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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평화·통일] 북한의 강경한 핵 정책 채택, 함의와 대응

「정의와 대안」9월
  • 입력 2022.09.22 16:19      조회 625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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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평화-통일

 

- 북한의 강경한 핵 정책 채택, 함의와 대응
 
- 북한이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법령을 채택함. 동 법은 핵 독트린(nuclear doctrine)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선제공격 등 공세성이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음. 동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정책법 채택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비핵화 불가론’과 ‘핵무기 고도화의 불가역성’ 및 ‘전술핵 운용 강화’ 등을 천명.
- 북한의 강경한 핵 정책 천명과 법제화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는 것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 대북 억지력 강화 국방·외교 정책 주문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공동성명이 채택됨.
- 강경한 정책에 강경한 대응은 언뜻 불가피한 것으로 보일 수 있음. 그러나 즉자적 대응으로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의 항구화는 점점 요원한 목표가 될 것이며, 남북의 갈등 고조는 미·중 전략적 갈등 심화, 미국 패권의 쇠퇴와 이기적 보호무역 등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질서의 도래 속 우리의 자율성과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
 

1. 북한의 강경한 핵 정책 천명 : 핵무력정책법 중심 분석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 수립 74주년 기념일(9.9절) 전날인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비핵화 불가론’ 및 ‘불가역적 핵무기 고도화’ ‘전술핵 운용 강화’ 등을 천명함.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새 법령(이하 ‘핵무력정책법’) 채택의 배경과 내용 등을 설명함.
- 북한이 이번에 채택한 핵무력정책법은 2013년 4월 1일 채택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이하 ‘핵보유국법’)을 대체하는 것임. 2013년 핵보유국법이 핵무기 사용조건 등이 구체화되지 않고 총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면, 이번 핵무력정책법은 핵 독트린(nuclear doctrine, ‘핵교리’라고도 함)이 상당히 구체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음. (주: 핵무력정책법,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의 배경 혹은 목적에 대해서는 ‘억제’ 강조 대 공격성, 호전성을 강조 등 이견을 보이는 사람들도 핵교리 혹은 핵 독트린의 구체화라는 면에서는 다들 같은 평가를 함. 김보미, 2022, “북한의 새로운 핵독트린: 최고인민회의 법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분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 이병철, 2022, “「북한 핵무기 사용 법제화」분석 및 대응”,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정성장, 2022, “북한의 핵지휘통제체계와 핵무기 사용 조건의 변화 평가: 9.8 핵무력정책 법령을 중심으로”, 세종논평 No. 2022-06 (2022.09.14.). ; 조한범, 2022, “북한의 공격적 핵교리 법제화와 북핵 대응의 질적 전환”, 통일연구원. ; 홍민·홍제환, 2022, “북한 제14기 제7차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시정연설 분석”, 통일연구원. 등.)
 
- 핵 독트린은 내용상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함. 하나는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 차원의 교리이고, 다른 하나는 핵무기 운용과 관련된 군사적·안보적 차원의 교리임. 2013년 법령이나 그 이후 상당 기간 북한 핵독트린은 주로 전자에 국한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자를 풍부화하고 후자인 핵무기 운용 교리를 대폭 신설해 구체화함. 구체적으로 제3조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수정보강), 제4조 핵무기사용결정의 집행(신설), 제6조 핵무기의 사용조건(신설), 제7조 핵무력의 경상적인 동원태세(신설), 제9조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수정보강) 등의 수정 및 신설 조항을 통해 운용적 교리가 상당히 구체화됨(주: 홍민·홍제환, 2022, 특히 pp. 7-8. 등 참조 바람).

-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3조와 6조임. 3조 핵전력 지휘통제체계 조항에서 핵무기 사용 권한을 2013년의 ‘최고사령관’에서 ‘국무위원장’으로 변경한 것은 미국 등과 마찬가지로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핵지휘통제권한이 있음을 밝히면서도 모든 결정권이 국무위원장에게 있다고 함으로써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 핵무력 지휘통제체계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고 할 수 있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끈 것은 2항과 3항임. 2항에서는 ‘국가핵무력지휘기구’가 새롭게 등장함. 법령에서 해당 기구가 “핵무기 관련한 결정과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국무위원장을 보좌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되고 관련 핵무력 구조도 확장되면서 지휘통제구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 위기상황 특히 김정은 유고 시 등에 발생할 수 있는 지휘통제의 문제를 ‘국가핵무력지휘기구’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임. 3항에서는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라는 내용이 명시됨. 이것은 김정은 유고, 혹은 그를 포함한 국가핵무력지휘기구의 지휘통제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 즉각 핵타격이 이뤄질 것임을 밝힘으로써 이른바 ‘참수작전’의 무용성,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북한 체제의 생존성을 보장받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 6조는 핵무기의 사용조건을 밝혔는데, 다음의 5가지 조건에서 핵무기를 보복용이 아닌 선제공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핵공격이 아닌 재래식 공격 등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음. ①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② 국가지도부나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③ 국가의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④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⑤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임.
- 북한은 과거 핵무기를 미국 등 적대세력의 핵공격에 대한 보복용으로만 사용할 것임을 밝히고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서는 결정문을 통해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제불사용’을 밝힌 바 있음. 이에 비해, 이번에는 핵공격이 아닌 경우 및 실제 공격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어도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또한 재래식 전쟁 시에도 작전상 필요할 때 핵으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밝혀 매우 공격적이며 핵사용 임계점을 크게 낮추는 핵 운용 교리를 천명했다고 할 수 있음. 
- 북한이 이처럼 구체적이면서도 강경한 내용의 핵정책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고, 북한의 핵 억지를 위한 미국 전략자산의 전진 배치, 북의 핵공격 시 미국의 핵에 의한 즉각적 보복 내용의 문서화 등 미국과 외교·안보 협력 강화, 3축체계 등 한국군 군사력 강화 등을 주문함. 과연 그런 것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가 악화된 원인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 다음 단락에서 북한이 과거와 달리 왜 이리 강경한 내용의 핵운용 교리를 법제화했는가 살펴보고자 함.

2. 북한의 핵무력정책법 채택의 배경 

- 한국의 상당수 전문가는 2013년의 핵보유국법에 비해 2022년의 핵무력정책법에서 천명하는 핵 독트린이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것은 당시보다 북한의 핵능력이 크게 증강되고 실전 배치되는 등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며, 더는 모호성으로 속내를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함(주: 조한범, 이성훈 등의 글 참조 바람).

- 그런데 이런 설명으로는 2017년 6차 핵실험과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인 2018년 판문점선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평양공동선언 등으로 이어진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나, 미국 등과의 협상에 대해서 합리적 설명이 불가. 또 이런 시각으로는 북과의 핵 협상 자체를 부인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부차적일 수밖에 없으며, 힘을 통한 억제책을 우선하게 됨.
- 물론 미국 등과의 협상에 나섰던 북의 입장이 하노이 결렬 이후 점점 강경해져 비핵화보다 적대시 정책 폐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아예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번 북의 핵무력정책법이 상당히 공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 
- 현재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북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도 같이 볼 필요.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직접 핵무력정책법 제정 배경에 관해 설명함. 그는 ‘제국주의 대 사회주의 간의 대립과 투쟁’으로 인해 국가 주변의 정세가 장기성을 띠고 악화되고 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대북 적대시 정책도 강화되어 있다며 이에 대응하여 대미 억제 및 전쟁억제력을 강화해야 하며, 따라서 향후 비핵화 협상은 없으며 정세에 조응해 핵무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함.
- 북은 ‘제국주의 대 사회주의 간의 대립과 투쟁’이라는 자신들의 시각과 내러티브로 설명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과 그 동맹 대 중국·러시아 등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단지 일시적 상황이 아닌 신냉전의 도래와 냉전과 같은 장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임. 탈냉전 이후 미국 일극 패권기에는 미국의 침공을 막고 나아가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세계질서에 편입되기를 강력히 바랐음. 적어도 하노이 결렬 이전까지는 그랬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자신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굳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목을 매지 않고 중국 등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동시에 국제질서 전환기에 있을 수 있는 미국과 윤석열 정부 등 그 추종세력 등에 의한 안보위협(2022 미국 NPR(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선제핵공격 유지, 저강도 핵무기 개발과 배치 등 핵무기 사용 문턱 낮추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선제공격용 킬체인 등 3축체계 강화)에 북한식으로 맞대응해 대미 전략핵무기와 대남 전술핵무기 지속개발 및 자신들도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춘 공격적 핵 독트린 발표를 통해 ‘억제’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주: 홍민·홍제환(앞의 글)은 북의 핵무력정책 법령이 미국 NPR에 대한 북한식 모방적 맞대응이라고 한다).


☞  대응 방향

1. 확장억제 신뢰성 강화, 3축체계 강화 대응론, 그 한계와 문제점

- 상당수의 전문가가 주문하는 미국 전략무기의 전진 배치,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서의 한미 간 확장억제의 신뢰성 제고 등은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고, 미국도 별로 반대할 게 없기에 곧 합의되어 발표됨. 지난 5년간 오지 않던 핵항모 전단이 곧 부산항에 입항하고, 9월 16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채택, 발표됨.
- 한국군의 3축체계 구축 가속화 역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인데, 2023년 국방예산 중 관련 예산이 올해 대비 9.4% 증액됨.
- 북이 강경한 핵정책을 발표하니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핵을 가진 강력한 동맹에게 “핵우산이 튼튼하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달라, 북이 오판하지 않도록 힘도 과시해달라”고 조를 수는 있음. 생존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창피가 대수겠는가? 북이 도발할 경우 우리의 반격에 의해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그 말을 상대가 믿도록 하는 실력을 갖추는 것도 전쟁 억제의 수단이 될 수는 있음. 
- 그러나 그것이 북의 핵능력 강화를 저지하고 연동된 공격적 핵 정책 자체를 변경할 수는 없음. 오히려 앞에서 북의 강경책 배경에서 살펴봤듯이 북한식 맞대응을 초래함으로써 우리 안보는 더 불안해지며 핵전쟁에 의한 절멸의 공포에 시달릴 수 있음.

2. 북의 호응을 실제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실천, 전향적 정책 전개해야

-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이라는 특정 급우에만 집착했다며, 자신은 일회적인 쇼는 하지 않겠다고 함.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은 물론 ‘한반도 평화’조차 언급을 않은 것은 진보·보수를 막론해 초유의 상황.
- 미국 대 중국·러시아 등의 갈등이 심화되고, 그것이 미국의 패권 쇠퇴와 결합해 경제적으로도 자유무역-세계화가 퇴조하고 자국 중심적인 정책이 실시되면서 각자도생의 세계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 이런 세계질서 혹은 국제질서 전환기에 지정학적 단층지대에 위치한 한반도가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임.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적응해왔던 세계질서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 외교·안보·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 
- 그런데 지정학적 단층지대의 위험성을 격화시키는 것은 내부적 분열과 갈등이고, 한반도의 경우 남북 갈등이 심해질 때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특히 우리 사회는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등과의 관계에 대한 의견이 내적 분열선을 심화시키며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강대국 간 갈등 혹은 야합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 
- 따라서 이제라도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과거 정부의 정책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항구화라는 민족적 염원과 국가목표 달성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함. 특히 최근 북의 핵무기 소형화·경량화와 각종 신형 단거리 미사일의 개발이 합해져 전술핵 능력이 크게 강화된 만큼, 이제 핵문제는 북·미 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문제이기도 함. 윤석열 정부도 “한반도 문제의 핵심당사자로서 대북정책의 국제공조를 주도”한다고 이미 밝힌 만큼, 말로만 ‘담대한 구상’이 아니라 북 핵 등 한반도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즉 북한이 호응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전향적 정책을 실천·전개할 필요.
-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이 2019년 이후 북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반발에 처한 주요 이유 중 하나인 각종 국내외 첨단무기의 도입을 통한 군비증강 정책을 윤석열식으로 변형 답습할 것이 아니라, 세계사적 전환기 중·소와 수교, 남북기본합의서 등을 이끌어낸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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