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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 : 제주특별자치도 사례를 중심으로

  • 입력 2022.03.15 17:40      조회 1338
    •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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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지역사회의 과제-제주도 사례 중심-김동주.pdf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_자연과 사회의 관계와 지속가능성에 고민하고 있는 직장인. 문학박사(환경사회학 전공). 제주에서 나고 자라 육지에서 공부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환경단체 상근활동가, 대학 시간강사, 지방공기업 직원으로 일하면서, 풍력자원 공유화 운동과 국가 및 지역 단위의 에너지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1. ‘기후위기’, 그리고 ‘소멸위기’의 지역

   1) 위기의 시대

  위기의 시대이다. 약자들은 기후위기, 멸종위기, 고용위기, 지역소멸위기 등 생태적·사회적 지속불가능을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국가가 즉각적으로 총동원수준의 위기대응체제를 가동해도 모자랄 판에 강자들은 이들과 현실 인식이 다른 듯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라 부르면서 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에너지혁명’이 역사책에서 배웠던 여러 정치·사회적 혁명과 유사한 성격의 사회변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시대의 ‘혁명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타도와 붕괴를 주장하는 게 아님은 분명하다. 

  과거의 구조적이고 집단적인 반복적 행위의 필연적인 결과가 지금의 위기이다. 기존 체제와 관습 그 자체가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와 인간에 내재된 관성은 그 스스로를 타파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회현실과 구조적 시스템의 불일치와 경고방송이 오래되었음에도 전환을 두려워하여 회피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무시하고 은폐하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해결이 더 어렵다.

  기후위기는 공간을 차별하지 않지만, 공간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더욱이 지역사회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온 지역소멸의 위기가 있다.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수도권 등 대도시로 유출됨에 따라, 지역사회는 고령층 위주의 인구구조로 빠르게 재편되어, 과거와 같은 사회적 재생산을 지속할 수 없는 곳이 늘고 있다. 교육과 의료시설의 부족은 지역소멸을 가속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없지는 않지만, 그 흐름을 되돌리는 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한 듯하다. 

   2) 농어촌 에너지개발 갈등

  이런 상황에서 농어촌 지역은 도시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가격으로 인해 대규모 면적이 필요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해당 지역 농어민들의 필요 또는 농어업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탈탄소화를 위한 목적보다는, 이윤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의 이익에 따라 선택된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농민·농업·농촌이 처한 구조적인 ‘삼농’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농어촌’ 공간을 단순히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저렴한 지가의 공간으로만 쳐다보고, ‘농어민’을 사업에 반대하는 갈등유발세력으로만 바라봐서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지속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면 해당 공간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해온/앞으로 해나갈 주체를 중심에 둬야 한다. 

  현재 농어촌 지역 재생에너지개발 갈등은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찬반 갈등으로 인해 수십~수백 년간 형성되어온 마을공동체가 균열되고 있으며, 임차 농민은 태양광발전에 땅을 빼앗기고 있다. 임차 농민으로부터의 토지 박탈은 물리적 기반으로서 농지와 생산의 원천으로서 자연력(햇빛)을 빼앗기는 자본의 이중 수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통이 부재한 채, 도↔농 간, 사업주↔주민 간 경제적 이익의 차별이 발생하면서 도시지역 전환을 위해 농어촌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대도시 에너지공급을 위한 농어촌 지역의 식민지화라고도 볼 수 있다(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2021). 

  위와 같은 최근의 위기와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쳤던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도의 결과는 어떠했고,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제주도의 기후위기와 ‘카본 프리 아일랜드’

   1) 섬의 생태·사회 복합 위기와 정책대응

  2010년대 제주도의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2010년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57만 1천 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67만 5천 명으로, 매년 1만 명씩 증가하였다(통계청 제주사무소, 2021.10). 출산에 따른 자연적 증가가 아닌, 타 지역에서 ‘제주살이’를 동경하면서 온 사회적 이동의 결과였다. 주민등록인구 이외에 외국인과 관광유흥업 관련 종사자, 건설 경기 호황에 따라 단기일자리를 찾아온 노동자까지 등록되지 않은 사람을 전부 합하면 80만 명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기에도 매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제주 청년들은 일자리 등을 찾아 육지로 떠나갔다. 오히려 제주의 출생률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거주인구의 증가에 더해 저가항공사의 취항에 따른 관광객의 방문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간 500만 명이었다가, 2010년에는 757만8천 명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1,023만7천 명이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어들었을 뿐,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1,400만~1,500만 명이 방문하였다(통계청 제주사무소, 2021.52). 

  이렇게 단기간의 급격한 정주인구 및 관광객의 증가는 도시계획에서 전망한 제주 섬의 물리적 수용력을 빠르게 초과하여 주택난, 교통난, 쓰레기난 등 이른바 3란(三亂)을 불러왔고, 돌·바람·여자가 아닌 자동차·쓰레기·중국인의 ‘새로운 삼다(三多)’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관광개발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이 오히려 지역 사회문제로 이어졌다면서 ‘오버 투어리즘’(과잉관광)의 여론이 조성되었다. 

  한편 2007년 9월, 태풍 나리의 내습으로 제주시에만 하루에 42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1천 년 빈도의 강우가 내려 13명이 사망하고, 1,300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는 기후위기와 난개발에 따른 재난이라 규정하고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제주도는 북위 33도에 위치한,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가운데에는 해발 약 2000m의 한라산이 우뚝 서 있어 약 2천여 종의 생물종이 고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고, 관광업과 농어업이 주요한 산업경제 구조이다. 그래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환경 및 사회경제 분야의 부정적인 미래와 우려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실제로 제주 특산종인 한라산의 ‘구상나무’를 비롯해 수많은 고유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제주의 감귤재배지가 육지로 북상함에 따라 바나나와 같은 아열대 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이른바 ‘살인 진드기’에 물려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SFTS)이라는 새로운 질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2007년 2월, IPCC 3차 보고서가 발표된 후 그해 7월 환경부와 제주도는 ‘기후변화대응시범도 조성’을 위한 협력협약을 최초로 체결했다. 1년 뒤 벌어진 2008년의 고유가 상황은 지역에 부존하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정책의 발표로 이어졌다. 

   2)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제주의 정책 변천사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탈원전·탈석탄을 표방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2020년 말에는‘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였고, 그에 따라 2021년 9월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였고, 오는 3월 25일이면 본격 시행된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제정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지하고 새롭게 제정된 법률로 10년 만에 국가의 정책목표가 ‘저탄소’에서 ‘탄소중립’으로 한 단계 진전했지만, 제주도에서는 2008년부터 ‘카본 프리’(무탄소·탈탄소=Net Zero)를 주창했다. 물론 1970년대부터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기 설치 등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제주에서는 국가와 기업이 주도하여 자원조사, 기술개발, 정책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쳤고, 연구개발 수준을 넘어서 상용화에 도달했다(김동주, 2017). 

  1980년, 이규이 도지사의 ‘바람의 자원화’ 지시에 따라 호주에서 3㎾급 풍력발전기를 수입하여 도내 3개 마을에 시범 설치·운영하는 사업을 1980년대 말까지 추진하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신구범 도지사의 ‘풍력발전 실용성 검토’ 지시에 따라 풍력자원 조사를 수행하여 다풍지를 발굴하고, 1998년 1차 사업을 시작으로 2003년 국내 최초의 상업용 풍력발전인 약 10㎿의 행원풍력발전단지를 종합 준공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부터는 풍력발전을 통한 도내 전력보급목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2008년 5월, 김태환 제주도정은 당시 원유 1배럴당 100달러가 넘어가는 ‘신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여 “단기대책에서는 에너지절약과 아울러 에너지 소비구조를 저소비형 구조로의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장기대책으로는 ‘Carbon Free Island’ 실현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발표하여,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최초로 언급하였다(제주특별자치도, 2008). 

  2012년 5월 2일, 우근민 제주도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자립을 위한 제주형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인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고, 전면 전기자동차를 운행하는 ‘탄소 없는 섬’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제주특별자치도, 2012). 기존 계획을 종합하고 100% 전환으로 목표를 상향했으며, 목표 시기를 2030년으로 앞당겼다.

  원희룡 도정에서도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정책은 그대로 계승되어 보다 정교해졌다. 2015년 9월 2일, 제주도는 도내 전력수요 전체를 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2030년까지 도내 총 전력사용량을 113억㎾h로 전망하고 육상풍력발전 450㎿, 해상풍력발전 1900㎿ 등 총 2350㎿를 개발하여 전력수요의 58%를 공급함으로써 전기에너지 자립은 물론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모범도시로 조성하는 계획이다(제주특별자치도, 2015). 

  2016년 4월 28일, 제주도는 ‘도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태양광발전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약 1조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서 주택, 감귤폐원지, 마을 소유 시설이나 공유지 그리고 제주에너지공사 자체 사업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총 1411㎿ 용량의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내용이다(제주특별자치도, 2016). 
  2019년 6월에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수정보완계획’을 수립했다. 도내 전력수요에 100%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도입 계획은 변동이 없으나, 보급목표를 기존 4,311㎿에서 4,085㎿로 약간 줄였고, 대신 기존 도내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전환한 바이오중유발전이 포함되었다(175㎿). 한편 전기차 100% 대체 목표는 37만 7천 대라는 차량 숫자는 그대로 둔 채, 등록차량 50만대의 75%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수소차 등으로 전환하는 목표로 조정했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19).


3.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의 현재와 제도적 기반

   1) 제주도 재생가능에너지 현황

  2019년 기준 전국 1차에너지 공급량은 303,092천toe이고, 그중 신재생에너지는 17,688천toe로 전체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제주도의 1차에너지 공급량은 1,980천toe로 전국 대비 약 0.65%를 차지하는데, 제주도 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열량기준)은 659,220toe로 전국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대비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 내 전체 1차에너지 공급량의 약 33%를 신재생에너지가 공급하고 있다. 
  한편 2019년 기준 전국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231,353천toe이고, 그중 신재생에너지 및 기타(폐기물에너지 포함)는 8,910천toe로, 신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전국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약 3.85%이다. 2019년 기준 제주도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541천toe로, 전국 대비 약 0.66%이고, 제주 최종에너지 소비량 중 신재생에너지 및 기타(폐기물에너지 포함)는 85천toe로 5.5%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제주도 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열량 기준) 659,220toe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이오 444,671toe, 풍력 117,163toe, 태양광 71,802toe, 폐기물 21,280toe, 태양열 370toe 순인데, 바이오에너지의 대부분(393,897toe)은 도내 화력발전소의 연료인 바이오중유이다.

  2019년 기준 제주도 발전 분야 신재생에너지 총보급용량(누적)은 974㎿로, 태양광 318㎿, 풍력 296㎿, 바이오 357㎿ 등인데, 바이오의 대부분(350㎿)은 신규 설치가 아닌 기존 제주도 내 화력발전소의 연료전환(중유→바이오중유)에 따른 것이다. 한편 2019년 기준 제주도 발전 분야 이외 신재생에너지 보급용량(누적)은 태양열 41,259㎡, 지열 9,676㎾, 수열 8,300㎾ 등이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20).

  전력설비 분야 전체로 보면, 2020년 말 현재, 제주도 내에 설치된 전력공급설비(발전기+해저연계선로)는 중앙급전발전기 910㎿(기력, 내연, 복합, LNG 등 화력발전), 비중앙발전기 743㎿(신재생 및 폐기물), 연계선 400㎿ 등 총 2,052㎿이다. 제주도 내에 설치된 전력설비들의 공급량(발전+송전) 점유율은 제주도 내 발전기 51.2%(중앙급전 45.6% 및 폐기물 5.6%), 해저연계선 30.6%, 그리고 신재생은 18.2%이다. 신재생에너지 세부 점유율은 풍력 10.5%, 태양광 7.5%, 기타 신재생 0.2%이다(김영환, 2021). 

   2) 카본 프리 아일랜드의 제도적 기반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로 공급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발표했다. 이미 제주도는 시민사회 주도의 ‘풍력자원 공유화 운동’의 결과로서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한 법규, 조직, 기금 등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왔기에 10년 앞서 국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가. 법규: 특별법 및 조례

  제주는 2011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303조(전기사업에 관한 특례) 및 제304조(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신설하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육·해상 풍력발전에 대한 전기사업 허가권한을 도지사로 이양받았고, 난개발 방지와 개발이익 지역환원을 위해 ‘풍력발전지구 지정제도’를 도입했고, 2011년 및 2013년에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등에 관한 조례’로 구체화하였다. 

    나. 조직: 제주에너지공사

  제주도는 2012년 7월, 기존 제주도가 직영하고 있던 풍력발전단지 등을 현물출자하여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설립하였고, 독자적으로 30㎿의 신규 육상풍력발전을 준공한 2015년 9월에는 제주에너지공사를 ‘육·해상 풍력발전사업 시행예정자’로 지정한 뒤 2022년까지 육상 150㎿ 및 해상 702㎿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적 사업추진 지위를 부여하였다. 

    다. 기금: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제주도의 바람을 도민 모두의 것으로 향유하고, 풍력자원 개발이익을 지역에너지자립 및 에너지복지 사업에 기여하기 위해 2016년 6월, 제주도의회가 주도하여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를 제정하였다. 
 
  제주도가 직영하는 풍력발전기의 수입금과 제주에너지공사의 이익배당금뿐 아니라, 민간풍력발전사업자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여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이용·보급과 교육·홍보 사업 및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기금조성액은 190억 원이고, 사용액은 149억 원에 달한다. 


4.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따라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

  제주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은 지난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 상업적인 대규모 발전시설이 들어서고 제주전력계통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기술, 사회, 경제, 환경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제주도민에너지전환협동조합, 2021).

   1) 기술적 문제: 출력제한

  제주지역에서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전력수요를 초과하여 발전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15년 처음 3회가 발생한 이래, 출력제한 횟수와 폭은 매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77회 발생하여 1,945만kWh(30억 원 상당)의 발전제약으로 풍력사업자의 매출손실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2020년 제주도 내 총 풍력발전량의 3.24%에 해당한다.

  이러한 출력제한에 대응하기 위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전국적인 대응책을 세우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제주에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계통안정화를 위한 공공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구축하며, 효율적 관리를 위해 재생에너지 통합관제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또한 제1연계선(제주~해남)과 제2연계선(제주~진도)을 통해 과잉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역송 실험도 추진하여 2021년 상반기부터 70㎿를 보내고 있으며, 2023년까지 양방향 전력 공급이 가능한 제3연계선 구축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김정호, 2021). 

   2) 경제적 문제: 가격 하락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생산량에 따라 정산받는 SMP(계통한계가격)에 더해,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을 추가로 받아 비용을 보전받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제주도 내에서는 LNG 발전소 신규 가동과 REC 과잉 공급으로 인해 전력거래가격이 꾸준히 하락함에 따라 풍력 및 태양광 등 제주도 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되었다. 

  실제로 풍력과 태양광발전 설비만 보유한 제주에너지공사의 영업이익이 최근 4년 새 90% 이상 줄어들었다. 공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5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020년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과 풍력발전 제한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5억 원대로 급감했다(이승현, 2021). 이를 통해 제주지역의 다른 민간 재생가능에너지사업자도 유사한 수준의 상황을 겪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3) 사회적 문제: 민원, 갈등

  지역사회에 새로운 설비의 도입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다양한 입장 차이 등에서 비롯된 사회갈등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과정에서도 소음 발생, 경관 훼손 등 환경적 사안 이외에도 지가 하락, 주민과의 사전협의 미흡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한 사회갈등이 발생해왔고, 현재 제주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2000년대 중반, 육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크게 발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제주도 내 환경운동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 ‘풍력자원 공유화 운동’을 전개하여 제주특별법 개정과 도 조례를 제정을 통해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법제화하고 실행을 한 뒤부터 갈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해상풍력발전 건설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발생하여 지속되고 있다.

  2020년 11월 18일, 제주특별자치도는 ‘2020년 하반기 공공갈등사업 자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갈등지수가 높고, 갈등 이슈화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크게 우려돼 ‘중점 갈등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5건 중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을 비롯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갈등이 포함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갈등지수 등이 높은 사업에 대해 사회협약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점 갈등관리 대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뒤 체계적 갈등관리에 나선다고 밝혔다(제주특별자치도, 2020).

   4) 환경적 문제: 생태계, 경관

  모든 개발사업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건설 및 운영, 그리고 철거 이후에도 자연환경에 일정한 영향을 준다. 육·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 사업은 발전기 및 송전선로의 설치 및 운영과정을 통해 자연환경과 경관에 영향을 끼친다.

  해상풍력발전의 주요 시설물은 ‘해상-해저-육상’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생태계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연쇄적이고 종합적인 영향을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 시설물 설치의 입지적 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종의 생활사적 특성과 생태계 특이성을 고려한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해상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전환추진 과정에서 사전 검토가 미흡할 경우, 재생에너지 확장이 오히려 생물다양성의 추가적인 손실과 생태계 서비스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경 영향을 방지·최소화 및 상쇄하려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이후승·정슬기, 2021). 

  제주도의 경우, 육상조류 및 해양포유류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연안에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보호해양생물인 ‘남방큰돌고래’(Tursiops aduncus) 10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연구소 등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이 남방큰돌고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5. 카본 프리 아일랜드 평가와 과제, 그리고 정책 제안

   1) 평가와 과제

  아직 제주도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정책추진은 기술·자본 중심의 공급지향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지역분산형이라기보다는 중앙집중형 전력계통 시스템에 연계되어 가는 추세를 보인다. 
출력제한의 문제로 인해 계획된 보급목표를 모두 설치하여도 실제 생산을 통한 전력판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력계통망 보강과 함께 도내 전력소비량을 초과하는 잉여전력에 대한 육지로의 역송 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활용과 수전해 그린수소(P2G : Power to Gas)로의 생산,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개발과 공급을 우선해왔던 정책도 수요관리와 에너지 고효율화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고, 전력시장 제도개편도 시급하다. 

  특히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해 에너지 정책의 수립·집행·평가·환류 과정에 정확한 정보가 공개·공유되고,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실행하는 거버넌스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시민참여형 정책수립과정, 시민 협력을 촉진하는 부서,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 또한 에너지 절약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 등 에너지전환 과정에 능동적·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지역적 수준의 정책은 국가적 수준과 지구적 수준의 정책과 연계되어 상호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2) 지역 에너지전환 전담기구 설치 제안

  끝으로 각 지방정부 별로 지역 에너지전환 전담조직의 설치를 제안해본다. 하나의 기관이 모든 역할을 할 필요는 없으며, 영리조직 및 비영리조직 등 각 조직의 특성에 맞게 각 역할을 부여하고 상호 협력 및 조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주에너지공사와 같은 영리조직은 ‘공공자원 관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개발사업 관련 자원조사 및 부지발굴, 투자자 공모 등의 업무를 추진할 수 있고, 지역 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개발을 위한 ‘공공 개발자(디벨로퍼)’가 될 수 있다. 

  한편, 비영리조직은 개발이익 운용기관, 거버넌스 운영기관, 지역전환 교육기관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산업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에너지센터’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고,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탄소중립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으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중간지원조직의 사업내용을 선정할 수 있다.

  ‘개발이익 운용기관’은 지역 부존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의 지역환원을 재원으로 한 기금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을 단순히 제주도가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전담기관을 통해 전문적인 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투자 시, 융자 및 이차보전 등의 사업지원도 할 수 있다. 

  ‘거버넌스 운영기관’은 지역사회 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한 상시적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주민수용성 증진을 주요 업무로 할 수 있고, ‘지역전환 교육기관’은 에너지전환 교육홍보를 추진하고 이를 위한 교육지도자 양성 및 교재·교구 개발 등을 할 수 있다. 

  그동안 공업 위주의 경제성장을 위한 중앙집권형 개발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에너지체제는 외부자원에 의존한 대규모 중앙집중형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주도하여 지역에 부존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분산형 에너지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지 대기업 위주의 재생에너지 사업개발로 인해 벌어지는 농어촌 지역 에너지갈등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고, 개발이익을 지역사회 내부로 환류시켜 지역주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여 지역소멸의 위기를 막는데 조그마한 기여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수도권 집중도 완화된다면 자연스레 지역균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에너지수요도 지역으로 분산되면 수도권을 위한 에너지 생산·유통 구조도 바꿀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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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ceoscoredaily.com/page/view/20210909152055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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