 있으며, 제도로 권위를 부여받지 않지만 무지하게 많은 공적 토론공간도 있다. 흔히 말하는 '공론장'들이 그것일듯 하다. 이런 경험들을 근거로 '숙의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는 늘 형식적 대의제(엘리트적 숙의)로 기우는가 아니면 직접민주주의(전체투표, 오픈 프라이머리)로 기우는가 하는 식으로밖에 얘기가 안되는게 좀 답답하다. 아니면 특정 시점의 시민의 단순 선호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여론조사'가 있든지. 또는 특정 유명인의 의지를 그룹으로 옹호하는 팬점이 있든지. SNS를 통해 동류들끼리 의견을 확인하고 말던지.
그 어떤 곳에도 시민들이 서로 의사소통과 토론, 숙의를 통해 공론을 만들어과는 과정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진보정치라면 이 대목이 가장 어렵고 중요할텐데, 부정확한 정보에 의한 끊임없이 자기주장의 재생산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매우 많다.
제임스 피시킨(James S. Fishkim)의 <숙의민주주의(When the people speak)>가 지난해 출간되었는데, 이제 들여다 보았다. 개념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으로 '숙의조사'와 '숙의의 날'을 설계하고 실제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구현하는 과정에 개입한 특이한 정치학자의 책이다.
그는 여기서 '정치적 평등' + '참여' + '숙의'라고 하는 세가지 민주주의 핵심가치가 모두 실현되기 어렵다고 하는 민주주의 트릴레마를 압축적으로 잘 설명한다. 그러할때 적어도 세가지 가치중에서 두가지를 실현할 수 있는 네 가지 조합을 1)경쟁적 민주주의 모델, 2) 엘리트숙의 모델, 3) 참여민주주의 모델, 4)숙의민주주의 모델로 깔끔하게 구분한다.
경쟁적 민주주의 모델은 지금 우리정치권에 흔히 적용되는 것처럼,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 작동하면 민주주의라고 보는 최소주의적 선거민주주의를 말한다. 엘리트 숙의 모델은 통상적인 대의민주주의를 말하고 있고, 참여민주주의 모델은 국민투표나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것이다.
앞의 세 가지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지 한국정치에서 실현되는 것인데, 문제는 정치적평등 + 숙의가 결합된 숙의민주주의가 한국정치에서 충분히 논의되거나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면서 이른바 '대중적 숙의'가 어떻게 가능하고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나간다.
좋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10년도 넘는 2009년에 영문판이 출판되었다. 피시킨은 2018년에 위 책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